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https://t.me/LinkMoa
쏴아아아-
투두둑, 투두둑.
소나기가 내리는 밤의 분위기는 자칫 우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화가 건넨 말 한마디가 그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우울한 축축함이 아니라 두근거리는 끈적함.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란 척 물었다.
“집이면...... 예화씨 집에서요?”
“네......”
예화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약하게 달아올라 있는 양 뺨이 앙증맞게 귀여웠다.
빠르게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예화는 말을 이었다.
“시, 싫으면 마시고요. 뭐, 그대로 가면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 말해본 건데......”
남자를 초대한다는 게 부끄러운지 예화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꼬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설마 싫을 리가요. 워낙 의외라서 그랬죠.”
예화 옆쪽에 서서 우산을 탈탈 털고 접었다.
예화는 나를 힐끔 보더니, 몸을 돌려 빌라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 그럼 따라와요......”
나는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쫙 빠진 예화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눈에 담긴다. 예술이 따로없다.
오우야.
‘냄새가 난다 냄새가.’
라면의 냄새가......!
남자라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이벤트를 참조해 어떻게 각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아무래도 잘 된 것 같았다.
『 오빠! 잘 됐어요? 』
터벅터벅.
마음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올라가자, 문득 다정이한테서 사랑의 메신저가 날아왔다.
『 아, 굿. 다정아. 잘 됐어. 땡큐땡큐~. 』
나는 곧바로 다정이에게 답했다.
예화의 휴대폰이 타이밍 좋게 울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톡의 내용을 일일이 다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나를 언급하면서 예화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톡을 보내 달라고 다정이한테 부탁했었다.
다정이는 아주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 아휴우. 진짜 오빠아...... 』
『 음? 』
『 오빠는 정말로 저처럼 착한 여자 만난 거에 감사해야 해요! 으흫. 』
스스로 말하면서 부끄러웠는지 다정이는 요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 인정인정. 우리 다정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해~. 』
『 흐음...... 말로만요? 』
『 ......오케이. 약속은 지켜야지. 다정양에게 1일 사용권을 부여합니다. 』
내 말에 다정이는 꺄르르 웃었다.
『 히힣. 감사하옵니다~. 잘 쓸게욧! 』
사랑의 메신저는 머릿속의 생각을 그대로 메신저로 보내는 특성이기 때문에 다정이의 신나 하는 말투나 억양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었다.
『 너 이상한 거 하면 안 된다? 』
『 아힣, 당연하죠! 오빠 저 못 믿어요? 』
오빠 믿지를 역으로 사용하는 다정이. 나는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 당연히 믿지~. 』
『 그쵸오? 』
애초에 오늘 예화와 같이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 예화까지 내 여자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다정이는 별로 화내지도 않고 들어주었다.
다정이한테는 너도 예화랑 친해지면 좋지 않겠냐면서 꼬득여 나를 도와주도록 했는데, 도와주는 대가로 내게 ‘오빠 1일 사용권’이라는 이상한 권리를 요구했다.
그런 거 없어도 원하는 건 다 들어줄 텐데, 언제 뭘 하려고 하는 걸까.
『 암튼, 다정아. 그럼 나 이제 슬슬 끊는다? 』
『 알았어요! 그으...... 흠. 예화 언니랑 잘 해봐요. 이 바람둥이 오빠야! 』
뚝.
다정이는 마지막에는 삐진 목소리로 메신저를 끊었다.
‘귀엽네.’
어차피 내일 키스만 몇 번 해줘도 바로 내 품에서 녹아내릴 걸 알기에, 나는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터벅터벅.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어느덧 빌라의 4층까지 도착해 있었다.
예화는 몇 층에 사는 거지.
내가 물었다.
“매일 이렇게 올라가면 운동 되겠는데요.”
“흣. 근데 아직 두 층 더 올라가야 해요.”
“6층에 살아요?”
“네.”
예화의 집은 빌라의 601호였다.
세입자들이 지내고 있는 1층에서 5층까지는 각층 마다 2호실까지 있었는데, 6층은 전체가 예화의 플로어인 듯했다.
예화는 현관문 앞에 섰고,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예화가 고개를 갸웃하는 게 느껴졌다.
“안 볼게요.”
“풋. 지문 인식이에요.”
삐빅.
철컥.
하기야 돈도 많은데, 도어락도 좋은 걸 쓰겠지.
마침내 문이 열리고, 깔끔하게 생긴 내부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오.....’
그러고 보니 예화의 집은 어떤 식으로 꾸며져 있을지 좀 궁금했는데.
히로인으로 등록된 여자 중에서 아직 예화의 집만 가보지 못했었다. 수정이랑 델리아는 같이 살고 있고,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네 집은 방문한 적이 있으니까.
“......들어와요.”
“실례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빌라였는데, 내부 또한 상당히 넓고 쾌적해 보였다.
방도 세 개나 있네.
수정이한테 예화는 건물 2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정도 빌라면......
‘나보다 돈 많겠는데?’
물론, 나야 작정하고 벌면 더 벌 수 있겠지만, 예화의 재력은 생각보다 더 높아 보였다.
“어? 이건 뭐예요?”
“아, 그건......”
예화의 집은 전체적으로 밝은 베이지색 톤으로 꾸며져 있었다.
중간중간 장식품이나 아기자기한 인형들도 있는 게 살짝 의외였는데, 대부분 부모님이 여행 갔다가 사서 온 기념품이라고 한다.
예화는 나를 거실로 안내했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진현씨. 그, 옷 주세요.”
“옷이요?”
“네. 겉옷이요. 말려줄게요.”
“아.”
나는 겉옷을 벗어 예화에게 넘겼다. 예화는 내 옷을 받아서 쫙 피더니 곧바로 옷걸이에 걸어 스타일러에 돌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았고, 예화 또한 조심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침묵.
“......”
“......”
막상 초대해 놓고 예화는 조용했다.
뭐라고 말을 걸지 약간 눈치를 보는 듯했다. 예화는 나를 힐끗거리며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흠흠, 하고 입을 열었다.
“진현씨는 저녁 드셨어요?”
“아니요. 아직.”
“아, 그럼...... 저. 라면이라도 끓여드릴까요?”
너무 정석적인 멘트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나는 예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배달이라도 시켜서 먹어요. 예화씨는 저녁 드셨어요?”
“저도 아직...... 배달이요?”
“네, 음~ 치킨이라던가?”
내가 말하자 예화가 살짝 고민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좀 오래 걸릴 텐데.”
“흫. 꼭 옷이 마르면 바로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같이 좀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려고 초대한 거 아니에요?”
“조, 좋아요.”
예화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곧장 배달앱을 켰다.
“평소에 자주 시켜 먹는 치킨집이라든가 있어요?”
“으음. 그런 곳은 딱히 없어요.”
“아, 혹시 치킨 싫어해요?”
“으응. 그건 아닌데, 배달은 도시락을 주로 먹어서.”
“그럼 제가 평소에 시키던 곳으로 시킬게요. 불평하면 안 돼요?”
“네.”
나는 예화와 이야기를 나누며 치킨과 피자가 같이 오는 적절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어떤 피자나 치킨을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그럴 때마다 예화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며 번들거리는 입술이며 눈에 띄어서 미칠 것 같았다.
‘아.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예화 공략을 선택하면서 얻은 스킬들.
몸에 좋은 정액, 성감대 공략, 보이지 않는 손 등등......
사실 죄다 그냥 섹스를 해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들이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은 거의 전투용 스킬인데 왜 있는지 참.
‘예화 성감대나 한 번 더 확인해 볼까?’
나는 얻은 스킬 중 성감대 공략 스킬을 발동했다.
[ 성감대 공략 ]
◆ 등급 : 10등급
◆ 설명 : 상대의 성감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성감대를 자극할 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다.
◆ 옵션
1. 성감대 공략 ( ON/OFF )
- 쿨타임 및 소모값 : 없음
- 기본 지속 효과 : 성감대를 자극할 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다.
- ON 효과 : 성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안’을 가지게 된다.
스킬을 사용하자 눈에서 미약한 전류 같은 게 느껴졌다.
풍경은 그대로지만 이대로 사람을 바라보면......!
[ 대상 : 장예화 ]
[ 성감대 : 귓불, 입술, 혀, 유두, 클리토리스, 자궁 입구, 엉덩이, 항문 ]
이렇게 상대의 성감대가 눈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