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15화 (115/303)

〈 115화 〉# ht‍tp‍s://t.me/L‍i‍nk‍Mo‍a

덜렁덜렁.

무성한 털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덜렁거리는 남자의 물건은 은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베르디 레퀴엠 디에스 이레.

너무나 놀란 나머지 남자의 물건이 움직임과 동시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들려오는 착각마저 들렸다.

충격에서 겨우 벗어나 왼쪽을 바라보자, 벽에 기대있는 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알몸의 지나는 다리를 벌린 채로 있었다.

가슴과 배, 해벅지. 특히 지나의 음부에 희멀건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었는데, 그것이 정액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나가 평소 이야기하는 음담과 직접 이렇게 눈으로 보는 생생한 정사 후의 현장은 그 생동감이 차원이 달랐다.

“아, 죄송합니다. 이 호텔 방에서 묵는 분들이신가요?”

성큼.

덜렁덜렁.

은주는 남자가 한 걸음 다가오자 패닉에 휩싸였다.

평소에 보는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알몸을 봤다고 남자의 따귀를 때린다든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때 남자와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정신이 없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지나는 기절해서......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에요.”

유일하게 확실히 기억나는 한 마디였다.

지나가 섹스로 기절?

남자는 방을 좀 치우겠다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이내 옷을 챙겨입고 나와서 죄송하다며 뭐라도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은주와 예슬은 거절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카페까지 딸려오게 되었다.

“저기?”

“앗. 네......?”

“원하신다면 하루 치 호텔 비용이라도 드릴게요.”

“아~ 아뇨, 괜찮아요.”

은주는 손을 저었다.

솔직히 당황한 건 맞고, 오늘 다 같이 가기로 한 수족관도 못 가게 된 것도 맞지만 따지고 보면 잘못한 건 저 남자가 아니라 지나였다.

지나가 먼저 남자를 유혹하러 갔으니까.

게다가 원인제공을 한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지나의 성격을 알면서 샴페인을 사러 갔다가 금발 여자가 예쁘다고 말한 자신이었다.

‘금발 여자. 와......’

그나저나 진짜 예쁘다.

델리아를 본 은주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보고 또 봐도 완벽한 외모였다.

심지어 그런 완벽한 외모를 한 그녀는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남자의 얼굴만 쫓고 있었다.

솔직히 들어갔을 때 저 여자가 같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잠깐만. 그러면 설마 3P?

머릿속을 두둥실 떠다니는 의문과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때쯤, 다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아......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천진현이라고 합니다. 여기 임시 명함입니다. 잠깐 여행 왔는데, 약간 사고가 터졌네요. 두 분도 한국인이신 것 같은데, 유학 오셨나요?”

“네, 저는 은......”

잠깐만, 뭐라고?

천진현?

은주는 눈앞의 남자가 임시 명함이랍시고 건네준 종이를 바라보았다.

“아직 카페가 오픈하지는 않았는데, 카페 주소랑 제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혹시 한국에 올 일 있으면 꼭 들러주세요. 서비스 팍팍 넣어드리겠습니다.”

종이에는 명백하게 천진현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은주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인상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그 속에서 은주는 옛 향수를 느꼈다.

진현이......?

정은주에게 두 번째 패닉이 찾아왔다.

******

“뭐였지?”

“왜에-. 너 또 여자 생각하지.”

호텔 방 안.

수정이가 내 옆에 누워서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악. 수정이 얘는 틈만 나면 옆구리 공격을 한다.

나는 수정이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무슨 소리야~. 너랑 델리아가 있는데.”

“흐흐음~. 수상한데......”

“자~ 어서 자자. 우리 내일은 테마파크 가니까. 일찍 자야 해.”

“그래놓고, 내일도 오늘처럼 지나니 뭐니 하는 다른 여자랑 노는 거 아니지? 나 오늘 몇 시간 동안 혼자 있었는지 알아?”

“진짜로 미안해. 응? 절대 안 그럴게. 자 뽀뽀~.”

입술을 삐죽 내미는 수정이한테 뽀뽀를 퍼부어서고 잘 달랜 나는 누워서 오늘의 일을 생각했다.

델리아와 정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마주친 포니테일 여자.

내 이름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뭔가 행동이 이상해졌다.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스스로 무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오늘 일은 괜찮다고 하며 쌩, 하고 옆의 은발녀와 함께 나가버렸다.

결국, 그 둘의 이름도 듣지 못했지.

뭐, 그래도 마지막에 나가면서 포니테일녀가 내 명함을 흔들며 한마디 하기는 했다.

내 카페에 꼭 들리겠다고.

만약에 진짜로 오면, 서비스를 팍팍 넣어주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지.

“진현아아. 저거 타자 저거.”

“뭐야. 너, 저런 것도 탈 줄 알아?”

“으.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여행은 어찌어찌 잘 마무리되었다.

수정이는 내가 델리아의 호감도를 100찍은 날 이후로 내게 완전히 빠진 델리아를 보고, 리아가 나와 더 함께 할 수 있도록 꽤 많이 양보해줬다.

밤일도 델리아가 더 많은 질내사정을 받았다.

나는 솔직히 3P를 원했지만, 수정이가 지금은 리아와 섹스한지 얼마 안 됐으니 델리아가 나와 1:1로 하는 걸 더 좋아할 거라는 말에 나는 델리아와 매일 1:1로 관계를 가졌다.

당연히, 수정이와도 사랑을 듬뿍 나누었다.

다만, 수정이가 델리아가 먼저 섹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을 뿐.

결국 내게 있어서 이번 여행은 수정이한테도 델리아한테도 착정당하는 여행이 되었다.

“아~ 재밌었다,”

“그래? 다음에 또 갈까?”

“응! 리아야 같이 또 일정 정할래?”

“후훗. 네, 언니.”

그렇게 3박 5일의 여행이 막을 내렸다.

우리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석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고,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원룸에 도착했다.

“후아아. 힘이 빠진다아아......”

간단하게 씻은 수정이와 나는 블랙룸에 들어와 침대 위에 쓰러졌다.

******

“아씨. 진짜 알려달라니까?”

“이번 여행 동안 픽업 더 안 하면. 이틀 남았잖아?”

“으. 알았다, 알았어.”

은주는 자신에게 툴툴거리는 지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 약속도 다 어긴 걸 봐주고, 깨워줬는데.

지나는 호텔에서 일어나자마자 진현을 찾았다.

뭐, 세계 최강의 좆이니......

사상 최고의 자지천재나 뭐라나......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지나가 저렇게까지 매달리는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지라 꽤 신선하기도 했다.

‘진현이...... 진현이......’

설마 어렸을 때의 그 진현이가 저렇게 성장하다니.

처음에 이름만 들었을 때는 혹시 싶었는데, 엄마한테 전화번호도 물어보고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 바로 어렸을 때 알던 그 진현이가 맞았다.

키도 엄청 컸고, 얼굴도 남자답게 잘생겨졌고, 무엇보다 거기가......

거기가......

덜렁덜렁.

“미치겠다.”

“뭐가?”

“아무것도 아냐.”

스읍.

지끈거리는 머리를 털 듯 지워버린 은주는 진현이 건네준 임시 명함을 바라보았다.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하린이와 셋이서 놀 때는 사촌 관계여도 진현이를 조금 좋아했었지. 그때는 아마도 하린이와 삼각관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히 사촌끼리는 근친이니까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되고, 자신이 해외로 유학을 오면서 감정이 서서히 멀어졌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페라......”

은주는 진현이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카페의 주소가 적힌 명함을 지갑 속에 고이 모셔두었다.

몇 개월 뒤가 기대된다.

******

익숙한 풍경.

백화점 건너편의 복권 판매점 근처 벤치에 앉아 있자, 환한 얼굴을 한 다정이가 버스에서 내렸다.

날씨가 조금 추워져 가디건을 걸친 차림.

언뜻 보면 간편해 보였지만, 화장을 했는지 입술이 탱글하니 매력적이었다.

“아, 옵빠~! 헤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매일 톡을 해서 그런지 다정이의 표정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토요일.

나는 다정이를 만나러 외출했다.

델리아를 공략하자마자 바로 다른 여자를 만나면 델리아가 질투할 수도 있지만, 다정이는 누가 뭐래도 히로인이니까.

게다가 델리아와는 오늘 이미 충분히 사랑을 많이 나눴다.

서로 키스한 시간만 해도 20분은 넘을 것 같은데.

아침에도 수정이 몰래 나를 깨워서 앙증맞은 유두를 내밀고 모유로 목을 축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발기해서 곧바로 넣을 뻔했다.

아무튼.

슬슬 카페도 시작하고, 다정이랑 유정이 누나도 공략 완료를 하고, 아르바이트도 뽑을 때가 됐지.

생각해 보니 얼른 유정이 누나랑 다정이의 어머님한테도 가서 설득 해야 되는데......

자매 둘을 공략해서 동시에 하렘 맴버로 넣고 함께 살게 되면, 유정이 누나랑 다정이네 어머님은 어쩌지?

지금까지 딸 둘과 그래도 함께 생활했는데, 혼자 놔둬야 하는 건가?

아무튼, 할 일이 꽤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다정이가 도도도 달려와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았다.

어쩌면 저렇게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귀엽냐.

“오빠, 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어, 재미있었지. 근데 너 목요일 날 정말 로또 안 산 거 맞아?”

내 질문에 다정이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아. 몇 번을 물어봐요. 그렇다니까요. 오빠 여행 간다고 다른 사람한테는 부탁하지 말라면서요.”

“그래.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마.”

툭 던지듯 내뱉자, 다정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왜요......?”

“수상한 아저씨한테 잘못 걸리면 큰일 나. 알아?”

“히. 오빠는 안 수상하고요?”

나는 다정이의 질문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엄청 수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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