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100화 (100/303)

〈 100화 〉# https:/‍/‍t.‍m‍e/LinkMo‍a

계약은 잘 성사되었다.

1, 2층의 복층 구조 전 음식점과 전 상담소.

월세가 쌔긴 했지만, 그거야 주식으로 메꾸면 그만인 거니까.

그리고 굳이 주식이 아니더라도, 델리아와 이야기해본 바에 따른다면 카페의 매출만으로도 충분한 흑자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헐. 여기에 카페를 만들 거에요?”

“응. 자리 좋지?”

“네. 와아, 엄청나게 크게 만들 건가 보네요. 우와, 2층도 있어......”

화요일에 바람 문제 해결, 수요일 날 카페 장소 계약을 하고, 목요일 날은 다정이랑 만나서 로또를 사준 뒤 가벼운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라고 해봐야 뭐 그거다.

평일이기 때문에 막 영화를 본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조금 거리를 걷다가 다정이한테 오픈할 카페를 소개해주었다.

아직은 먼지만 날리는 곳이지만, 곧 세련되고도 고급스러운 장소로 탈바꿈할 예정이니까.

“그래서 여기에는 사무실을 차릴 거야.”

“사무실이요?”

“응. 사무실이라고 해봐야 나 혼자 일할, 그냥 개인 작업용 공간 같은 거지만......”

2층의 빈 상담소 공간을 본 다정이가 내게 물었다.

“무슨 일 할 건데요? 오빠 카페 사장할 거 아니에요?”

“맞는데, 일은 다 직원들한테 맡길 거야. 나는 여기에서 놀고.”

“헐, 오빠 악질이네요.”

“노는 건 농담이고 다른 거 해야지. 뭐 카페에 문제 있으면 해결해 주고, 아니면 주식 하거나.”

주식 이야기가 나오자 다정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오. 주식......! 뭔가 대단해 보여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아서라. 공부 안 하고 하면 큰일 나.”

나도 공부는 하나도 안 했지만.

그냥 행운추적자가 이끄는 대로 갈 뿐이다.

“흥. 맨날 안 된데......”

“네가 주식 같은 거 안 해도, 내가 유정이 누나한테 월급 많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히히. 알았어요.”

다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보다 어때? 카페 차리면 자주 놀러와도 돼. 너희 집에서도 가까우니까 아예 여기서 공부나 그림 그려도 되고. 내가 특별히 너한테는 음료수도 공짜로 줄게.”

“헐. 진짜요? 공짜? 저 방해되지 않을까요......?”

“아니야. 오히려 다정이 있으면 나도 일 더 잘 될 것 같은걸? 너희 언니도 여기서 일할 예정이니까, 너도 언니 얼굴 자주 볼 수도 있고.”

“와. 그건 좋아요.”

그렇게 다정이를 꼬시고는, 우리는 카페를 오픈할 공간에서 나왔다.

근처에서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같이 먹고 나는 다정이를 집으로 보냈다.

헤어질 때 다정이가 아쉬워했지만, 어차피 이사하고 카페를 차리면 많이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금세 미소를 되찾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갔다.

도도도 집으로 뛰어가는 다정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휴대폰을 꺼내 유정이 누나한테 톡을 보냈다.

[ 나 : ( 사진 ) ]

[ 나 : ( 사진 ) ]

오늘 다정이랑 딱 달라붙어서 둘이 찍은 사진이었다. 다정이의 양 볼에 난 수줍은 홍조가 이 사진의 포인트였다.

[ 유정이 누나 : ......? 갑자기 뭐야? ]

톡 알림이 뜨자마자 본 것인지, 곧바로 1이 사라지고 유정이 누나한테서 답장이 왔다.

나도 바로 누나한테 답장했다.

[ 나 : 그냥요. 다정이한테 잘 해주고 있다고요. ㅎ 보고? ]

[ 유정이 누나 : 응. 굿. 잘됐다 야. ]

[ 나 : ㅋㅋ 솔직히 말해봐요. 누나 질투하죠? ]

[ 유정이 누나 : 뭐래...;; 앞으로도 다정이한테 잘 해줘. 그날 있었던 일은 절대 말하지 말고! 알았지? ]

누나의 호감도는 지금 다정이보다도 높았다.

아마 톡을 치면서도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 나 : 그건 좀 고민되네요. 그냥 말해버릴까~ 말까~ ]

[ 유정이 누나 : 아 진짜 ㅡㅡ ]

[ 나 : 다음에도 저랑 데이트하면 말 안 할게요. ]

이번에는 한 30초 정도 있다가 답장이 왔다.

[ 유정이 누나 : 이상한 짓 안 할거지......? ]

할 건데.

[ 나 : 안 해요. 무슨 소리예요. ]

[ 유정이 누나 : ......알았어. ]

그렇게 목요일도 만족스럽게 마무리.

“이 방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 이쪽 방은 전체 방음으로 해주세요. 수정아 그러면 되지?”

“응! 흐아~. 드디어 방음이 깔끔한 방을 얻는다니......! 사랑해 진현아!”

“야야. 다 보는데.”

금요일에는 휴방하는 수정이랑 델리아와 함께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를 결정하였다.

각자 무슨 방을 쓸고 싶은지 물어봐서 배정을 해주었는데, 수정이는 3층의 방을, 델리아는 1층의 방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잠자는 방은 블랙룸이기 때문에, 배정해준 방은 모두 다 기능성 방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었다.

수정이는 방송용 방.

델리아는 식물들을 많이 기를 예정인지, 식물을 기를만한 방으로 설계해달라고 했다.

특히 델리아의 방은 썬룸으로 이어지는 통로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굉장히 기뻐했다.

나의 손을 꼭 잡고 수줍은 얼굴로 ‘감사합니다, 진현님’이라고 말했을 때는 심장이 그렇게 두근거릴 수 없었다.

기능성 방들은 굳이 손댈 이유가 없고, 나머지 빈방들은 그냥 최대한 멋있고 세련된 스타일로 꾸며달라고 의뢰했다.

추후 다정이나 유정이 누나가 들어오게 된다면, 그때 가서 원하는 가구들을 사주면 되겠지.

원래는 노래방 같은 것도 방 하나를 배정해 만들 생각이었는데, 지하에 아예 놀 용도의 파티룸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그냥 거기에 노래방 시스템을 하나 설치하면 될 것이다.

수정이네 아버님이 소개해준 인테리어 업자였기 때문에, 충분히 믿고 맡길 만했다.

“와. 여기에 카페를 차릴 거야?”

“응. 괜찮지?”

“좋다. 엄청 넓네.”

수정이나 델리아한테도 카페 오픈할 곳을 보여준 다음, 나는 카페까지 인테리어를 맡겼다. 컨셉은 미리 다 짜놨기 때문에, 어떤 식인지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오늘도 포켓볼 치고 갈래? 저녁도 맛있는 거 먹자.”

“응. 좋당.”

“델리아는?”

“저도 물론 좋습니다.”

델리아의 육체 능력치는 가히 사기 수준이었다.

그녀가 본심을 내면 게임이 성립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슬쩍슬쩍 봐주면서 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셋이 함께하는 데이트에 델리아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금요일 밤도 그렇게 평화 속에서 저물었다.

토요일에는 다정이에 유정이 누나까지 데리고 함께 데이트를 나갔다.

내심 다정이가 유정이 누나까지 있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저 즐겁게 웃을 뿐이었다.

이날은 유정이 누나를 헤어질 때까지 별로 안 건드렸다.

누나는 내가 분명히 자신을 건드릴 거라고 생각했는지 하루종일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그걸 역으로 찔러서 그냥 다정이랑 대놓고 꽁냥거렸다.

걱정하지마 누나.

카페 오픈한 다음에는, 다정이가 보는 옆에서 몰래몰래 실컷 괴롭혀 줄게.

그렇게 토요일이 가고, 일요일은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잉여롭게 늘어져서 쉬었다.

물론, 이제는 매일 해야 하는 일과로 자리 잡은 수정이와의 섹스나, 천리염기공의 수행으로 마력 일일 퀘스트를 깨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월요일 새벽이 밝았다.

“준비 다 했지?”

“응. 그냥 몸만 가면 되는 거잖아?”

“여권은 챙겨야지, 신분증이랑.”

“흐. 당연히 챙겼지.”

수정이는 밝게 웃으며 어깨에 두른 가벼운 가방을 두들겼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늘부터는 수정이, 델리아와 함께 3박 5일로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내가 어디로 여행갈지 정해달라고 말한 바로 다음 날에, 수정이는 델리아와 의견을 모아 가고 싶은 곳을 말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여유롭게 호텔과 비행기 표를 예매할 수 있었고.

오늘은 새벽 6시 50분에 공항버스를 타야, 비행기가 출발하기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늦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가서 여유롭게 기다리는 편이 나으르라.

“델리아도 준비 다 됐지?”

“네, 진현님.”

델리아도 가망을 맨 채로 싱긋 웃었다.

나는 델리아에게 가짜 신분을 만들어주었다.

브로커를 찾아서 뒷돈을 주고 신분세탁을 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는데, 그냥 히로인 어플 상점 자체에 새로운 신분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했다.

델리아는 굳이 자신에게 신분을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다음에 델리아에게 자동차를 사주거나, 그녀가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도 신분증이 필요했다.

뭘 할 때, 신분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으니까.

게다가 단돈 1000코인!

뭐, 자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을 남겨 완벽한 신분증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데, 히로인 어플의 아이템이니 알아서 잘하리라 믿고 신뢰의 구매를 하였다.

델리아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검정고시로 초, 중, 고를 졸업한 대한민국 여자아이로 신분을 설정했다.

생일은 내가 델리아를 처음 소환한 날짜로 맞췄다.

수정이한테는 처음에 델리아가 내 사촌 동생이라고 둘러댔던 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이미 짐작하고 있던 눈치였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며 웃었다.

델리아의 신분상의 이름은 내 성을 따서 천, 그리고 리아를 반대로 아리라고 하여 ‘천아리’라고 지었는데, 수정이도 나도 그냥 지금까지처럼 계속 델리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델리아가 그걸 원하기도 했고.

델리아의 신분이 생기면서, 여권 발급도 가능해졌다.

델리아의 여권은 금요일 날 주택과 카페 인테리어 겸, 수정이와 3인 데이트를 할 때 같이 발급받았다.

‘사실 그냥 해외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긴 하지.’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꼼수를 쓰자면, 수정이나 델리아는 블랙룸에 놔둔 채로 나만 해외에 가서 블랙룸 포탈을 소환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혼자만 비행기 푯값을 내고 둘을 해외로 곧장 데려올 수 있으니까.

‘뭐, 불법체류가 되긴 하겠지만.’

하지만 불법체류를 따지지 않고도 내가 굳이 델리아, 수정이와 같이 공항버스부터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기로 한 이유는, 말 그대로 온전히 여행의 기분을 내기 위함이었다.

여행은 효율보다는 느낌을 즐기는 거니까.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아빠는, 나와 사촌 그리고 사촌 친구를 데리고 매년 방학마다 함께 여행을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여행 그 자체보다 아빠 차 뒷자리에 앉아, 셋이서 서로 떠들며 만화책을 읽거나 게임을 했던 게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어려서 그랬을 수 있지만, 그냥 오고 가는 것 자체도 여행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건, 그 옛날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은주랑 하린이는 잘 지내려나......?’

초등학교 때까지는 셋이서 참 많이 놀았지.

동갑의 사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굉장히 친해졌다. 은주는 내 사촌이고, 하린이는 은주의 친구였다.

뭐, 은주가 중학교부터 유학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린이와도 멀어져 지금은 연락 한 통 안 하는 사이가 됐지만......

해외에서 은주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 다음 정류장은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입니다. ]

버스의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수정이와 델리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내리면 돼.”

“응. 히이. 기대된다.”

“너 해외여행 자주 다니지 않았어?”

내 물음에 수정이는 고개를 저었다.

“으으응.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한 2번 간 게 끝일걸?”

“그래? 그럼 가족이랑은?”

“아빠가 나랑 엄마 데리고 우리나라 여행은 자주 다녔는데, 해외여행은 한 번도 안 갔어. 이렇게 따로 간 건 처음.”

그건 굉장히 의외였다.

“그럼 즐겁게 놀고 오자.”

“응!”

나와 수정이, 델리아는 그렇게 공항버스에서 내렸다.

남들은 버스 트렁크에서 짐을 빼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이 그냥 바로 공항 안으로 직행했다.

짐은 어깨에 두른 작은 가방이 끝.

수정이나 델리아를 블랙룸에서 빼 오는 꼼수는 쓰지 않았지만, 짐은 블랙룸에서 빼 오는 꼼수를 쓰기로 했다.

몸은 가벼운 편이 좋으니까.

“델리아 뭐 먹고 싶어?”

공항에서 표를 받은 다음, 나는 델리아에게 물었다.

“으음, 저는......”

델리아는 힐끗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한 양식 음식점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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