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https://t.me/LinkMoa
나는 예화의 블로그에 적혀있는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곧바로 예화에게 의뢰가 가능한 사이트 화면으로 넘어갔다.
“아트딜?”
사이트 이름을 본 다정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사이트였다.
“으음. 보니까 예술 활동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인 것 같아. 여기에 보면 뭐 일러스트, 영상, 뭐 있는데, 음향 부분에서 의뢰할 수 있나 봐.”
“우왕, 신기하네요.”
사이트를 조금 둘러보니 어떤 식의 사이트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예화의 의뢰 페이지에는 지금까지 예화가 만든 음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예화의 블로그 링크와 더불어 예화가 만든 곡들이 전부 올라가 있는 사운드 맥스라는 사이트의 링크까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리뷰나 별점 시스템도 있었는데, 예화는 언뜻 봐도 평가가 굉장히 좋아 보였다.
“오, 그런데 이사람 평균 별점 만점이네요. 리뷰도 되게 많아요.”
“그러게. 여기서 좀 유명한가 봐.”
아래로 내리자 거래에 대한 자세한 사항들이 적혀있었다.
“헐, 오빠. 가격 엄청 비싸요......”
다정이가 입을 벌리며 가격이 적혀있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맡길 수 있는 종류로는 MR, 어레인지, 믹싱, 배경음악 제작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당연히 배경음악 제작 가격이 가장 비쌌다.
[ 4. 배경음악 ]
- 커미션 : 168,000원
- 외주 : 298,000원 ~ 상담 요망
거의 30만원 돈.
다정이한테는 확실히 비싸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야 뭐, 아예 없던 BGM을 만들어주는 거니까. 가격 보니까 맡기기 싫어?”
“그거언...... 솔직히 보니까 너무 비싸서 고민되긴 해요.”
“그래도 만화를 위한 곡 하나가 있으면 되게 좋지 않을까.”
“히히, 그건 그래요.”
다정이는 거래 사항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다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커미션은 뭐고 외주는 뭐에요?”
“커미션은 비상업용이고 외주는 상업용인 것 같아.”
“상업용...... 그럼 저는 커미션으로 맡기면 돼요?”
다정이의 물음에 나는 명확하게 대답해줄 수 없었다.
“으음. 그런가? 무료만화니까 커미션으로 될 수 있을지도...... 그건 잘 모르겠다. 아마 물어봐야 알 것 같아.”
“저 일단 다른 사람들도 봐볼래요.”
“그래그래.”
딸깍딸깍.
다정이는 사이트를 둘러보았다.
“어? 이 사람은 5만 원이네.”
기본적으로 사이트에는 예화보다 가격이 저렴한 사람들이 많았다. 비싼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예화의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좀 비싸긴 한데, 그래도 역시 처음 사람이 가장 평이 좋은 것 같아요. 오빠는요?”
예화의 평가가 압도적으로 좋은 만큼 다정이는 예화의 페이지로 돌아왔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너한테 후원해준 사람이기도 하니까 분명 잘해줄 거야. 어차피 창작지원금으로 맡길 수 있는 가격이고, 한번 문의해 봐.”
내게는 까칠하지만, 예화는 기본적으로 맡은 바 일은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생각된다.
뭐, 예화라는 사실을 쳐내고 보더라도 평가가 압도적으로 좋고.
“네엥.”
다정이는 내 말에 망설임 없이 작가에게 문의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아.”
그리고 탄성을 내뱉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로그인은 해야지.”
다정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회원가입 페이지를 채워 넣었다.
“세상에서 회원가입이 제일 귀찮은 것 같아요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
띠링-
“응?”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 2층.
오늘도 카페 델리아에 들른 예화는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렸다.
이제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후, 카페 델리아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는 건 그녀의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개인 톡 알림은 다 꺼놨을 텐데.’
알림 톡이 하나 와 있었다.
알림을 클릭하자 곧바로 노트북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 아트딜 ) 작가님에게 새로운 문의가 등록되었습니다. ]
“아...... 내가 안 막아놨구나.”
예화가 낮게 중얼거렸다.
예화는 매혹적인 입술로 옆에 있는 음료를 쪽, 하고 빨아 마셨다.
최근에는 작업이 조금 잘 됐다.
스튜디오에서 하는 작업은 그대로였지만, 카페에서 마무리할 때는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야 하나.
영감도 나름대로 잘 떠오르는 편이었다.
그 덕분에 슬럼프를 약간이나마 극복하여, 지금은 원하는 곡을 꽤 그럴듯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작곡 시작한 지 1년 도 안 됐는데 슬럼프가 있겠냐만은......’
예화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뭐든지 시작했다 하면 잘했던 그녀였다.
남들이 힘들어한다는 공부도 무엇하나 막혀본 적이 없었다.
사람인 만큼 시험에서 가끔 실수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올 1등급에서 내려온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작곡은 예화에게 있어 약간의 신선함이 있었다.
악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거기에 활용이 아닌 창작이기에, 잘 써지는 지금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타야 했다.
‘거절해야겠지.’
제대로 된 음악을 뽑아보자고 생각해, 예화는 요즘에 자잘한 작업은 거의 다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트딜의 거래도 애초에 딱히 돈을 벌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연습 겸 받는 거래. 이왕 거절할 거면 그냥 의뢰 자체를 잠시 막아두자고 생각했었는데, 까먹고 안 막아둔 모양이다.
‘하나하나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일이네.’
예화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문의 내용을 열람했다.
딸깍.
“흐음?”
그러나 제목을 보자 일단 예화의 눈에 약간의 흥미가 돋았다.
‘배경음악 의뢰?’
의뢰의 8할 이상은 믹싱이나 어레인지, MR 작업이 주였다. 배경음악 의뢰는 나름대로 희귀한 거래였다.
예화는 턱을 괴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오, 게다가 만화네?’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는데, 만화에 사용할 배경음악을 의뢰하고 싶다.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만화의 링크도 달려 있었다.
어떤 만화일까?
궁금증이 생긴 예화는 곧바로 링크를 타고 넘어갔다.
[ 드래곤과 나 ]
“어?”
그리고 예화의 눈동자가 커졌다.
드래곤과 나.
최근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나만의 작은 만화, 이른바 나작만 중 하나.
솔직히 작다고 하기에는 최근에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림 실력에 비해서 굉장히 묻혀있다고 생각하는 만화였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냉큼 5만 원을 후원한 만화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화가 올라오기만 한다면 1편이 올라올 때마다 천 원씩 후원해서 살살 조련해 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일주일 전부터 안 올라오고 있는 만화였다.
그래도 공지로 이번 주에는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니 좋아했는데, 설마 그 만화에서 자신에게 배경음악 의뢰를 주다니?
예화는 드물게 약간 흥분이 됨을 느꼈다.
정말 좋아하는 취미인 만화. 그 안에서도 아끼는 만화다 보니, 가슴이 뛰었다.
‘이건 해야지.’
이미 거절하려던 마음은 사라졌다.
예화는 곧장 답변을 작성했다.
*****
“오! 바로 답장 왔어요.”
문의 내용을 열심히 작성해서 보낸 뒤, 만화를 그리고 있는 다정이와 부비적거리고 있자 다정이가 휴대폰을 보고는 말했다.
“어디? 봐봐.”
“톡으로 답장 왔다고 알림 떴어요. 이제 들어가면...... 아!”
답변에는 1:1 오픈 톡방 링크가 있었고, 거기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자고 적혀있었다.
사실 오픈 톡방 같은 걸 팔 필요도 없이, 문 두 개만 열고 카페로 나가면 곧바로 노트북을 보고 있는 예화를 만날 수 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다정이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다정이는 곧바로 톡방에 입장해 채팅을 적어 내려갔다.
[ FantasyYun : 안녕하세요! ]
판타지윤은 다정이의 필명이었다. 왜 수정이도 그렇고 하나같이 네이밍 센스가 별로일까.
[ 멜로냥 : 네, 안녕하세요~ ]
멜로냥은 예화의 활동명인 듯했다. 아트딜 사이트나 사운드 맥스, 블로그에도 전부 멜로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 FantasyYun : 그 BGM 의뢰하려고 하는데... 혹시 보낸 링크 보셨나요? ]
다정이는 이런 의뢰가 처음인지 살짝 긴장했는지 되게 조심조심 메시지를 보냈다.
예화는 다정이의 톡에 곧장 답장을 보냈다.
[ 멜로냥 : 당연하죠. 저 원래도 작가님 만화 되게 재미있게 보고 있었어요. 저번 주에 안 올라와서 슬펐어요 ㅠㅠ ]
“헉! 오, 오빠. 이 사람! 원래도 제 만화 봤데요!”
톡을 읽은 다정이가 호들갑을 떨면서 내 소매를 꾹꾹 당겼다.
“그야 그렇겠지. 후원 등수 3위잖아.”
“앵? 3위? 아! 그게 이 사람이었어요?”
“응. 너 못 봤구나? 블로그랑 너 후원한 아이디랑 똑같아. 봐봐.”
다정이는 내 말에 얼른 마우스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사실확인을 했다.
“헉! 진짜다.”
[ FantasyYun :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못 올린 건 제가 학생이라... 조금 바빴어요. ㅠㅠ ]
“학생이라서 바빴긴. 저번 주에는 학교도 안 나갔잖-. 아야.”
“오빠 때문이었잖아요! 이 바부야!”
[ 멜로냥 : 아하. 학생이시면, 그럼 대학생이신가요? ]
[ FantasyYun : 아뇨.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
[ 멜로냥 : 와. 고등학생인데 실력이 엄청나시네요. ㄷㄷ ]
다정이가 입을 헤벌쭉 벌렸다.
“헤헤, 오빠. 저 실력 엄청나데요.”
“확실히 실력이 엄청나긴 하지. 인정인정.”
“앙. 흣...... 변태 오빠야! 그런 곳 주무르면서 그런 말 하지 마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