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https://t.me/LinkMoa
다정이가 내 곁으로 더 다가왔다.
”같이 데이트할 때도 너무 즐거웠고, 오빠 덕분에 언니도 매일매일 웃으면서 출퇴근하고, 엄마도 컨디션이 너무 좋아지고...... 아, 엄마한테 준 그것도 오빠 능력으로 막 어떻게 한 거죠?“
”뭐, 그렇지.“
상점에서 산 건데, 내 능력이라고 하면 능력이었다.
”역시. 조금만 마셔봤는데, 뭐 마시자마자 피로가 싹 풀리더라고요. 게다가 오빠가 없으니까 만화도 잘 안 그려지고......“
다정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들도 필요 없이, 그냥 오빠랑 있는 게 즐거웠어요. 오늘 아침까지도 많이 머리가 복잡했는데, 오빠 얼굴 보니까 그런 게 싹 사라지더라고요.“
호감도의 힘은 정말 굉장했다.
하긴, 수정이 때는 내가 강간범이라는 걸 들켰어도 그걸 용서해줄 정도였으니까. 아마 호감도가 그때 낮았으면 정말 큰일 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정이의 호감도는 이미 90을 넘긴 상태였다.
키스를 들키기 전에는 80이 조금 안 됐는데, 오히려 들킨 다음 유정이 누나랑 이야기하면서 더 오른 경우였다.
”그리고 오빠 계약서도 하나 썼다면서요?“
”아, 그거.“
”오빠가 저희집 빚을 왜 갚아줘요......“
유정이 누나 월급을 높게 책정하긴 했는데, 그걸로도 빚을 갚는 건 한세월이라. 그냥 돈도 많은데, 대충 한 번에 내가 다 갚아주기로 했다.
누나는 누나대로 잘 쓸 수 있게 그대로 월급을 많이 주고, 그렇게 되면 어머님도 식당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돈이 많으니-.“
”그런 거 말고요. 돈 많다고 빚 갚아주면 다른 더 힘든 사람들 빚도 갚아줬겠죠.“
”......“
”오빠는 어떤데요. 계속 사진만 찍고, 귀엽다만 하지 말고, 오빠 여자친구나 언니한테처럼 확실히 말해줘요. 아직 듣기만 한 거라 불안하단 말이에요.“
다정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정이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오빠 아직도 저 노려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정이가 말을 이었다.
”오, 오빠가 원하면 저, 저도...... 바람펴 줄 수 있는데.“
”바람이 아니라 하렘.“
”그거나, 그거나 똑같잖아요.“
”아니지, 아주 달라.“
”오빠 진짜 멘트 구려요.“
나는 피식 웃었다.
”아까는 좋아한다며, 싫어졌어?“
다정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좋아, 사랑해요.“
오우야.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뛴다. 나도 다정이를 껴안고 말해줬다.
”나도 사랑해 다정아.“
”거짓말.“
”진짠데.“
”진짜요?“
손을 풀자, 다정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난다.
”그럼 증명해줘요.“
”어떻게?“
”헤헤, 그건 오빠가-. 우움. 쪽......“
곧바로 입술을 맞추자 다정이의 눈동자가 커졌다가 금세 감겼다. 가벼운 키스를 하고 떨어지자 다정이는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와, 와아...... 진짜 바람둥이.”
“싫었어?”
“히이. 어쩌겠어요~. 저도 그런 바람둥이한테 찍혔는데.”
다정이의 표정은 부끄러우면서도 밝아 보였다.
“오빠 근데 있잖아요.”
“응. 왜?”
“사실 배달 온 사람도 오빠죠?”
“앵? 배달?”
“왜 이번 주에, 저 카페랑 학교도 안 나갔을 때. 매일 오빠가 점심 배달시켜 줬잖아요.”
월요일 저녁은 진짜 감기에 걸렸을까 싶어서 저녁에 유정이 누나를 통해 죽을 배달해줬고, 화요일부터 목요일은 점심을 잘 챙겨 먹으라고 음식을 배달해줬다.
“그게 나라고......?”
“제가 다아 알아봤어요. 유정이 누나한테 물어봤는데, 오빠 점심때마다 나갔다가 들어왔다면서요. 외출 시간도 딱 맞던데.”
“에이, 우연이겠-.”
“세상에 어떤 배달원이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고 상담을 해줘요.”
다정이의 말에 딱히 할 말이 없어졌다.
[ 나 : 배달 보낼 게 챙겨 먹어? ]
[ 다정이 : 네, 고마워요. ]
솔직히, 아무리 유정이 누나한테 미리 다 말해뒀다고 해도, 다정이가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직접 가면 혼란스러워 할 것 같아서 어쩌지 싶었다가, ‘변신’ 스킬을 사용해 음식 배달원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남자면 경계할 수 있으니, 여자의 체형과 얼굴로.
변신 스킬이 성별을 넘나들 수는 없기 때문에, 하반신에 우람하게 달려 있는 내 자지를 땔 수는 없지만, 여성스러운 골격과 얼굴, 체형 등은 만들 수 있었다.
키도 줄이고, 친절한 여성의 얼굴을 세팅해 직접 음식을 포장해서 다정이한테 가져다주었다.
그다음 표정이 안좋니 뭐니 하고 갖은 이유를 대며 상담해준다고 하니, 다정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문을 열어주었다.
중간중간 수상한지 다른 배달은 안 해도 되냐고 막 물어봤었는데, 라이더인데 자유라서 시간 많아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한 게, 역시 들킨 모양이다.
“맞죠? 표정 보니까 맞네.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 말하는데 오빠 이야기를 하면 은근슬쩍 띄우고, 사귀는 쪽으로 막 유도하더라고요.”
유정이 누나한테도 막 모든 스킬을 다 보여준 게 아닌데, 그냥 다른 능력들도 몇 개 있다고만 했는데, 얘는 혼자서 막 추론하고 있었다.
‘혹시 수정이랑 미리 막 통화한 거 아니야?’
수정이랑 비슷하게 바람둥이 바람둥이 하는 것도 그렇고, 음. 그렇다고 번호는 알 방법이 없는데.
“아니. 그러면 일부러 오빠 바보바보거렸던 것도 그것 때문이야?”
“히히. 무슨 표정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다정이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무튼, 이제 저, 저도 오빠 여자친구 맞죠......?”
“당연하지.”
“그럼 지금까지 오빠가 제 마음 가지고 논 거 사과해야겠죠?”
“응? 그렇지. 미안해.”
“히이. 미안해요?”
“?”
뭔가 노린 것 같은데.
“미안하면...... 오늘은 제 부탁 다 들어줘요.”
“부탁?”
“네. 뭐든지요!”
내가 묻자 다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라...... 다정이가 별걸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다정이 오늘 하고 싶은 거 다 해.”
“헤헤. 그럼 오빠는 오늘 하루 제꺼에요. 알았죠? 제 말 다 들어 줘야 해요?”
“그럼그럼.”
다정이는 마치 확인차 물은 다음에,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럼, 일단 저 목마 해줘요.”
“목마?”
“네.”
갑자기 웬 목마인가.
그래도 일단 다정이가 원하는 거니까.
내가 허리를 굽히자, 다징이가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야들야들한 허벅지가 제법......!
“흣. 뭐해요.”
“허벅지가 너무 꿀벅지다 다정아.”
“변태 오빠. 다 잡은 물고기라고 막 바로 만지는 거예요?”
“이런 거 각오한 거 아니었어?”
“그건 맞는데. 히히.”
나는 몸을 일으켰다. 신체 능력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다정이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와아, 오빠 힘 진짜 쌔네요.”
“무거워서 죽을 것 같아.”
“이씨. 저 언니보다 가볍거든요.”
다정이의 투정을 흘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까?”
“이 주변 아무 곳이나 괜찮아요. 그냥 경치 좋아 보이는 곳?”
“그래? 오케이.”
나는 다정이를 태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오, 오빠 좀 빠른데. 위험한 건 아니죠?”
“괜찮아. 너 절대 안 다쳐.”
10분 정도를 그렇게 돌아다니자 다정이가 꺄르르 하며 웃었다.
“재밌어?”
“네에.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나도 옛날에는 목마 많이 탔는데, 대나무 헬리콥터 느낌으로.”
내가 말하자 다정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나무 헬리콥터요?”
“만화 있어. 아니 그걸 몰라?”
“네. 옛날 건 안 봐서.”
“옛날이라니, 요즘도 나오는데.”
나는 다정이의 입에서 어이없는 말이 들려왔다.
“헤헤, 아재 같아.”
아재?
아니, 어디서 저런 말을. 쓰읍.
“나보고 아재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빠 방금 30대 같았어요.”
“30대면 아재 아니지. 예전에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그때 아는 30대 형 보니까 나랑 비슷해 보이더라. 그리고 난 스물둘이다 인마.”
“히히. 이 아재야.”
“요게 어딜. 나랑 나이 차도 별로 안 나는 놈이.”
다정이가 배시시 웃는다.
“오빠가 맨날 저 어린애 취급했으면서요?”
“내가 어린애 취급했다고?”
“와~. 기억 안 나요? 대박.”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같기도~는 무슨! 맨날 그랬거든요-.”
다정이가 내 위에서 툴툴거린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뭘 걱정하지 마요.”
“오늘부터는 안 그럴 거니까.”
“......”
다정이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녀는 얌전히 나를 휘감은 허벅지에 살짝 힘을 더 주었다. 느껴지는 감촉을 보니 굳이 안 봐도 표정이 보이는 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
다정이는 ‘성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