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https://t.me/LinkMoa
‘오, 역시나.’
예화의 성감대 정보는 그야말로 군침이 절로 넘어가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박.
언제 봐도 굉장한 성감대다.
처음 스킬을 사용해 예화를 봤을 때는 어찌나 놀랐는지.
겉면에 비추는 도도함. 예화의 성감대 정보는 그 도도함의 속에 감춰져 있는 그녀의 속살이, 굉장히 야릇하다는 걸 잘 말해주고 있었다.
달콤한 키스를 위한 입술과 혀. 전희를 위한 귓불과 유두. 거기에 섹스를 위한 자궁 입구부터 애널 플레이를 위한 항문과 엉덩이까지!
고루 분포한 성감대를 봤을 때, 어쩌면 예화는 섹스를 위해 태어난 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예쁜 얼굴과 잘 빠진 몸매를 가졌는데, 야하기까지 하다니......!
정말로 내 전용으로 만들어서, 평생 나만 바라보면서 살게 해야지.
수정이랑 3P를 할 날도 기대되었다.
‘근데 애널 섹스는 오늘 못 하겠지?’
다른 게 아니라 어떻게 떡각을 만들어서 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항문 섹스는 좀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나는 아직 애널 섹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
수정이나 유정이 누나, 다정이한테 각자 한 번 정도는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정말로 해야 돼?’라는 표정을 지어서 그냥저냥 넘어갔던 적이 있다.
내가 조금 강하게 부탁하면 그야 해주긴 하겠지만...... 굳이 그녀들이 약간 꺼림칙 해하는 걸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아, 델리아는 하자고 하면 바로 해줬을 것 같긴 하네.’
델리아와는 너무 수유대딸 플레이에 빠져서 애널을 부탁한 적도 없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보지와 입으로만 즐기고 있었는데, 요즘 예화의 성감대를 보고 있자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구멍이 있으면 다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참에 예화의 공략을 마치고 항문까지 개발해서, 예화가 애널 섹스를 즐긴다는 것을 빌미로 다른 여자들의 엉덩이도 전부 맛볼 생각이다.
어쩌면 수정이한테는 예화가 내 애널 아다를 가져갔다는 것에 대한 질투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흐흫.
좋아좋아.
“진현씨?”
“아? 네.”
예화의 성감대를 확인하며 속으로 웃음 지을 찰나, 옆에서 예화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멍하니 계셔서. 배달 다 시키셨어요?”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예화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네, 시켰어요. 한, 40분 안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내 휴대폰으로 주문하려고 앱을 켰었는데, 예화는 자신이 결제하겠다며 역으로 그녀의 휴대폰에서 앱을 켜 내게 건네주었다.
손님이기도 하고, 저번에 비싼 바이올린을 주기도 해서 그런가. 이런 건 다 사려고 하는 것 같다.
휴대폰을 받은 예화는 40분이라는 단어를 곱씹더니 리모컨을 잡았다.
“40분...... 으음. 아. TV라도 보실래요? 영화도 있는데.”
“영화요? 저야 좋죠.”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
“저는 으음.”
여기서 굳이 막 로맨스 영화 같은 걸 고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냥 적당히 분위기나 좀 자연스럽게 할 겸.
“일상 코미디 영화는 어때요?”
내 말에 예화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도 일상 코미디 좋아해요. 그럼......”
예화는 리모컨을 조작해 인기 영화 목록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중에 적당해 보이는 영화를 골랐다.
커다란 스크린의 TV에서 영화가 흘러나왔다.
[ 마, 너 내 몇 살인지 아나? ]
[ 네 몇 살인데? ]
영화가 흘러감에 따라 나와 예화 사이의 분위기도 꽤 자연스러워졌다. 애초에 둘이서 같이 놀이공원도 다녀왔고, 데이트도 해 봤으니.
예화의 집이라는 환경을 제외하면 크게 어색할 이유는 없었다.
“아! 저거 아깝다. 그죠?”
“으, 그러게요. 불쌍하다.”
장면이 나올 때마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그리고 영화가 딱 중반쯤 왔을 때, 음식이 왔는지 벨이 울렸다.
띠로롱~
띠로롱~
예화가 몸을 일으켰다,
“아, 왔나 보네요. 진현씨는 계속 보고 계세요.”
“혼자서 들 수 있어요?”
“무슨...... 당연하죠!”
“흫. 그럼 잠깐 일시 정지하고 있을게요.”
나는 영화를 멈췄고, 예화는 현관을 나가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왔다.
호언장담한 것 치고는 꽤 버거워 보였다.
피자 박스와 치킨 박스, 그 위에 떡볶이에 1.25L짜리 콜라까지 있으니. 나는 바로 가서 박스 전체를 들어주었다.
“봐요. 혼자 들기 힘들다니깐.”
“아, 고마워요.”
콜라만 들게 된 예화는 배달온 음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런데 진현씨 이거......”
“왜요?”
“이 떡볶이는 뭐에요? 저희 피자랑 치킨만 시키지 않았나?”
“아. 이거 리뷰 남긴다고 약속하니까 서비스로 준다고 돼 있었어요.”
“아아~. 아, 그건 이쪽에 놔주세요.”
예화는 곧바로 테이블을 세팅했다.
식탁보를 깔고 개인 접시와 포크를 나르는데, 폼이 심상치 않았다. 보아하니 혼자 밥을 먹을 때도 매번 세팅해서 먹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자취할 때 설거지 줄이려고 그냥 대충 막 먹고, 쓰레기는 구석에 처박아 뒀는데.
“이제 열게요.”
“네.”
세팅을 마치고 나서 떡볶이, 치킨 박스를 차례대로 열었다.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바싹 고소한 치킨의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확 올라온다.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마지막으로 피자 박스까지 여는데......
“......어?”
내용물을 본 우리 둘은 그대로 굳었다.
예화 또한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진현씨 저희 분명 그으,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 주문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그런데 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화는 영수증을 확인했다.
분명 영수증에도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 L’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상자 안 피자에는 파인애플이 가득했다.
******
- 자글자글
“다 됐어요.”
“이야, 맛있겠다. 예화씨 요리도 잘하네요.”
“이, 이걸로 요리는 무슨. 얼른 가서 먹어요.”
라면 대신에 피자, 치킨, 떡볶이를 시킨 것인데,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가 하와이안 피자로 잘못 배달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예화는 주방에 섰다.
가게에 전화하니 죄송하다며 다시 바꿔주겠다고는 했지만, 자그마치 1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예화는 그냥 괜찮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피자를 먹을 수 없게 되어서 그런가, 예화는 양이 적은 서비스 떡볶이에 라면을 추가해 2인분짜리 라볶이로 변경시켜 주었다.
우리는 치킨에 라볶이로 저녁으로 먹었다.
면을 호로록 흡입하고 씹은 나는 과장스럽게 말했다. 아니 과장이 아닌가.
“와, 라볶이 진짜 맛있다.”
“아, 그만 해요......! 무슨, 라면밖에 넣은 게 없는데.”
“계란이랑 치즈, 야채도 넣었잖아요.”
“......”
“왜 그렇게 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볶이는 정말로 맛있었다.
예화는 나를 흘겨보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꽤 좋아 보였다.
코미디 영화를 배경음악 삼아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으니 시간은 잘 갔다.
둘이서 치킨과 라볶이를 다 비울 수 있었다.
당연히 하와이안 피자는 예외.
‘이건 아니지.’
아무리 먹성이 좋은 나라도, 딱 한 조각만 맛보듯 먹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근데 왜 나만 먹는 기분이지?
“예화씨는 왜 이렇게 조금 드세요.”
“아, 저는 식단관리 해야 돼서......”
“식단이요?”
“네, 원래 아침이랑 저녁에는 채소랑 해서 정해둔 것만 먹는데, 소식이라도 하려고요.”
관리하는구나. 어쩐지 몸매가 엄청 좋다 했다.
수정이나, 다정이, 유정이 누나의 뱃살을 만지면 부들부들한 살집이 살짝 잡히는데, 예화는 아주 조금밖에 안 잡힐 것 같았다.
“에이, 하루쯤은 괜찮잖아요. 그리고 예화씨는 식단관리 한다고 해놓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줬다는 건 그럼 저만 먹고 돼지 되라는 뜻?”
“아흫, 그런 건 아니고......”
분위기는 계속해서 즐거웠다. 아이스크림까지 적당히 비운 나는 예화에게 물었다.
“저 화장실 좀 써도 돼요?”
“아, 네. 저기 있어요.”
“고마워요.”
흐흠, 흐흠.
화장실 안에 들어온 나는 곧바로 나만의 아공간 주머니 스킬을 발동했다.
허공에 포탈이 생기고, 그 안에서 양치 도구를 꺼내 이를 빡빡 말끔하게 닦았다.
이대로 그냥 나가기는 그러니 치약 향을 지워주는 블랙룸의 자판기에서 뽑은 아이템을 사용하기까지.
음, 좋아.
키스하는 데 치킨이나 떡볶이 냄새가 나면 안 되지.
밖으로 나오니 예화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정말 잘 먹었어요. 라볶이도 맛있었고. 어, 치우는 거 도와드릴게요.”
“아, 괜찮은데.”
“에이, 그러지 말고요. 그냥 나르기만 할게요.”
나는 괜찮다고 하는 예화를 제치고 테이블 정리를 도와주었다. 둘이서 하니 순식간에 치워 식탁은 곧바로 깨끗해졌다.
“다 치웠네요.”
“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정적.
이제 저녁까지 다 먹었으니, 마른 옷을 받아서 나가는 것만 남았다.
잠시의 침묵 속에서 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저......”
그때, 예화가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진현씨.”
“네.”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저......한테 바이올린...... 왜 준거에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예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눈동자를 보니 묘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왜 준 거라뇨. 저는 어차피 바이올린 잘 켜지도 못하고, 예화씨가 쓰는 편이 훨씬 좋을 테니까요.”
사실 켤 줄은 안다.
애초에 초등학교 때 은주나 하린이가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게 나를 따라서 들어온 거니까.
뭐, 결국에는 내가 제일 먼저 그만두었지만...... 그때의 감각이 아직 손에 좀 남아있기는 했다.
“아니 그래도...... 팔기만 해도 돈 많이 받을 텐데요. 그리고 진현씨 그, 진수아 덕후니까, 소장만 해도 좋을 테고......”
“흫, 아니 그 진수아 덕후는 좀 버려요. 진짜 찍었다니깐.”
“어, 어쨌든요.”
예화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역으로 물었다.
“예화씨. 그럼 예화씨는 오늘 저 왜 초대했어요?”
“네? 그게...... 그대로 가면 감기 걸리실까 봐.”
“정말 그것뿐이에요? 별로 많이 젖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로 보통 집에 초대 안 하잖아요.”
“그건...... 어, 지, 진현씨?”
나는 성큼성큼 예화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