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45화 (145/303)

〈 145화 〉# https‍://t.‍m‍e/Lin‍kMo‍a

걷다가, 쉬다가, 웃다가.

나와 다정이는 여수 근처를 마음껏 여행했다.

오동도를 걷고, 스카이 타워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아쿠아리움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며 눈을 호강했다.

이제 막 고백한 다음이라서 그런가, 데이트하는 내내 다정이의 표정은 굉장히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오빠아, 이거 대박! 여기 봐봐요.”

“응? 뭐가?”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이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던 다정이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찰칵.

“아싸아~. 헤헤, 오빠도 찍었다. 흐흐흫, 표정 봐.”

내가 고개를 돌리는 타이밍에 맞춰 사진을 찍은 다정이는 복수를 성공한 아이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

홀가분해진 다정이는 나를 대하는 태도 또한 굉장히 편해졌다. 이전까지는 약간의 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허물없이 나를 대했다.

나는 그 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뭐야, 어떻게 나왔는데 봐봐.”

“싫어요~. 안 보여줄거지롱.”

“와아. 치사하네, 다정이. 나는 찍은 거 다 보여줬는데. 혼자만 숨기고. 완전 나빴다.”

“음...... 그런가아?”

“그래그래. 빨리 봐봐.”

다정이는 살짝 고민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슬쩍 몸 뒤로 숨겼다.

“흐흫. 그래도 공짜로는 안 돼요.”

“그럼 뭐, 아. 용돈 줄까?”

“바보 오빠야.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다정이는 흥칫뽕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보여줄게요. 봐봐요. 오빠. 히힣. 표정이 꼭 금붕어 같아.”

“금붕어 같은 표정은 또 뭐야. 어? 괜찮은데? 이렇게 찍혀도 잘 생겼네.”

“허얼, 오빠 왕자병 있어요?”

다정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히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왕자병이 아니라 진짜 잘 생겼다.

표정은 웃기지만, 뚜렷한 눈매와 인상.

이것이 외모 70의 위엄이란 말인가......!

과연 나도 데이트 할 때나 평소에 수정이 사진을 몰래 찍을 때가 있는데, 이상한 표정을 한 모습을 찍혀도 그녀의 얼굴에 묻은 예쁨은 사라지지 않았다.

“왕자병이 아니라 객관적인 거지, 다정이는 오빠 못생겼다고 생각해? 응?”

나는 다정이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눈앞에 내 얼굴이 놓이자, 다정이가 살짝 당황한다.

“아, 그, 그건......”

“오빠 눈 보고 말해봐.”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가져가자, 다정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다정이는 사과처럼 무르익은 볼과 함께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귀여워가지고.

나는 다정이의 볼을 쓸었다.

다정이는 내가 얼굴을 쓰다듬자 입술을 내밀었지만, 나는 직전에서 멈추고 이마에 쪽, 하고 뽀뽀하고 말았다.

졸지에 입술을 내밀고 있던 다정이는 쌀쌀한 바람과만 입을 맞췄다.

“흐흫. 키스해주는 줄 알았어?”

“아이-. 오빠 진짜아. 저 어린애 취급 안 한다고 했잖아요!”

“장난쳤으니까 너도 당해야지.”

“몰라아, 오빠 못생겼어요오.”

“흐. 그래?”

내가 웃자 다정이는 몸을 부들거리다가 슬쩍 손을 내밀었다.

“......이제 다른 곳 가게 손잡아줘요.”

“그래그래.”

“헤헤.”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이 다가왔다.

낭만 포차 거리는 저녁 7시부터 운영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시간을 죽이다가 우리는 포차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불빛이 번쩍거리는 포차는 금방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맞이했다.

“어디서 먹어볼래?”

“으음. 그러게요. 여기는 워낙 많아서 인터넷 찾아봐도 다 다양하던데.”

“그냥 돌아다니다가 끌리는 곳 가자. 어차피 다 해산물이니까.”

“넹, 그래요.”

다정이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다정이와 함께 거리를 돌다가,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분위기의 가게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바라본 다정이가 기겁한다.

“허얼, 무슨 튀김이 3만 7천 원이나 해요?”

“모듬 튀김이라서 그래. 먹을래?”

“우음. 너무 비싼데......”

“돈 걱정 할 필요 없어.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봐.”

“먹고 싶은 거 다......”

다정이는 오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아, 지금까지 오빠가 저 뭐 사주는 데 얼마나 썼는지 알아요?”

“응? 계산 안 해봤는데.”

“이번 여행 뺀다고 해도, 벌써 100만 원 훌쩍 넘었어요. 돈 많다고 너무 막 쓰면 아....... 근데 빚 생각하면 그것보다 훨씬 많겠구나. 비, 빚은 억을 넘을 텐데.”

“오빠 돈 네 생각보다도 훨씬 많아. 걱정하지 마.”

“히이. 진짜아. 여자 두 명 꼬시겠다고, 집안 빚 갚아주는 사람이 어딨어요오.”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정이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여기 있네.”

“제가 잘 되면 언젠가는 다 오-.”

“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무 김칫국이다.”

다정이는 부채질을 하더니, 다시 메뉴판에 시선을 옮겼다. 나는 가만히 메뉴를 고르는 다정이를 바라보았다.

동글동글한 눈, 귀여운 애교살, 옷도 되게 예쁘게 입고 와서 색다른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앗! 오빠, 이거 술이랑 같이 시키면 술 할인해 준다고 해요.”

“너 술 마시게? 쓰읍. 못쓴다.”

“이익. 또 뭐가요오. 저 내일이면 운전면허도 딸 수 있거든요?”

“음. 뭐. 진짜 마셔보고 싶어? 진짜 마셔보고 싶으면 한 병 시켜줄게.”

“으음......”

진지하게 말하자 다정이는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괜찮아요. 술 마시면 취하니까 저는 매, 맨정신으로 하고 싶고......?”

뭘 하고 싶다는 건지는 묻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시키면 되는 거지?”

“네에.”

우리는 차돌 삼합과 짬뽕. 튀김류를 몇 개 시켰다.

다정이가 고른 픽이었다.

잘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한 다음 다정이는 내가 먹기를 기다렸다가 젓가락을 들었다.

“어때. 맛은 괜찮아?”

“네에. 점심때보다 맛있네요.”

“다정이 해산물도 잘 먹네.”

“히히. 저는 오빠가 주는 거라면 뭐든지 잘 먹을 수 있어요.”

“뭐든지...... 그래?”

씨익 웃으며 다정이를 바라보자, 다정이가 오물오물 음식을 먹다가 움직임을 뚝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자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변태오빠야.”

“야. 이건 좀. 방금 그 단어로 변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네가 변태 아니냐?”

“그, 그건...... 그래! 조사 차원으로 공부한 로맨스 만화에 야한 것도 많이 나와서 그래요.”

“흐흐.”

“아 진짜예요!”

“그래그래. 아무튼, 많이 먹어.”

다정이는 정말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거의 4인분에 달하는 양을 둘이서 해치웠는데, 내가 2.5인분. 다정이만 해도 1.5인분은 먹은 것 같았다.

다정이는 음식을 말끔히 먹은 다음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꼬집듯 쓰다듬었다.

“아으. 망했다 너무 많이 먹었어요오.”

“왜? 살찔 것 같아서?”

“그, 그것도 있는데......”

다정이는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가, 이내 시선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나는 피식 웃었다.

아마도 뱃살이 신경 쓰이는 것 같다.

다정이 정도의 살짝 꼬집히는 뱃살은 오히려 좋은데.

수정이도 그렇고...... 정말 최고였다.

그래도 오늘은 다정이가 각오한 것 같고, 지금은 저녁이니까. 걱정되는 기분은 이해가 된다. 밤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아직 8시 반이거든? 이제 케이블카 타고 조금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10시 넘어간다. 다 소화될 거야.”

“그러면 다행이네요. 히이.”

소화도 시킬 겸 근처를 살짝 돌아다닌 다음, 우리는 9시가 조금 넘어서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다정이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밖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원래 여기서 고백하려고 했다고?”

“앗...... 네에.”

“그런데 왜 했어, 그러면?”

“오빠가 자꾸 들이대잖아요! 그낭 뭔가...... 사진찍히고 오빠가 웃는 얼굴을 보니까. 뭔가 못 참겠더라고요. 헤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여수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푸르른 불빛으로 반짝이는 다리와 등대는, 좋은 추억을 장식해주기에 딱 어울렸다.

“다시 봐도 진짜 좋다아. 너무 예뻐요.”

“그러게.”

왕복 편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반대편에서도 야경을 구경하며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금요일이라 그런가, 줄이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다.

“후아아~~.”

호텔에 도착한 다정이는 소파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나는 다정이 옆에 앉아서 다정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오늘 어땠어?”

“너무 좋았어요.”

호텔까지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슬슬 잘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할래, 이제 잘까?”

내가 물어보니 다정이가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니요. 수영해요, 수영.”

“수영?”

“네에, 여기 수영장 있잖아요.”

나는 호텔 전망이 보이는 창가 앞에 있는 작은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방 수영장? 아니면 호텔 수영장?”

수영장은 두 개 있었다.

방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수영장과 호텔 객실 손님이 전원 이용할 수 있는 해변 위에 있는 호텔 수영장.

호텔 수영장은 새벽 2시부터 5시는 점검인데, 지금은 딱 사람이 별로 없고 수영도 가능한 전세 내기 좋은 시간대였다.

“밖은 부끄러워요. 해변가랑 같이 호텔 창문에서 수영장도 다 보이잖아요. 여기서 해요.”

“근데 여긴 수영장이라기보다는 온천인데.”

“그러면 굳이 이 방을 올 필요가 없잖아요.”

다정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오빠가 싫으면 밖에서 수영해도 되긴 하는데......“

”아냐. 오늘은 다정이 말 다 들어줘야지.“

”헤헤, 맞아요.“

다정이의 미소를 보니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저 그러면 갈아입을게요. 아 맞다. 오빠는 수영복 있어요?“

”응. 혹시 몰라서 가져왔어.“

나는 아공간 주머니 스킬을 시전하여 그 안에서 수영복을 빼냈다.

어차피 숨길 것도 없다.

허공에 작은 포탈이 생기고 그 안에서 수영복이 나오자 다정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와아아...... 대박. 완전 신기해.“

”보는 건 처음이지?“

”네에. 거기 저도 손 집어넣을 수 있어요?“

”음. 해봐, 안 될걸.“

블랙룸은 다른 사람도 들어가는 게 당연했지만, 이건 ‘나만의’라는 단어가 붙어서 그런지 오직 나만이 포탈 안에 손을 넣었다 빼는 게 가능했다.

전에 수정이가 한번 넣으려고 해 봤는데 안 되는 걸 보면, 의지가 있는 다른 생물체는 못 집어넣는 것 같았다.

”아앗, 그러네요......“

”다음에 더 신기한 거 보여줄 테니까, 일단 갈아입고 와.“

”네엣.“

이윽고 화장실로 들어간 다정이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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