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https://t.me/LinkMoa
“꼭이야?”
생긋 웃은 강수정은 진현의 집에 들어가지 않고, 홀로 위층으로 올라왔다.
삑삑삑삑-
띠로롱~
원룸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썰렁~.
원룸 안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으. 적응 안 되네......’
처음 자취를 시작한 지 2년하고도 반.
매일매일 혼자서 잘 지내온 원룸이었지만, 이제는 이 적막함이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진현이 보고 싶다.’
헤어진 지 1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진현이가 그리웠다.
이제는 그와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다. 그가 없는 일상 따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산책하면서 맞잡은 진현이의 손도, 진현이의 온기도. 뭐든지 진현이와 관련된 것을 느낄 때면, 가슴에 행복이라는 감정이 꽈악 차는 느낌이었다.
‘너무 좋아.’
혼자 있는 게 편했던 이전의 기분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킁킁.
‘조금 냄새나네......’
강수정은 몸의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렸다. 약간의 땀 냄새.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니 어쩔 수 없었다.
곧바로 옷을 훌렁훌렁 벗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냄새가 날 것 같은 부분을 빡빡 씻었다.
만약 진현이와 같이 샤워하는 걸 택했다면, 지금쯤 이곳저곳을 부비적거리면서 씻은 둥 만 둥 블랙룸으로 향했겠지.
‘그것도 좋지만......’
강수정은 소리 죽여 웃었다.
오늘 일부러 혼자 올라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꼼꼼히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살짝 웨이브를 줘서 잘 말린다. 양치도 빡빡. 꼼꼼하게 가글까지 마쳤다.
샤워를 마친 강수정은 곧장 옷장 앞에 섰다.
옷장 문을 열고 왼편을 바라보자, 이전에 미리 구매해뒀던 메이드복 세트가 구석에 걸려있었다.
‘설마 내가 코스프레 사이트에 가입해 이런 걸 사서 입게 될 될 줄이야......’
이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겠지만, 진현이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오늘 진현이가 좋아하면 델리아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히히.’
진현이가 메이드복을 좋아한다는 정보는 델리아한테 얻은 거였다.
델리아와 친해지면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당연히 진현이에 관한 것이었다. 둘 다 진현이를 좋아하고, 그게 최대의 공통점이니까.
델리아는 진현이가 컴퓨터에 숨겨놓은 비밀 폴더를 발견했고, 그 안에 있는 야동에 메이드 물이 굉장히 많았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사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는, 이사 간 다음에 입어서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같이 살 집을 구경하고 데이트하면서, 진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넘쳐흘러 버렸으니까.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진현이가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
검은색의 브래지어, 스타킹, 팬티 그리고 가터벨트.
속옷을 다 착용하고 거울을 보자, 강수정의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지, 진현이가 좋아하려나......’
스스로 봐도 굉장히 색정적인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진현이의 취향으로 봤을 때, 확실히 마음에 들어할 만 했다.
여기에 메이드 복까지 착용하면......!
“으으. 꽉 끼긴 하네.”
메이드 복을 착용하는 데는 조금 고생을 했다.
사이즈가 너무 작았다.
막 움직이면 터질 것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옷이 전신에 착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강수정은 메이드복을 다 착용하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겠지?”
도저히 시중을 드는 사람이 입을만한 복장이 아니라, 그냥 섹스 어필용 복장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어울리기는 했다.
몸매가 너무 드러나는 게 민망할 뿐이지.
‘좋아 그럼 이 다음은......’
강수정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켜서 미리 즐겨찾기를 해둔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 남자친구를 기쁘게 해주는 메이드 코스프레 플레이! ]
여러 가지 글들이 있었지만,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을 클릭해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지금 입은 메이드복이 꽉 끼는 것도, 여기서 일부러 몸매가 잘 드러나도록 치수가 더 작은 걸 사라고 한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덮치기, 봉사하기, 당하기...... 그리고 야한 말 하기.’
스크롤을 내리며 여러 상황에 맞는 대사들을 본 강수정은 얼굴을 붉혔다.
‘야, 야한 말은 대체 어떻게 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야한 대사들이 즐비했다.
평소에도 진현이와 섹스를 할 때면 가끔 야한 대사를 요구하거나 해서 하는 편이긴 한데, 커뮤니티에 있는 대사들은 그 차원을 달리했다.
“부, 부디...... 주인님의 자지를, 음란한 암캐 메이드의 천박한 구멍에...... 깊숙이 넣어주세요......”
“주인님의 진득한 정액을 제 아, 아기방에 잔뜩 뿌려주세요......”
아아.
대사 중 두 개를 말해 봤을 뿐인데, 엄청나게 쪽팔린다. 주인님이라는 단어는 많이 말해서 익숙한데, 다른 단어들이 걸렸다.
그냥 혼자서 말하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거 대사가 정말 맞기는 한 건가?
이렇게 말하면 진짜 좋아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래도 후기들이 좋으니까......’
역시 진현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못할 게 없었다.
강수정은 열심히 대사를 연습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지?”
한창 연습을 하다 보니 시간을 까먹었다. 강수정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곧 있으면 오라고 했던 1시간이 다 됐다.
어떻게 할까.
이제 곧 진현이가 올 텐데......!
처음부터 막 만화나 소설처럼 입구에서 주인님~ 하면서 맞이해줄까?
다른 건 다 정해놓고, 첫 발자국을 정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찰나, 갑자기 띵동~ 하고 벨이 울렸다.
‘으, 으으......!’
그래.
일단은 덮치자.
허둥지둥하다가 강수정은 일단은 덮치자는 생각에 방의 불을 다 끄고 화장실 안에 숨었다.
어차피 진현이한테는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까 알아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삑삑삑삑-
띠로롱~
역시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진현이가 원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수정아 나 왔어~.”
‘하아...... 진현아.’
어쩜 목소리도 이리 멋있을까.
제대로 콩깍지가 쓰인 강수정은 화장실 안에 숨어서 살짝 벌어진 문틈으로 진현의 행적을 확인했다.
빨리 섹스하고 싶다.
진현이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이 흥분한 꼴이었다.
‘그런데 언제 나가지?’
나가서 덮치기는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 지금이다!’
그렇게 생각할 찰나, 때마침 진현이가 침대 앞에 서 있었다.
강수정은 슬금슬금 화장실에서 나왔다.
진현이의 무방비한 등이 보였다.
진현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에잇!”
이미 강수정의 손은 진현을 그대로 밀어버린 뒤였다.
“어?”
진현이가 깜짝 놀라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이때다!’
강수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현이 위에 올라타서 무게를 실었다.
‘처음에는 덮치고...... 흥분시키라고 했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강수정은 침대 옆에 있는 램프를 켰다.
“수정이 너......어?”
어두웠던 원룸에 빛이 들어왔다.
진현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말고, 강수정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흐읏...... 보고 있어.’
진현의 시선이 강수정의 허리, 얼굴, 가슴에 꽂혔다.
진득하고 끈적한 시선.
다른 남자가 이런 시선을 보냈으면 너무나도 싫었을 테지만, 다름 아닌 진현의 시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쁨이 느껴졌다.
자신을 더 야하게 바라보면 바라봐 줄수록, 강수정은 몸이 흥분됨을 느꼈다.
‘으으. 이러다 젖겠다......’
이미 진현과 섹스할 생각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강수정은 자신이 더 흥분하기 전에 진현을 흥분시키자는 생각으로, 얼른 요염한 미소를 짓고 치마를 들쳐 팬티와 가터벨트를 진현에게 보여주었다.
‘이러면 흥분하겠지......?’
강수정의 행동에 진현의 시선이 곧바로 하반신에 꽂혔다.
그리고 끈적한 시선과 동시에, 금세 엉덩이에서 그의 사랑스러운 물건이 커지는 게 느껴졌다.
‘히히. 잘 산 것 같다.’
강수정은 속으로 뿌듯하게 웃었다.
“수정아 너 메이...... 웁.”
‘안돼.’
츄웁. 쭈웁. 쪼옥.
진현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자, 강수정은 그대로 진현의 입을 막고 키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