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26화 (126/303)

〈 126화 〉# htt‍ps://‍t.‍me/L‍i‍n‍kMo‍a

날이 바뀌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여행하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인 오늘은 드디어 주택으로 가는 이삿날이다.

쿡.

“수정아~, 일어나야지.”

나는 블랙룸 침대에서 자는 중의 수정이의 볼을 콕 하고 찔렀다.

보들보들한 볼을 찔리자 우움, 하고 신음을 흘린 수정이가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베시시 웃는 미소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우웅. 깨워줘어......”

“이미 깬 거 아니야?”

“안 깼어어. 뽀뽀오......”

“으이구.”

말랑한 입술에 입을 맞춰주자 수정이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그러게, 어제 적당히 했어야지. 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겠다고 그랬어.”

“그치마안 공포게임 때문에 무서웠단 말이야. 정액치료가 필요했...... 아얏.”

“정액치료는 무슨. 왔는데 때마침 델리아랑 하고 있어서 질투 난 거 아니야?”

팩트폭격을 날려주자 수정이가 앙탈을 부렸다.

“아앙, 몰라아~.”

“모르긴 뭘 몰라. 응? 이뇨속아.”

“꺄하핳! 으핳, 간지러워어.”

행복하다.

이렇게 웃음 짓는 수정이도, 이제 커다란 주택으로 이사 간다는 것도 이전에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내 품에 안겨서 꺄륵, 웃는 수정이와 나는 몇 번이고 모닝 키스를 나눴다.

수정이가 씻으러 간 동안 델리아와도 키스를 나눈 다음, 우리는 다 같이 이사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솔직히 별것도 없었다.

냉장고도 진작에 많이 비워놨고, 원룸 안에는 죄다 버리는 물품들 뿐.

챙겨갈 물건이라면 옷들을 비롯한 귀중품인데, 그건 미리 다 블랙룸에 챙겨두었다.

낡은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같은 것들은 무상수거를 예약했고, 가구들은 폐기번호를 붙여 한밤중에 밖에다 내다 놨다.

옷장 같은 무거운 가구들도 높아진 능력치와 마력을 이용하니 혼자서 블랙룸에 옮기는 것이 가능했다.

블랙룸에 옮긴 다음 1층에 내려가 사각지대에서 포탈을 소환하고 다시 꺼내는 식으로 하니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원룸을 깔끔하게 비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따로 챙길 물품들은 새로 얻은 아공간 주머니에 보관했다.

“텅텅 비었다~.”

“그러게. 여기 진짜 오랫동안 있었는데.”

완전히 빈 원룸이 보인다.

수정이는 살짝 향수에 잠긴 눈으로 원룸을 바라보았다.

나는 수정이를 껴안듯 어깨를 쓸어내렸다.

“주택에는 더 오래 있을 거야.”

“응, 당연하지이......”

수정이가 내 어깨에 몸을 살짝 기댔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돼?”

“이미 다 사놨어. 냉장고는 같이 갔을 때 봤을 거고, 건조기, 스타일러 같은 것들도 다 있으니까 몸만 가면 돼.”

“히이, 기대된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주택으로 향했다.

“아, 내가 낼게.”

“응.”

완성된 집.

외부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애초부터 잘 되어있던 집이라 대대적인 인테리어는 필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2주가 아니라 2달이 걸렸겠지.

처음부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집이었고, 비어 있는 방들을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했을 뿐이다.

“진짜 대에박 넓어.”

수정이가 주택 안에 들어와서 호들갑을 떨었다.

“짐 옮기고, 청소 한번 사악 하자.”

“오케이~!”

우리는 각자 짐들을 잘 정리한 다음 청소기와 물걸레로 주택 전체를 청소했다.

“후아. 너무 넓으니까 오히려 청소는 힘드네.”

“그러게.”

수정이 말대로 100평이 넘는 이 주택은 관리하기에 꽤 힘들 것 같다.

이 집을 관리해줄 만한 사람을 한명...... 음?

‘잠깐만.’

나는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러고 보니 유정이 누나랑 다정이네 어머니가 있잖아......?

다정이랑 유정이 누나를 하렘 맴버로 하면 어머님은 어떻게 할까 했는데, 생각해 보면 꼭 카페가 아니라 이 집 관리인으로 들여도 되는 게 아닌가.

마침 지하에 관리실이 있기도 했다.

게다가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의 어머님은 따지고 보면 미망인이었다.

자매 + 모녀 덮밥?

‘가......능......?’

머릿속에서 가능이라는 단어가 미약하게나마 메아리쳤다.

그래, 일단 머릿속에서 계획만이라도 한번 세워보자......

유정이 누나는 이미 거의 다 넘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 현 상태

- [ 호감도 : 78 ]

- [ 신뢰도 : 53 ]

- [ 연분도 : 45 ]

- [ 성욕 : 21 ] [ 식욕 : 46 ] [ 피로 : 24 ]

호감도도 엄청나게 높고, 다정이한테 잘해주며 질투를 유발하고 그걸 보듬어 주며 사랑해주면 금방 공략 완료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다정이의 호감도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자매 모두 공략 완료를 하고 호감도가 100에 고정되면, 어머님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 또 다른 여자 생각한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므훗한 4P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자, 수정이가 내 표정을 보고 소리쳤다.

하여간 귀신같아.

나는 피식 웃고는 다시 물걸레 청소기를 움직였다.

“후아. 힘들다아.”

“수고했어.”

정수기에서 막 담은,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수를 건네자 수정이가 꼴깍꼴깍 마시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푸하...... 그런데 물보다 더 힘 나는 게 있는데.”

“하여간.”

“헤헤.”

귀엽게 입술을 내미는 수정이와 한창 쪽쪽 거리며 키스를 하고 있자, 돌연 전화기가 울렸다.

수정이네 아버님이었다.

전화를 받자 곧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이었지. 어떻게, 이사는 잘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이제 막 끝났습니다.”

“벌써? 허허, 빠르구먼.”

휴대폰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는지 수정이가 나를 보고 말했다.

“어? 아빠야?”

“옆에 수정이가 있나?”

“네, 바꿔드릴까요?”

“후우. 아냐, 됐어. 요즘에는 톡만 하고 전화도 한 통 안하고......”

수정이네 아버님이 서운한 목소리를 냈다.

사실 이렇게 활발하게 톡하는 것도 꽤 드문데, 나와 수정이네 아버님이 워낙 자주 통화하는 통에 나온 사소한 투정이었다.

“조만간 수정이랑 다시 한 번 들리겠습니다.”

“하하, 그러면 좋지. 카페는 금요일에 오픈한다고 했나?”

“예, 정식 오픈은 아니고 가오픈입니다. 며칠 정도 아르바이트생들이 카페에 적응하고 음료 제조 공식도 암기하게 시키고 해야죠.”

“좋네. 손님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근처 가게나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 아르바이트생들의 지인들을 위주로 받을 생각입니다.”

나와 수정이네 아버님은 그렇게 몇 마디 대화를 더 하다가, 이내 통화를 종료했다.

“울 아빠랑 완전 친하네?”

“그렇지.”

“헤헤, 좋다아.”

수정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내게 몸을 비비적댔다.

델리아도 바로 옆에 있었기에 나는 둘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정리도 다 했으니까, 우리 이제 놀까?”

내 말에 델리아와 수정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좋습니다.”

“응. 좋다. 근데 뭐하고 놀지?”

“뭐긴, 파티룸 있잖아.”

“맞다!”

그래. 우리에게는 난교룸이 있다.

3P각......!

나는 델리아와 수정이를 한 번에 벗겨 먹을 아름다운 생각을 하며, 파티룸으로 내려갔다.

물론, 처음부터 곧바로 섹스할 생각은 아니고.

이사를 마친 만큼 즐겁게 놀기는 해야겠지.

“영화 볼 수도 있고, 노래방 시스템도 있어.”

넓은 파티룸에 파티용 점등을 사용하자 신나는 분위기가 펼쳐졌다.

수정이와 델리아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눕혔다.

“진짜 대바악.”

“일단 배고프니까 뭐라도 시키자. 델리아도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피자, 치킨, 떡볶이 아무거나 다.”

내가 말하자 수정이와 델리아는 곧장 휴대폰 어플을 실행해 서로 메뉴를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옷을 챙겨입었다.

“나는 마실 것 좀 사 올게. 근처에 편의점 있으니까.”

“아, 응!”

“조심히 다녀오세요. 진현님.”

나는 둘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화려한 현관문을 나서서 정원을 걷고 돌계단을 밟고 내려온다.

“집 좋네~.”

다시 봐도 멋진 주택이다.

좋다 좋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만족스럽게 웃은 나는 편의점을 향해 걸었다.

어느덧 저녁이 됐다.

일요일 저녁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며 길을 걷자 금세 편의점에 도착했다.

흐음. 뭘 사갈까.

시원하게 목을 적셔줄 음료를 머릿속으로 고르며 편의점에 들어가려 하는데, 때마침 검은 봉지를 들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 둘 다, 그 자리에서 굳었다.

“아.”

“아......”

매력적인 검은색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자.

장예화.

호감도 떡락한 그 장예화였다.

설마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상대도 딱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시 봐도 엄청 예쁘네.

하지만 나를 발견한 예화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분위기만 풍겼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

휙.

예화는 내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그냥 몸을 돌려서 지나갔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는 예화를 향해 한마디를 톡 쐈다.

“사람 인사를 무시하고 그냥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내 말에 장예화의 몸이 우뚝 멈췄다.

예화는 다시 몸을 휙 돌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쪽 인사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수정이랑 화해했는데, 못 들었어요?”

“......듣긴 했는데, 저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철벽 매섭네 진짜.

나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나만의 아공간 주머니 스킬을 사용해, 쿠폰 한 장을 꺼내서 예화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으세요.”

“그게 뭔데요.”

장예화는 쿠폰을 받지 않은 채 내 손만 흘끔 바라보고 물었다.

“카페가 금요일 날 오픈하거든요. 정식은 아니고 가오픈. 저희 카페 쿠폰이에요.”

“제가 그쪽이 운영하는 카페에 갈 것 같나요.”

“그 쿠폰 가오픈 기간에만 사용 가능한데, 내기만 하면 무료로 커피랑 빵 종류 하나 골라서 받으실 수 있어요. 공짜예요. 오셔서 한번 드셔보셔도 손해는 없으실 거예요.”

“......”

내 부드러운 말투에 예화는 쿠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한숨과 함께 쿠폰을 낚아채 갔다.

“후우...... 수정이 때문에 내가 받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걸어가기까지.

어우.

까칠하긴.

호감도가 낮다는 게 아주 절절하게 다가온다.

수정이가 분명 예화는 작곡 같은 걸 한다고 했지. 카페에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는데.

“......”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찌나 빠른 걸음걸이로 가는지 이미 예화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뭐, 그래도 성격상 쿠폰을 받은 이상 안 올 것 같지는 않다. 안 올 거면 아예 안 받고 말지.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으로 가려다.

‘아 맞다. 마실 거 사러 왔지 참.’

다시 편의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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