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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190화 (190/303)

〈 190화 〉# h‍ttps://t.me‍/LinkMoa

금요일 점심.

“하린아앙~!”

“아.”

지하철역의 출구 앞에 서 있던 주하린은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성.

민지아는 베이지색 원피스에 검정 자켓을 차려입고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지아를 위아래로 훑어본 하린은 그녀가 비단 옷뿐만 아니라 머리 스타일도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머리했네?”

“히히. 방금했엉~. 어때? 잘됐지?”

“응. 괜찮은 것 같다.”

“으히히.”

괜찮다고 말하는 하린의 어투는 차분했지만, 그것이 칭찬임을 알고 있는 민지아는 베시시 웃었다.

너무나도 쉽고 아름답게 나오는 지아의 미소에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녀와 함께 다니는 건 즐거웠다.

언제나 밝은 저런 모습이 살짝 부럽기도 하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지아도 칭찬 한마디를 거들었다.

“너도 오늘 엄청 예쁘다 하린아~.”

“나? 난 그냥 평소대로 하고 나왔는데......”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냥 방에 있는 옷을 대충 걸치고 나온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아는 손가락을 휘저었다.

“쯧쯔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지!”

“......넌 어째 맨날 그 소리냐.”

“진짠데에? 봐봐! 나도 못생겼으면 이렇게 입어봐야 뭐 되겠어? 이게 다아~ 예쁜 외모 덕분이란 말씀! 아......! 셀카 찍어야겠다.”

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찰칵찰칵 촬영하기 시작했다.

으휴.

하린은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적당히 찍어.”

“어? 너도 같이 찍을래?”

“아니이. 그게 아니라.”

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민지아.

그녀는 다 좋은데, 단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가 심각한 공주병 환자라는 것!

실제로 예쁘기는 해서 공주병이라고 하기 뭐한가 싶기도 한데......

중학교 때부터 그녀는 스스로의 미모를 찬양하고, 틈만 나면 셀카를 찍고 SNS에 올리는 게 일상인 인생을 살아왔다.

지아 스스로는 자기 정도면 딱 평균이라고 말하는데, 하린이 볼 때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녀는 거의 매 순간을 카메라와 함께했으니.

뭐...... 그래도 저런 성격과 유쾌한 입담으로 성공한 스트리머가 되었으니까.

방송과 미튜브로 돈을 벌어 스스로 PC방까지 차렸으니. 그녀는 아직 꿈에 대한 도전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하린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나도 내년부터는 꼭......!

하린은 주먹을 꽉 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 잠까안! 같이 가!”

“빨리 와. 곧 있으면 지하철 들어온다.”

“어, 진짜넹.”

다양한 각도로 셀카를 찍던 지아는 하린의 말에 그녀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고속터미널 쪽 가는 거 타면 되지?”

“응. 근데 가만. 왜 내가 대답하지? 네가 가자고 했는데.”

“흐으. 뭐 어때~.”

지아가 어제 미튜브 영상으로 보여준 음식점과 카페는 모두 지하철로 20분 정도만 가면 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일단은 삼겹살 가게부터 갈 거지?”

“응! 오랜만에 배 좀 든든~하니 채워야지.”

“살찐다.”

“오우, 외식하기 전에 그 말은 금지인데......?”

질겁하는 표정을 짓는 민지아에 하린은 옅게 웃었다.

“괜찮아. 내일도 운동 열심히 하면 되지.”

“으으, 난 행복할 수가 없엉......”

지아는 절규했다.

******

[ 델리아 : 오늘 저희 치킨이랑 피자 시켜서 저녁으로 먹을 건데. 다정이랑, 유정이 언니도 집에 와서 같이 먹을래요? ]

[ 다정이 : 와! 진짜요? 좋아요!! 몇 시까지 가면 돼요? ]

[ 강수정 : 한 7시 조금 전까지만 와! 유정이 언니도 올 거죠? ]

[ 나 : 응. 나도 갈게. 고마워^^ ]

“휴우......”

카페의 휴게실에서 잠시 쉬다 단톡방에 톡을 남긴 윤유정은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본인을 포함해 진현과 깊은 관계를 맺은 다른 여성들이 속한 단톡방.

일명, 현톡방은 매일매일 활발하게 울렸다.

현톡방의 종류는 총 2개.

진현이 만들어서 진현이 속해 있는 1번 톡방이 있었고, 진현 몰래 수정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진현만 쏙 빼놓고 여자들끼리만 모인 2번 톡방이 있었다.

지금 막 메시지를 보낸 톡방은 전자.

후자는 대체로 진현이가 모르도록 그에 관한 야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그와 데이트를 하다가 그가 눈독을 들인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 쓰였다.

이제는 진현이 사귀고 있는 다른 여성들과도 상당히 많이 친해진 윤유정이지만, 최근에는 미약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카페의 일이 끝나거나, 가끔 도중에 커피를 가져다줄 때마다 그와 사랑을 나누고 있기는 했지만, 그 빈도수가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가 카페에 없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정말 꿈만 같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진현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도 잘 느껴지지만......

‘문제는......’

진현의 다른 여성들이 너무나도 뛰어나다는 데에 있었다.

델리아는 외모와 몸매가 말할 게 없이 뛰어났다. 게다가 진현을 대하는 태도 또한 정말 극진하기 그지없었다. 매순간마다 그녀의 눈빛에 사랑이 넘쳐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

수정이는 진현이 처음으로 사랑을 준 여자였고, 다정이는 최근에 만화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어 진현이 매우 예뻐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진현이 속해 있지 않은 2번 톡방에서 그가 최근에 장예화라는 다른 여자를 또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제보되었다.

그녀 또한 너무나도 예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카페에 자주 들리는 사람이라 직접 눈으로 봐서, 윤유정은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여성들에 비해 그녀 자신은 너무 부족했다.

외모와 몸매가 아주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델리아나 수정이와 비교하여), 일도 진현에게 신세를 져 이렇게 카페 매니저를 하고 있을 뿐이니......

별다르게 진현에게 매력을 어필할 부분이 없어 최근에 조금 조마조마했다.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게 뭐 있냐고 물어봤었지.’

델리아는 좀 아리송했지만, 그녀 말고 진현의 다른 여성들은 각자의 꿈이 확실했다.

수정이는 방송, 다정이는 만화, 장예화는 작곡.

처음에는 계속 이대로 그의 카페에서 일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지원을 받아서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게 오히려 그의 사랑을 받는 길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최근에는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정이가 그러했고.

진현을 보면 카페뿐 아니라 다른 사업도 늘릴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그가 이 카페에 있는 시간 또한 더욱 적어질 것이고, 자신이 받는 사랑 또한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같이 살자고도 했는데......’

아직 별다른 말이 없는 진현의 모습에 윤유정은 역시 마음이 좀 초조해짐을 느꼈다.

‘수정이나 델리아를 보면 여러 가지 플레이를 한다고 하던데......’

심지어 다정이도 그렇다고 들었다.

그런데 자신과 진현은 정말 평범하게 섹스를 즐길 뿐이었다. 물론, 다양한 체위는 매번 시도하지만......

여, 역시 자신도 진현이 색다른 매력을 느끼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유혹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릴 찰나,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응앗?”

“프흐. 뭐에요. 그 독특한 소리는.”

“아-. 아, 진현아......”

누구냐고 하며 뒤돌려던 유정은 진현의 얼굴에 목소리를 낮췄다. 그가 웃으며 유정에게 말했다.

“수고했어요. 점심 먹으러 가요 우리.”

“어, 점심? 안 시키고?”

“요즘 너무 누나랑 둘이 있는 시간이 적다고 생각돼서요. 같이 먹으러 나갔다 와요. 30분 정도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돼요.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식비 더 챙겨주면 좋아할걸요.”

“아......”

윤유정은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진현의 모습에, 지금까지 생겼던 초조함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그가 카페 일을 도와준 날이었다.

진현은 유정과 함께 나가서 먹고 온다고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말하며, 좀 늦을 수도 있으니 수고하라고 식비를 5천 원씩 더 지급해 주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얼굴이 환해지며 나가는 둘에게 인사했다.

“맛있게 먹고 와요!!”

“좋은 사라-. 읍......! 아 왜에.”

“쉿. 야.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

“으응? 그런가? 누구나 다 아는 거 아니었나.”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은 어느덧 그녀와 진현의 관계를 잘 알게 되었다. 하긴, 이토록 티를 내고 시간이 흘렀는데 모를 수가 없기는 했다.

‘나 말고도 여자가 더 있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진현과 둘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진현의 관계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좋기도 했고.

유정은 진현에게 물었다.

“근데 어디서 먹을 건데?”

“으음...... 그러게요. 오랜만에 고깃집 한번 갈래요?”

“앵. 고깃집? 냄새나지 않을까......”

“어차피 갈아입을 옷 많은데, 괜찮아요.”

진현의 말에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니 자신도 오랜만에 고기가 땅기는 느낌이었다.

“여기 고깃집 많은데 어디 갈 거야?”

“우리 처음 한 날 먹은 곳 있죠? 거기로 가요.”

“아.”

처음 한 날이라고 하니 술에 취해서 진현에게 다정이가 그렇게 좋냐고 막 뭐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다음 진현과 할 때는 맨정신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얼굴이 살짝 화끈거린다.

그래도 진현과 이렇게 팔짱을 끼고 걸으니 좋다.

‘그래. 계속 이렇게 지내도 진현은......’

자신을 끝까지 사랑해준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안도하려는 찰나.

“와아~ 여기 꽤 괜찮은데? 맛있어. 먹어봐, 먹어봐. 이거 다 익었다.”

“그래?”

어느덧 고깃집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던 진현의 눈길이 옆 테이블에 있는 예쁜 여성 둘에게 흘끗 향하는 걸 보고, 역시 안도할 수 없다는 것을 유정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윤유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현을 바라보았다.

“진현아아?”

“어, 누나 왜요?”

“치...... 아무것도 아냐아.”

“아, 또 뭐에 삐졌어요. 이거 먹고 풀어요. 자, 아아.”

“아......”

오물오물.

윤유정은 진현이 싸준 쌈을 맛있게 씹어먹었다. 또 조금 삐졌다가 이렇게 그가 싸준 쌈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참 바보가 된 기분이다.

“진현아.”

“네?”

“하나 더 싸주라.”

“프흐, 알았어요.”

윤유정은 미소지었다.

어쨌든 고기는 맛있었다.

******

“왜? 저 테이블에 뭐 있어?”

“아니, 그냥.”

민지아는 옆쪽 테이블을 흘끔거리는 주하린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하린의 모습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꽤 신기한 광경이었다.

‘뭐가 있나?’

싶어서 그녀도 옆 테이블을 봤는데, 그냥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 커플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기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의 외모가 상당하긴 했다.

민지아는 히죽 웃었다.

“뭐야~. 천하의 하린도 잘생긴 남자한테는 눈이 가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커플 염장질을 옆에서 보니까 심기가 불편해?”

“그럴 리가.”

“아니면 부러워?”

“그것도 아냐.”

“으으...... 야. 반응이라도 좀 해라......”

목석과 대화하는 느낌에 민지아가 입술을 비죽일 찰나에도, 주하린은 한번 더 옆 테이블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좀 닮았네.’

어릴 적 은주와 같이 놀았던 소꿉친구인 남자애.

지금은 비록 연락이 끊겼지만, 그때 당시 상당히 수동적이었던 그녀는 그에게 이끌려 많이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아마도 첫사랑.

은주와 함께 셋이서 자주 놀았는데, 그때 그녀와 묘한 신경전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 당시의 그와 비교하자니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한데, 얼굴에서 묘한 향수가 느껴졌다.

평소에도 어릴 적 셋이 놀았던 사진을 자주 봤기 때문일까.

‘으음.’

하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닮았는데.

알쏭달쏭한 느낌에 헷갈릴 찰나, 그녀의 앞으로 시원한 국물을 가진 냉면이 배달되었다.

“아.”

냉면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 지아는 비냉파였고, 자신은 물냉파였다.

주하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

그녀는 일단 옆 테이블 남자의 모습을 머릿속에 저장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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