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화 〉# https://t.me/LinkMoa
“......”
진현과 눈이 마주쳤다.
진현은 똘망한 눈으로 예화를 쳐다보고 있었고, 예화는 대번에 귀까지 새빨개지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아으. 진짜 미치겠다.
아무리 봐도 곤히 잠들어 있던 것으로 보였는데......!
“저, 저 그게.....!”
횡설수설하고 있을 찰나 진현의 웃음이 터졌다.
“푸흡......”
진현은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눈으로 예화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당황해요.”
“아니, 이게......”
“예화씨가 손을 너무 열심히 만지셔서 깼어요. 한 30초쯤 전인가.”
“아......”
30초쯤 전이면 막 진현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으으.
그러게, 왜 바보같이 손을 움직여가지고......!.
“제 손은 왜 그렇게 열심히 만졌어요. 네?”
“아, 그, 그게. 아......!”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쪽팔림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손부터 빼자.
예화는 진현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몸이 굳었었다. 이제 손을 회수하려는데, 이번에는 진현이 예화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 진현씨 이, 이거......”
낑낑거리는데, 힘이 어찌나 센지 손이 도무지 빠지지 않았다.
예화는 살짝 울상이 되었다.
“예화씨는 제 손 만져놓고, 저는 예화씨 손 만지면 안 돼요? 그건 좀 치사한데.”
“......”
“말해봐요. 네? 저랑 손잡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진현이 한층 더 다가오며 말했다.
가까워진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부드러웠던 그의 미소가 왜인지 살짝 무서웠다. 예화는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 그게 진현씨랑 손잡으면 이상하게 마, 마음이 편해져서 좀 궁금해서.”
“그래서 어땠어요?”
어땠냐니.
그걸 직접 말하라고?
예화는 지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진현의 손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그랬다. 왜인지 그와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넘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뭔가 그가 영영 손을 놔줄 것 같지가 않았다.
예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좀 부족했나 보네요. 그럼 우리 알 때까지 이러고 있어요.”
“아......”
진현은 아예 손을 잡는 걸 넘어 아예 깍지를 끼었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예화의 손 전체를 덮었다.
예화는 선택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알 것 같으니 이제 손 좀......”
“어떤데요?”
“따, 따뜻하고 좋아요......”
말하면서도 엄청나게 쪽팔렸다.
그래도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꾹 참고 말했는데.
“그럼 계속 잡고 있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
진현의 말에 예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농담이에요. 궁금한 건 다 해결된 거죠?”
“네, 네......”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네......?”
그렇게 말한 진현은 깍지는 그대로 유지한 채 예화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럽게 향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마치 키스할 것만 같은 거리였다.
예화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진현을 응시했다.
“지, 진현씨 지금 뭐......”
“저는 예화씨랑 키스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요.”
“그게 무슨......”
“예화씨도 궁금해서 제 손 만졌잖아요. 저도 궁금한 거 하나 해결하려는데, 그게 서로 공평한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고 싶은데, 맞잡은 손과 향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 이러시면 수정, 수정이는요.”
“아시잖아요. 저 바람피우는 나쁜 사람인 거.”
그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한 건 다름이 아닌 그녀 자신이니까.
수정이를 놔두고 다른 여자랑 모텔에 가고 키스를 하는 것까지 직접 봤다.
“괜찮죠? 예화씨.”
그런데 왜인지 지금 상황에 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진하게 나는 그의 냄새와 붙잡힌 손 때문인가.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포근하고,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뭐길래. 수정이에 이어 양다리를 걸친다는 윤유정이라는 여자에 윤다정까지 그에게 빠져서 사는지.
수정이랑 진현의 키스 장면에 더불어 몰래 보았던 윤유정과 진현의 키스 장면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바로 거절하면 되는데, 거절의 말이 잘 안 튀어나왔다.
“하, 하지만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
“저도 좋아하면 되잖아요.”
“......”
“흫. 알아요. 예화씨 저처럼 양다리 걸치는 사람 싫어하는 거. 그래도 저랑 하면 손잡는 것보다 키스하는 게 더 기분 좋을 거예요.”
진현의 얼굴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닳는 것도 아니고. 스릴 있는 놀이기구도 처음에 싫다고 하셨는데, 저랑 타보니 좋았잖아요. 이것도 그럴 거예요. 저랑 연습한다고 치고,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잘 리드해 줘요.”
예화는 진현의 말에 입을 뻐끔거렸다.
어,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그가 자고있는 틈을 타서 잠깐 손을 만진 것뿐인데, 순식간에 진현에게 키스를 당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왔다.
“대답 없으면 할게요?”
뭔가 상황 자체에 압도된 느낌이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지고, 말랑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입술에 닿았다.
“우음. 움......!”
아......
해버렸다.
정확히는 당했다는 표현이 더 옳겠지만, 어쨌든 거절하지 못해 그에게 입술을 허락해 버리고 말았다.
진현 특유의 냄새에 더한 약간의 복숭아 향이 느껴졌다. 아마도 아까 그에게 준 음료의 향일 것이다.
우움, 쪽, 쫍.
예화는 가만히 있었고, 진현은 마치 아기새가 부리를 쪼듯 입술을 가볍게 쪼았다. 간질간질한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키스가 이런 건가?’
숨결이 느껴지고, 뭔가 포근하면서도 간지러운 느낌이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고, 생각보다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할 찰나, 그가 쪼는 걸 넘어서 입술을 쪼옥, 하고 빨기 시작했다.
“쪼옵, 쭙, 하아. 지, 진현씨? 이제-. 하움? 쪼옥, 쭈웁, 쯉......!?”
깜짝 놀라서 입을 열 때, 갑작스럽게 진현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이 어깨를 넘어 등을 감쌌고, 혀가 엉킬 때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이건......!’
아까 전과 같은 간질간질한 느낌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야릇한 느낌과 함께 머리가 떨리는 쾌감이 찾아왔다. 그의, 진현의 향이 너무 짙게 느껴진다.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한 행복감과 함께 이상야릇한 느낌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무엇보다 진현의 타액과 혀가 섞이는 느낌이 너무 야했다.
머리가 녹을 것 같았다.
“우움, 쪼옥, 프하아, 하아, 진혀, 진현씨...... 웁. 쪼옥, 쭙.”
가슴이 벅찰 정도로 계속 입을 맞췄다.
진현의 혀는 예화의 혀를 건드리거나 입안 여러 곳을 오가며 묘한 곳들을 자극했다. 세상이 새하얗게 변할 때까지 예화는 진현에게서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뒤늦게 진현이 수정이와 입을 맞추는 장면과 함께 수정이가 보내준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가 수정이의 남자친구라는 자각이 들었지만, 이미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후였다.
진현의 손에 기대듯이 입을 벌린 예화는 그의 얼굴이 떨어지고 나서야 멍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파하, 하아, 하아......”
벌어진 입 옆으로 진현의 침이 섞인 타액이 흘러내렸다.
그걸 닦을 만한 정신도 하나 없었다.
어느새 휴지를 뽑은 진현이 얼굴에 묻은 침을 대신 닦아주었다.
“어때요? 괜찮죠?”
“......”
말하는 와중에도 진현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나, 지금......’
입술을 한번 매만진 예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 좋았지만, 진현은 분명 여기서 괜찮다고 하면 더 할 것 같았다.
지금 여기서 그가 입술을 들이밀어 온다면, 도무지 저항할 자신이 없었다.
“음. 모르면 한 번 더할-.”
“조, 좋았어요......!”
예화는 서둘러 대답했다.
아니 가만, 그런데 키스는 진현이 궁금하다고 먼저 한 게 아닌가.
자신이 아니라 그가 감상을 말해야 정상인데, 뭔가 페이스에 말려든 기분이 들어 진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었다.
“잘 쉬었으니 이제 다시 타러 갈까요?”
“......그래요.”
약간 김이 빠지는 걸 느끼며, 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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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밤인데 어떻게 할래요? 슬슬 갈래요?”
“아, 시간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예화는 말을 끌었다.
시계를 보니 거의 8시가 다 돼 갔다.
오늘이 끝나면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재미있게 하루를 보낸 건 요즘 들어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중간에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키스했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휴게실에서 나온 진현은 예화를 평소처럼 대했다.
괜히 자신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예화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지만, 그래도 진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입술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워요?”
다소 멍하게 있자 진현이 말했다.
수정이랑 같이 놀 때도 즐겁긴 했지만 헤어질 때가 되면 집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편했는데, 오늘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긴 했다.
“아, 아니 꼭 그런 건.”
“예화씨 보면 생각보다 안 솔직한 것 같아요.”
“......”
진현을 흘겨보는데, 그는 피식 웃더니 손을 붙잡아 왔다.
“그럼 우리 딱 한 개만 더 타고 가요.”
“아, 네. 그래요.”
마지막으로 탄 건 가장 처음에 탔던 바이킹이었다.
시원함과 스릴을 즐긴 다음, 예화는 진현과 함께 데롯월드에서 나왔다.
예화는 조수석에 탔고, 진현은 조용히 차를 운전했다.
예화는 진현을 흘끗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진현씨.”
“네?”
“저, 저희 키스한 거 수정이한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