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https://t.me/LinkMoa
“오.”
8등급 2개에 9등급 하나.
이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다.
7등급 ‘블랙룸’을 얻은 적이 있지만, 그건 나온 것 자체가 잭팟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은 뒤 누나가 씻고 나오는 걸 기다렸다.
“다 씻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이 누나는 수건으로 수줍게 몸을 가리고 나왔다.
아담한 체형에 확실한 라인. 수정이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야한 몸이었다.
“자, 이제 옷 입고 가요.”
“응...... 뒤 좀 돌아줘.”
“왜요.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그, 그래도 빨리이.”
수줍어하기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나가 옷 입는 걸 기다렸다.
그런데 20초쯤 기다리자, 중간이 히잉 하고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아. 그게 팬티가......”
“풋. 다 젖었다고요?”
“으으. 야, 웃을 일 아니야아. 찝찝하다.”
나는 검은색 봉투 안에서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새 팬티 한 장을 꺼내서 누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입어요.”
“어? 이건 뭐야?”
“모텔 오기 전에 중간에 편의점 같이 들렀잖아요. 그때 샀어요. 숙취해소제랑 같이.”
정확히는 숙취해소제는 블랙룸 자판기에서 구매한 물건이고, 산 건 가글과 팬티지만 아무튼.
누나는 헐, 하고 팬티를 받더니 슥슥 마저 옷을 입었다.
“이런 것도 준비하고...... 아주 선수네 선수야.”
중간에 입술을 삐죽이며 나 들으라고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자 이제 가요. 걷는데 힘들지는 않죠?”
“으응. 괜찮아.”
나와 누나는 모텔에서 나왔다.
“너 근데 오늘 돈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야......?”
“괜찮아요. 제 통장에 있는 돈 봤잖아요.”
이것도 주식 1시간만 붙잡으면 몇 배로 불어날 돈이었다.
“그래도 너무 많이 쓰다 보면 훅 가. 막 로또 1등 됐는데 나중에 거지로 발견된 사람 많다고 뉴스에 나오더라.”
“와. 그런 것도 걱정해주고, 아주 여친 다 됐네요?”
웃으면서 말하자 유정이 누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 그냐앙. 너랑 같이 일하기로 해서 그래.”
왜 갑자기 츤데레 속성이 붙었지?
아무튼 귀여우니 됐나, 하고 생각하고 있자 다시 유정이 누나가 말을 걸었다.
“아. 같이 일하자는 건 진짜지?”
“그럼요. 누나만 한 사람이 없어요.”
“응......”
나란히 거리를 걷자 어느덧 처음 만났던 편의점 앞까지 왔다.
유정이 누나는 다정이가 커피를 사 올 것을 부탁했다며,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서 나왔다.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커피 캔이 6개나 들어있었다.
“자.”
“제 것도 있어요?”
“당연하지. 오늘 네가 다 사줬잖아.”
나는 곧바로 커피를 따서 꿀꺽꿀꺽 마셨다. 달짝지근하고 싼 맛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갔다.
“이제부터는 혼자 갈게.”
“아니에요. 바래다줄게요. 밤에 혼자 걸으면 위험해요.”
“흐응......? 알았어.”
몇 분 걷지 않아 유정이 누나네 집이 나왔다. 누나는 문고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 오, 오늘 있었던 일은 다정이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누나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요.”
누나는 약간 힘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누나도 내일 바로 점장님한테 말해요. 3주만 더 일한다고. 알았죠? 날짜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응. 알았- 읍?”
쪽.
나는 가볍게 누나의 입술에 뽀뽀했다.
내가 떨어지자 누나는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져서 땍, 하고 소리쳤다.
“너, 뭐, 뭐, 뭐 하는 거얏.”
“왜요. 섹스도 한 사이인데, 이런 거 하면 안 되나?”
“우리 집 앞이잖아......! 다정이가 보면 어쩌려고.”
“그럼 안 보면 해도 되는 거네요?”
내 태연한 반응에 유정이 누나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나, 나 갈래.”
“네, 내일도 톡 해요~.”
“......”
누나는 아무 말 없이 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가.
띠링-
[ 유정이 누나 : 너도 조심히 들어가. ]
내게 톡을 남겼다.
******
“나왔다~.”
뒤늦게 원룸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하긴 원룸보다 블랙룸이 훨씬 좋긴 하지.
열어둔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수정이와 델리아가 한창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 진현아!”
“오셨습니까?”
델리아는 다소곳하게 일어났고, 수정이는 내게 빠르게 달려와서 안겼다.
보잉~
아.
이 가슴의 훌륭한 감촉.
지방 덩어리가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역시 유정이 누나의 가슴도 훌륭하지만, 수정이만큼 대단한 가슴은 없었다.
배에 느껴지는 흐뭇한 압박감을 즐기고 있자, 갑자기 수정이가 코를 킁킁거렸다.
강아지 같은 모습이다.
“진현이 너어......”
“어? 왜?”
“했지?”
“어......?”
미친.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
유정이 누나 냄새는 안 날 텐데...... 나도 내 몸에 대고 냄새를 맡아봤는데, 여자나 여자 향수 냄새는 딱히 안 났다.
당황해서 벙찐 표정을 하고 있자, 수정이가 뾰로통하게 양 볼을 부풀렸다.
“옷에서는 고기 냄새나는데, 몸은 샤워했잖아. 이 바부야.”
“와아, 우리 수정이 똑똑한데?”
“히히.”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수정이가 몸을 비틀었다. 수정이도 능지를 많이 올려줘서 그런가, 나름 추리력이 높다.
뭐, 특유의 직감이 가미됐겠지만.
“그래서. 진짜로 했어?”
“응. 그래서 지금 미칠 것 같아.”
“왜에-?”
도발하는 듯한 수정이의 목소리에, 나는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서 침대 위에 내던졌다.
“꺄핫-!”
수정이는 비명을 질렀고, 나는 곧바로 상의를 벗고 수정이의 몸 위에 올라탔다.
델리아아에게 미안하다는 눈짓을 하자, 그녀는 괜찮다고 눈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블랙룸에서 나갔다.
“두 번밖에 못 쌌거든. 역시 수정이만 한 여자가 없어.”
“그렇게 말해도~ 삐진 거 안 풀리는 데에?”
하지만, 얼굴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풀리는데?”
“으음...... 다른 여자 생각 안 날 만큼, 격렬하게 해주면 풀릴 수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우읍? 쭈웁, 하아......♡”
수정이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자, 그녀는 자동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고 혓바닥을 내온다.
나는 수정이의 혓바닥을 빨고, 그녀의 옷을 벗겼다.
******
“다음 주?”
“응. 델리아랑 같이. 어때?”
“완전 좋지!”
유정이 누나와 섹스를 한 날부터, 이틀 뒤.
밤마다 격렬하게 해달라는 수정이의 요구사항을 들어 너무 격렬하게 하는 바람에, 수정이는 이틀 연속으로 늦잠을 잤다.
때문에, 오늘 아침은 내가 직접 구운 토스트와 에그 스크램블.
바삭한 토스트 위에 크림치즈를 올려 먹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평화롭게 아침을 즐겼다.
“어디 갈지는 아직 안 정했는데, 해외든 어디든 괜찮아. 돈은 많으니까 원하는 곳으로 가자. 델리아랑 상의해서 모레? 정도까지 말해줘.”
“알았어. 며칠 동안 갈 건데?”
“한~ 3박 4일에서 4박 5일이 적당하지 않을까? 너 방송도 있으니까 원래 휴방인 목, 금 껴서 가면 좋을 거야.”
“알았어. 히히 기대된다. 나 방송 갔다 와서 같이 알아보자 리아야.”
“네, 언니.”
식사 시간이 끝나고 수정이와 델리아가 설거지할 동안 나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0시 30분.
수정이네 아버님이 만들어준 자리인 만큼 지각은 하면 안 됐다.
“수정이도 방송 늦지 말고 가고, 델리아 부족하면 뭐 시켜 먹어도 돼. 어플로 시키고, 리뷰이벤트 꼭 참여하고.”
“네에.”
델리아는 먹성이 좋아서 어제도 추가로 뭘 시켜 먹었다.
분명 세 마리 치킨을 혼자서 다 먹었지?
나와 수정이를 위해 닭 다리 4조각을 남겨둔 건 그녀만의 배려일 것이다.
델리아의 배달 어플에는 내가 수정이한테 준 식비 카드를 등록해 뒀는데, 이거 델리아가 진심으로 먹기 시작하면 월 500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아무튼.
“갔다 올게.”
“응. 잘 갔다왕~.”
“다녀오세요, 진현님.”
그렇게 나는 집을 나섰다.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편의점 앞에서 내린다.
만나기로 한 곳은 정류장 근처의 카페.
‘옷도 괜찮게 입었고...... 흠. 나중에는 정장도 하나 살까? 시계도 괜찮은 거 있으면 좋겠네.’
적당하게 옷차림을 점검한 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의 오전이라 사람은 적지만, 누가 누군지 몰랐다.
도착했다고 톡을 보내니, 가장 안쪽 테이블에 앉아있다는 답변이 왔다.
‘가장 안쪽 테이블이라.....’
그렇게 가장 안쪽 테이블을 바라보며 카페 안을 걷자, 어디서 많이 본듯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긴 생머리와 나무랄 곳 하나 없는 몸매.
뒷모습부터 완벽한 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자,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아. 진현씨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