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60화 (160/303)

〈 160화 〉# ‍https:/‍/t.me/L‍ink‍Moa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아......”

카페 델리아.

오후의 카페는 사람들이 붐볐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간 장예화는 미약한 탄성을 내뱉었다.

근 일주일 만에 오는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편안한 공기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익숙한 공기였다.

포근함, 안정감 그리고 행복감.

이 특유의 안정적인 분위기와 공기에 반해, 그녀는 매일같이 카페 델리아에 들렸었다.

사람이 많아도, 시간이 지나도.

카페의 공기는 여전한 효과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해......’

이미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무언가를 맛본 예화에게는 포근한 카페의 공기마저도부족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갈증이 난다.

그 표현이 더욱 확하겠지.

천진현이 준 디퓨저.

그 디퓨저가 주는 집중력과 안정감 그리고 무엇보다 피어나는 향기의 달콤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킁킁.

예화는 무의식적으로 카페의 공기를 살짝 빨아들였다.

은은한 커피향과 더불어 라벤더향이 조금 난다.

좋은 향기다. 원래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천진현이 준 디퓨저와는 다른 냄새에 예화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향기를 맡는다고 해서, 더욱 향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향기를 맡는다고 해서, 머릿속이 개운해지거나 하지 않았다.

예화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카페 안을 걷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예화는 익숙한 듯 카운터 앞에 섰다. 앞사람의 주문을 기다린 뒤 음료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뉴욕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이랑 토피넛라떼 한 잔 주세요. 아이스로.”

“네에, 드시고 가시나요?”

“네.”

“8천 9백 원입니다~.”

예화는 음료와 케이크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자리가 대부분 차 있었지만, 몇 곳 비어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카페 자체가 워낙 넓어야지.

살짝 안도한 예화는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직원용 공간으로 이어진 곳과 가까운 자리. 슬쩍 눈을 흘겨 직원용 공간 안을 바라보자, 저 안쪽으로 문 하나가 보였다.

카드키와 함께 있는 철문. 아마 저 안에 천진현이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예화는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 세팅하면서도 힐끔힐끔 계속 직원용 공간을 엿보았다.

솔직히, 저 문을 두드리거나 직원한테 사장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면, 억지로라도 곧바로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적으로 좀 아니었다.

[ 나중에 가서 더 달라고나 하지 말아요. 그거 되게 귀한 거니까. ]

[ 하, 안 그래요. ]

이미 한 말이 있는데, 솔직히 자존심도 그렇고.

[ 그런데, 이걸 왜 저한테? ]

[ 그냥 좀 잘 지내보자고요. 카페도 매일 나와주시니 VIP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요. ]

[ 저 집에 디퓨저 많은데. ]

지금까지 자신이 천진현에게 해왔던 태도도 그렇다.

거기에 더해 기껏 선물을 받았는데 진상으로 찾아간다면, 너무 개념이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그냥 카페에 작업하러 왔다가 마침 우연히 만나서 인사를 하는 김에 ‘아~ 저번에 선물해 주신 디퓨저 굉장히 좋더라고요’ 하고 말을 꺼내는 그런?

그런 느낌?

음음.

아주 좋다.

예화는 포크로 케이크를 살짝 잘라서 맛보았다.

꾸덕한 치즈와 달콤한 시럽이 입안에 퍼진다.

‘맛있어.’

예화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그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

‘틈이 없어.’

푹신한 소파가 있는 예화의 방.

1인용 소파에 눕듯이 기댄 그녀는 입술을 삐죽였다.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인사하듯이 물어보기?

그런 건 있을 수 없었다.

‘하아.’

예화는 애꿎은 소파만 꾸욱꾸욱 누르며 분을 식혔다.

일단, 기본적으로 천진현은 문 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매우 적었다.

그녀가 본 바로는 하루 2~3번 정도일까.

나오는 경우도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다.

직원들과 함께 나올 때는 2~3명의 직원이 그와 함께 나오는데, 1층으로 내려간 그는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아주 인기 만점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렇게 있는데 자연스러운 인사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애초에 이전부터 카페에 매일 들릴 때도, 예화는 그에게 인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르바이트생들을 뚫고 하지도 않던 인사를 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결국, 퇴근 시간을 노리기로 했는데, 그때는 항상 윤유정과 윤다정 자매와 함께 퇴근했다.

전에 보던 윤유정과 함께 천진현이 나가고, 윤다정이 그 후 미행하는 구도는 없었다.

그냥 8시가 조금 넘었을 때, 자매와 함께 사이좋게 퇴근을 할 뿐이었다.

저 자매 중 여동생인 윤다정은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 앞에서 천진현 욕을 엄청나게 했으니, 도무지 웃으며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수정이와 자신은 아직 완벽하게 화해한 게 아니지만, 적어도 천진현과 수정이가 지금 다시 잘 지낸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천진현이 저 둘과 저렇게 웃으며 퇴근하다니. 이쯤 되면 그냥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윤다정한테는 모든 실태를 말했는데, 언니와 키스하던 천진현을 보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어디 가고, 지금은 그저 사랑에 빠진 소녀의 눈으로 천진현을 바라보며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머리 아파.’

천진현.

그를 보면 너무 모르는 점 궁금한 점 투성이였다. 호기심이 동한다.

하지만 지금 그보다 가장 급한 것은......

‘디퓨저.’

향기를 안 맡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그 압도적인 성능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인사하듯 하는 건 안 되겠어.’

그냥 당당하게 가서 물어보자......!

장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런 것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묻고 싶으면 뭐가 됐든 그냥 가서 묻는 게 자신이었다. 중요한 것은, 작곡의 꿈과 자신의 발전.

그 디퓨저를 사용하며 계속해서 정진하면,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

금요일 아침.

오늘은 스튜디오에 들리지 않고 아침부터 카페에 나온 예화는 1층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확실하게 진현을 만날 수 있는 때를 떠올려 보면 점심시간이었다.

그녀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점심 즈음이 되자 천진현이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왔다.’

예화는 눈을 빛내며 후다닥 가방을 쌌다.

천진현은 아르바이트생들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내 혼자서 카페를 나섰다.

아무래도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거겠지.

예화는 곧장 핸드백과 노트북이 든 가방을 둘러매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가을바람이 쌀쌀히 부는 가운데, 진현은 신호등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화는 진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큰 키에 커다란 등.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의 등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아......’

마침내 그의 냄새가 풍겨왔다.

킁킁.

예화의 코가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쫓았다.

이 향기였다.

예화는 자기도 모르게 코를 더 킁킁거리며, 그의 가까이 다가갔다.

은은하게 풍겨오지만, 모자라다.

조금만 더-.

“악-.”

“응? 예화씨......?”

조금씩 더 그에게 다가가다가 예화는 순간적으로 진현의 등에 이마를 부딪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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