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74화 (74/303)

〈 74화 〉# htt‍ps://‍t.‍me/‍LinkMo‍a

“카페?”

내가 건넨 서류의 첫 장을 보고 아버님이 물었다.

“네, 카페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수단이야 넘치도록 많았지만, 가장 무난한 시작은 카페가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다정이네 가족을 모여들게 할 거니까.

다정이네 어머님을 총괄로 두고, 유정이 누나를 매니저로 놔둔다.

그다음 어여쁜 여자들을 아르바이트로 뽑아서 돌아가게 하면 잘 되겠지. 히로인 어플 상점에 있는 아이템으로 영업에 도움을 주면, 잘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나는 그 위에 사무실을 하나 차리고, 가끔 출근해 주식으로 돈을 불리면서 다정이랑 유정이 누나와 친해지면...... 으흣.’

하렘 카페 위에 있는 하렘 사무실!

다정이도 내가 무료로 음료나 과자를 준다고 유혹하면, 그녀의 집이 아닌 내 사무실에서 그림이나 공부하게 하도록 꼬실 수 있을 것이다.

“흐음. 카페라...... 혹시 단독으로 창업할 생각인가?”

반면 수정이네 아버님은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뭐, 20대 초반의 남자가 경험도 없이 카페를 창업한다고 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네, 그럴 생각입니다.”

“쉽지는 않을 텐데, 일단 한번 보지.”

아버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내민 계획서를 말없이 넘겨보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나는 아버님이 주신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기다렸다.

“으음.”

한 장, 두장.

계획서를 넘길 때마다 아버님의 표정이 꽤 좋아졌다.

“계획은 상당히 괜찮게 세웠군. 자네가 작성한 건가?”

“그렇습니다.”

“으음. 좋네. 컨셉도 잘 잡았어......”

아버님이 감탄한다.

사실은 내가 작성한 게 아니라 델리아가 작성해준 것이지만, 굳이 그것까지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고마워 델리아.’

어제 델리아한테 카페를 하나 해보고 싶다며 내 생각을 말하니, ‘알겠습니다, 진현님’ 이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혼자서 계획서를 뚝딱 완성해 버렸다.

주로 타겟으로 잡을 고객층부터 컨셉, 차별점 등등 여러 요소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잘 적어주었다.

역시 델리아.

최고다!

그렇게 생각할 찰나, 아버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계획서를 보면 조사한 흔적도 많이 나타나고 참 좋네. 하지만 창업한다면, 자네는 자네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잘 부릴 수 있어야 하네. 분명 예상치 못한 변수도 나올 테고...... 주의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래도 자네는 창업할 마음이 확실한가?”

“예, 자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인 어플의 도움이 있다면 뭔들 못할 게 없었다.

아버님이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그렇다면야...... 카페 창업으로 원하는 지역도 확실하니, 내 친구를 한 명 소개해주겠네. 그에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말해두지. 인테리어도 좋은 곳을 소개해줄 수 있어. 납품처 같은 문제는 자네가 처리해야겠다만.”

“도움에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아버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단지, 나는 자네가 조금 더 괜찮은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소개하는 것뿐이지, 투자하는 게 아니야.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고, 실패하면 자네 스스로가 딛고 일어서야 하네. 그 점은 알고 있겠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됐네.”

아버님이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나는 아버님과 일상적인 대화를 좀 나누었다.

확실히 수정이를 아끼는지, 수정이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다행스럽게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아서 그런지, 수정이와 동거할 허락도 잘 받아낼 수 있었다.

20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는 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래. 시간이 애매하지 않았으면 저녁이라도 같이하는 건데, 아쉽구먼.”

“아닙니다. 조만간 수정이랑 같이 또 들리겠습니다.”

“하하. 그거 좋네. 내 친구한테 말해보고 조만간 다시 연락하지.”

나는 인사한 뒤 수정이네 아버님의 사무실을 나왔다.

******

다음날 오전.

오늘은 수정이와 델리아를 데리고 이사갈 주택을 보러 가는 날이다.

“진현아, 우리 준비 다 했어!”

진작 옷을 다 입고 블랙룸의 소파에 앉아 다정이와 톡을 하고 있자, 수정이와 델리아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블랙룸 안으로 들어왔다.

‘헉.’

나는 다소곳하게 서 있는 수정이와 델리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정이는 오랜만에 한껏 꾸몄으며, 델리아는 내가 사준 외출복 중 가장 화려한 걸 입고 있었다.

둘 모두가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레어한 모습.

내가 둘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수정이가 수줍게 웃었다.

“뭐야아.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니야?”

“아니, 그렇게 꾸몄는데, 너희 둘 아니면 어딜 보겠어? 완전 여신이다.”

“히. 정말로?”

뻔한 칭찬이었지만 수정이는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넘긴다.

“정말로. 완전 심쿵인데?”

“오랜만에 힘 좀 써봤는데, 다행이네♡.”

나는 그렇게 수정이랑 델리아의 외모를 칭찬해주다가, 다 같이 블랙룸에서 나왔다.

현관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

밖으로 나오자 수정이는 익숙한 듯 내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을 본 델리아 또한, 머뭇거리다가 내 반대편 팔을 수줍게 잡았다.

‘아 좋다......’

이 얼마나 천국인가.

양팔에 이런 미녀들을 끼고 다니는 날이 오다니.

걷는 자세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런 건 어찌 돼도 상관없었다.

엄청난 우월감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왕이 된 기분인가?

대박.

여자들 존예다.

저 남자는 뭐지.

거리로 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엄청나게 쏠렸다.

특히, 남자들은 수정이와 델리아의 미모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델리아는 지금 화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자체로 빛이 나는 미모였다.

걷고 있는 도중에 수정이가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가는 거야?”

“아, 참. 아직 말 안 해줬구나. 우리 이사 갈 집 보러 갈 거야.”

“어? 집?”

수정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응.”

“와아. 진짜로?”

“응. 택시 타고 조금 가면 돼. 총 세 개 볼 건데 마음에 드는 집 말해주면 그걸로 하자?”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정유정 자매가 사는 동네로 왔다.

동네 자체는 상당히 좋다. 다정이가 구석진 곳에 살아서 그렇지.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괜찮은 주택이 몇 있었다.

미리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내리자 부동산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하자 부동산 아저씨 또한 나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그런데, 나와 함께 있는 수정이나 델리아의 모습에 동공이 커진다.

“혹시 이분들이 어제 말했던......?”

“네, 같이 살 연인들이에요.”

흐뭇하게 웃으며 수정이와 델리아의 허리를 안는다. 둘은 저항하지 않고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아, 아아......!”

겉보기에는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부동산 아저씨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금새 정신을 차리고는, 곧바로 영업용 미소를 띄웠다.

“바, 바로 안내해드릴까요?”

“네.”

“그럼 이쪽으로.”

첫 번째로 볼 주택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30초 정도 언덕을 살짝 올라가자, 하얀색의 그럴듯해 보이는 주택 하나가 나왔다.

“여기야?”

“응.”

“대지면적 90평, 실내면적 104평의 유럽형 단지의 단독주택입니다. 주차는 2대까지 가능합니다. 오버헤드 도어로 안에는 창고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은 미리 열려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부동산 아저씨가 문 닫는 걸 보여주자, 수정이가 와아, 하고 감탄을 흘렸다.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고, 주차장을 통해서도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총 3층짜리 주택이었다.

방도 상당히 많고, 테라스도 고급스러워 무슨 귀족이 살 만한 곳 같았다.

설명을 들으며 내부를 쭈욱 둘러보는데, 수정이는 연신 감탄하다가 내게 말했다.

“진현아, 진현아.”

“응?”

“여기 우리 아빠 집보다 좋아 보이는데?”

그렇게 느낄 만했다. 나 또한 그렇게 느꼈으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근데 너희 집이 더 비싸다?”

“어? 진짜로?”

“응. 여기는 분양가 25억인데, 너희 집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더라.”

실제로 수정이네 아버님 댁은 2배는 아니어도 40억 가까이했다.

이런 주택보다 비싸다니,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었다.

“헐...... 우리 집 엄청 비쌌네?”

“혹시 가격 몰랐어?”

“으응. 딱히 찾아본 적이 없어서......”

수정이가 쑥스럽게 웃는다.

나는 델리아에게 물었다.

“델리아는 어떻게 봤어?”

“좋은 것 같습니다. 공간도 넓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백한 감상이었지만, 델리아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이다.

‘그야 행운추적자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세 곳 중 하나니까.’

하지만 여기가 가장 밝게 빛난 건 아니었다.

나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말했다.

“다음 주택도 볼게요.”

“아,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주택은 첫 번째보다 싼 주택이었다.

분양가 19억의 주택.

이 주택 또한 나와 수정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원룸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았지만, 첫 번째 주택보다는 덜 했는지 수정이나 델리아의 반응이 살짝 저조했다.

‘다음 주택이 기대되네.’

세 번째 주택이 행운추적자에 의해서 가장 밝게 빛났었다.

다정유정 자매의 집으로부터는 가장 멀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이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택으로 향했다.

“대지면적 115평 실내면적 135평의 단독주택입니다.”

“와아.”

“주차공간이 제일 넓죠? 무려 차량도 4대까지 주차 가능합니다.”

척 보기에도 겉모습부터 가장 좋아 보이는 주택이다. 밝은 갈색의 깔끔한 톤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주차장이 넓어서 좋네.’

솔직히 가장 곤란한 건 주차공간이다.

앞으로 히로인들에게 차를 뽑아준다면, 주차공간 2대로는 자리가 모자라니까 말이다.

“우선 지하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주택은 특이하게 지하도 있었다.

우리는 부동산 아저씨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넓은 복도가 펼쳐졌고, 오른쪽의 문을 열자 커다란 공간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일반 가정집의 거실보다 훨씬 넓은 공간.

오른편 벽면에 붙어있는 커다란 스크린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간에는 가죽 소파가 존재했으며, 왼편으로는 바닥과 일체형인 고급스러운 대리석 식탁이 있었다.

식탁 뒤쪽으로는 깔끔한 디자인의 주방도 존재했다.

“이곳은 파티룸입니다. 영화 감상이 가능하도록 커다란 스크린이 배치되어 있으며, 서브 주방이 있어 요리 또한 가능합니다. 아, 냉장고도 벽면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디자인이 깔끔합니다.”

“우와......”

수정이가 감탄하면서 파티룸을 둘러본다.

부동산 아저씨는 미소지었다.

“모두가 편안하게 쉬고 즐길 수 있도록, 넓은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파티용 조명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아저씨가 벽면에 있는 장치를 만지자 조명이 신비한 색으로 바뀐다.

‘파티룸이라......’

확실히 좋다.

나는, 미래의 하렘 난교룸이 될 장소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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