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https://t.me/LinkMoa
[ 나 : 진현씨 오늘은 정말 죄송해요. ʘ̥﹏ʘ 제가 그동안 수정이와의 관계를 오해해서...... ]
“아~. 아니야. 아니야......! 대체 뭐라고 보내야 하지?”
타다다닥.
예화는 휴대폰 키보드의 백스페이스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진현.
그에게 사과하기 위해 톡을 보내려고 하는데, 도무지 괜찮은 메시지가 나오지를 않았다.
지금까지 한 오해와 까칠한 태도.
오늘 갑자기 막 때린 것.
그리고 숨어서 둘의 세, 섹스 장면을 훔쳐보고 동영상을 촬영한 것까지.
이 내용을 도저히 메시지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통화를 해볼...... 아으, 아냐. 그것도 아닌데에.”
예화는 고개를 저었다.
통화는 예화 입장에서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까칠한 태도로 임하고, 오늘은 심지어 그, 그런 짓까지 했는데 도무지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통화를 할 자신이 없었다.
“애초에 도망치듯 나왔으니......”
침대에서 몸을 뒹군 예화는 입술을 삐죽였다.
천진현에게 사과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오후.
천진현을 공격하고 둘의 정사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기까지 한 예화는 이후의 수정이의 태도와 해명. 둘의 키스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설마 키스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수정이가 진현과 키스를 한 것도 자신이 계속 수정이의 말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우......’
그때의 상황만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혀와 혀가 오가는 그런 진득한 키스를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런 화끈거리는 장면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오해가 풀렸지만.
아니, 오해가 풀렸기에 오히려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잘못한 것은 예화 자신, 미칠 듯한 쪽팔림에 예화는 거의 그 장소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왔다.
물론, 정신없이 나오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미안하다고 사과는 엄청나게 하고 나왔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사과 몇 번으로 바로 풀리겠는가.
예화는 곧바로 수정이한테 전화해 그동안 있었던 오해들을 완전히 풀고 사과를 했다.
덕분에 수정이와 화해를 하고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천진현에게는 아직이었다.
“하아......”
예화는 이불을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디퓨저라도 있었으면 마음이 좀 편안했을 텐데......
스읍, 킁킁.
무의식적으로 코를 벌렁거리며 천진현의 냄새를 쫓던 예화는 자신의 모습에 다시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미친년아......! 그런 짓을 했는데 주겠냐고오......’
결국, 애꿎은 이불만 펑펑 찬 예화는.
하아.
다시 한숨을 내쉰 채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피곤해......’
사람 관계로 이렇게까지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예화는 드물게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잠들기에는 많이 이른데......
하지만 작업도 손에 잡히지 않고, 이런 기분으로는 만화를 읽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역시 그 냄새가 있으면 이럴 때 마음이 되게 안정될 텐데.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쩝 다신 예화는 휴대폰을 켰다.
노래나 좀 들을까.
그때였다.
빰~ 빠바바 바밤~
갑자기 휴대폰의 전화가 울렸다.
[ 아빠 : 010-XXXX-XXXX ]
화면에는 아빠라는 단어가 비췄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예화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로 전화를 받았다.
“아빠.”
“딸, 잘 지내고 있지?”
“우응, 그렇지 뭐......”
목소리에 담긴 힘이 없음이 전해진 걸까, 아빠가 곧바로 물어왔다.
“딸,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기운 없는지는 어떻게 알아.”
“목소리만 들어도 척이지. 평소에는 내지도 않는 애교 목소리를 내는데.”
“아씨, 그런 거 아니거든.”
“고민 있으면 이야기해봐. 응? 들어줄게.”
고민이라.
예화는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수정이 남자친구를 오해해서 둘의 정사 장면을 찍고 거시기까지 차버렸어. 마지막으로는 돌려차기까지 날렸어.
음.
도무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건 오늘 일어난 일만 그런거고, 이전부터 취한 까칠한 태도도 더 있었다.
“으응,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아무튼, 아빠는 왜 전화했어?”
용건을 묻자, 아빠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 너한테 뭐 좀 주려고.”
뭐 좀 준다고?
예화는 몸을 흠칫 떨었다.
좋은 말이긴 했지만, 예화의 아빠에 한해서는 불안한 말이었다.
대체 아빠가 사 온 기념품만 해도 몇 개인가.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여행을 다니는 아빠 덕분에, 예화의 집에는 기념품이 쌓이다 못해. 넓은 집이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며칠 전에도 기념품 줬잖아. 그동안 또 어디 갔다 온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지금 톡으로 보낼 게 한번 봐봐.”
“응? 톡?”
톡이면 뭐 기프티콘이라도 주려고 하는 건가. 그건 좀 환영이었다.
‘카페 델리아도 기프티콘 좀 만들지.’
천진현한테 한번 말해 볼까.
뭐, 잘 나가는 걸 보면 조만간 어떻게 등록해서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예화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로 톡을 확인했다.
아빠와의 톡방에는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 아빠 : { 데롯월드 무료 예매권 2매 ( 성인 ) } ]
예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데롯월드?”
“응. 직원이 할인받아서 샀다는데, 사놓고 갈 시간이 없는지 나보고 아내랑 가라고 선물해줬어. 그런데 난 여행은 좋아도 놀이동산은 좀...... 솔직히 저런 곳은 젊은 애들이나 가야지, 어디 쓸데가 없어서, 너 갔다 오라고.”
아빠의 말에 예화는 예매권을 터치해 보았다.
기간 제한이 있었다.
“아빠, 근데 이거 모레까진데......?”
“맞아. 그러니까 갈 시간 없어서 나한테 줬겠지. 그런데 그거 줄 안 서도 되는 어어...... 그 뭐더라? 프리미엄 뭐시긴가? 그것도 싸게 살 수 있는 거래. 암튼 비싼 거야.”
“프리미엄?”
“응. 뭐 그런 게 있다는데. 아무튼, 너 갔다 오라고.”
예화는 아빠의 말에 마지막으로 간 놀이공원을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갔던 게 마지막.
그때는 아마 수정이랑 대충 돌아다니다 시간을 죽였었지.
애초에 예화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이런 놀이공원과 별로 안 어울렸다.
무서운 걸 잘 못 탄다.
이건 꽤 치명적이었다. 다 잘하는 그녀였지만. 이상하게 무서운 건 잘 타지 못했다. 바이킹도 벌벌 떨면서 타는 그녀는 놀이공원과는 도무지 연이 없었다.
그녀의 몇 없는 약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빠는 모른다.
“우음. 나는 딱히 이런 곳 갈 생각이......”
“야. 사람이 가끔 좀 놀기도 해야지. 나이 들면 힘들어서 저런 데도 못가.”
“그러는 아빠는 여행 맨날 다니면서?”
“그러니까 운동을 강조하는 거지. 젊어서 탄탄하면, 어? 나중에도 아빠처럼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거야. 운동 안 쉬고 열심히 하고 있지?”
“응. 열심히......”
열심히......
운동 이야기가 나오자, 또다서 진현을 공격했던 장면이 예화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턱을 치고.
가, 가랑이를 차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진현을 기습할 수 있던 근거가 바로 그녀가 운동을 열심히 해왔다는 것이었다.
‘아으, 진짜아.’
약간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어. 여, 열심히 하고 있어.”
“다행이네, 그럼. 아무튼, 가끔 놀기도 하라고.”
“아니 근데, 이거 2장이잖아. 게다가 모레까진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
“그 나이에 벌써 친구가 없으면 어떡해.”
“아씨, 친구는 있거든요~.”
전화기 건너편으로 아빠의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정이는 어떤데. 갈 사람 없으면 수정이랑 갔다 오든가. 넌 따지자면 프리랜서고 수정이도 방송 하니까 시간 내기 쉽지 않아?”
“수정이? 아......!”
수정이!
예화는 손뼉을 짝, 하고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