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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102화 (102/303)

〈 102화 〉# ‍ht‍tps‍:‍/‍/t‍.me‍/Li‍nkMoa

“델리아도 같이~ 이리 와봐.”

“네, 언니.”

셋이서 같이 찍거나, 둘이서 찍거나.

그래도 수정이랑 델리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비행기 표를 예매한 입장에서 참으로 뿌듯하다.

‘어차피 주식으로 금방 복구할 수 있으니까.’

수정이는 나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곧바로 가족 단톡방에 올려 자랑하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델리아까지 함께 찍은 걸 올리면 예화의 바람 사건 때처럼 곤란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나랑 둘이서 찍은 사진들만 골라서 올려댔다.

예화라.

“그러고 보니까 예화랑은 어떻게 됐어?”

“응? 뭘 어떻게 돼?”

“그때 막 연기하면서. 나 나쁜 놈이니, 둘이 만나서 이야기해야겠다니, 하고 넘어갔잖아.”

내가 물어보자 수정이가 히히, 웃었다.

“아. 그거어~ 그냥 진현이가 네가 잘 사과했고, 화해해서 다시 사이좋아졌다고 했어. 우리 지금 찍은 사진 예화한테도 보냈는데?”

이걸 바로 보냈다고?

예화의 호감도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데......

사진을 보면서 아마도 저 쓰레기가 아직도 수정이를 이용하고 있는 거라고 이를 아득바득 갈고 있지 않을까?

“그래? 으음. 그러면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네.”

“히. 맞아. 예화가 너 오픈할 카페 근처에 사니까. 좀 조심해야 해. 우리 이사 갈 집이랑도 가깝고.”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예화가 너 보러 집에 놀러 오면 깜짝 놀라겠다.”

“아. 그러네? 아직 어디로 이사한다고도 말 안 했는데.”

“그래?”

“응. 뭐 놀러 오면 밖에서 놀면 되니까. 그리고......”

“그리고?”

수정이가 입술을 핥짝였다.

“진현이 네가 예화를 완전히 함락시킨 다음에는...... 그냥 다 같이 집에서 놀아도 되겠지?”

“방금 대사 좀 야하다, 수정아.”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놓고~?”

[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우리 아시아항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비행기는 9시 5분에 출발하는...... ]

수정이랑 한창 떠들고 있자, 기장의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 잠시 후 이륙하겠사오니 승객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시고...... ]

“근데 진현아, 우리 이거는 뭐라고 적어?”

수정이가 아까 탑승하며 받은 종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아 그거. 뭐 기본적인 정보조사 같은 건데, 거기에 우리가 어디 머물 건지 호텔이랑 호텔 전화번호랑 적으면 돼.”

“아 호텔. 우리 호텔 이름이 뭐였더라?”

“여기.”

“와. 다시 봐도 진짜 좋아 보인다.”

수정이한테 호텔 포스터를 넘겨주자, 그녀가 감탄했다.

그럼 감탄해야지.

이게 1박에 얼마짜리 호텔인데.

예화네 아버님에게 미국여행을 간다고 하고, 추천받은 최고급 호텔 중 하나였다.

아버님은 꽤 많은 호텔을 추천해주셨는데, 나는 그중에서 가장 행운추적자가 밝게 반응하는 곳으로 호텔을 예매했다.

예화네 아버님에게는 여행가 성향도 존재했던지라, 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신뢰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 저희 승무원은 안전운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시면 좌석 왼쪽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시애틀까지 저희 아시아항공과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종이에 내용을 다 채워 넣자, 승무원의 인사도 끝나고 비행기는 본격적으로 이륙 준비를 했다.

곧이어 활주로를 달린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는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시애틀까지는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거쳐야 했다.

몇 분 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수정이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했고, 델리아는 휴대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

“?”

델리아는 내 시선을 어떻게 잘 눈치채는지,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델리아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후. 조금만 기다려 델리아.’

여행을 오기 전까지.

나는 델리아 공략을 위해 쓸데없는 코인 낭비를 일절 하지 않았다.

- [ 보유 코인 : 42,915코인 ]

그렇게 모은 코인은 4만을 넘겼다.

이번 여행에서 델리아의 호감도를 100으로 만들고, 최고의 밤을 선사해줄 생각이다.

그렇게 호감도 100을 만든 다음에는, 델리아와도 꽁냥도 많이 하고, 스킨쉽도 많이 하고, 키스도 많이 하고, 섹스도 많이 하고......!

아무튼, 막!

막......!

흠흠.

“기내식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의자를 젖히고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자, 기내식이 준비되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본 기내식도 뛰어났는데, 무슨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하듯 추가로 주문할 수도 있었다. 나는 델리아에게 음식을 많이 시켜주었다.

배가 출출할 때는 언제든 말하면 라면도 서비스로 끓여주곤 했는데, 이것 또한 이코노미 클래스와는 다른 매력이었다.

‘김치도 주네.’

그렇게 비행기 안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시애틀에서 한번 내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다시 보스턴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3시간쯤 비행하자,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인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보스턴.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커다란 도시인 보스턴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어때? 저거 타면 돼?”

“응, SL1번을 타면 된다네. 내려서 한 4분 정도 걸으면 호텔이 나온다고 하니까. 호텔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겠다.”

“와. 진현이 영어 잘하는 줄 몰랐어.”

그야 몰랐겠지. 나도 몰랐으니까.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가 아닌 피시방에 출근하는 나였기에, 당연히 영어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다만, 히로인 어플 상점에 언어능력 알약이 있었다.

지속시간이 3시간에 불과하지만, 먹으면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알약.

영구적으로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특화 능력치를 올리면 되지만, 지금은 델리아를 공략하기 위해서 코인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알약은 10개에 단돈 300코인이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체크인 다 했다. 얼른 들어가자.”

새벽에 출발했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완전한 밤이 찾아와 있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자 직원이 직접 버튼을 눌러주고 고개를 숙인다.

마치 귀족이 된 기분을 느끼며, 우리는 복도를 걷고 방문을 열었다.

“와. 진짜 넓다.”

수정이는 방을 보고 눈을 빛냈다.

“일부러 넓고 좋은 방으로 잡았어. 전망도 바다가 바로 보이도록.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놀자. 포탈은 여기에 소환해둘 테니까, 가서 짐 챙기고.”

“응!”

곧바로 블랙룸 포탈을 소환하자, 수정이와 델리아는 포탈 안으로 들어가 미리 챙겨둔 짐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매사추세츠주의 버클리 음학대학.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온 정은주는 어느새 올해를 마지막으로 버클리 음악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 나이로 22세.

원래대로 갔다면 졸업은 내년이 맞겠지만, 고등학교 때 월반까지 해 대학에 빠르게 입학한 은주는 벌써 올해면 학사과정을 모두 마치는 영재 중의 영재였다.

“그런데, 굳이 이런 비싼 호텔에 묵어야 해? 솔직히 말해 기숙사도 근처인데.”

“뭐, 어때. 기분이잖아~.”

“푸. 그건 그렇지.”

셋이서 온 여행.

정은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 명은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몸매가 좋은 색스럽고 성숙한 여인 ‘지나’였고, 다른 한 명은 같이 한국에서 온 유학생인 ‘신예슬’이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온 유학.

학교에는 낯선 사람들뿐이었는데, 때마침 같은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지금껏 몇 년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예슬은 그렇게 중학교 시절부터 절친이 된 친구였고, 지나는 음대에서 만나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주는 편안한 외국인 친구였다.

은주는 이제 곧 음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그 전에 추억을 좀 만들어두자는 의미로 셋은 함께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당연히 대학이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만큼 다른 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추억이 있던 보스턴에서도 한 번쯤은 여행 온 기분을 내보자는 의견에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술 다 떨어졌다. 샴페인 좀 사와야겠는데......”

“자판기 있으니까, 내가 갔다 올게. 몸도 좀 풀 겸.”

“오케이. 네가 쏘는 거지? 우리 은주, 미튜브도 잘 되고 있던데.”

“다음에 네가 쏜다면 말이야.”

웃으며 말하는 지나에 정은주도 농담조로 말했다.

“으하암...... 샴페인 자판기가 몇 층에 있었더라.”

은주는 하품하며 호텔 복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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