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https://t.me/LinkMoa
델리아의 유혹에 우리들의 행위는 뽀뽀에서 키스로 변질되었다.
“하웁, 에움...... 진현님.”
똑똑 노크하는 델리아의 혀에 입을 열어주고, 델리아의 혀와 침을 맛있게 탐했다.
몇십 분이고 델리아의 몸을 껴안은 채 이렇게 키스를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1분 정도만 서로 혀를 섞은 뒤 얼굴을 뗐다.
“잘 다녀오세요.”
“응. 갔다 올게.”
살짝 아쉬워하면서도 손을 흔들어 주는 델리아를 뒤로하고, 나는 그렇게 집을 나섰다.
[ 이번 정류소는 ......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일서초등학교입니다. ]
오늘은 다정이에게 로또를 사준다는 명목으로만 자매를 만나는 게 아니었다.
다정이와는 언제나 복권 판매점 앞에서 만났지만, 오늘은 일서초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를 함께 만나기로 했다.
일서초등학교는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의 집, 그리고 나와 유정이 누나가 알바하던 편의점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다.
‘슬슬 능력치도 좀 더 올려볼까.’
버스의 창문을 거울삼아 내 얼굴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인도 꽤 쌓였겠다. 이제는 존버 따위 필요 없이 코인을 팍팍 써도 괜찮을 것이다.
카페에도 투자하고, 내 능력치에도 투자하자.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를 공략한 다음 그녀들의 특성을 맞춰줄 생각도 해야 하긴 했지만, 어차피 히로인 1명을 C랭크 이상으로 공략하면 호감도 100으로 1만 코인, C랭크 이상 달성으로 2만 코인으로 총 3만 코인이 자동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다정이의 경우에는 도전 퀘스트도 있기 때문에 공략을 완료한 즉시 150,000코인이 추가로 들어온다.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의 특성은 물론이고, 블랙룸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코인이었다.
[ 이번 정류소는 일서초등학교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흘끗 창문 밖을 내다보자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가 이미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자매는 사이좋게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버스의 문이 열리자 동시에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는 버스에서 내린 나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
“헐.”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장에 시계, 구두까지.
머리도 델리아가 손봐줬기 때문에 미용실에 막 갔다 온 듯한 그런 스타일이었다.
풀세트로 맞추고 나타나자 다정이는 물론, 유정이 누나까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다정이에게 다가가 미리 사둔 로또 용지를 건넸다.
“자, 여기 로또.”
“히히. 고마워요. 근데 오빠 오늘 대박. 정장 입은 거예요?”
“응. 어울려?”
“네, 완전. 엄청 멋있어요. 다른 사람 같아요.”
다정이한테도 멋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은근 기분이 좋다.
“뭐야. 그럼 평소에는 안 멋있었다는 소리네?”
“아핰. 그건 아니고.”
다정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자 누나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누나 잘 지냈어요?”
“으응. 잘 지냈지.”
누나는 내 차림을 다시 훑어보더니 자신의 차림과 비교했다.
“으. 나도 가서 다시 갈아입고 올까......? 정장 비스무리한 건 있는데.”
“에이. 안 그래도 돼요. 제가 그냥 입고 싶어서 입고 온 거라. 지금 누나 스타일도 엄청 예뻐요.”
“그, 그래?”
유정이 누나가 묘하게 수줍어하자 다정이가 볼을 부풀렸다.
“저는요, 저는 안 예뻐요?”
다정이는 청바지에 살짝 헐렁한 니트를 입고 있었다. 청순하고 동글동글한 다정이의 얼굴이 가미되자 되게 귀여웠다.
“다정이도 당연히 엄청 귀엽지.”
“아앗. 왜 전 예쁘다가 아니라 귀엽다에요.”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지 어떻게 해. 흐. 일단 가자.”
“아, 오빠아.”
다정이와 내가 깔깔거린다.
유정이 누나는 그런 우리 둘을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내게 거리를 좁히며 말을 걸었다.
“오늘 오는 사람이 13명이라고 했지?”
“16명이요. 그 사이에 3명 늘었어요. 지원은 그만큼 해서 면접 보러 오라고 문자 돌리긴 했는데, 솔직히 다 오는 건 말도 안 되고. 얼마나 와 줄지는 모르겠네요”
“흐음. 혹시 이력서는 있어?”
“아뇨. 그냥 한 명이라도 많이 지원하라고 문자 지원으로 받았어요.”
카페는 이사 갈 집에서도, 다정와 유정이 누나의 집에서도 꽤 가까웠다.
조금만 걸어 횡단보도를 건너자, 우리는 금세 카페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페는 한창 리모델링 중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형태와 디테일을 갖추고 있어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윤곽이 잘 보였다.
“공사 많이 진행됐네.”
“반 이상은 했으니까요. 2층으로 가요.”
“응.”
2층도 아직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사무실도 더 리모델링을 진행해 카페와 연결해야 하지만, 그래도 임시로 책상을 두고 면접을 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오. 여기가 오빠 사무실.”
“넓지?”
“오빠 혼자서 이 방들 다 쓰는 거예요?”
카페 2층의 직원 전용구역 맨 구석에서 문을 열면 작은 복도가 나온다.
그리고 그 복도에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 2개가 존재했다.
왼쪽 방은 손님용 방이고, 오른쪽 방은 내 사무실이다.
손님용 방은 적당한 크기로 카페 같은 분위기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고, 사무실은 내가 일을 볼 깔끔한 공간으로 부탁했다.
사무실 안에도 방이 2개가 더 있는데, 한쪽 방은 내가 옷을 갈아입거나 잠시 쉬는 용도의 방. 다른 한쪽 방은 델리아가 출근할 때 머물 방이었다.
뭐, 말이 옷을 갈아입고 쉬는 방이지, 침대도 놓을 거라 섹스룸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넓으니까, 다정이 너도 전에 말했듯 여기서 공부나 만화 그리고 싶으면 언제든 놀러 와도 돼.”
“저 그럼 사양 안 하고 진짜 놀러 올 거예요?”
“그럼~. 그러라고 손님용 방을 만들었는데.”
“헤헤. 그럼 매일 와야징.”
타박타박.
한창 그렇게 다정이랑 말하고 있자, 복도 저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실 방에서 나가자 여자 한 명이 이쪽을 보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대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였다.
눈을 마주치자, 여자가 나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기......”
“혹시 카페 면접 보러 오셨나요?”
“앗, 네에.”
“그럼 이쪽 방으로 와주세요.”
여자는 내 말에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다정아. 손님용 방에 가 있어.”
“네엥~.”
다정이는 후다닥 사무실에서 나갔고, 방 안에는 나와 유정이 누나, 그리고 면접자만 남았다.
나는 행운추적자 안경을 착용하고, 면접자를 바라보았다.
“일찍 오셨네요.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네, 저어. 이름은 백아린이고, 나이는 스물셋이에요.”
“파트타이머 주중 오후 타임으로 문자 주신 분이네요.”
“아, 네. 맞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행운추적자에게 카페가 잘 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게 도움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지이잉-
안경이 작동되고, 지원자를 바라본다.
“혹시 카페 아르바이트는 해보신 적 있나요?”
“아...... 아뇨.”
“그럼 아르바이트는 해보신 적 있나요?”
“아뇨, 없어요......”
황금.
자신감 없는 목소리와 다르게 백아린은 상당히 밝은 황금색으로 빛났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백아린은 성실히 질문에 답변했고, 나는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과 요일 등 구체적인 시간을 메모한 뒤에 면접을 마무리했다.
“수고하셨어요. 합격 여부는 오늘 안에 문자가 갈 거예요.”
“아...... 이걸로 끝인가요?”
“네. 으음. 누나는 뭐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유정이 누나는 으음, 하다가 나처럼 형식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백아린은 열심히 대답했고, 이내 고개를 숙이고 방에서 나갔다.
“안녕히게세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백아린이라고 했지.
혹시 몰라서 히로인 어플 인물 등록으로 인물을 찾아보자, 성향이 나타났다.
[ 이름 : 백아린 ]
[ 나이, 성별 : 23세, 여성 ]
[ 성향 : 선행, 노력가 ]
[ 직업 : 없음 ]
[ 호감도 : 25 ] [ 신뢰도 : 21 ] [ 연분도 : 04 ]
오.
성향을 보니 과연 행운추적자의 판단이 이해가 갔다.
그런데 처음 봤는데 호감도와 신뢰도는 왜 이렇게 높아.
히로인 어플로 성향을 보고 있자, 유정이 누나가 말했다.
“으음. 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것 같아. 너는 어때?”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우리는 계속해서 면접을 진행했다.
16명에게 4명씩 10분 간격으로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도록 문자를 보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면접을 보러 왔다.
총 11명이 면접을 보러 왔고, 대부분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물론, 그중에는 함정도 있었다.
가령 이 사람.
[ 이름 : 김민솔 ]
[ 나이, 성별 : 25세, 여성 ]
[ 성향 : 중립, 이기심, 무기력, 예술가 ]
[ 직업 : 없음 ]
[ 호감도 : 21 ] [ 신뢰도 : 18 ] [ 연분도 : 04 ]
면접 자체는 보러 온 사람들중에서 제일 잘 치렀는데, 안경이 전혀 반응하지를 않아서 성향을 살펴보니 이랬다.
그래도 김민솔처럼 안경이 아예 반응하지 않은 건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황금색이 뜨기는 했다.
그 밝기가 사람마다 꽤 차이가 났지만.
아마 가장 처음 온 백아린이 최고로 밝았지.
나는 황금색의 밝기, 성향, 원하는 시간대와 요일 등을 잘 메모해두었다.
앞으로도 지원자가 나올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생각해서 뽑기만 하면 되는데......
문득 유정이 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진현아.”
“네.”
나도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면접은 분명히 잘 끝났을 텐데, 유정이 누나의 표정은 왜인지 살짝 뾰로통해 보였다.
이윽고 누나의 입이 열렸다.
“왜 지원자가 다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