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56화 (156/303)

〈 156화 〉# htt‍p‍s://t.me/‍Link‍Mo‍a

“흐. 그런 곳이 어딘데?”

“몰라요오.”

다정이는 내 변태적인 손놀림에 몸을 맡기면서도, 예화와 채팅을 계속해나갔다.

그런데 의뢰한다고 채팅한 거 아니었나?

예화는 진심으로 다정이의 만화를 재미있게 봤는지, 배경음악 의뢰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일방적으로 만화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그래서 어느덧 톡은 작가와 독자간의 질문 시간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둘은 꽤 많은 채팅을 나눴다.

어느새 만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게 되었냐, 하는 주제까지 오게 되었다.

[ 멜로냥 : 아하. 그러면 실제 일상을 만화로 그린 거네요? ]

[ FantasyYun : 네, 맞아요! ]

[ 멜로냥 : 그런데 여주인공을 작가님을 모티브로 그렸으면, 남자주인공은 혹시...? ]

다정이는 흘끔 나를 보더니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채팅을 입력해 나갔다.

[ FantasyYun : 맞아요. 남자친구예요! ]

“헤헤.”

스스로 채팅을 치고도 헤벌쭉 웃는다.

귀여워가지고.

“차라리 서방님이라고 하지.”

“우리 결혼해요오?”

“너 더 크면.”

“뭐야아.”

[ 멜로냥 : 와, 부럽네요. 저는 남친 없는데. ]

대화는 더욱더 번져서 아예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까지 번졌다.

보통 이렇게까지는 안 물어보는데, 다정이가 물어보는 족족 죄다 너무 잘 답해줘서 브레이크가 안 걸린 모양이다.

“다정아 이제 슬슬 의뢰 이야기해야지.”

“아, 맞다!”

다정이는 서둘러 BGM 의뢰에 대한 이야기로 채팅 방향을 틀었다.

[ 멜로냥 : 아. 죄송해요. 너무 개인적인 물음이었죠. ( ˃̣̣̥᷄⌓˂̣̣̥᷅ ) ]

[ FantasyYun :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거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커미션으로 신청해야 되는지 외주로 신청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

다정이는 궁금한 점들을 톡에 적어 보냈다.

“그런데 너 아까 나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바람둥이라고 적으려고 했지.”

“히히, 어떻게 알았지?”

“적었으면 토요일에 데이트 없었어.”

“흥. 그럼 저는 야한 짓 안 해 줄 거에요.”

“진짜로?”

“......몰라요. 흣. 아흐, 오빠아......”

다정이는 내 무릎 위에 앉아있는 꼴이었다. 나는 다정이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귀에 바람을 불어넣고 귓불을 살살 씹었다. 다정이가 몸을 움찔 떨었다.

“다음에 물어보면 너무 천사같이 착한 오빠라고 적어 알았지?”

“흫. 진짜 나쁘다고 해야지.”

[ 멜로냥 : 커미션으로 신청해주시면 돼요! 그런데 그 전에 어떤 장면에 어떤 느낌의 곡을 원하는지 간략하게라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

톡을 읽은 다정이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이 사람 좀 착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막 신상 정보 같은 건 주면 안 된다?”

“당연하죠. 저 바보 아니거든요!”

다정이는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아차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다. 무심코 말해버릴 수도 있어요.”

“앵? 왜?”

“입이 가벼워서요. 누, 누가 풀칠해주면 무거워질텐데에......?”

“흐. 요망해가지고.”

“누구 때문인데, 움, 쯉...... 하움, 오빠아♡.”

나는 다정이와 진한 키스를 나눴다.

******

이튿날 저녁.

나는 수정이의 방에 찾아갔다.

똑똑.

노크하자 곧바로 수정이가 문을 벌컥 열어주었다.

“왔어어~?”

“응. 잘 있었어? 방송은 좀 어때.”

“요즘 진짜 잘 돼! 공포 게임만 아니면 100점 만점에 하안~ 95점? 히히.”

수정이가 브이자를 그리며 답했다.

“흫. 쫄보. 저번에 유령 나오니까 비명 완전 초딩 같던데.”

“아, 뭐래에~. 힣.”

“아무튼, 차는 어때? 마음에 드는 것 좀 골라봤어?”

“아, 응! 다 골라놨지. 보여줄게. 여기에 저장해 뒀는데에.......? 아, 여깄다! 이거나, 이거나아, 이거나. 요렇게 세 개 정도?”

“오. 괜찮네.”

수정이는 인터넷 화면으로 자동차 사진을 세 개 띄웠다.

돈도 많은데, 슬슬 뚜벅족에서 벗어날 필요를 느낀 나는 내 차에 더불어 수정이나 델리아에게도 차를 뽑아주기 위해 그녀들에게 어떤 차가 마음에 드는지 미리 골라놓으라고 했다.

뭐, 델리아나 수정이나 아직 운전면허도 없고 밖에 그리 나갈 일이 없어서 둘 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차할 때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으니까.

관리비가 아깝긴 하다만, 영원한 효자 아이템 ‘행운추적자’ 덕분에 나는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운전면허도 둘 다 따게 하면 되고 말이다.

델리아는 지금 운전해도 곧잘 할 것 같으니, 조만간 델리아보고 수정이를 좀 가르쳐달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 이번 주말에 델리아랑 같이 차 보러 가자. 괜찮지?”

“웅웅, 좋다아.”

수정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말했다.

“진현이는 이 셋 중에서 뭐가 제일 괜찮아 보여?”

수정이가 띄워놓은 차는 전부 세련돼 보이는 SUV였다. 가격을 신경 쓰지 말고 고르라고 했는데, 억에 가까운 차가 없으니 어느 정도 신경은 쓴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히 고급 차라는 소리를 듣기에 손색이 없었다.

“나는 음...... 뭐, 직접 봐야 알겠지만, 사진으로만 보면 이거?”

“흐흐응? 그래에?”

내가 손가락으로 사진 하나를 가리키자 수정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왜?”

“이거어, 사실은 예화 차랑 똑같은 모델인데.”

“예화 차?”

“응. 정확히는 예화 아빠 차긴 한데, 예화 타고 다니라고 선물해줬데.”

그 말은 관리비는 아빠가 낸다는 뜻이 아닌가. 오히려 더 좋겠네.

차를 탄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뭐 역시 건물주인 만큼 차는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흥. 또 예화 이야기하니까 눈빛 음흉해진 거 봐아. 으이구우.”

“아무 생각 안 했거든?”

“질투 나니까 이건 탈락~. 나머지 두 개 중에 하나로 해야지~.”

수정이는 흥흥~ 하고 노래인지 삐진 척인지 모를 콧소리를 내뱉으며 웃었다.

******

목요일 점심.

스튜디오에서 한창 작업을 하던 예화는 배가 꼬르르 울리는 신호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끄으응~ 후아. 오늘은 뭐 먹지?”

근처의 맛집들은 죄다 돌아보았다.

거의 혼자 다니는 예화는 혼밥 스킬이 만렙 수준이었다.

배달을 시켜 먹는 경우도 꽤 있었지만, 그것도 매일 하기보다는 산책 삼아 밖에 나가서 먹는 것도 싫어하지는 않았다.

아침과 저녁은 식단관리를 하지만, 점심은 마음껏 먹자는 게 예화의 주의였다.

익숙하게 스튜디오의 문단속을 하고 나온 예화는 근처의 길을 돌아다니다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냄새에 이끌렸다.

“으음.”

국밥의 냄새였지만, 국밥은 당기지 않는다.

오늘은...... 그래.

오늘은 칼국수로 가자!

예화는 근처의 칼국수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걷는 도중, 예화는 진동하는 휴대폰에 톡을 켰다.

[ FantasyYun : 언니! 샘플 들어봤는데, 너무 좋아요!! ]

나만의 작은 만화, ‘드래곤과 나’ 작가였다.

어제저녁에 작업을 마치고 막 1차 샘플본을 보내줬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 멜로냥 : 마음에 든다니 잘 됐다. 고백씬에 들어갈 거라고 해서 피아노를 베이스로 분위기를 내봤어. ]

[ FantasyYun : 너무 좋아요. 진짜 진짜 대박이에요!! ]

“풋. 칭찬이 헤프네~.”

예화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칭찬을 들어서 기분 나쁠 사람은 없었다.

고작 이틀 전에 거래로 처음 톡을 나누게 된 사이지만, 예화는 드래곤과 나 작가와 굉장히 빠르게 친해졌다.

서로 이름이나 그런 자세한 정보는 전혀 몰랐지만, 적어도 상대가 고등학생 여자아이라는 건 알게 되었다,

말투나 그런 걸 봐도 톡을 나누면 왜인지 귀여운 여동생이 상상되었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았기에, 예화는 그녀에게 말을 놓기로 했다.

[ 멜로냥 : 그런데 아직 다음 편은 다 못 그린 거야? 올리면 후원해준다니까~? ]

[ FantasyYun : 윽. 테블릿이 새롭게 바뀌어서, 아직... ㅠㅠ 앞으로는 퀼리티도 좀 더 올리려고요. 그래서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

거기서 퀼리티를 더 올린다고?

‘대박인데.’

예화는 더욱 그녀의 만화가 기대됨을 느꼈다. 무심코 침이 넘어갔다.

[ 멜로냥 : 태블릿은 생일선물로 받았다고 했지? ]

[ FantasyYun : 네 ㅋㅋ 짱 좋아요. ]

[ 멜로냥 : 근데 그렇게 좋은 테블릿을 선물해줄 정도면, 진짜 능력자 남자친구인데? ]

[ FantasyYun : 맞아요. 엄청 멋있고! 또 너무 좋아요. 솔직히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미안할 정도로 잘 챙겨줘요. ㅋㅋ ]

톡만 봐도 진짜로 좋아한다는 게 느껴진다.

잘 챙겨주고 너무 멋있는 남자친구라. 상상속의 동물 아닌가.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 있으면 좋을 텐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예화는 화들짝 놀랐다.

‘내가 미쳤나?’

후우.

예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가을이고, 곧 겨울이 다가와서 그러리라.

두 달만 있으면 곧 크리스마스다. 할로윈도 얼마 안 남았고, 아마 실컷 노는 사람들이 잔뜩 나오고 날씨가 추운 만큼 옆구리도 시려져서 그런 것이다.

“자기 뭐 먹고 싶어?”

“우웅, 자기는?”

앞을 걷는 커플이 살짝 거슬린다.

이런 감정은 잘 안 느껴졌는데, 유독 올해는 조금 느껴진다.

수정이가 염장을 계속 지른 탓인가. 아니면 지금 톡으로 염장을 지르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서 그런가.

아마도 둘 다겠지.

나도 막 다 챙겨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예화는 칼국수 샤브샤브 집의 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어? 예화씨? 안녕하세요.”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예화는 뒤를 돌아보았다.

굽이 꽤 되는 신발을 신었는데도 10cm는 더 큰 키.

딱 벌어진 어깨와 옷 위로도 드러나는 탄탄한 몸.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

누구나 두근거림을 느낄 법한 요소가 모여 있는 사람이지만, 예화는 그 모든 정보가 조합되어 천진현이라는 사람을 구상한 것을 보자,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아......”

예화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는 왜 이런 남자만 꼬이는지.

방금 전 오픈 톡으로 이야기한, 드래곤과 나의 남자주인공을 모티브로 한 작가의 남자친구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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