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04화 (104/303)

〈 104화 〉# http‍s:‍//t.m‍e/L‍inkM‍oa

“후우, 후우......”

“은주스~ 술 사 왔어?”

“아......”

그러고 보니 나, 샴페인을 사러 갔지?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자, 지나가 낄낄 웃었다.

“나가서 뭘 하고 왔길래~. 뭐, 안 사와도 되긴 해. 오히려 잘 됐어. 예슬이 방금 기절했으니까.”

지나가 예슬이의 볼을 쭈욱 당겼다.

예슬이는 두 눈을 감은 채로 에헤~ 하며 멍청한 소리를 냈다.

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기절한 게 아니라 자는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얘가 얼마나 퍼맥인거야. 예슬이 술 잘 못 하는 거 알면서.”

“그니까. 약할수록 먹어야지~. 어? 이게 먹다 보면 는다니까? 술은 단련이야 단련.”

지나는 자신의 배를 빵빵 하고 쳤다.

지나의 개소리에 은주는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느는 게 아니라 취하고 기절하는 거에 익숙해지는 거지. 후. 아무튼, 오늘은 이만 자자.”

“그래야겠다. 아. 근데 너 술 안 사고 어디 갔다 온 거야, 그럼?”

“응?”

지나의 물음에 은주는 움직임을 멈칫했다.

‘어디 갔다가 왔냐고?’

은주는 지나의 몸을 훑어봤다.

예쁘다. 엄청나게 예쁘다.

지나도 미모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금발의 머리카락은 화려하고, 몸매는 군살 하나 없이 섹시함이 넘치는 라인을 자랑했다. 골반도 탄탄, 가슴도 볼륨이 넘친다.

무엇보다 운동을 많이 해서 건강한 11자 복근이 배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부족해.

방금 넘사벽을 보고 왔으니까.

은주는 문득 지나를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너보다 훠어~얼씬 예쁜 사람 봤는데, 그 충격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안 나더라.”

“뭐어?”

지나가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미모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나보다 예쁜 여자를 봤다고?”

“응. 그것도 훨씬.”

은주는 방금 본 여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완벽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혼혈인가? 아니면 그녀는 외국인인가.

남자랑 갈색 머리 여자는 분명 한국인이었는데......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자, 지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은주에게 물었다.

“어디서 봤는데?”

“엔터테이닝 플로어. 여기 10층에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더라.”

“그래? 방금 봤어?”

집요한 물음에 은주는 눈가를 좁혔다.

“아. 설마.”

“흐흐.”

“제발 가지 마. 보드게임 빌리고 있더라. 지금쯤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갔을걸?”

“그래? 아쉽네...... 얼마나 예쁜지 직접 보고 싶었는데.”

입술을 핥는 지나의 모습에 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 보고 싶으면 내일 봐.”

“내일? 어케?”

“내일 7시에 아침 먹는다고 했으니까. 그때 우리도 가면 되지.”

“오~ 나이스 아이디어.”

지나는 환하게 웃었다.

******

“하으아으암...... 졸려어......”

미국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수정이는 입을 크게 벌린 채 하품을 하며 눈가를 비볐다.

아이고 귀여워라.

저 입안에 자지를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역시 내 뇌가 좆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리라.

어제는 수정이랑 섹스하지 못했다.

뭐, 히로인이나 섹스 일일 퀘스트는 그 전날에 12시를 넘어서까지 수정이와 섹스하며 어떻게 깨긴 했지만...... 하루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더니 빳빳하게 성을 내는 느낌이다.

나는 수정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게 조금 일찍 자지 그랬어.”

“우웅. 그러게에, 미안해애.”

“미안할 건 또 뭐야. 자자, 얼른 일어나서 씻어야지. 우리 수정이 내가 씻겨줄까?”

“그러엄 분명 섹스할 텐데......? 시간 없잖아.”

비몽사몽한 상태로도 잘도 그런 말을 하네.

‘근데 그건 맞지.’

나는 피식 웃고는, 그냥 수정이를 화장실 안에 데려다주고 나왔다.

“델리아는 안 졸려?”

“저는 괜찮습니다. 진현님.”

싱긋 웃는 델리아의 미소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게 힐링이지.

어젯밤, 블랙룸에서 짐을 챙긴 우리는 엔터테이닝 플로어에 들렸다.

원래는 그냥 바로 방에서 자려고 했는데, 수정이나 나나 비행기에서 눈을 좀 붙였기 때문에, 의외로 곧바로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 호텔 구경하자!”

“그럴까?”

“저도 찬성입니다. 진현님.”

그래서 우리는 호텔을 탐방하자는 수정이의 의견을 따라 호텔을 안을 돌아다녔다.

방 안에 전용 목욕탕까지 있는 최고급 실이 존재하는 호텔이기 때문에, 과연 즐길 거리도 많았다.

“으으. 추워.”

“흐. 내가 따뜻하게 해줄까?”

“변태.”

“가디건 하나 있으니까, 내일은 걸치고 나가자.”

스카이라운지에는 무슨 하늘공원이 존재했으며, 엔터테이닝 플로어에서는 무료로 인도어 스포츠나 오락도 즐길 수 있었다.

“흑. 또 파산했어.”

“오늘 수정이 운이 별로 안 좋...... 어어?”

“후후. 진현님도 파산입니다.”

우리는 보드게임까지 빌려 진탕 놀았는데, 결국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잠에 빠졌다.

‘수정이 피로도를 조금 낮춰줘야겠다.’

나는 200코인을 사용해 60이 넘는 수정이의 피로도를 20대로 낮춰주었다.

수정이는 씻으니까 쌩쌩해졌다며, 활짝 웃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자. 이제 아침 먹으러 가자. 여기 되게 맛있게 잘 나온다는데...... 어때 좋지 델리아?”

“진현님...... 저를 너무 먹보로 보는 거 아닙니까?”

“먹보 아니야?”

“우......”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는 델리아를 보고 웃으며, 우리는 호텔 방에서 나왔다.

******

호텔의 상층.

전망 좋은 라운지에서는 호텔의 조식이 나오는 레스토랑이 있다. 고급스러운 푹신한 카펫. 그 위로 펼쳐진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에는 세 명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흑발의 여성 은주가, 맞은편에 앉은 금발 여성 지나에게 물었다.

“어때? 엄청나지.”

“인정...... 와. 진짜 예쁘네.”

지나는 드물게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의 시선은 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은 세 명의 사람에게 꽂혀 있었다.

정확히는 그중에 금발머리를 한 여성에.

“오. 어쩐 일로 네가 패배를 다 인정해?”

은주가 지나의 태도에 놀라 말하자, 지나가 피식 웃었다.

“패배?”

“응?”

“아직 안 졌어. 여자는 자고로 남자를 푸욱 빠지게 만들 수 있어야지.”

대체 언제 이게 승부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은주는 지나의 말에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쳐지나감을 느꼈다.

“아. 지나, 너 설마......”

“흐흐. 꼬셔야지~.”

지나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와 같은 눈을 했다.

은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옆에서 둘의 회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여성, 은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예슬이 끼어들었다.

“꼬신다고? 지나 또 픽업해?”

“응. 그럴 생각 같은데.”

“설마 저 남자?”

“응......”

은주는 고개를 저었다.

“지나. 우리 셋이 여행 왔다는 사실 잊은 거 아니지?”

“그래도 우리 여행 길게 하잖아. 오늘 하루쯤은 한 번만 눈감아 주라. 아니면 너도 같이 즐길래?”

“너도 같이 즐길래? 는 무슨. 하아......”

이게 지나의 단점이다.

다 좋은데.

진짜 다 좋은데, 남자를 너무 밝힌다.

섹스를 해본 적이 없어도, 지나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푼 썰 들만으로도 이미 섹스 마스터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진심으로.

모르는 게 없다.

“오히려 은주랑 예슬 너희들이 이상해. 그렇게 머리가 좋으면서 어떻게 섹스의 쾌감을 이해하지 못하지?”

“이상한 건 너고.”

“동감~.”

지나는 종종 은주나 예슬도 클럽의 길로 꼬시려고 많이 시도했다.

매번 거절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은주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토록 많지 않았다면 자신도 지나를 따라 이상야릇한 길로 빠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할 때가 있었다.

고마워 음악아......

“아무튼, 쟤들 가방 보이지? 저거 무조건 해변에 가는 거야.”

“그래서. 너도 해변에 가서 꼬리를 치시겠다?”

“정답.”

지나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저 남자 한국인이라고 했지?”

지나의 물음에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어...... 금발녀 쪽은 모르겠는데, 남자랑 갈색 머리 여자는 한국인일 거야. 한국어로 대화했거든. 딱 한국인 톤이었어.”

“크. 잘됐네, 잘 됐어.”

“왜?”

“나 한국 남자는 처음 먹어보거든.”

“......”

입맛을 다시는 지나의 얼굴에 은주는 그냥 다 포기한 표정을 짓고 가져온 음식을 먹었다.

예슬은 흘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남자 1명과 여자 2명.

셋은 굉장히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니 근데, 애초에 여자친구 있는 남자처럼 보이는데? 같이 놀러 온 거 아니야?”

예슬의 물음에 지나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겠지.”

“아니, 근데 어떻게 꼬시려고?”

지나는 손가락을 저으며 웃었다.

“바보야. 골키퍼가 있다고 어디 골이 안 들어가라는 법은 없잖아?”

그녀의 미소는 한없이 순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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