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62화 (162/303)

〈 162화 〉# ht‍tps:/‍/‍t.me‍/Li‍nkMoa

이튿날 아침.

“......끄흥.”

잠에서 깨어난 예화는 기지개를 켜고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꿈뻑꿈뻑.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만 움직여 휴대폰을 잡는다.

아침 7시.

평소대로의 기상 시간에 안심한 예화는 다시 휴대폰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매일 밤 11시에 잠들어 8시간의 수면시간을 가진 예화는, 커다란 침대와 최고급 매트리스 위에서 럭셔리한 하룻밤을 보낸다.

덕분에 알람 없이도 언제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예화였지만, 최근에는 일어날 때마다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받곤 했다.

이 모든 것이 천진현이 선물해준 그 디퓨저 때문이다.

“후아암~......”

상쾌한 아침은 맞지만, 최고의 아침은 아니다.

하품한 예화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 향기. 향기와 함께할 때 자신은 최고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스윽-

손을 뻗은 예화는 침대 옆에 놓인 외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근래 디퓨저의 지속시간이 다해 너무 아쉬웠지만, 오늘은 그걸 대신할 물건이 있었다.

건장한 남성이 입을 것 같은 커다란 사이즈의 외투.

혼자 사는 예화의 집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외투를 집어 든 예화는 코를 깊숙이 파묻고 그 냄새를 맡았다.

킁킁.

“아......”

무심코 탄성이 흘러나온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향기.

스으읍.

콧속으로 들어간 향기는 온몸에 침투하고, 예화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밝혀주었다.

“하아......”

몸을 부르르 떨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안에서 예화는 자유였다.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으니,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마음껏 천진현의 외투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은은하긴 하지만 확실하게 묻어있는 향기.

외투를 통해 냄새를 맡으며 최대한 갈증을 해소한 예화는 얼굴을 떼며 후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약간의 자괴감이 찾아왔다.

‘나 뭐하냐 진짜아......’

으으.

천진현은 자신의 친구의 남자친구였다.

그것도 그냥 아는 친구 정도가 아닌 절친인 수정이의 남자친구.

지금 자신의 꼴을 생각해 본다면, 절친의 남자친구 외투에 코를 들이박고 그 냄새를 킁킁 빨아들이는 변태 여자인 꼴이었다.

‘근데......’

그냥 냄새가 너무 좋다.

어제 천진현과 점심을 같이 먹은 뒤.

원래라면 외투를 카페에 바로 가져다주면 되는 것을 장예화는 굳이 스튜디오에 들고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

순간적으로 이거 도둑질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아니야. 그냥 다음에 잘 돌려주기 위해서...... 응.’

예화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맞는 말이긴 했다. 누가 훔쳐 갈 수도 있는 물건이니, 그걸 자신이 안전하게 보관하는 중인 것은 사실이었다.

킁킁.

물론, 냄새는 맡겠지만......

스읍.

다시 한번 숨을 들이쉰 예화는 머릿속에 차오르는 향기에 의문을 품었다.

“왜.”

왜 이렇게 좋을까?

장예화는 여전히 외투에 코를 박은 채 고민에 빠졌다.

이 외투에서 나는 냄새도, 신기하게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뭔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디퓨저와 다른 점은, 디퓨저는 멀리까지 냄새가 난다면 이 외투는 직접 이렇게 코를 깊숙이 가져다 대고 맡아야 한다는 점.

사실, 원래도 천진현이라는 남자 자체를 싫어한 거지, 그의 냄새까지 싫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주 좋은 편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중독적으로 맡고 싶다는 느낌까지는 원래 들지 않았다.

디퓨저를 사용한 후에는 좋았던 이 냄새가 훨씬 더 좋게 느껴졌다.

강렬한 끌림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맡고, 맡아도 또 맡고 싶고 뭐 그런......

킁킁.

아무튼, 미스테리였다.

‘역시 디퓨저에 뭔가가......’

예화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좋다고 하는 다른 디퓨저들도 아주아주 미미한 효과들이 나타나거나 약간 느낌을 주는 선에서 그치는데, 이 디퓨저는 그렇지 않았다.

디퓨저 자체의 효과가 너무나도 뛰어났다.

뭔 놈의 디퓨저가 그렇게 직관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향기를 빨아들이자마자 곧바로 마음이 안정된다. 애초에 이런 디퓨저가 있다면 세상이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

‘역시, 천진현한테 무언가가 있어.’

예화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디퓨저를 받고, 또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장예화는 천진현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

자신의 까칠한 태도에도 화를 내지 않는 태도.

물론, 그의 심성 때문이겠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예화는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확 달라진 인상의 외모나 좋아진 몸.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급작스럽게 차린 카페.

옷을 입는 스타일이나 자신감이 변한 걸 보더라도, 수정이의 밑에 층에 살던 이전의 그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사람이 그렇게 급작스럽게 변할 수가 있는가?

킁킁.

아니었다.

‘어쩌면 천진현도 이 디퓨저로......?’

예화는 생각했다.

이토록 효과가 강력한 디퓨저가 있으니.

이 디퓨저를 이용해 운동한다거나, 아니면...... 음......

흐음......

‘그렇다고 갑자기 키가 그렇게 클 수 있나? 인상도 달라지고, 게다가......’

돈이 한 번에 많아진 것도 디퓨저만으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정도 카페를 오픈할 수 있는 돈이라니.

‘아니, 가만......’

가능했다.

‘이런 성능의 디퓨저가 있으니......’

돈을 버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생각해 보면 그랬다.

그는 이 디퓨저를 ‘지인’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몰랐다.

혹시 그가 디퓨저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 지인에게 받은 디퓨저의 가격을 크게 불려서 판매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정이도 말이 돼......!’

예화는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에 몸을 떨었다.

곧바로 현재 수정이의 트위블 TV나 미튜브 구독자 수를 확인했다.

[ 트위블 TV ‘스트롱 크리스탈’ 팔로워 : 11.5만 ]

[ 미튜브 ‘스트롱 크리스탈’ 구독자 : 4.8만 ]

[ 미튜브 ‘스트롱 크리스탈 다시 보기’ 구독자 : 6.5만 ]

“역시.”

드라마틱한 성장이다.

전에는 팔로워수도 구독자수도 훨씬 낮았는데, 최근에 폭발적으로 올랐다.

심지어 최근에는 얼굴도 아예 안 까고 방송하고 있는데, 늘어난 컨텐츠나 진행 능력, 유머를 바탕으로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쭉쭉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튜브 채널도 본래의 채널을 다시 보기 채널로 돌리고 편집한 영상들을 신규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새로이 본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편집이 어마어마했다.

딱히 편집자를 구한 것 같지도 않은데......

수정이가 편집한 건지, 되게 좋은 퀼리티의 재미있는 편집이었다. 최근 방송 폼도 절정이고.

‘으음......’

원래는 친구의 성장에 마냥 좋아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이런 성장의 중심에 천진현이 있지 않을까. 예화는 생각했다.

수정이 또한 이 디퓨저가 주는 안정과 행복 그리고 집중 효과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귀는 것도 이해가 돼.’

사실 수정이도 천진현과 사귀기는 끔찍하게 싫은데, 자신과 헤어지게 된다면 디퓨저의 공급을 끊겠다! 혹시 그런 식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일 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다면, 바람을 피우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후우, 수정아......”

물론, 증거는 아직 없다.

그냥 망상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직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천진현은 평범하지 않다고.

“우선......”

예화는 휴대폰을 켰다.

[ 나 : 진현씨 저 예화에요. ]

[ 천진현 : 아! 톡 주셨네요. ]

[ 나 : 외투를 식당에 놓고 가셔서, 일단 제가 가지고 있거든요. ]

[ 나 : ( 사진 ) ]

[ 천진현 : 와~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제가 놓고 갔었네요. ㅋㅋ 챙겨줘서 진짜 고마워요. ]

[ 나 : 어떻게 할까요? 내일 카페 갈 건데 그때 드릴까요? ]

[ 천진현 : 제가 주말에는 카페에 안 나가서. 혹시, 카페에 가실 일 있으면 아무 알바생한테 맡겨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사무실 안쪽 휴게실에 놔주라고 하면 다 알아들을 거예요. ]

[ 나 :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

어제 오후.

천진현과 나눈 톡의 내용이었다.

이 뒤로 천진현이 고맙다며 다음에 만났을 때 쿠폰을 주겠다는 이야기 등이 있는데, 그건 확실하게 캡처해 두었다. 쿠폰은 받아야지.

“일단 아침 먹고.”

스튜디오에서 조금 작업을 하다가, 곧바로 카페에 가자.

예화는 외투를 접어두고, 침대 옆의 협탁을 바라보았다.

협탁 위에는 검은색 카드 하나와 무언가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이것들은 천진현의 외투 안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제 천진현의 외투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냄새를 맡으며 작업을 진행하는데, 자꾸 걸리는 무언가가 있어 주머니에서 뺀 것이다.

종이에는 587785라는 숫자와 11월 3일이라는 날짜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카드는......

‘카드키겠지?’

천진현은 직원용 공간 안쪽의 철문에 들어갈 때마다 카드를 찍었다. 이게 아마도 그 카드가 아닐까 싶었다.

여분용 카드가 아닐까 싶은데......

‘오늘은 안 나온다고 했지.’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었다.

예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확인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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