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 https://t.me/LinkMoa
“으으......”
줄을 기다리면서 예화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떨려왔다.
꺄아아아아악-
후우웅-
기다리는 와중에 사람들의 비명이 선명하게 들린다.
바이킹은 거의 몸체를 수직으로 꺾으며 떨어졌다 올라갔다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보니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갔다.
저건 좀......
꺄아아아아아핳-
후우웅-
비명의 중간중간에 웃음이 섞여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의 비명이 아닌 재미의 비명이라고 하는데, 예화에게는 그저 저승의 곡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정이와 함께 여고를 나와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놀이공원에 놀러 온 날짜가 겹치는 다른 학교 학생들을 보면 무서운 놀이기구를 강제로 태우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왜 당하나 싶었는데, 따지고 보면 지금 자신이 그걸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여, 역시 포기하는 편이......
“자~. 다음 입장하실게요~.”
“아......”
하지만,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예화는 줄에 떠밀려 바이킹 자리 안으로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말한다면 말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이를 좀 먹었으니 안 무섭게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는 것도 컸다.
어디 앉을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진현이 맨 뒷자리를 가리켰다.
“맨 뒤로 가요. 그래야 제일 재밌어요.”
“......진현씨.”
예화는 입술 삐죽이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무서운 걸 안 타는 예화도, 맨 뒷자리가 가장 무섭다는 소문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오늘 그에게 느꼈던 좋은 이미지에 짓궂은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가 추가되는 느낌이다.
“안전바 내려주세요~.”
바이킹의 맨 뒷좌석은 좌석은 두 명, 두 명씩 딱 붙어있는 형태로 총 네 명이 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옆을 스윽 바라보자, 진현의 얼굴이 보이고, 그의 옆으로 또 다른 커플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 쪽이야 관심도 없고, 예화는 여자 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는 150cm는 조금 넘을까. 나이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
저렇게 작고 귀여워 보이는 여자도 바이킹을 타는데, 자신이라고 못 탈 리가 없다.
약간 자신감을 회복한 예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제 출발하나 봐요.”
“네......”
하지만 막상 때가 되니 또 두려움이 몰려온다.
능글맞게 웃는 진현의 얼굴에 다시 한번 입술을 삐죽인 예화는 두 손으로 안전바를 꼬옥 잡았다.
[ 닻을 올려라~! 박~수! 준비! 하나, 둘......! ]
출발 멘트가 나오고 예화는 긴장 속에서 안전바를 잡은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처음에는 살살 움직이던 바이킹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움직이는 속도와 각도가 훨씬 더 커졌다.
후우웅-
후우웅-
‘여, 역시......!’
괜히 탔어!
예화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에게 이런 건 맞지 않는다. 아직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다.
후우웅-
“아......”
마, 망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높이까지 올라온 바이킹에, 예화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떨어질 반동에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그때였다.
“흫. 예화씨, 안 무서워해도 돼요.”
“네?”
갑자기 진현에 그녀의 손위에 그의 손을 포개왔다.
“지, 진현씨 지금......!”
예화가 깜짝 놀라 할 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손잡아 드릴게요. 이러면 안 무서울 거예요.”
아니, 이게 손을 잡는다고 될 게......!
후우웅-
꺄아아아아아아핳-
“어?”
예화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온몸이 부웅 뜨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전처럼 정말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과 공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현이 손을 잡는 순간 마음이 너무나도 편해진 느낌이었다. 마치 그의 향기가 담긴 디퓨저를 처음 맡았을 때처럼......
‘아.’
그러고 보니 그의 냄새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예화는 그제야 자신과 진현이 연인처럼 딱 달라붙어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완전......’
얼굴이 살짝 빨개졌지만, 예화는 그의 손을 피하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때요. 이제 안 무섭죠?”
“네, 네에......”
후우웅-
아까보다도 더욱 크게 바이킹이 젖혀져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진다.
하지만, 두려움이 아닌 재미가 느껴졌다.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건 오히려 쾌감을 주는 짜릿함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몸이 부웅 뜨며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스트레스가 화악 풀리는 느낌이 찾아왔다.
처음으로 이런 놀이기구를 왜 타는지 알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 왼쪽으로 하차하실게요~. ]
“아......”
순식간에 바이킹 탑승 시간이 끝나고 안전바가 위로 올라갔다. 진현의 손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번 한번 움직일 때 그토록 시간이 안 가더니 진현과 손을 잡은 이후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때요. 이런 놀이기구도 꽤 괜찮죠?”
내려오며 진현이 예화를 보며 물었다.
예화는 도무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엄청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이런 놀이기구를 온전히 즐겨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예화는 뭔가 새로운 세상을 맛본 느낌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분명 무서웠는데, 왜 갑자기......’
진현과 손을 잡아서?
정말로 단순히 그것 때문인가?
설마 그럴 일은......
“한 번 더 탈래요?”
뭐가 됐든 간에, 더이상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끄덕끄덕.
예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후아~ 이것도 엄청 재밌네요.”
“그러게요.”
이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서인가, 예화는 아주 폭주 기관차처럼 여러 스릴 있는 놀이기구 들을 즐겼다.
아예 스스로 찾아서 나를 끌고 가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바이킹 뒤로부터 8개는 더 탔나.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예화씨,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손 좀.”
“앗, 죄, 죄송......”
예화는 화들짝 놀라며 잡았던 손을 풀었다.
우리는 매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손을 잡았다.
보통은 내릴 때 자연스럽게 손도 풀기 마련인데, 방금전은 귀신의 집 비슷한 곳에 다녀와서 손을 풀 기회가 없이 계속해서 잡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 구매한 스킬을 떠올렸다.
[ 안정의 손길 ]
◆ 등급 : 10등급
◆ 설명 : 안정화의 효과를 지닌 손길을 가지게 된다.
◆ 옵션
1. 안정의 손길 ( ON/OFF )
- 쿨타임 및 소모값 : 없음
- ON 효과 : 손을 이용한 신체접촉을 할 시, 대상의 두려움, 불안감 등을 포함한 트라우마를 없애준다.
가지고 있는 코인도 많겠다.
최근의 나는 여러 스킬을 구매해 나를 스팩업 시키고 있었다.
안정의 손길 스킬은, 예화가 무서운 걸 못 탄다는 이야기를 수정이한테 들어서 오늘 막 구매한 녀석이었다.
냄새 관련된 스킬도 원래는 내 매력을 올려주고 살짝 성적으로 흥분되게 만들어주는 ‘유혹의 향기’만 가지고 있었는데, 저번에 예화에게 디퓨저를 건네주며 내 체취에서도 디퓨저와 동일, 그 이상의 효과가 나도록 스킬들을 구매했다.
요즘에는 그렇게 스킬을 구매하고, 수정이나 다정이, 유정이, 델리아의 특화 능력치들까지도 차근차근 올려줘도 코인이 따라잡히지 않았다.
“괜찮아요. 예화씨랑 손잡으면 저야 좋죠.”
예화는 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 저 음료라도 사고 있을 테니까 빨리 갔다 오세요.”
“네.”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화장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