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https://t.me/LinkMoa
“파티룸 맞은편에는 피트니스 룸이 있습니다. 헬스장까지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해결하면 편하겠죠?”
세 번째 주택의 지하.
파티룸 반대편에는 피트니스 룸이 존재했다.
피트니스 룸은 일반 가정집의 안방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헬스장만큼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운동 기구들이 알맞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벽면 한쪽 전체가 거울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정이나 델리아가 요가 같은 걸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아니면 다정이나 유정이 누나를 초대해서 요즘 흥한다는 필라테스 같은 걸 한다는 핑계로 이곳저곳을 만지면......!’
후후.
좋다 좋아.
“지하지만 환기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아! 물론, 주택 전체에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으니, 냉난방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동산 아저씨는 세상 열심히 설명했다.
내가 오늘 볼 주택 세 곳 중 하나는 무조건 분양받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기회일 것이다.
“여기는 욕실 겸 사우나실입니다. 화장실과는 분리되어 있으며, 욕조와 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화장실과 별개로 화장실 옆쪽에는 사우나도 있었다.
‘넓지는 않은데, 둘이서 들어가도 되겠네.’
사우나를 본 수정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와. 디자인이 좋네요.”
“하하. 그렇습니다. 편백나무 원목을 이용해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자연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거기에 무드등 기능도 있어서 좋은 분위기 또한 낼 수 있습니다.”
아저씨를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는 사무실입니다. 파티룸 만큼은 아니지만, 넓게 설계된 방입니다.”
지하 1층에는 파티룸, 피트니스룸, 화장실, 사우나, 사무실 이렇게 총 5개의 시설이 존재했다.
사무실도 파티룸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넓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집은 관리하는 것도 꽤 힘들겠네.’
어쩌면 관리해줄 사람이 있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으로 1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부동산 아저씨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1층은 정원, 거실, 주방, 식당, 안방 그리고 빈방 하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욕실과 화장실은 당연히 존재했다.
“여기는 썬룸입니다. 대부분 유리로 되어있어 햇볕을 밭기 좋지요. 시스템 도어로 오갈 수 있습니다.”
1층의 빈방에서는 썬룸이라는 약간 유리로 이루어진 베란다 비슷한 공간으로 통할 수 있는 문이 존재했다. 뭔가 식물을 키우기 좋아 보이는 장소였다.
“이제 2층으로 가시죠.”
2층에는 드레스룸과 두 번째 거실, 빈방 두 개가 존재했다.
‘드레스룸은 여자들 쓰라고 하면 되겠네.’
드레스룸도 상당히 넓었다.
히로인이 늘어나면 모자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블랙룸의 방이 말도 안 되게 넓으니까.
블랙룸을 업그레이드해 방이 많아진다면, 그녀들에게는 각자 침대방으로 블랙룸 방을 하나씩 배정해 줄 생각이다.
옷장은, 코인으로 몇 개 뽑아서 놔주면 되겠지.
“3층은 방 2개, 그리고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라스는 영화에서나 볼만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넓었으며, 경치를 구경하면서 차도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숲세권이라고 하죠. 가까운 곳에 뒷산이 있어 경치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4층 다락방.
3층의 빈방 중 한 곳에서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계단이 있었다. 과연 다락방은 좁았기 때문에 그냥 약간의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집 전체를 둘러보고 나오자 수정이가 내게 물었다.
“진현아, 이 집은 얼마야?”
“음. 아마 분양가 33억이었던가? 그랬을 거야.”
“윽. 역시 비싸네......”
그래도 너희 부모님 집보다는 싸단다.
“어떻게, 잘 보셨습니까?”
부동산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봤습니다. 다 만족스럽네요.”
“아, 그러면......!”
“오늘 어디가 좋을지 같이 상의해서, 내일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부동산 아저씨가 크게 미소지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부동산 아저씨와 간단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수정이와 델리아는 내게 딱 붙어서 팔짱을 꼈다.
성공적인 영업을 하고 돌아가는 부동산 아저씨지만, 왜인지 등이 살짝 쓸쓸해 보였다.
******
“자.”
빨간 느낌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나는 스테이크를 썰어서 수정이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오늘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수정이가 냠, 하고 스테이크를 먹으며 물었다.
“으이구.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돼.”
“그래도...... 나도 좀 사줘야 하는데.”
“괜찮다니까. 그리고 네가 해준 게 더 많잖아. 너희 집에 갔을 때도 내가 얻어먹은 거 잊었어?”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수정이네 가족과 함께 갔던 중식당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다.
“그건 울 아빠가 사준 거잖아. 생각해 보면 요즘에 나 돈을 쓴 적이 없는 것 같아, 식비도 다 진현이가 다 내주고.”
뭐, 그건 그렇다.
내가 돈이 넘치기 때문에, 수정이가 굳이 돈을 쓰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옛날에 통장을 많이 만들어둬서 다행이지.’
로또로 40억이 넘는 돈을 얻고 나서, 나는 통장들을 필요에 따라 나눠두었다.
요즘에는 통장 하나를 만들기가 힘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안 쓰던 휴면 통장들의 수가 꽤 되어 은행에서 휴면을 해제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눈 통장 중 하나가 바로 식비 통장.
달마다 500만 원씩 식비 통장에 돈이 자동으로 이체되게 만들고, 나는 그 통장의 카드를 만들어 수정이에게 주었다.
앞으로 장을 볼 때나 뭘 살 때면 내가 준 카드로 계산하라면서.
달 500이라 돈이 많이 남겠지만, 그래도 모자란 것보다는 넉넉한 편이 좋으니까.
가끔 이렇게 히로인들을 데리고 외식을 나갈 때나, 무언가 배달을 시켜 먹을 때 적절히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요리를 해주는데 식비 계산을 안 하면 그게 더 너무한 거지.”
돈도 없는 것도 아니고, 요리도 수정이와 델리아가 해주는데 식비까지 수정이보고 내라고 하면 완전 양아치였다.
“그치 델리아~?”
“움? 꿀꺽, 그렇습니다.”
델리아는 양 볼에 한가득 물고 있던 파스타를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먹어, 모자라면 더 시켜줄게.”
스윽스윽.
나는 델리아의 입가 근처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었다.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데이트할 때 내가 많이 사줄 걸 그랬어. 이러다가 계속 받기만 할 것 같아.”
“지금까지 많이 사줬잖아. 그리고, 나는 수정이가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걸?”
수정이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진짜로?”
“진짜로.”
“헤헤, 사랑해♡.”
과거의 내가 봤다면 울부짖을 만큼 수정이나 델리아와 꽁냥거리며, 우리는 식사를 마쳤다.
“23만 9천 원입니다.”
“이걸로 계산해?”
“응.”
계산한 카드는 다시 수정이가 챙기고, 나는 영수증을 읽어보았다.
어느덧 비싼 가격표를 봐도 별생각이 안 든다.
‘그래도 오늘 많이 쓰기는 했네.’
주택만 보고 들어가기는 좀 그래서, 나는 수정이와 델리아를 데리고 영화, 볼링장 등등 여러 정석 데이트 코스를 밟았다.
영화도 그냥 본 게 아니라, 무슨 특별관이라는게 있길래 거기서 한번 봐 보았다.
좌석 하나에 3만 5천 원.
세 명이 보니까 10만 5천 원짜리 영화.
특별관의 좌석은 기본적으로 넓고, 스크린도 훨씬 큼지막 했다.
의자도 막 눕힐 수 있고, 음료수까지 제공해줬지만, 과연 좌석 하나당 3만 5천 원이나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는 했다.
뭐, 좋은 점이라면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셋이서 영화를 봤다.
“오늘 어땠어?”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수정이에게 물었다.
“너무 좋았어. 앞으로도 셋이서 자주 데이트하면 좋을 것 같아. 그치?”
“네, 언니. 후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수정이와 델리아를 보니 절로 기분이 흐뭇해진다.
수정이는 델리아와 상당히 친해졌는지, 내가 델리아와 둘이서 애정 표현을 해도 별로 질투하지 않는 단계까지 왔다.
‘좋은 현상이지.’
나는 히로인 어플을 실행해 보유 중인 코인을 확인했다.
- [ 보유 코인 : 21,172코인 ]
‘이제 곧이네.’
일주일.
어쩌면 그 전에 델리아의 특성을 잘 챙겨줄 수 있을 만한 코인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수정이와 델리아가 꽤 친하지만, 역시 가장 친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모든 부분을 다 드러내야 하지 않겠는가?
‘델리아를 완벽하게 공략하고...... 그 다음은 3P다!’
서로 알몸으로 부비적거리다 보면, 더욱 유대감이 돈독해질 것이다.
수정이에게는 특성을 맞춰주었기 때문에, 델리아와 함께 하는 3P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거고.
“참. 이사 갈 집은, 세 번째로 본 주택으로 확실히 정한 거지?”
3P 생각을 하고 있자, 문득 오늘 아침에 봤던 파티룸 생각이 났다.
“응. 비싸기는 한데, 가격이 상관없다면 거기가 제일 좋은 것 같아. 시설도 되게 좋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케이~.”
이걸로 이사 갈 집도 정했고, 할 창업도 확정지었다.
오늘 점심쯤에는 수정이네 아버님으로부터 괜찮은 인테리어 업자의 번호와 더불어, 내가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아버님의 친구 또한 소개받았다.
‘설마 그 친구가 장예화의 아빠일 줄은 몰랐지만.’
뭐, 잘된 일이다.
지금 당장은 델리아, 다정이, 유정이 누나 공략에 바쁘지만, 예화도 언젠가는 공략하고 싶으니까.
예화의 가족부터 안면을 터놓는 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예화네 아버님이랑은 다음 주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보기로 했고.’
주택은 내일 가계약을 진행하고, 바로 정식 계약날짜를 잡으면 될 것이다. 계약을 완료하고는 창업할 카페와 함께 집의 인테리어까지 맡기자.
‘그렇게 되면 이사도, 창업도 나름 결정된 거지.’
그럼 이제 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
귀여운 다정이의 위에 얹을 파이.
바로, 유정이 누나한테 떡밥을 뿌릴 차례였다.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별 저항도 못 하고 기습키스를 당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니까.
나는 웃으며 코코아톡을 실행했다.
******
“하아.”
윤유정은 편의점에서 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겨우겨우 하루를 넘겼다.
“또, 지각. 맨날 지각.”
돌연 짜증이 났다.
진현이가 편의점 야간을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새로 들어온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그 사람은 오늘도 20분이나 지각했다.
한두 번이면 모른다.
그런데 일주일에 2~3번씩, 허구한 날 지각을 반복하는 건 좀 아니지.
재수도 없고.
‘진현이는 그래도 한 번 말고는 지각한 적이 없었는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것마저 지친다. 그래서 점장님한테 슬쩍 말해 봤는데, 그것도 소용없었다.
[ 미안해. 네가 좀 이해해 줘라. ]
대체 뭘 이해해 달라는 건지.
아무래도 새로 들어온 사람은 점장님의 지인인 것 같았다.
‘씨...... 그냥 확 그만둬버려?’
문득 욱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해야 할까.
편의점 말고 마땅히 또 할 아르바이트가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 아르바이트들은 경쟁도 빡빡해서 구하기도 어렵던데.
돈도 부족하고......
‘힝......’
윤유정은 울상을 지었다.
왜 이렇게 잘 풀리는 일이 없는지.
가끔 울고 싶기도 했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보려고 해도, 이렇게 슬플 때가 있었다.
‘그때 진현이랑 사귀었으면 혹시 행복했을까?’
그토록 두근거렸던 기억.
그 가슴의 떨림을 느낄 날이 살아생전 다시 올지 의문이었다.
그 때문일까.
가끔 이렇게 진현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에휴. 근데 생각하면 뭐하냐...... 내가 차인 거고, 이제는 연락도 안 하는데.’
윤유정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진현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후로, 그와는 연락해본 적이 없었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접점이 사라지니, 먼저 연락하기도 조금 껄끄러웠다.
‘게다가 평범한 사이였는데, 내가 먼저 키스를 하고 고백했으니까.’
그다음에 차이고,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도 했다.
진현이가 바로 다음 날 아르바이트를 그만둬버린 게 자신 때문에 그만둔 건가 싶어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냥 갑자기 쌩 가버려서 섭섭하기도 했다.
‘내가 그리 싫었던 걸까......?’
그래도 외모에 자신감이 나름 있는 편이다.
막 치근덕거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진현이도 평소에 가끔 눈빛이 가끔 음흉하게 돌변할 때도 있었는데...... 고백을 거절한 건 나름대로 충격이긴 했다.
‘그래도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그만두는 건 아니지!’
그래 맞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섭섭했다.
왜 그만뒀냐는 것도 윤유정 쪽에서 먼저 물어봤다.
그때 돌아온 답변은, 그냥 다른 길은 찾는다는 짧은 한마디 뿐. 그 뒤로는 그냥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뒤, 지금까지 톡 한번 없었다.
‘하아. 내가 운이 없나 보다.’
그냥 뭐든지 말이다.
집에 들어가서 쉬기나 하자.
그래도 내일은 주말이니까, 실컷 몸을 편하게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후우.”
윤유정은 그렇게 생각하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려던 찰나, 띠링 하고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엄마인가?’
오늘 다음 알바가 지각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가는 게 늦어졌다. 걱정해서 톡한 걸 수 있으리라.
윤유정은 다시 휴대폰을 열어 톡을 확인했다.
[ 진현이 : 누나 요즘 뭐해요? ]
“어?”
액정 너머로는, 예상치 못한 사람의 이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