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https://t.me/LinkMoa
“학, 하악, 하악, 프학......”
“수고했어. 자.”
매트가 펴져 있는 바닥에 대짜로 누워 숨을 몰아쉬고 있자, 주하린이 시원한 물을 받아 가져다주었다.
“후아, 고마, 움, 꿀꺽, 꿀꺽......”
“아, 그렇다고 물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적당히.”
“프하, 응.”
민지아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주하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입술을 떼었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운동하고 나면 역시 개운하기는 하다.
흘끗 주하린을 쳐다보자 그녀 또한 땀을 흘리긴 했는지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지만, 숨이 흐트러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주하린의 몸은 탄탄하기 그지없었다.
살짝 감탄하면서 그녀의 몸을 바라보자, 주하린의 얼굴이 미약하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매우 작은 변화였지만, 중학교 때부터 그녀와 같이 지내온 민지아는 그 변화를 캐치해낼 수 있었다.
“왜?”
“으응, 아무것도.”
민지아는 가만히 숨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하린아.”
“응.”
“우리 모레 놀러 갈까?”
“놀러?”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말하는 하린의 모습에 민지아가 말했다.
“너도 좀 쉬어야지. 맨날 공부에 운동만 하면 넘 노잼이잖아.”
하린의 표정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가 사라졌다.
“어차피 이것도 올해로 끝나. 졸업하면 내년부터는 내 마음대로 하기로 했어.”
“오올~ 드디어 엘리트가 집 나가는 거야? 그래도 여기 시설 엄청 좋은데, 아쉽긴 하다.”
“갇혀서 공부랑 운동만 하는 것보다는 나가는 게 더 좋지.”
“뭐, 그건 그래.”
민지아는 또 물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하린에게 말했다.
“히히. 정 갈대 없으면 내가 받아줄까?”
베시시 웃으며 말하는 민지아. 하린은 피식 웃었다.
“됐어.”
“그럼 어디 갈 건데? 애초에 너 나가면 앞으로 뭐 할지는 정했어?”
“당연히 정했지.”
“뭔데?”
“비밀.”
“아. 뭐, 다 비밀이야아.”
입술을 비죽이는 지아에게 하린이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혹시 나 잠잘 곳도 없을까 봐?”
“아니 그냥, 생각해 보면 너도 방송하면 흥하겠다 싶어서. 나랑 합방도 하고, 미튜브도 하고 하면 우리 다 같이 떡상하는거지. 으흐흐.”
“으으. 내가 방송은 무슨.”
“야, 꼭 생방이 아니라도 괜찮아. 너 섹시하게 입고 운동하는 모습만 찍어도 미튜브에 영상 올리면 조회수 100만 그냥 뚝딱이라니까? 통장에 돈이 뙇! 얼굴에 미소도 뙇뙇!”
다소 과장되게 말하기는 했지만, 민지아의 생각은 진심이었다.
주하린은 민지아의 말투에 피식 웃기는 했지만,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안 할 거야.”
“아니이,...... 그럼 뭐 할 건데?”
“비밀이라니까.”
“어휴. 물어본 내 잘못이지. 그래도 게임 같은 건 할거지?”
“응. 뭐, 가끔. 네가 알려준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하린의 모습에 지아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맞아. 내가 안 알려주면 누가 너한테 알려주겠어~.”
“어째 말투가 좀 이상하다?”
“너 나밖에 친구 없는 거 맞잖아.”
정곡을 찌르는 지아의 말에 하린의 몸이 살짝 움찔했지만, 그녀는 부정했다.
“아니거든. 나 친구 있어.”
“오, 누군데?”
“졸업하면 만나기로 했어. 걔도 해외에 있거든.”
“아~ 그 초등학교 때 소꿉친구라는 애?”
“응.”
고개를 끄덕이는 하린의 모습에 민지아가 물었다.
“그럼 친한 애는, 걔 한 명뿐?”
“아니...... 음......”
하린은 입을 달싹이다가 말을 이었다.
“원래 한 명 더 있었는데, 연락이 끊겼어.”
“누구? 설마 그 한 명도 초등학생 때 같이 놀았던 애는 아니겠지?”
“맞아.”
“야, 그럼 기억도 안 나겠다.”
“뭐...... 걔는 날 까먹었을지도 모르는데.”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 하린.
지금도 그녀는 얼굴에는 감정이 잘 드러나 있지는 않았다. 다만, 지아가 귀신같이 잘 캐치해냈을 뿐.
민지아는 웃으며 말했다.
“뭘, 이 언니가 친구 100명보다 더 든든하게 챙겨줄게.”
“언니는 무슨, 동생이겠지.”
“내가 동생이라고?”
“당연하지.”
팔짱을 끼며 말하는 하린에 민지아는 다시 애교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럼~, 이 동생 부탁 좀 들어줘.”
“무슨 부탁?”
“모레 놀러 가자!”
아까 전과 동일한 지아의 말에 하린은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어디로 가고 싶은데? 나 늦게는 못 돌아다니는 거 알잖아.”
“멀리 말고~, 그냥 여기 한번 들러보자고!”
민지아는 휴대폰을 조작해 오늘 아침에 본 미튜브 영상 2개를 하린에게 보여주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어 보이는 삼겹살집의 영상과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카페, 카페 델리아의 영상.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가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2개나 있었다. 영상을 본 하린은 그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히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도 맛있는 음식에 환장하는 건 하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시 헛기침을 하며 욕망을 떨쳐낸 하린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지아를 바라보았다.
“근데 너 살 뺀다며.”
“아이, 하루 정도는 먹어도 되거든?”
“오늘도 치킨 먹었다고 하지 않았어? 방송 먹방도 아닌데.”
“아, 그건......”
할 말을 잃은 지아의 모습에 하린이 슬며시 휴대폰을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알았어. 대신 내일도 운동 2시간.”
“아.”
하린의 말에 민지아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
“흐으음......”
탁, 탁, 탁.
금요일.
예화와 처음 섹스를 한 지도 어느덧 4일이 지났다.
카페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책상을 두드리던 나는 심심함에 몸을 떨었다.
아~.
할 게 없다.
심심하다.
주식으로 돈을 불리는 작업도 처음에는 수익률이 늘어나는 느낌에 너무 즐거웠는데, 행운추적자 안경을 따라 클릭만 계속하다 보니까 이제는 조금 지겹기도 했다.
물론, 돈을 버는 건 언제나 즐겁지만.
통장 잔고가 너무 두둑하다 못해 넘쳐서 그런지. 오전부터 주식 작업만 하는 건 좀 너무 단조로웠다.
어제는 대낮부터 예화의 집에 쳐들어가 같이 떡을 치면서 놀았는데......
[ 나 : 지금 놀러 가도 돼요? ]
[ 장예화 : 아, 저 오늘은 집에 없어요. ㅠㅠ 부모님 댁에 가서 자고 와서...... 내일 점심쯤에 오는데, 내일 저녁에 오실래요......? ]
10분 전에 예화와 나눈 톡.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 현 상태
- [ 호감도 : 86 ]
- [ 신뢰도 : 54 ]
- [ 연분도 : 46 ]
- [ 성욕 : 32 ] [ 식욕 : 34 ] [ 피로 : 22 ]
예화의 공략은 순조로웠다.
이대로 매일매일 사랑을 속삭여주며 떡을 치면 호감도 100을 찍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당연하게도 마무리는 수정이와의 3P를 하기 위해 수정이와 미리 이야기를 나눠놨지만, 그건 호감도가 90대 후반이 될 때 실행할 예정이었다.
그전에는 예화와 최대한 친해지기 위해서 딱 붙어있을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오늘 예화가 부모님 댁에 들리는 날인 모양.
수정이는 방송. 유정이 누나는 카페를 열심히 짊어지고 있고, 다정이는 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델리아와는 1시간 전에 이미 물고 빨고 다 하고 와서 다시 가기가 좀 그랬다. 게다가 최근에 그녀는 뭐 식물 디자인에 꽂혔는지 열심히 식물들을 다듬으며 만지작거리는 중이라 집중을 방해하기가 그랬다.
“카페 일이나 좀 도와줄까.”
가끔 카페 일을 내가 도와주며 아르바이트생들이 조금 숨 돌릴 시간을 마련해 주면 그녀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너무 또 가만히만 있으니 몸이 쑤신다.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