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67화 (167/303)

〈 167화 〉# ‍h‍tt‍ps‍:/‍/‍t.m‍e/Lin‍kM‍oa

그러고 보면 두장이니까.

사과도 할 겸 수정이랑 천진현에게 선물해주면 딱 좋지 않을까?

비록 모레까지긴 하지만, 때마침 수정이도 개인방송을 하고, 천진현도 카페에서는 거의 자유롭게 지내는 것 같다.

아마도 자신처럼 시간을 내기는 편할 것이다.

어차피 아빠는 이런 선물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다.

한번 자신에게 준 이상 자신이 다른 친구한테 선물하든, 팔든, 뭐라고 할 사람이 아니었다.

‘아. 그런데 보내면 또 염장 엄청나게 지르는 거 아냐......?’

예화는 몸이 살짝 떨리는 걸 느꼈다.

수정이랑은 완벽하게 화해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눴기에, 앞으로도 이전처럼 다시 톡에 진현과 찍은 사진을 엄청나게 보내지 않을까.

놀이동산에서 찍은 염장 사진들을 받을 생각에 예화는 으으, 하며 팔을 부여잡았다.

‘판타지 윤만 해도 벅찬데.’

첫 작업은 진작 완료했지만, 그녀와는 아직도 톡을 하고 있었다. 워낙 착한 아이 같아서 톡을 하면 흐뭇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가끔 나오는 오빠 자랑이 흠이었다.

지금 그녀는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모전에서 쓸 만화에도 BGM을 넣을 건지 다음 의뢰도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상태였는데, 조만간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수정이랑 갈 거야 말 거야? 필요 없어? 수정이도 놀이동산 안 좋아하나?”

아빠의 말에 정신을 차린 예화는 서둘러 답했다.

“아냐아냐. 필요해 아빠땡큐~.”

“그래, 그럼 기간에 늦지 않게 잘 쓰고. 그거 비싼 거야.”

“알지.”

“다음에 한번 또 들리고.”

“오케~. 그럼 끊는다?”

“어. 먼저 끊어.”

뚝-.

한 3초 정도 있다 통화를 종료한 예화는 곧바로 수정이한테 톡을 보냈다.

[ 나 : 수정아 이거 데롯월드 예매권인데 진현이랑 둘이 다녀와 ]

[ 나 : { 데롯월드 무료 예매권 2매 ( 성인 ) } ]

천진현에게 보낼까도 싶었지만, 아직 뭐라고 사과할지에 대한 멘트도 못 정했기에 예화는 수정이한테 톡을 보내는 것으로 스스로 합의했다.

어차피 수정이한테 줘도 커플에게 선물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까.

천진현의 기분도 조금 풀리지 않을까?

‘애초에 막 화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예화는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어이없이 급소를 맞고, 오해 때문에 이상한 취급까지 당했는데도 천진현은 딱히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많이 놀랐겠다고 위로 비슷한 말까지 건네기까지 했다.

이쯤 되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바람을 피우는 건...... 뭐, 잘 모르겠지만.

‘사실 막 웃는 얼굴 뒤로 이를 갈고 있지 않겠지?’

예화는 피식 웃었다.

웃고 있자, 수정이한테 답장이 도착했다.

[ 강수정 : 오옹. 뭐야. 예매권 산 거야? 고마워! ( ๑ ᴖ ᴈ ᴖ)ᴖ ᴑ ᴖ๑) ]

[ 나 : 아니. 산 건 아니고 아빠한테 받은 건데, 너희한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근데 그거 날짜가 모레까지야...... ]

뒤늦게 그냥 새 예매권을 사서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모레까지인 예매권을 보내고 나니 좀 미안하네.

[ 강수정 : 아, 그래? ]

[ 나 : 응. ]

수정이는 그 뒤로 톡이 없었다.

한 3분을 기다려도 안 오니까 역시 새 걸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다시 천진현에게 뭐라고 사과의 톡을 보낼지 생각하고 있을 그때, 수정이한테 답장이 왔다.

[ 강수정 : 이거 있잖아, 너도 같이 가자. ]

[ 나 : ? 나도? ]

같이 가자고?

설마 놀이공원을?

[ 강수정 : 응, 너도. 모레 바로 가자. 어때? ]

예화는 살짝 당황하며 메시지를 입력했다.

[ 나 : 아니, 둘이 가는데 방해되지 않아? ]

[ 강수정 : ㄴㄴ 괜찮아. ㄱㅊㄱㅊ ]

뭐가 괜찮아.

[ 나 : 나 사실은 저런 놀이공원 별로 싫어하는데...... ]

[ 강수정 : 어허~ 예화 지금 나랑 진현이 섹스하는 것까지 몰래 훔쳐 봐놓고, 토를 달겠다는 거야? ]

아니, 여기서 치트키를 쓰다니.

근데,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아으......’

아직도 둘의 섹스 동영상을 보여주며 의기양양하게 경찰, 신고를 운운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얼굴이 터질 듯 새빨개진다.

진짜로 미치겠다.

[ 강수정 : 너 천진현한테 사과하고 싶다며. 그냥 얼굴 보고 사과해. 내일. ]

예화는 어쩔 수 없이 긍정의 답장을 보냈다.

[ 나 : 응, 알았어...... 근데 모레? 바로? ]

[ 강수정 : 엉. 모레. 지금 바로 예매할 테니까, 카페 앞으로 아침 8시까지 나와 알았지? 언더스텐? ]

[ 나 : 오, 오케...... ]

그걸로 수정이와의 톡은 끝났다.

예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과는 했다만, 이제 주도권은 수정이한테 있었다.

아마 당분간 그러지 않을까.

‘근데 나 진짜 가도 탈 거 별로 없을 텐데......’

게다가 커플 사이에 끼면 얼마나 지옥일지는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수정이의 사진러쉬를 실시간으로 받는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사과는 해야지.’

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상태로는 작업도 잘 진행이 안 된다. 깔끔하게 내일 천진현에게 사과하고, 다시 멘탈을 좀 회복하자.

톡은, 음......

‘지금까지 정말 미안했다고 간단하게 보내고, 내일 말로 사과하자.’

예화는 그렇게 진현에게 톡을 보냈다.

[ 무슨 짓이냐고요? 그쪽이야 말로......! 이 강간마! ]

[ 어때요! 이래도 강간이 아니라고 할 거예요? 증거는 충분해요. 어서 수정이를-. ]

‘으아......!’

하지만, 톡을 보내면서도 갑작스럽게 생각난 자신의 행동에 다시 이불을 팡팡 걷어찼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쪽팔림은 쉽게 가실 것 같지 않았다.

******

월요일 아침.

“후아......”

카페 앞에 나온 예화는 차분하게 심호흡을 했다, 시원한 늦가을의 공기가 예화의 몸에 차올랐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씨는 상당히 좋았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에, 햇빛이 미지근하게 예화를 비춰주었다.

오늘은 수정이, 천진현과 만나 같이 데롯월드를 가는 날.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일단 가기로 했으니까.

예화는 오늘 하루쯤은 그냥 좀 내려놓고 즐길 생각이었다.

‘뭐, 커플 사이에 껴서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만......’

항상 수정이가 보내왔던 사진을 보면, 둘은 엄청나게 꽁냥거릴 것 같았다.

‘게다가 어제 한 키스......’

어제 천진현과 수정이의 관계를 오해해 엄청나게 쪽팔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수정이와 천진현이 나눈 키스 또한 그녀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토록 야하고 진한 키스라니,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 오늘은 천진현에게 사과하고, 아빠 말대로 그냥 이렇게 나와서 일상을 조금 환기하자는 데에 중점을 두자.’

예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노트북이나 헤드폰도 오늘은 집에 놔두고 왔다.

가을바람을 막아줄 패션과 괜찮은 핸드백 하나.

별 짐 없이 나온 예화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슬 시간이 됐을 텐데.

그때, 문득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화씨. 여기 계셨구나. 카페에 들어와 계시지.”

천진현이었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인사했다.

예화는 진현의 얼굴을 마주 보자마자 그에게 했던 짓들이 머릿속을 지나감을 느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애써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운 예화는 진현에게 인사했다.

“아, 넷, 진현씨 안녕하세요......”

“예화씨도요. 이쪽으로 와요.”

천진현은 생긋 웃는 채로 고개를 돌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화는 그런 진현을 따라가며 그의 등을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어제 톡으로도 그랬는데......’

진짜로 천진현은 별로 화가 안 나 보였다.

뭐, 현자 그런 건가?

‘아니아니. 혹시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을 수도 있어.’

응응.

예화는 고개를 저은 채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동을 조심하자고 생각하며, 쪼르르 진현의 뒤를 따라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진현은 계단을 한층 내려가며 말했다.

“지하로 내려갈 거에요. 거기에 차가 있어서.”

“아하.”

예화는 진현을 따라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지하 주차장은 그럭저럭 넓었다.

커다란 빌딩은 아니지만, 적당히 좋은 건물에 자리한 카페라 진현은 건물의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가능했다.

진현은 한 차량 앞에 섰고, 삐빅 하고 문을 열었다.

‘차 되게 좋아 보이네, 새 차인가?’

스포츠카 같은 건 아니었지만, 예화가 마음에 들어 하는 세련된 디자인의 SUV였다. 산 지 얼마 안 됐는지 겉면이 반짝 빛났다.

“예화씨도 타요.”

“네.”

예화는 자연스럽게 차의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새 차 특유의 냄새가 살짝 났다.

진현이 말했다.

“뒤에 말고 앞에 타시지.”

“네? 수정이가 앞에......”

“아, 그게.”

그런데, 그때 예상하지 못한 말이 천진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수정이 오늘 못 나온데요.”

“네, 네에......?”

예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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