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84화 (84/303)

〈 84화 〉# ‍ht‍t‍ps:/‍/‍t.me/‍LinkMoa

“같이?”

“응. 기다려 줄게. 어차피 5분이면 나갈 준비 다 하잖아.”

윤유정의 말에 윤다정은 살짝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알았엉.”

커피야 언제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가장 큰 관심사는 언니가 만날 사람이었다.

‘대체 누구를 만날까? 남자? 여자?’

언니가 주말에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누워서 휴대폰을 하거나 TV를 보지. 어제도 언니는 종일 휴대폰만 바라봤다. 요즘에는 소설을 보는 것 같던데......

아무튼, 가끔 나갈 때도 있긴 하지만, 잠시 간식거리를 걸 사 오는 정도?

애초에 약속 자체를 잘 안 잡기 때문에, 저렇게 꾸미고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옷 금방 입을게.”

“응. 천천히 해. 천천히.”

어차피 편의점에 잠깐 들리는 거기 때문에, 언니처럼 막 꾸밀 필요는 없다.

애초에 화장도 잘 안 하고.

어제 진현이 오빠를 만날 때는 조금 했지만...... 히힣.

‘다음에 오빠를 보는 건, 목요일인가?’

으우.

그동안은 톡만 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게 좋겠다.’

브라를 차고, 윤다정은 적당한 티에 청바지를 골라 입었다. 썬크림은 바를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바르고 나가기로 했다.

“준비 완료!”

“응. 가자.”

윤다정은 윤유정을 따라서 집을 나섰다.

엄마는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서 집을 나섰다.

‘히히. 오늘은 저녁까지 열심히 만화 그리고...... 이따가 오빠랑 톡 해야징.’

진현 오빠랑 톡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신났다.

일요일은 공부를 안 하고 만화만 그리는 날이다.

영어 단어 암기는 매일 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웠지만, 다른 과목(특히 수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다정에게 일요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날이었다.

“아직 안 도착했나 보네.”

어느덧 편의점 앞에 도착한 윤유정이 근처를 두리번거리고는 말했다.

“1시에 만나기로 했어?”

“응.”

편의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12시 53분.

약속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언니는 언제나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니까.

윤다정이 말했다.

“그러엄, 난 편의점 안에 들어가 있을게.”

“그래. 너 어차피 내가 누군 만나는지 보고 싶어서 따라왔지?”

“히히. 슬쩍 보고 집에 가야징.”

히히 웃으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는 윤다정을 보고 윤유정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윤유정은 손거울을 꺼내서 이상한 점이 없는지 모습을 점검했다.

“어서오세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윤다정은 재빠르게 커피를 골랐다.

살 품목은 1+1이나 2+1뿐!

그런데 1+1 이벤트는 죄다 비싼 커피들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다정은 아쉬운 대로 2+1의 싸구려 캔커피 3캔을 구매했다.

딸깍.

꿀꺽꿀꺽.

“하아~, 시원하다.”

캔커피 한 캔을 따서 시원하게 들이킨 윤다정은 편의점 유리 바깥을 살펴보았다.

언니는 편의점 앞에 다소곳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언니가 저렇게 꾸미고 만나는 게 누굴까.

그런데 1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자, 윤다정은 휴대폰을 켰다.

그냥 있기도 심심하니 톡이나 조금 해볼까 했다.

[ 오빠 지금 머함여? ]

그렇게 자연스럽게 톡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데, 갑자기 밖에 있던 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왔나 보다.’

언니는 어딘가를 보고 사글사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윤다정은 언니의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니의 시선이 향한 종착점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

큰 키에 잘생긴 얼굴. 리젠트 컷으로 머리카락을 올려 시원한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익숙한 얼굴이다.

그야, 어제도 같이 돌아다녔으니까.

“진현이 오빠......?”

유정 언니를 발견한 진현이 오빠 또한 환하게 웃었다.

둘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왜인지 친근한 애인처럼 느껴졌다.

“아......”

두근.

왜인지 심장 소리가 크게 울렸다.

두 사람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진현이 오빠가 먼저 등을 돌려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유정이 언니는 자신을 한번 바라보고 싱긋 웃고는, 진현이 오빠를 따라나섰다.

원래는 그냥 편의점 안에서 언니가 누구랑 만나는지만 슬쩍 보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자, 잠까안!”

윤다정은 자신도 모르게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와 둘에게 소리쳤다.

******

화창한 날의 점심.

나름대로 멋있게 차려입은 나는, 버스에서 내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다정과~ 유정이~ 정말~ 좋아~. 다정과~ 유정이~ 정말~ 좋아~.”

“살포시~ 포개서~ 자매 덮밥을~ 해 먹네~. 해 먹네~.”

어제 수정이가 방송에서 15만 원을 후원받고 리액션으로 부른 노래.

왜인지 듣다 보니까 귓가에서 노래가 떠나지를 않았다.

‘오늘은 아이템이랑 능력치 빨로 유정이 누나의 호감도를 좀 올려두고~.’

유정이 누나한테 카페 창업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면 될 것이다.

아직 카페를 어디서 오픈할지도 정하지 못했긴 하지만, 수정이네 아버님이 예화네 아버님과 연결해 주기도 했고.

델리아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창업은 분명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적어도 1달 안에는 오픈하게 될 테니까.’

유정이 누나를 미리 포섭하고, 편의점 점장님에게 그만둔다는 말을 사전에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정이 누나의 어머님까지 포섭하면......!

‘흐흣. 좋아좋아.’

음흉하게 웃은 나는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외진 골목의 구석 쪽에 있는 편의점.

손님도 별로 없고, 위치도 좋지 않은 편의점이지만, 그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은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 오늘 상당히 꾸미고 나왔네?’

오랜만에 유정이 누나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누나는 한눈에 봐도 수정이가 나와 데이트를 할 때처럼, 힘을 줬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상큼함이 물씬 피어오르는 원피스에 오렌지 숄더백.

신발도 아르바이트할 때 신던 것처럼 싸구려 운동화가 아닌, 굽이 있는 깨끗한 스크랩 샌들을 신고 있었다.

“아! 진현아.”

내가 어느 정도 다가가자, 유정이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다.

누나와 가까워지자 상큼한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누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으응. 잘 지냈지. 진현이도 오랜만이다~.”

생긋 웃는 유정이 누나.

미소가 참 예뻤다.

하도 수정이나 델리아의 미모를 봐서 좀 면역이 되기는 했지만, 유정이 누나 또한 상당한 미인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시절에는 유정이 누나의 야한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뺐던 적도 많았으니까.

“혹시 점심 먹었어요?”

“아니이, 먹지 말고 나오라고 해서 일부러 안 먹었어.”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유정이 누나가 말한다.

어색한 분위기가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톡으로 이야기를 좀 나눠서 그런가.

1달 가까이 되는 공백기. 그리고 마지막이 좋지 않았음에도 나와 유정이 누나 사이에는 별다른 서먹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유혹의 향기 스킬도 켜뒀기 때문에, 내게 느낄 매력 또한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그럼 저희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맛 좋은 일식집 한 군데 예약 해뒀거든요? 제가 사드릴게요.”

요 근처의 맛집은 이미 행운추적자를 통해 조사를 끝마친 후였다.

후기도 괜찮은 곳이 있었기에, 곧바로 예약해뒀다.

“진짜? 그런데 일식집이면 비싸지 않아?”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에이, 돈 걱정은 하지 말아요. 자, 여기서 안 머니까 얼른 가요.”

“응. 그래에.”

유정이 누나가 미소짓는다.

나는 예약한 가게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며 몸을 돌렸다.

‘흐흥~.’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도 나름 준비해 놨다.

어떤 식으로 유정이 누나를 요리할지 즐겁게 상상하며 함께 걷는 그때.

뒤에서 갑자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까안!”

어...... 이 목소리는......?

귀여운 하이톤의 목소리다.

또한, 동시에. 귀에 익은 목소리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좋지 않은 예감에 몸을 돌리자, 단발머리를 귀엽게 찰랑거리는 여자아이 한 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윤다정은 그렇게 나와 유정이 누나 쪽으로 뛰어왔다.

“다정아?”

유정이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난입한 다정이를 바라봤다.

다정이는 나를 보고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

“어, 어. 그래, 다정아.”

나는 어색하게 다정이의 인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유정이 누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 둘이 아는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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