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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73화 (73/303)

〈 73화 〉# ‍h‍tt‍ps://t‍.‍me/‍Lin‍kM‍oa

“하앙! 항! 앙! 주인님! 너무 좋아! 하으앙! 사랑해요! 하으아앙!”

수정이를 블랙룸으로 데려가 아주 그냥 천국을 보여준 다음, 나는 델리아의 곁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향한 곳은 백화점 근처의 복권판매점이 있는 곳.

“아! 아저씨!”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자, 한 여자 고등학생이 나를 발견하더니 활짝 웃는다.

찰랑찰랑.

여자 고등학생은 귀여운 단발머리를 흔들며 내게 뛰어왔다.

“왔어?”

“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 별로.”

고등학생의 정체는 바로 다정이.

“히히. 다행이네요.”

싱긋 미소지은 다정이는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순진무구한 동그란 눈동자와 눈이 맞는다.

참 예쁜 눈망울이다.

다정이의 키는 160이 살짝 안 됐기에, 나와는 앉은키도 꽤 차이가 났다.

품에 안으면 쏙 들어가겠는데.

‘유정이 누나랑 키도 비슷한 건가?’

흐뭇.

그렇다면 둘이 3P 섹스를 하면 꽤 보기 좋을 것 같다.

한 명을 먼저 침대에 눕힌 다음, 그 위에 파이를 만들 듯 다른 한 명을 올려다놓으면......!

자매덮밥 파이!

“아주 좋네......”

“네? 뭐가요?”

내 혼잣말에 다정이가 묻는다.

때 묻지 않은 순진한 얼굴로 묻는 다정이에게 내 망상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요?”

“어. 그런데 너 참. 휴대폰 했던 거 선생님한테 걸릴 뻔했다면서?”

“아! 맞아요. 진짜로 깜짝 놀랐다니까요!”

수정이와 섹스를 한 뒤, 나는 쉬면서 다정이와 톡을 했다. 그때, 갑자기 다정이 쪽에서 톡이 끊겼던 적이 있었다.

다정이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나는 다정이에게 물었다.

“어쩌다가?”

“저어~ 선생님 들어오신 것도 모르고 톡 했던 거 있죠? 반장 인사할 때가 돼서야 알았어요. 제 자리가 뒤쪽이라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분명 들켜서 압수당했을 거예요. 으으.”

“그거 다행이네.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야. 나도 많이 뺏겨봐서 알아.”

“그러려고요. 헤헤.”

다정이가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이어진 잠시간의 침묵.

다정이는 살짝 수줍은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저기 아저씨.”

“응?”

“그, 그런데 정말로 앞으로는 아저씨가 로또 대신 사주는 거예요? 매주?”

다정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 싫어?”

“아. 아아~니요. 전혀요! 그냥 아저씨가 귀찮으시지 않을까 싶어서......”

꼼지락꼼지락.

다정이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한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귀찮을 리가 있나.

이렇게나 귀여운데.

목요일과 토요일은 다정이가 로또를 사는 날이었다.

어차피 다정이네 집안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테니, 앞으로 다정이가 재정적으로 로또를 살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다정이의 로또를 매주 대신 구매해 주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명분.

앞으로 살 단독주택을 내일 경정하더라도 인테리어니 뭐니 하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시작할 사업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그때까지의 공백기간 동안 내가 다정이를 만날 수 있는 명분은 무엇일까?

바로 로또였다.

‘애초에 다정이보고 지금 당장 너희 집안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앞으로 로또를 사지 말라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고.’

다정이는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내게 빠져들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그리고 다정이가 다른 남자한테 로또를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는 꼴도 못 보지.’

이렇게나 귀여운데!

혹시 나처럼 귀여운 여자 고등학생을 노리는 젊은 늑대 같은 남자가 또 있을 수도 있었다.

으으.

우리 순수한 다정이를 야생에 풀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 혼자 냠냠 맛있게 먹어야지.

다른 남자한테 주는 꼴은 절대로 못 본다.

물론, 두 자매 모두 다.

“하나도 안 귀찮아. 잠깐 산책 삼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말했잖아, 나 백수라고.”

“아 맞다. 그러네요. 돈 많은 백수...... 부럽당. 저도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충분히.”

흘리듯 말하자 다정이가 반응한다.

“진짜요?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으음~ 뭐, 감이지 감.”

“치. 그게 뭐예요.”

“어허. 못 믿는 거야? 로또 1등 당첨자의 감을?”

“으.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요.”

다정이가 귀엽게 웃는다.

“아무튼,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로또 오늘도 살 거지?”

“아, 네! 여기요.”

다정이가 지갑에서 이만 원을 꺼내 내게 건넸다.

음.

뭔가 여자 고등학생한테 돈을 받으니 이상한 기분이 드네.

“근데 왜 이만 원? 로또 이만 원어치나 사게?”

“아뇨. 오천 원어치만 살 건데...... 그, 저번에 아저씨가 아이스크림도 사줬으니까요. 사실 이정도 감사 표시로는 턱없다는 걸 알기는 하는데, 이거라도......”

콩.

“앗! 왜 때려요.”

나는 말하고 있는 다정이의 머리에 아주 약하게 꿀밤을 먹였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라고. 나 돈 많은 거 알잖아. 너희 집안도 힘든데 아껴야지.”

“그, 그래도 감사해서......”

“아서라 아서. 나한테 돈은 의미 없어.”

다정이가 살짝 놀란 표정을 했다.

“와. 방금 말 좀 멋있었어요. 로또 1등 당첨자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그건 그러네.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할 때가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내게 돈이 의미가 없는 건 사실이긴 하다.

어제 주식통장을 만들고 1천만 원으로 행운추적자를 이용해 주식을 조금 시도해 봤는데,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올랐다.

시험 삼아 조금 해봤음에도 순식간에 돈이 백오십만 원이나 불었으니까.

말 다 했지.

그리고 앞으로 오를 종목이 뭔지 물어봐 거기에다 다 넣어놨는데, 아마 지금 쯤이면 더 올랐을 거다.

“그래. 알면 도로 가져가.”

“네엥.”

다정이가 2만 원을 도로 가져가고, 이번에는 5천 원짜리를 내게 내밀었다.

이것까지는 거절하기 그래서 그냥 받았다.

“4개만 자동으로 하고, 하나는 아저씨 감대로 찍어주세요.”

“그래? 나 오늘 꿈 안 꿨는데?”

“괜찮아요. 히히.”

나는 복권판매점에 들어가서 용지를 집어 들었다. 컴퓨터용 사인팬을 들고 고민한다.

‘뭐, 매번 막 3등, 4등 하면 이상하니까......’

나는 행운추적자를 사용하지 않고 대충 숫자를 찍었다.

혹시 몰라 행운추적자로 확인을 해보니, 5등 당첨이었다.

‘그냥 나 자체가 운이 좀 좋아졌나?’

옛날에 살 때는 5등 당첨도 잘 안 되던데.

아무튼, 뭐.

나는 다정이에게 로또 용지를 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다정이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로또를 지갑 안에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 갈팡질팡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왜?”

“아, 아뇨......”

“그냥 가기 아쉬워? 저번처럼 뭐 사줄까?”

“아, 아뇨! 괜찮아요...... 지, 집에 가서 공부하고 만화 그리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다정이가 허겁지겁 고개를 젓는다. 딱 봐도 저번처럼 나와 디저트라도 먹으며 이야기하고 싶은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해둘까.

나도 할 게 있으니까.

“그래.”

나는 다정이와 함께 버스정류장 앞에 섰다.

“어. 아저씨도 버스 타요? 이 근처에 사시는 거 아니셨어요?”

“맞아.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아항.”

우리 둘은 말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까 다정이의 버스가 먼저 왔다.

“그럼 토요일 날 보자.”

“네! 톡 할게요.”

“그래.”

다정이를 배웅하고, 나는 곧이어 온 다른 버스에 올라탔다.

******

고급스러운 사무실.

넓은 방에 커다란 책상 하나가 놓여 있고, 책상 위에는 은백색의 명패가 반짝인다.

반질반질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있던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의 얼굴이 밝아진다.

“아. 잘 왔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예의를 차리며 인사하자 수정이네 아버님, 강정훈이 손사래를 쳤다.

“뭘 안녕까지야. 안 본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진현이 자네야말로 잘 지냈나?”

“물론입니다.”

“좋지. 수정이는?”

몇 시간 전에 기절 직전까지 자지로 혼내주고 왔어요.

미친 듯이 박히면서 저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던데요.

라고 하면 어떻게 될지 살짝 궁금했지만, 과연 삼갔다.

나는 대신에 휴대폰에서 사진을 한 장을 선택해 보여주었다.

어제 수정이와 함께 근처를 산책하며 예쁜 나무 앞에서 둘이서 찍은 셀카였다. 내 팔에 매달려 웃는 얼굴이 세상 행복해 보였다.

“보시다시피 잘 있습니다.”

“으흠. 사이 좋게 잘 있는 것 같아서 좋구먼.”

흐뭇하게 웃는 아버님에게 나는 상자 두 개를 내밀었다.

“이건 방문차 선물입니다.”

“어이구, 뭘 이런 것까지 다 사 왔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님은 기분 좋게 내가 건넨 비타700 상자 두 개를 넘겨받았다.

집으로 초대받은 게 아니라 아버님의 사무실로 초대받은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과 먹으라고 마실 거라도 조금 사 왔다.

‘호감도 60을 찍으니까 또 태도가 다르네.’

미소가 한층 더 푸근해진 듯하다.

어제. 부동산을 돌아다니고, 주식도 시험 삼아 해본 나는 수정이네 아버님께 연락해 오늘 만날 약속을 잡았다.

‘창업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어제 창업 계획을 세웠다고 연락하니까, 아버님은 오늘 바로 사무실로 오라고 초대해주셨다.

초대받자마자 나는 아버님의 호감도를 60까지 올렸다. 그 이상으로는 ‘연분도’의 제한 때문에 아직 코인으로는 올리지 못했지만......

‘뭐, 60 정도로 충분하지.’

“주스가 좋나 차가 좋나?”

“아. 저는 주스가 좋습니다.”

“허허. 오렌지주스를 사두길 잘했어.”

아버님은 컵에 주스를 한잔 따라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셨다.

“자. 여기 앉지.”

아버님의 안내에 따라 손님용 가죽 소파에 앉자, 아버님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그래서, 창업을 뭘 할지 결정했다고?”

“네.”

나는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미리 챙겨둔 서류를 꺼내서 아버님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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