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https://t.me/LinkMoa
“에이~ 발 조금만 담그자니까?”
“괜찮은데......”
“기껏 왔으니까아~. 수영복으로까지 갈아입어 놓고? 빨리 가자!”
“아, 언니이.”
수정이는 델리아를 끌고 함께 바다에 들어갔다.
발만 담근다고 하고 델리아를 끌어들였지만, 막상 들어가자 수정이는 곧바로 델리아에게 물을 뿌려댔다.
델리아가 진심으로 임하면 애초에 저런 기습을 당할 일이 없겠지만, 그녀도 웃으면서 물을 맞고는 수정이랑 같이 장난을 쳤다.
둘이 진짜로 많이 친해졌구나.
하렘 친화력 특성이 꽤 큰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수정이가 델리아를 보는 눈빛이 되게 살벌했는데......
나는 빌린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두 여인의 움직임을 흐뭇하게 관찰했다.
“레쉬가드도 괜찮네......”
결국, 내 내면 안의 수영복 심사 대결은 델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수영복 자체의 픽과 섹시함으로만 승부를 봤다면 당연히 시스루 모노키니를 입은 수정이의 압승이었겠지만, 종래에 델리아가 내뱉은 한 마디가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자신의 몸은 나한테만 보여주고 싶다......!
히로인력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델리아의 발언에, 나는 그만 그녀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현아아~ 바닷물 별로 안 차가워~~! 딱이야~~!”
“그래~. 나도 좀 이따 들어갈게~.”
수심이 별로 깊지 않은 해수욕장이다.
간혹 해파리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델리아가 있으니까.
나는 별다른 걱정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둘러보다가, 다정이에게 톡을 날렸다.
[ 나 : ( 사진 ) ]
[ 나 : ( 사진 ) ]
[ 나 : ( 사진 )...... ]
비행기에 타기 전. 미리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포켓 와이파이를 신청해서 가지고 왔기 때문에 딱히 데이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톡을 보내고 잠시 멍을 때리는데, 곧바로 1자가 사라지고 답장이 왔다.
[ 다정이 : 옹. 잠시만영, 사진 좀 보고. ]
빠르기도 해라.
톡 보낸지 10초도 안 지났는데.
꽤 많은 사진을 보냈기 때문에, 다정이는 1분 쯤 있다가 다시 답을 줬다.
[ 다정이 : 우왕 ㄷㄷ 오빠 어디 간 거에여? 저번에 여행 간다던 그곳이에요? ]
[ 나 : 응. 여행. 미국으로 왔어. ]
[ 다정이 : 헐 대박 ㅋㅋ ]
[ 나 : 풍경 괜찮지? 호텔 사진도 보여 줄게. ]
[ 나 : ( 사진 ) ]
[ 나 : ( 사진 ) ]
이번에도 한 20초 있다가 답이 왔다.
[ 다정이 : 와. 호텔이 무슨 왕족 방 같네요. 짱 부럽당. 저도 그렇게 여행 다니고 싶어요 ]
[ 나 : ㅋㅋ 부러우면 너도 로또 1등 당첨되면 돼 ]
[ 다정이 : 헐. 오빠 진짜 왕재수없음 ㅡ.ㅡ ]
다정이랑 이렇게 톡을 나누다 보면 입꼬리가 절로 느슨해진다. 귀여운 여고생의 기운을 받는 건가?
[ 다정이 : 근데 오빠. 거기 아침이에요? 저희는 지금 밤 11시인데 ]
아.
그러고 보니 시차가 있었지.
[ 나 : 엉. 여기 지금 아침 9시야. 해도 쨍쨍함. ]
[ 다정이 : 아항. 그런데 오빠 여행은 혼자 갔어요? ]
은근 떠보는 듯한 말투다.
[ 나 : 아니, 친구들이랑 같이. 셋이서 왔어 ]
[ 다정이 : 그렇구나. 재밌겠당. ]
[ 나 : 담에는 너도 여행 데려가 줄까? 같이 갈래? ]
[ 다정이 : 헐 진짜로여? ]
초롱초롱 빛나는 다정이의 눈빛이 화면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 나 : ㅋㅋ 대신 다음에 만났을 때 나한테 애교 한번 부려봐. 애교가 귀엽다고 생각되면 한번 고민해 볼게 ]
[ 다정이 : 아 뭐에요. 진짜로 치사빤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거면서 ㅡ.ㅡ ]
[ 나 : 시도도 안 해봐? 싫으면 말고~ ]
[ 다정이 : 아 할게요. 안 한다고는 안 했잖아요. 오빠 여행 갔다 언제 돌아온다고 했죠? ]
[ 나 : 금요일. 토요일에 만나기 전까지 애교 연습해놔 알았지? ]
[ 다정이 : ㅋㅋ 넹 심쿵하게 해드림 ]
다정이와의 톡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나는 최근에 연락한 톡방을 둘러보았다.
수정이, 델리아, 다정이, 유정이 누나, 그리고 나랑 수정이 델리아가 있는 단톡까지.
옛날에는 죄다 스팸이나 남자, 내가 유령맴버로 있는 단톡 뿐이었는데, 이제는 꽃밭이 따로 없었다.
나는 곧바로 유정이 누나한테도 사진을 몇 장 보냈다.
유정이 누나도 보낸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톡을 읽었다.
다정이처럼 사진을 본다는 답은 안 하고, 한 30초 정도 있다가 답장이 왔다.
[ 유정이 누나 : 여행지 잘 도착했나 보네? ]
[ 나 : 네, 비행기 좀 오래 타긴 했는데. 잘 왔어요. ]
[ 유정이 누나 : 부럽다. 나는 이제 막 씻고 누웠는데. 그거 알아? 다음 야간 오늘도 지각했다? 진짜 너무한 것 같아. 힝...... ]
[ 나 :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앞으로는 저랑 같이 일할 생각 하면서 버텨요. ]
[ 유정이 누나 : ㅋㅋ 그거 대체 언제 오픈하는데 ㅜㅜ 일단 편의점이랑 식당 다음 주에 그만두기로는 했어. 잘했지? ]
[ 나 : 잘했어요. 오픈은 다다음주쯤? 얼마 안 남았어요. ]
나랑 유정이 누나는 그렇게 오픈할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유정이 누나가 다시 여행에 관해 물었다.
[ 유정이 누나 : 근데 너 여행 간 곳. 거기 어디야? ]
[ 나 : 미국이요. 보스턴. ]
[ 유정이 누나 : 헐, 미국. 미국여행 되게 비싸지 않아? 비행기 자리도 좋은 거 예매한 거 같은데. ]
[ 나 : 네. 비행기 푯값만 1인당 4백만 원이 넘어요. 왕복으로. ]
[ 유정이 누나 : 와. 진짜 미쳤다;; ]
유정이 누나의 타자가 빨라졌다.
[ 유정이 누나 : 너 로또 1등 됐다고, 너무 돈 막 쓰면 안 돼. 잘 계획을 세우고 써야지. ]
[ 나 : ㅋㅋ 저번에도 그러더니, 아주 제 마누라네요? ]
[ 유정이 누나 : 아니,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너 거지돼서 나한테 줄 돈 없어지면 안 되니까 그러는 거지. ]
[ 나 : 저 미국여행 몇십 번 갔다 와도 돈 남아요. 다음에 누나도 같이 데려가 줄까요? ]
[ 유정이 누나 : 진짜로? ]
어째 이렇게 자매 둘 다 반응이 똑같냐.
[ 나 : 어떻게 할까. 저한테 키스해주면 데려가 줄게요. ]
[ 유정이 누나 : 뭐래; 그럴 줄 알았다. 다정이한테나 잘해줘 ]
[ 나 : 저 다정이한테 먼저 톡 했는데, ㅋㅋ 누나가 다정이 다음이에요. ]
톡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 나 : 질투했어요? ]
20초 정도 기다리다가 내가 다시 톡을 보내니 1은 곧바로 사라졌다.
역시 뭐라고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구나. 내가 이렇게 귀여운 누나한테 옛날에는 왜 쩔쩔맸는지.
[ 유정이 누나 : 내가 무슨 질투한다고. ]
[ 나 : 다음에 또 사랑해줄게요. 근데 누나는 다른 남자랑 하면 안 돼요. 알았죠? ]
[ 유정이 누나 : 뭐래; 다른 남자고 자시고 아무랑도 안 할 거야. ]
그렇게 히죽거리며 유정이 누나랑 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에잇!”
“으악?”
“휴우. 잡았다. 와아...... 다음에도 사랑해줄게요. 다른 남자랑은 하면 안 돼요......? 여기서도 아주 작업하는 거야?”
수정이가 내 톡을 보더니 입술을 삐죽이며 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