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86화 (86/303)

〈 86화 〉# h‍ttps://t‍.me/Li‍n‍k‍Moa

옴뇸뇸.

‘초밥 맛있다.’

고추냉이가 잔뜩 들어간 초밥용 간장에, 꼬랑지가 긴 연어 초밥을 푸욱 찍어서 입에 넣는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

대충 초밥을 4개쯤 천천히 음미하고 있자, 나갔던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가 자리로 돌아왔다.

“금방 왔네요?”

“응. 화장실에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둘 다 손에 물기가 없는 걸 보아, 화장실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온 모양이다.

돌아온 다정이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고, 유정이 누나의 표정에는 전에 없던 약간의 씁쓸한 기운이 있었다.

금방 표정 관리를 했지만.

‘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많이 먹어요. 모자라면 더 시키면 되니까.”

“아냐아, 이걸로도 충분해. 그치?”

“응!”

초밥과 회, 튀김까지 해서 총 16만 원 정도.

음식의 양도 그렇지만 맛 또한 좋았기 때문에 다정이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었다.

오구오구. 잘 먹네.

“오빠, 잘 먹었습니다아~.”

“잘 먹었어, 진현아.”

서로 닮은 두 자매가 웃으면서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어때? 맛은 괜찮았어?”

“네, 어엄청 맛있었어요~. 와. 이런 곳은 처음 와봤는데, 대박이에요......”

“그거 잘됐네. 앞으로도 종종 사줘야겠는걸?”

다정이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진짜요?”

“내가 거짓말 한 적 있어?”

있긴 하지.

너는 모르겠지만.

“다정이 너 그렇다고 너무 얻어먹을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으으. 알았어. 아파아.”

다정이가 힝, 하면서 유정이 누나가 당겼던 볼을 부여잡는다.

나는 유정이 누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제안은 좀 생각해봤어요?”

“아, 응. 되게 좋은 것 같아. 할게.”

“정말이죠?”

“으응. 근데...... 진짜 돈을 그렇게 많이 줘도 돼?”

나는 누나에게 시급 2만 원을 불렀다. 편의점은 딱 최저시급에 맞춰서 주니까, 2배 이상인 셈이다.

마음 같아서는 더 주고 싶지만, 누나는 그 정도만 돼도 많다고 느끼는 듯했다. 하긴, 처음부터 너무 많이 부르는 건 부담스럽겠지.

차라리 인센티브로 많이 챙겨주고, 차근차근 집안 빛 문제를 도와주는 편이 더 부담이 적을 것이다.

“그럼요. 매니저 일이니까요. 그리고 누나가 평소에 얼마나 성실한지 알아서 그래요.”

“히이.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막상 손님 많이 오면 힘들다고 불평할지도 몰라요?”

“야. 차라리 불평할 정도로 잘 됐으면 좋겠다. 오픈 날짜는 아직 안 정해졌다고 했지?”

오픈 날짜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누나가 흔쾌하게 수락한 이유에는, 카페가 망해도 무조건 계약한 기간의 임금을 챙겨주겠다는 약속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내게 충분한 돈이 있다는 것은 로또 당첨으로 확인했으니까.

“네. 아. 그리고 누나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또 데려와도 돼요. 누나 친구 중에서요. 착하고, 예쁘면 더 좋아요.”

“아, 응. 그럴게.”

“왜 예쁜 사람이에요?”

왜라니. 다정아.

“그야 당연히 서비스 직업이니까. 예쁜 사람이 있는 편이 훨씬 보기 좋잖아?”

“어어...... 그건 그렇긴 하네요. 히히.”

총괄을 맡아줄 사람으로 누나의 어머님을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지금 바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다음에 둘의 집을 놀러 갔을 때 일단 안면부터 터놓고, 그다음 직접 이야기를 하거나 하자.

“자. 그럼 이제 슬슬 가요.”

“응? 어디에요?”

“어디긴. 디저트 먹으러 가야지.”

“와아!”

다정이도 원래는 내가 뭘 사준다고 하면 조금 사양하는 면이 있었는데, 오늘 직접 통장에 있는 돈을 보고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뭐, 그냥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고.

‘흐음. 이러다가 버릇이 나빠지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흐흐. 다 몸으로 지불하게 해야지.

공략을 끝내고 난 다음에는 뭐 가지고 싶은 게 있다고 사달라고 하면, 수정이처럼 메이드 플레이같이 꼴리는 시츄를 요구해야겠다.

뭐가 좋을까?

“디저트 뭐 먹고 싶어?”

“저 빙수요!”

“누나도 괜찮아요?”

“응. 빙수 좋다.”

우리는 그렇게 근처에 있는 빙수 가게에 들어가 망고 빙수와 인절미 꿀떡을 주문해 먹었다.

3인분의 양은 엄청 많았는데, 다정이가 꿀떡까지 전부 해치웠다.

델리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좋은 먹성이다.

“너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

“으우...... 맞아. 살쪘겠다......”

“그러게 적당히 먹었어야지.”

유정이 누나의 말에 다정이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다정이는 뱃살을 살짝 꼬집고, 힝 하고 울상지었다.

‘흐으음.’

나는 다정이의 몸을 바라보았다.

삐쩍 마르지는 않았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갈 좋은 몸매.

요즘 고등학생은 발육이 좋은지, 솔직히 몸을 보면 그냥 성인이다.

그리고 다정이도 체형도 참 꼴릿했다.

순산형이라고 해야 하나.

가슴이 수정이나 델리아보다는 작지만, 딱 적절하게 나와 있었다. 만지면 한 손에 가득 잡혀서 말랑말랑한 쾌감을 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골반도 확실하게 나와 있어 라인이 괜찮다.

‘머꼴...... 가능......!’

유정이 누나도 다정이와 체형이 비슷하다.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다정이가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다정이 너 체중 관리도 해?”

“허얼...... 그럼 안 하는 것처럼 보여요?”

“아니, 뭐. 딱히 안 해도 돼 보여서. 지금 좋아 보이는데?”

특히 떡감이.

저기서 몸매 능력치를 더 올리면 어떻게 될까?

다정이의 이상적인 체형이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키와 가슴이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엉덩이도 좀 더 탱탱해지고.

“히히. 그래요?”

“응. 글고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도 있잖아.”

“그거 다 뻥 이거든요. 칼로리는 가차 없음...... 힝. 일주일에 두세 번밖에 편의점 안 들리는데, 그것도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고우투헬이에요.”

“고우투헬?”

“지방 지옥으로 간다는 뜻이에요.”

나도 고등학교 졸업한 지 크게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요즘 애들이 말하는 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정이가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럼 우리 살 좀 빼러 갈까?”

“살이요? 어떻게요?”

“어떻게 긴. 먹었으면 태워야지.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우니까, 볼링이라도 좀 하자. 누나는 어때요?”

“어? 으음......”

내가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자, 유정이 누나는 다정이를 바라봤다. 마치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는 눈빛.

다정이는 유정이 누나한테 눈빛으로 하자하자~ 하고 신호를 보냈다.

왜 내가 이걸 해석할 수 있는 거지?

유정이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나는 곧바로 둘을 데리고 근처의 볼링장으로 향했다.

“저 볼링 한 번도 안해봤는뎅.”

다정이의 말에 나는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누나는요?”

“나도 안 해봤어.”

“그럼 둘이 점수 합쳐서 저랑 내기해요. 제가 자세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양민학살을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더블!

몇 번이고 핀을 쓸어 담고, 내기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

“내가 이겼네?”

“으으...... 볼링 너무 어려워요.”

내기에서 이긴 대가로는, 당구장에 가서 같이 포켓볼을 치자고 했다.

결국에는 포켓볼도 승리를 거머쥐어, 이번에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냥 노골적으로 데이트하자는 뜻이지만, 둘 다 굉장히 즐거워했다.

다정이가 합류한 뒤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던 유정이 누나도,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자세를 알려준다는 핑계로 몸을 조금씩 터치한 건 덤이고.

“와. 오빠 볼링이랑 당구 왜 이렇게 잘해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 덕이지.”

“운동이요? 으음...... 운동이랑 볼링, 당구가 관계있어요?”

별로 없을 거 같은데.

그런데 그냥 능력치 자체가 높으니까.

신체 능력치, 감각 능력치, 집중력 등.

코인을 이용해 끌어올린 내 능력치는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높고, 마력까지 있었기 때문에, 뭐든지 플레이가 훨씬 수월했다.

전에 수정이랑 PC방에서 정치를 당한 레전드 리그를 다시 잡아도, 어쩌면 높은 티어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레전드 리그라는 특화 능력치 자체가 있을 수도.

“그러게, 진현이 전보다 몸 훨씬 좋아진 것 같아.”

“아르바이트 관둔 다음 매일 운동했으니까요. 흐흐. 한번 만져 볼래요?”

“마, 만......! 괜찮아.”

나는 다정이와 유정이 누나를 데리고, 맨 처음 유정이 누나와 함께 온 영화관에 왔다.

여전히, 손님이 적었다.

아니, 이런 개꿀 영화관을 왜 아무도 안 이용하지?

“이거 어때요. 이거? 반 애들도 재밌다고 하던데.”

영화관에서 다정이가 포스터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나 그거 봤어.”

“그래요? 재밌어요?”

“응. 괜찮더라.”

그제 수정이랑 델리아와 함께 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영화 중간에 막 키스도 하고 했어 다정아.

나는 역으로 다른 포스터를 가리켰다.

“이건 어때?”

“고, 공포영화?”

다정이가 질색했다.

“킥. 너 공포영화 못 보는구나?”

“으으. 네. 완전. 절대. 못, 봐요.”

오케이.

다정이는 공포영화를 못 본다.

일단 뇌에 메모해둬야지.

“누나는요?”

“볼 수는 있는데...... 나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

“그럼 이거 볼까요?”

우리는 적당한 일상 개그 영화를 선택해 함께 보았다.

한산한 영화관이기 때문에 주말에 바로 표를 구매해도 셋이서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아, 재밌었다.”

영화가 끝나고 다정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밥을 먹고, 디저트를 먹고, 볼링, 포켓볼에 영화까지 보고 나오자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있었다.

아직 초가을이기 때문에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푸르던 하늘빛의 색채가 옅어졌다.

“아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다정이의 표정 또한 어두워졌다.

“왜?”

“힝. 오늘치 분량의 만화를 다 못 그렸거든요. 사실 저 나올 때 그냥 편의점에서 커피만 사서 들어가려고 했어서......”

“아. 그래? 그럼 이쯤에서 헤어질까?”

“아. 네에, 저 가서 톡 할게요!”

“응. 진현아 나도 톡......”

유정이 누나가 말하던 찰나 내가 말을 끊었다.

“아. 누나는 잠시만요.”

“어......? 왜?”

유정이 누나가 나를 바라봤다.

눈을 마주치고 웃자, 누나의 눈망울이 살짝 떨렸다.

“누나는 저랑 좀 더 이야기해요. 논다고 말을 다 못 했는데, 말할 게 좀 더 있어서.”

“아......”

“다정아 누나 조금만 더 빌릴게?”

내가 다정이를 보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기다릴게요.”

“아냐.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먼저 들어가.”

“음......”

내 말에 다정이는 나와 유정이 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용.”

“혼자 들어갈 수 있지? 아니면 바래다줄까?”

“으으. 저 애 아니거든요! 집에서 얼마 멀지도 않은데.”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넹.”

다정이가 멀어지고,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유정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밤길을 좀 걸었다.

“아. 누나 굽 있는 샌들이라 힘들었을 텐데, 제가 배려가 없었네요.”

“아냐. 굽이 그렇게 높지도 않고, 편한 거라서.”

“다행이네요.”

“그보다 무슨 이야기?”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일단 저녁 좀 먹을까요?”

“저녁?”

점심때 많이 먹었어도 꽤 시간이 지났다.

무엇보다 많이 움직여서 지금쯤이면 착실하게 소화가 됐을 것이다. 팝콘도 별로 안 먹었고.

그래서 일부러 노래방 같은 장소가 아니라 볼링, 당구장 같은 장소를 고른 거니까.

“먹을 거면 다정이랑도 같이 먹지. 다정이도 만화는 내일 그리면 되니까, 지금 부를게. 아 물론 다정이 몫은 내가 계산......”

유정이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나는 재빠르게 누나의 손목을 붙잡아서 움직임을 저지했다.

“어......?”

“부르지 말아요. 다정이는 없는 편이 말하기 더 편하니까.”

유정이 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어, 어, 어. 그, 그래?”

내가 손목을 놔주자, 누나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

“......그, 저녁은 어디서 먹게?”

“잠시만요.”

나는 행운추적자 안경을 끼고 휴대폰으로 뭘 검색하는 척을 했다.

‘우리 성능 확실한 효자 아이템 행운추적자야. 여기서 걸어서 15분 내외로, 술 하나 기가 막히게 먹을 수 있는 고깃집으로 가는 길 좀 열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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