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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187화 (187/303)

〈 187화 〉# htt‍ps:/‍/t.me/‍Link‍Moa

“우으음......”

상쾌한 아침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눈을 뜬 예화는, 흐릿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본 뒤 다시 눈을 감았다.

더 자기 위해서는 아니고, 잠시 잠의 여운을 덜기 위함.

침대의 편안함을 즐기며 몇십 초 동안 시간을 보낸 예화는 미약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슬슬 때가 됐음을 인지했다.

“끄흐응......”

기지개를 쭈욱, 하고 켰다.

아, 좋아.

시원하고도 개운한 느낌이 온몸에 찾아든다.

미소를 지은 예화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렇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건 나름대로 오랜만이었다. 가장 최근이 아마 진현이 준 디퓨저를 옆에 놓고 잘 때였나.

그런데, 오늘은 그때보다도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았다.

부스럭.

슬슬 아침을 먹고 나가서 작업하자. 그렇게 생각한 예화는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문득 배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묵직.

그것도 뭔가 커다란 느낌이었다.

“응?”

이불을 걷어 그 정체를 확인하자 예화는 웬 사람의 손이 자신의 배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옆.

예화와 같은 침대 위에서 진현이 벌거벗은 채 그녀의 배에 손을 올리고 자고 있었다.

“......!”

뒤늦게 주변의 환경이 눈에 들어오고, 순간적으로 놀라 입이 크게 벌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할 찰나.

“아.”

탄식과 함께 지난밤에 벌어졌던 기억들이 예화의 머릿속에 전부 떠올랐다.

[ 지, 진현씨 옷도 젖었는데...... 집에 들어와서 좀 말리고 가실래요? ]

진현을 집에 초대한 일.

같이 영화를 보고 라볶이를 먹은 일.

그와 진득하게 키스를 나눈 일.

그리고......!

화끈.

세상에나.

마지막으로 그에게 안겨서 미칠 듯이 쾌락에 허덕였던 자신의 모습까지 떠올린 예화는 얼굴이 마치 용광로처럼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안겼던 기억이 완벽하게 떠올랐다.

미친 듯이 그에게 깔리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고, 그의 정액 입으로 받아먹고 질내사정까지 당한 기억.

천진현.

결국 자신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수정이의 남자친구와 같이 자버린 것이다.

“으......”

예화는 아랫배를 살살 만졌다.

비록 위험한 날이 아니기는 해도, 아랫배에는 무언가가 차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가 어제 안에 싼 정액이겠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임신의 가능성이 0은 아니었다. 절대 질내사정을 허락하면 안 됐지만, 너무나도 커다란 쾌락에 감히 그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어제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자기 생각밖에 할 수 없게 해준다더니. 정말로 그와의 섹스 말고 다른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쾌감.

좋은 영감이 떠올라 원하는 곡을 만들었을 때보다도 더욱 큰 쾌감이었다.

그, 그 때문에 오줌도 지렸는데......

“아!”

이불......!

뒤늦게 정사의 흔적을 걱정한 예화는 서둘러 방을 둘러보았다.

어라.

그런데, 분명 피에 정액에 오줌에 더러워야 할 방인데. 그러한 흔적은 하나도 없이 방안은 아주 말끔했다. 이불도 새 이불이었다.

예화의 관심은 이번에는 그녀 자신에게 향했다.

그녀의 몸 또한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있어야 했는데 깨끗했다. 예화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서, 설마 씻겨준 건가? 진현이?

아우우.

이미 할 짓 다 하기는 했지만, 그가 기절한 자신을 씻겨주었다고 하니 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어쨌든 일단 지금은 얼른 일어나기부터 하자.

예화는 조심스럽게 진현의 팔을 자신의 배에서 치웠다.

“으음......”

“흣......”

그런데, 계획은 처음부터 막혔다.

그의 팔을 치우려고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서 옆에다가 놓는데, 그럴 때마다 그의 팔이 자꾸 귀신같이 다시 나타나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벗어나려고 노력했는데도 안 됐다.

“으움, 가지마......”

심지어 중간에 이런 소리까지 한다.

드디어 예화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진현 씨...... 솔직히 말해요. 지금 깨어 있죠.”

드르렁, 쿠울.

예화가 묻자마자 갑자기 어설프게 코 고는 소리를 낸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예화는 웃음이 나오는 걸 느꼈다.

예화는 진현의 볼을 콕, 찔렀다.

“이씨, 이제 안 속거든요.”

의외로 부드러운 그의 볼 감촉에 놀랄 찰나, 그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뭐야...... 속으면 키스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이번에는 제 몸 가지고 안 노네요?”

“......”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진현의 모습에 예화는 마치 그와 연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뭐라고 말할 찰나, 그의 인사가 먼저 날아들었다.

“농담이에요. 아무튼, 잘 잤어요?”

진현은 예화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항상 혼자 일어나는 그녀였다.

그런데, 옆에 진현이 이렇게 얼굴을 만지며 말을 거니까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예화는 괜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자, 잘 잤어요......”

“어제는 너무 격렬하게 해서 미안해요. 내가 일단 흔적을 좀 치우기는 했는데, 너무 밤이라 밑에 층 시끄러울까 빨래는 못 돌렸어요.”

“빨래요?”

“네, 어제 쓴 이불이요. 일단은 세탁기에 넣어 놨고, 물티슈 사용한 건 베란다 쓰레기봉투에 버려놨어요.”

“아......”

진현의 말에 예화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방이 깔끔했구나.

정사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방에 예화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진현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잘 줄 알았는데.

빤히 진현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아, 아니. 설마 치우실 줄은 몰라서......”

“내가 어제 책임진다고 했잖아요. 이런 것도 다 포함이야. 앞으로 후회 안하게 많이 신경 써서 잘해줄게요. 응? 예화 씨 나 좋아한다며.”

“앗......”

히죽 웃으며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그의 행동에 예화는 뒤늦게 그에게 사랑 고백까지 다 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 사랑해, 사랑, 하앙! ]

[ 계속 들이, 학! 들이대요. ]

어떡해 진짜......!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 있을 때,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쪽, 하고 입맞춤을 한 진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덜렁덜렁.

그도 벌거벗은 상태라서 그런지 커다란 성기가 덜렁거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저, 저런 게 내 안에......

아랫배가 살짝 욱신거리며 찌릿찌릿함이 느껴질 찰나 그가 옷을 입으며 말했다.

“예화 씨랑 더 이야기하고 싶기는 한데, 저는 출근 해 봐야 해서 이만 가볼게요. 예화 씨 식단 관리한다고 하니까, 식탁에 샐러드 배달시켜서 차려놨어요. 아침 맛있게 드시고, 선물도 같이 놔뒀으니 이따가 열어보고.”

“선물이요?”

예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데, 진현은 직접 뜯어보라는 말과 함께 방에서 사라졌다.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예화는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아, 진짜......”

그녀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에게 한번 안겼다고 이렇게 그냥 반해버린 건가?

왜 이리 간질간질하고 좋은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어제 초대할 때도 그에게 분명 호감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지금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킁킁......”

침대에 다시 누운 예화는 문득 진현이 있던 자리의 냄새를 맡았다.

그의 살내음이 크게 배어있었다.

이래서 오늘 그렇게 상쾌했구나.

몇 번 더 냄새를 맡은 예화는 방에서 나와 식탁으로 향했다.

그는 정말로 나갔는지 없었고, 테이블 위에는 꽤 비싸 보이는 샐러드 박스와 함께 작은 상자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예화는 일단 상자부터 뜯어보았다.

“아......”

상자 안에는 디퓨저가 들어있었다.

저번에 받은 것과 동일한 식물 모형의 디퓨저였다.

순간 반지가 아닐까 김칫국을 크게 들이켰던 예화는 얼굴이 또 새빨개졌다.

아니, 애초에 방금 자고 일어났는데 대뜸 반지가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괜히 '나랑 결혼해라'하고 자신에게 박으며 속삭였던 그의 말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예화는 머리를 붕붕 돌려서 잡생각을 털었다. 정신 차리라며 자기 자신에게 일침까지 가했다.

아니, 정확히는 가하려다가 멈칫했다.

‘정신, 안 차려도 되지 않을까......’

예화는 어젯밤 느꼈던 쾌감을 다시 상상했다.

진현과의 잠자리.

좋아도 너무 좋았다. 세상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릴 정도의 쾌감을 다시 상기하던 예화는 문득 수정이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아, 아니 그런데 으으, 그런데 수정이는 어떡하지.’

진짜로 어떡하지.

생각해 보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불과 어제 만난 다정이도 그랬다.

그는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기는 하지만, 그건 그의 입장이고. 자신과 수정이 그리고 다정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가 늘어나는 걸 좋아할 여자는 없었다.

파국이었다.

예화는 문득 최악의 미래를 상상했다.

[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 진짜 실망이에요. ]

수정이한테 진현과의 관계를 들켜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그녀에게 뺨을 맞는 장면과 다정이가 정말 실망이라며 고개를 휙 돌리는 장면.

소중한 친구와 팬인 만화가와의 관계가 박살이 나는, 그런 장면이 예화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으......”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현이 준 신비한 식물 모형 디퓨저의 포장을 완전히 푼 예화는 그를 들고 코에 가져다 댈 수밖에 없었다.

스읍, 하아.

숨을 크게 들이쉬니 진현의 향기가 머릿속에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예화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근데 뭔가 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문득 드는 찝찝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할 찰나, 예화는 아! 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리뷰를 까먹었어.’

어제 피자와 치킨을 시켰는데, 리뷰 이벤트에 참여해 떡볶이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고 진현이 말했다.

예화는 곧바로 휴대폰을 켜서 알림을 확인했다.

역시나, 배달의 만족에서 온 팝업이 보였다.

[ ‘미친맛의 피자’에서 받아보신 음식을 드셨다면 리뷰를...... ]

리뷰를 쓰기로 했으면 써야지.

예화는 팝업을 클릭해 곧바로 앱을 실행했다.

그리고 ‘리뷰 작성하기’ 버튼을 눌렀다.

[ YeHwa : 하와이안은 쵸큼^^...... ]

별점 1점을 준 뒤에야 예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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