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74화 (174/303)

〈 174화 〉# https:/‍/t.m‍e‍/Li‍nkMo‍a

진수아의 강연회 겸 팬 미팅은 강남의 유명 호텔의 뷔페를 빌려 진행된다.

로열 한즈 호텔.

워낙 비싸다고 소문이 자자한 호텔이라 그런지, 자동차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건물부터 그 위용이 눈에 띄었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던 시절에는 호텔 뷔페의 미튜브 리뷰 영상을 보며 침만 흘렸었는데.

오늘은 예화 덕분에 공짜로 얻어먹게 생겼네.

생각해 보면 윗집에 수정이가 살았던 게 내게는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예화의 자동차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지하로 들어갔고, 마침내 주차를 마친 예화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도착했어요.”

그녀의 운전 솜씨는 내 생각보다 좋았다.

평소에 운전할 기회가 별로 없어 핸들을 잡은 손이 약간 어색한 듯했지만, 안정적이면서도 크게 답답하지는 않은 게 운전에도 재능이 있는 듯했다.

“수고했어요. 자, 이거.”

“아, 고마워요.”

예화는 내가 건넨 시원한 페트병의 물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가느다란 목선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물이 넘어가는 장면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파하......”

“다 마셨으면 이리 주세요.”

“여기 아......”

예화가 반 정도 마신 물병을 받아 나도 그대로 입을 댄 채 마셨다. 그 모습을 본 예화는 뭐라고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달싹거렸다.

귀엽다 귀여워.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차에서 내렸다.

“3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라운지에 도착해 목적을 말하자 직원이 안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었다. 애초에 간이 표지판에 안내가 되어있기도 했지만 역시 서비스가 남다르다.

로열 한즈 호텔은 스카이 뷔페나 다른 레스토랑도 유명했지만, 3층의 뷔페가 가장 규모가 크고 강연을 하기 적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자 직원이 와서 입장권을 확인했다.

“예약 내역 보여주시면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여기요.”

“네, 확인했습니다~. 식사는 바로 가능하십니다.”

일찍 와서 기다려야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입장은 30분 전부터 가능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먼저 음식을 뜨고 식사하는 것 또한 가능했다.

나랑 예화는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예화는 역시나 이미지답게 접시에 여유롭게 먹을 음식들을 적당히 공간을 두고 담아왔다. 거의 정석적인 에피타이저였다.

물론, 나는 튀김과 고기류를 위주로 꽉꽉 채웠다,

“사람이 꽤 많네요.”

홀을 대충 둘러본 바로 100명은 넘어 보인다. 아마 시작할 때쯤 되면 2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우리처럼 남녀끼리 온 사람도 있었지만, 남남이나 여여. 중, 고등학생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온 경우도 많았다.

예화는 고개를 저었다.

“이정도면 되게 적은 편이에요.”

“그래요?”

“네, 진수아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평소에는 훨씬 더 많이......”

예화는 진수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가만히 예화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자 그녀가 말하다가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흫. 진짜 좋아하시나 보다. 좀 신난 것 같아요.”

“......”

예화가 입을 앙 다물고 나를 흘겨보았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잘 먹을게요.”

“......네.”

달그락, 달그락.

‘맛있네.’

확실히 1, 2만 원 하는 다른 뷔페들과는 다르게 음식 하나하나의 퀼리티가 뛰어났다.

돈을 많이 벌게 된 최근에야 워낙 비싼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커다란 감동은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최근 델리아가 매일 새벽마다 내 천리염기공의 수련을 도와주게 되어 그 보상으로 다음에 둘이서 식도락 투어를 한번 가기로 했었다.

그것도 슬슬 좀 생각해 둬야 할 문제였다.

“이거 되게 맛있어요. 한번 먹어봐요.”

“이거요?”

“네, 그거그거.”

한창 예화랑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생각하며 음식을 먹고 있자 갑작스럽게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앞을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 굉장히 밝은 인상을 풍기는 여자가 서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를 정갈하게 내린 여성. 약간 고양이 같은 눈매를 가졌지만, 생긋 웃고 있는 눈은 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감과 동시에 환호성이 들려온다.

“헤헤, 반갑습니다. 진수아입니다~!”

진수아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 참 이렇게 많은 분이 와주시고......”

홀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중 그녀는 팬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스캔들 같은 것도 하나 안 터지고, 수익 중 일부를 많이 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어릴 적 사고로 아버지와 언니를 잃어 힘든 생활을 보냈다는 스토리도 있었다.

뭐, 사실은 다 필요 없고 얼굴이 매우 예쁘고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게 제일 컸지만. 나이도 스물여섯으로 많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실물로 보니 그 이상이었다.

아마 수정이가 풀메이크업을 받으면 딱 저 정도 되지 않을까. 원판은 수정이와 비슷할 것 같았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카페 델리아에서도 이따금 그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깊이 있는 맑은 목소리가 특징인 그녀의 노래는 카페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

딱히 내가 넣은 건 아니고, 카페의 노래 선택은 전적으로 아르바이트생들한테 맡기고 있었다.

가끔 보면 한 다섯 곡씩 놓고 가위바위보로 무슨 곡을 선택할지 선택권을 정하기도 하던데...... 그렇게라도 즐겁게 일해주면 내 입장에서는 고마웠다.

“오늘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선 진행은......”

옆을 바라보니 예화는 시선을 고정하여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 티를 내서 꺅꺅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빤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예화는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왜요......?”

“아뇨, 그냥. 표정 좋아서요.”

그렇게 말하고, 나도 앞을 바라보았다.

******

강연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누구나 지루해할 만한 이야기도 진수아는 재치있게 풀어냈고, 사람들은 거기에 잘 호응해주었다.

이 장소에 음악에 관련된 꿈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음악의 길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많이 해주었다.

‘경험.’

작곡, 작사에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가자 예화는 진수아의 이야기를 더욱 경청했다.

많이 듣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는 것. 뻔한 이야기였지만 공감이 갔다. 멘탈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애초에 여기서 막 깨달음을 얻어 간다는 생각은 하고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예화는 가벼운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강연을 들었다.

‘진현은...... 어?’

문득 진현의 생각이 나서 옆을 돌아보자, 의외로 성실하게 강연을 듣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솔직한 이야기로는 먹고 폰만 할 줄 알았는데,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면서도 집중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히려 항상 웃고만 있었기 때문에 저런 표정은 솔직히 좀 멋있......

‘으. 정신 차려.’

다시 강연에 집중한 예화는 진수아를 눈으로 쫓았다.

“이제 퀴즈 시간입니다~!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나와요. 정답을 아는 사람은 손을 높이 들어 주세요!”

총 3부로 진행되는 오늘의 강연 겸 팬 미팅은

1, 2부의 강연. 그리고 3부의 퀴즈 및 팬 사인회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느덧 강연이 끝나고 3부인 퀴즈 시간.

퀴즈의 보상으로는 사인이 담긴 노트나 한정판 앨범부터 시작해 헤드폰까지 다양한 경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경품은 기타와 바이올린이었다.

“너무 막 지르면 안 되니까~ 약간의......”

대충 한 사람이 3번 정답을 틀리면 남은 퀴즈 시간 동안 도전이 아예 금지되고, 한 사람당 하나의 경품만 가져갈 수 있다는 간단한 룰이었다.

“예화씨 자신 있어요?”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자 옆에서 진현이 물어왔다. 예화는 답했다.

“음. 조금은요?”

진수아를 완전 덕질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웬만한 정보는 다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녔을 시절 실시간으로 그녀의 우승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자신감 속에서 퀴즈는 바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문제는......!”

예상대로 문제들은 상당히 쉬웠다. 아주 기본적인 문제들이 주를 이뤘으며, 강연에서 나온 내용이 많았다.

“정답! 와아! 축하해요~.”

예화는 일부러 쉬운 문제들을 걸렀다.

사람들이 속속히 경품을 하나씩 얻어감에도, 원하는 경품이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

헤드폰이 나왔을 때는 손을 들까 고민했지만, 스튜디오에 훨씬 좋은 헤드폰들이 몇 개나 있었다.

“이제 두 문제밖에 안 남았어요! 다음 문제의 경품은 기타입니다~!”

여기부터가 진짜였다.

“문제는......!”

곧이어 문제가 발표되고, 예화는 곧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네! 하얀 모자 쓴 학생?”

“정답은......”

생각보다도 더 쉬운 문제에 더해, 선택까지 받지 못하는 바람에 예화는 경품을 얻지 못했다.

“정답! 축하해요~. 이름 말씀해주시고, 끝나고 찾아와주세요?”

그래도 아직 한 문제가 더 남아있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상품은 전자 바이올린인데, 지금까지와 다르게 정말 어려우니 잘 생각하고 답해주세요! 문제는......”

“아.”

문제를 들은 예화는 탄식을 흘렸다.

모르겠다.

전자 바이올린 문제는 지금까지의 문제들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헬이었다.

스크린에 나온 여러 단어를 보고 진수아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 정확히 나눠야 했는데, 단어의 수가 너무 많았다.

슬쩍 위키를 열어봤는데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전자들도 계속해서 오답만을 외쳐대고.

‘아, 아쉽다......’

예화는 입맛을 다셨다.

전자 바이올린은 가지고 싶었는데.

그때, 진수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네! 저어기~ 뒤쪽 테이블에 안경 쓴 잘생긴 남자분?”

안경이라고 해서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진수아는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

뭐지 싶어서 옆을 바라보니, 진현이 웬 안경을 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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