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23화 (123/303)

〈 123화 〉# h‍t‍t‍ps://t.m‍e/L‍inkMo‍a

“미쳤어! 미쳤어! 어?”

“아, 미안해요. 그만 때려요.”

내가 웃자, 유정이 누나가 뿔난 표정으로 내 팔과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볼을 부풀리고 입술을 내민 표정은 썩 귀여웠다.

“뭘 그만 때려야. 뭐가 잘났다고! 방음벽이면 미리 말을 하든가...... 왜 잘 들린다고 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러는 편이 스릴이, 악!”

유정이 누나한테 질내사정하고 20분 뒤, 나와 누나는 다시 사무실에 앉아서 자료를 정리했다.

정신을 차린 누나는 나를 찰싹찰싹 때렸다.

다정이한테는 일이 길어질 것 같아서 잠시 뭘 사러 나갔다 왔다고 했다.

문자로 기다리고 있으라 하니까 다정이는 다시 손님용 방으로 갔고, 나와 유정이 누나는 그 틈에 정사의 흔적을 치우고 나왔다.

당연히 뭘 사러 갔다 왔다는 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얼른 밖에 나갔다 오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다정이는 왜 말없이 갔냐고 뾰로통해졌는데, 비싼 커피를 손에 쥐여주니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애야 애.

사일런스 필드에 대해서는 당연히 누나한테 말을 안 했다.

대신에 방음벽이 잘 되어있다고 말했는데, 유정이 누나는 다정이가 우리의 행위를 아예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야스룸에는 방음벽을 탄탄하게 설치할 예정이기도 하고.

“스릴은 무슨 스릴이야. 진짜 들켰으면 어쩔 뻔했어......! 그리고 움직이지 말라니까 마음대로 움직이고!”

“그래도 안 들켰잖아요. 누나도 기분 좋았고.”

“허어. 그으래?”

“흐. 틀렸어요? 맞잖아, 윤유정.”

내가 능글맞게 웃자, 유정이 누나는 아까의 행위를 생각하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다시 뿔난 표정을 지었다.

“뭐? 윤유정? 와, 이제 누나한테 막 반말까지 하고. 너어 진짜 나쁜 놈 다 됐-. 앗.......!”

나는 나를 또 찰싹 치려는 유정이 누나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막상 손목을 붙잡고 유정이 누나를 내려다보자, 나와 눈을 마주친 누나의 눈망울은 심하게 흔들렸다.

“......놔, 놔아아.”

아. 왜 이리 귀엽냐.

기세등등하다가도 잡히면 꼼짝 못 하고.

“흐. 왜 이리 귀여워요. 진짜 미치겠다. 잊었어요? 저 가게에서는 사장님인 거. 일할 때는 저한테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죠.”

“아, 아직 오픈 안했잖아......”

“곧 하잖아요.”

미소를 짓자 유정이 누나가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러다가 다시 아! 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맞아! 그리고 너, 또 안에다 싸면 어떻게 해......! 콘돔도 안 했는데.”

“누나 생리 언제 했어요?”

“어...... 4일 전?”

“그럼 안전하네요.”

“그걸 이제 물어보는 것부터 안 안전해!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

블랙룸 자판기에서 뽑은 알약 먹어서 그럴 일은 없는데.

“괜찮아요. 그럼 제가 책임져 드릴게요.”

유정이 누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너...... 아무한테나 막 그런 말 하지.”

“무슨 소리에요. 진짜 좋아하고, 특별한 사람한테만 이러는데.”

유정이 누나한테 다가가며 말하자, 누나의 몸이 움찔 떨렸다.

거, 거짓말...... 하고 말하는 유정이 누나한테, 나는 알약 하나를 건네주었다.

“뭐, 정 걱정되시면 이거 드세요.”

“뭔데......?”

미리 챙겨둔 여성용 피임약이었다. 내가 먹은 것과 마찬가지로 블랙룸에서 뽑은 거라서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 없는 피임약이에요.”

“......이런 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유정이 누나는 곧장 약을 받아서 물과 함께 넘겼다.

“난봉꾼...... 나 좋으면 다정이는 어쩔 건데......”

“다정이도 좋죠.”

“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둘 다 좋을 수도 있죠. 누나도 그냥 제 여친 해요. 네? 둘 다 사랑해줄게요.”

내가 도리어 당당하게 말하자, 유정이 누나가 당황했다.

“그게 무슨......”

“행복하게 해줄게요. 쭙. 네? 응? 유정아.”

“으. 너 자꾸 반말...... 움, 쭙.”

“앞으로는 빼지 말고요. 알았죠? 누나. 입 벌려요. 어서.”

“우움, 쪽, 아하읍......”

유정이 누나는 피하지 않고 마주 입술을 벌려 혀를 집어넣었다.

“쪽, 쪼옥.”

그렇게 한창 키스를 이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위이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쪽, 아. 전화 왔네요.”

“......아.”

누나 혀 맛 좀 더 보려고 했는데......

유정이 누나는 아쉬운 얼굴을 하고 내게서 떨어졌고,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수정이나 델리아면 웃음이 나겠는데, 화면에는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일단 받아야지.

[ 여보세요? ]

[ 안녕하세요......? ]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누구시죠? ]

[ 혹시, 그 카페 델리아 모집 공고 올리신 분 맞나요? ]

[ 네, 맞아요. ]

[ 죄송합니다. 저 그,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 본다고 한 사람인데...... 오늘 늦어버려서. 지금 일단 카페 바로 앞에 와있긴 한데, 혹시 늦었어도 올라가서 면접 봐도 될까요......? ]

[ 괜찮습니다. 지금 빨리 올라오세요. ]

[ 아, 네. 감사합니다. 빨리 올라가겠습니다! ]

전화를 끊자 유정이 누나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봤다.

“뭐야?”

“면접자 한 명 더 온다고 하네요. 늦어서 미안하다고.”

“치. 첫 면접부터 지각은......”

유정이 누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나는 피식 웃었다. 키스가 중간에 끊겨서 저러는 건가.

“아쉬워요?”

“조, 조금......?”

“앞으로도 많이 하면 되죠.”

“......”

유정이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이와는 또 다르게 귀여운 맛이 있네.

타박타박타박.

카페 바로 앞에 와있다는 건 정말인지, 곧바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근데 역시 키스를 방해한 건 괘씸하지.

황금빛이 부족하면 곧바로 커트다......!

“하아. 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거절하기에는 너무 예쁜 외모였고.

“괜찮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네.”

되게 도도해 보이네.

약간 화났을 때의 장예화같다.

물론, 외모랑 몸매 자체야 예화가 압살하지만...... 그냥 스타일이 그렇다는 이야기.

오늘 면접을 보러 온 아르바이트 지원자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외모였다.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정채은이고 나이는 스물하나에요.”

“네, 정채은씨...... 아~. 베이커리 부문으로 오셨네요?”

“네, 맞아요.”

자격증도 있는 여자였다.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행운추적자를 착용하고 봤는데, 황금빛이 찬란했다. 아주 환영이지.

나는 대충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물어보고 곧바로 면접을 끝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부터 여기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저 합격인가요?”

“네, 출근날은 지각하지 마시고요.”

내가 말하자 정채은은 살짝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절대 지각 안 할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문자가 갈 거예요. 그거 보시고 나오시면 됩니다.”

“네!”

정채은은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사무실에서 나갔다.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자, 옆에서 유정이 누나가 나를 흘겨보았다.

“......아주 예쁜 애 오니까 좋아 죽지.”

“제가 뭘요.”

“처음에 표정 똥이었다가 얼굴 보자마자 표정 풀리던데.”

그걸 봤네.

그야 예쁜 여자가 오면 표정이 풀리지.

사실 오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 중 막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다 싶은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내 기준에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다는 게 델리아나 장예화 정도 된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기준이 지나치게 높긴 했다.

수정이도 엄청나게 예쁘지만, 수정이급 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유정이 누나나 다정이와 비벼볼 만한 외모의 여성이 몇 있기는 했으니까.

방금 정채은이나 백아린도 그렇고, 충분히 위협을 느낄 만하긴 했다.

“예쁜 지원자가 오면 당연히 기쁘죠. 남자 손님들이 좋아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베이커리 부문 지원자기도 하고요.”

“진짜 그것뿐?”

“흐. 진짜.”

내가 웃자 유정이 누나는 나를 향한 게슴츠레한 눈빛을 거두고 풋,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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