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https://t.me/LinkMoa
‘진현이?’
환상 같은 상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이야기.
왜인지 휴대폰 화면 액정에 뜬 ‘진현이’라는 단어를 보자,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윤유정은 반사적으로 알림을 터치해 톡방으로 들어갔다.
“어? 진현이 맞...... 나?”
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프로필 사진.
진현이의 프로필을 클릭하자, 깔끔한 단색 남방셔츠를 입고 셀카를 찍은 한 남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원래 진현이의 프로필 사진은 무슨 아저씨같이, 산을 배경으로 소개 문구에 점 세 개가 찍혀있을 뿐이었는데, 이전과는 확 달라졌다.
‘얼굴도 좀 변했네......?’
뭔가 멋있어 졌다고 해야 하나, 훈남 같아졌다고 해야 하나.
일단 인상과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원래 몸도 저렇게 좋았나?
옷 아래로 마치 근육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윤유정은 휴대폰 화면을 톡톡 터치해 답장을 남겼다.
마침 진현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톡이 왔다는 게 신기했다.
[ 나 : 오랜만이다. 나는 계속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중. 너는 요즘 뭐 하고 지내? ]
으. 뭔가 너무 무난한가?
하지만 생각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1이 사라지고 답변이 왔다.
[ 진현이 : ㅋㅋ 오랜만이네요. 저는 지금 뭘 하고 있다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뭐한데, 그래도 일단 잘 지내고는 있어요. ]
[ 나 :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 ]
[ 진현이 : 누나도 잘 지내야 하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계속하는 거 힘들죠? ]
“아......”
힘들죠? 라는 단어가 유독 크게 다가왔다.
안 그래도 오늘도 지각한 야간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참이었다. 순간적으로 관둘까도 생각했으니까.
[ 나 : 힘들기는 하지. 그래도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어. 계속해야지. ㅜㅜ ]
[ 진현이 : 그럼 누나 편의점에서 계속 일하면, 주 5일로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
[ 나 : 응. 맞아. 주중 5일. ]
[ 진현이 : 그럼 이번 주말에는 쉬겠네요? ]
이번 주말?
쉬기는 당연히 쉰다.
식당을 도와주는 일도 쉬기 때문에 주말은 완전히 프리했다.
그런데 이 질문의 의도가 대체 뭘까?
‘혹시......’
윤유정은 가슴이 살짝 뛰는 걸 느꼈다.
[ 나 : 응 쉬는데. ]
일부러 짧게 답장했다.
조금 기다리자, 곧바로 톡이 왔다.
[ 진현이 : 그럼 저희 한번 만날래요? 저 누나한테 할 이야기도 있어요. ]
******
“어때? 이거 완전 귀엽지 않아?”
“와. 그러게요. 이건 어때요, 언니?”
“히히. 이것도 좋당.”
유정이 누나와 톡을 마치니 슬슬 집에 거의 다 도착해갔다.
나는 앞자리에 앉아있었고, 수정이와 델리아는 뒷자리에서 서로 휴대폰을 보여주며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조금 있는 건가?’
유정이 누나는 주말에 만나자는 내 제안을 꽤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말없이 그냥 편의점을 그만두기도 했고, 뜬금없는 제안이라 한번 튕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바로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건 꽤 의외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막 그동안 있었던 진상 손님들이나 재밌는 이야기들을 말해주는데, 몇 주간 안 봤던 서먹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서 내려드릴까요?”
“아. 저쪽 횡단보도 앞에서 세워주세요.”
“예에~.”
택시가 멈추고 미터기에 요금이 표시된다.
“9200원입니다.”
“네, 여......”
“여기요!”
계산하기 위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려고 하는데, 수정이가 갑자기 선수를 쳤다.
삑, 하고 카드를 찍어 계산을 마친 수정이는 내게 마치 장난꾸러기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요 귀여운 것.’
하긴, 처음에는 수정이가 너무 내게 사주려고 했고, 지금은 내가 너무 수정이에게 다 사주려고 한다.
어쩌면 수정이도 가끔 돈 쓰는 맛이 있어야 좋지 않을까 싶었다.
“후아~.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다아~.”
택시에서 내려 수정이가 몸을 풀었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수정이는 깍지를 꼈다.
“조금 걸을까?”
“그거 좋다.”
“델리아도 괜찮지?”
델리아 또한 내 손을 잡는다.
“네.”
걸으면서 우리는 다음 데이트를 언제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수정이는 목요일, 금요일 날에 방송을 쉬니까, 매주 목요일 아니면 금요일 날에 데이트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나는 당연히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되면 이제 금요일은 수정이랑 델리아...... 토요일은 다정이. 일요일은 유정이 누나인가?’
황금 같은 금토일 데이트 플랜이 완벽하게 세워진 순간이었다.
토요일은 다정이의 로또를 사준다는 명목으로 만나고, 일요일은 유정이 누나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어쩌면 앞으로 히로인 늘어나도, 이렇게 요일별로 데이트를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근처의 공원을 10분 정도 걷다가, 우리는 원룸으로 돌아왔다.
나는 원룸의 현관 앞에 서서 물었다.
“같이 씻을래 수정아?”
델리아의 알몸을 봐버리면 바로 덮쳐버릴 것 같았기에, 수정이에게 말했다.
노골적인 섹스어필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주택을 보러 나왔기 때문에 천리염기공을 통한 마력 일일 퀘스트는 달성했지만, 섹스와 히로인 일일 퀘스트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정이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따로 씻을게.”
“그래? 아, 혹시...... 내가 요즘에 너무 강하게 했나?”
나와 수정이는 섹스를 엄청 열정적으로 했다.
한바탕 즐기고 나면 수정이의 얼굴은 항상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되니까.
유혹의 향기, 맞춤 발기, 그리고 수정이에게 맞춰준 나와 섹스할 때 민감도와 쾌감이 2배 증가한다는 특성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수정이 말하기를 격렬하게 한 다음에는 온몸이 성감대가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너무 하드해서 고통스러웠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쿡쿡, 그런 거 아냐. 오히려 매일매일 너무 좋은걸?”
수정이가 웃으며 자신의 옷을 당겨 색스러운 가슴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래. 그럼 이따 내려올 거지?”
내 물음에 수정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진현이가 올라와 줘.”
“올라와 달라고? 너희 집에?”
“응. 하안...... 1시간 뒤쯤에?”
나는 수정이의 원룸에 몇 번 가 본 적이 없었다.
매번 수정이가 내 원룸으로 내려와서...... 아니, 오히려 내 원룸이나 블랙룸에서 산다는 표현이 맞겠지.
수정이는 방송할 때만 잠깐 위층에 올라가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수정이가 자신의 원룸에 나를 부르는 건 얼마 없는 일이었다.
“응. 알았어.”
“꼭이야?”
수정이는 생긋 웃고는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이내 델리아와 함께 내 원룸으로 들어갔다.
“델리아 먼저 씻어.”
“알겠습니다.”
씻으러 들어간 델리아는 얼마 있지 않아 가볍게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왔다. 나는 그녀 다음으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근데 왜 굳이 올라오라고 한 거지?’
수정이와 섹스는 매일 블랙룸에서 했다.
블랙룸이 침대도 넓고, 온도도 항상 쾌적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에, 섹스든 뭐든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뭐, 다 이유가 있겠지.’
몸을 다 씻고 나온 나는 블랙룸 침대에 누웠다.
아직 수정이가 올라오라고 한 1시간이 안 됐으니까, 시간을 좀 때울 필요가 있었다.
‘심심한데 미튜브나 조금 볼까?’
문득 수정이의 미튜브가 궁금해져 들어가 보았다.
“흐음.”
역시나.
수정이는 영상편집 없이, 아직도 그날 한 방송을 통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미튜브를 하고 있었다.
평균 조회수는 대략 3천 정도.
아주 낮지는 않지만, 높다고도 할 수 없으리라.
‘영상편집 특화 능력치를 개방해서 올려주거나, 아니면 편집자를 구해서 붙여줘야겠네.’
수정이 자체가 목소리가 좋고, 여자 중에서 게임도 잘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방송 특화 능력치만 내가 잘 올려주면 충분히 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포동 교회오빠 이 사람...... 그때 수정이랑 레전드 리그 할 때 채팅했던 사람인가?’
수정이의 미튜브 영상 대부분에는 반포동 교회오빠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댓글을 남겨둔 흔적이 있었다.
‘수정이랑 많이 친한가 보네.’
전에 수정이랑 같이 데이트하고 PC방에 가서 레전드 리그를 했을 때, 수정이와 채팅을 했던 사람.
분명 수정이와 친한 여스트리머라고 했었지 아마도.
반포동 교회오빠라고 스트리밍 사이트에 검색을 해봐도 누군지 뜨지는 않았다. 아마 방송용 닉네임은 다른 걸 사용하는 거겠지.
“아. 시간 됐다.”
수정이의 미튜브를 보거나, 다른 웃긴 영상 모음을 보자 금방 시간이 흘렀다.
수정이가 말한 1시간이 지나서, 나는 방에 있는 델리아를 찾아갔다.
“나 잠깐 올라 갔다 올게, 쉬고 있어?”
“네. 오늘을 딱히 시키실 일이 없습니까?”
“응. 편하게 있어, 편하게. 아! 아니면, 네 전용 컴퓨터랑 노트북도 하나 사줄 때가 됐으니까. 원하는 모델 있나 미리 결정해 줘, 사양하지는 말고~ 알았지?”
“네에, 진현님.”
나는 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델리아는 내 손길을 느끼며 따뜻하게 웃었다.
‘가볼까.’
나는 편한 복장을 하고, 수정이의 원룸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띵동~.
현관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지. 그냥 들어가면 되려나?’
나는 수정이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정아 나 왔어~.”
그런데 딱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불도 다 꺼져있어서 꽤 어두웠다.
‘어디 나갔나?’
혹시나 해서 방안을 둘러보아도 수정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마루에 섰다.
수정이는 방안에 책상을 두고, 마루를 침실로 사용했기 때문에 마루에는 수정이의 침대가 있었다.
뭐, 지금은 항상 내 블랙룸에서 자지만......
살금살금.
‘응?’
그때, 갑자기 내 뒤에서 누군가가 슬금슬금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가 뒤를 돌아보는데.
“에잇!”
수정이가 귀여운 기합과 함께 나를 강하게 밀쳤다.
“어?”
푹신~.
나는 그대로 수정이의 침대 위에 쓰러졌다.
수정이는 재빠르게 움직여서, 쓰러진 내 위에 올라타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나를 지그시 눌렀다.
‘와. 힘 좀 쌘데?’
솔직히 나는 마력도 운용할 수 있고, 능력치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빠져나간다고 마음먹으면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수정이는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도 힘이 강했다.
내가 기본 육체 능력치를 모두 40 이상으로 맞춰두었기 때문이지만......
“수정이 너......어?”
갑자기 뭐냐고 말하려던 찰나, 수정이가 침대 옆에 있는 램프를 켰다.
어두웠던 원룸에 빛이 들어오고, 수정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복장.
검은색 원피스를 베이스로, 곳곳에 흰색 프릴이 달린 메이드복.
수정이는 메이드복을 입고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원래 메이드복은 실용성을 강조한 옷이지만, 수정이가 입고 있는 옷은 몸에 착 달라붙는 스타일로, 그녀의 야한 몸매가 확 부각 되었다.
특히 가슴 부분이 움푹 파여있어서,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 조금만 더 내리면 그녀의 유두가 보일 것만 같은 모습.
“......”
오히려 보일락 말락 했기 때문에 더욱 색스러워서 내가 눈을 떼지 못할 때, 이번에 수정이는 아무 말 없이 치마 부분을 슬쩍 들어 올려 내게 보여주었다.
검은색 팬티와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가터벨트.
내 자지는 순식간에 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