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71화 (71/303)

〈 71화 〉# https://‍t.‍m‍e/Lin‍kMoa

“오늘도 엄청 푸짐하네. 잘 먹을게~.”

“응. 많이 먹어!”

“많이 드세요, 진현님.”

다정이의 히로인 등록을 무사히 마친 뒤에, 나는 수정이랑 델리아와 함께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야말로 진수성찬.

매일매일 식탁을 꽉 채워 음식이 올라온다.

“진현이는 편식 안 하네?”

내가 음식을 먹고 있자 수정이가 말했다.

아이고 이쁜 것.

그녀의 미소가 사랑스러웠다.

“너희 둘이 너무 음식을 맛있게 해줘서 그래.”

“헤헤, 그래?”

수정이가 환하게 웃는다.

솔직히 말해서, 원래는 편식을 꽤 하는 편이었다.

고기는 먹고 나물은 거른다.

그러나 매일같이 반찬을 준비해주며 미소짓는 수정이나 델리아를 보면 과연 나물들도 쑥쑥 넘어갔다.

안 넘어가는 반찬들이 없다는 게 정답이겠지.

둘의 솜씨가 워낙 좋아 맛있기도 하고.

옴뇸뇸.

최근에는 부추겉절이 같은 정력에 좋은 반찬들을 많이 챙겨주는데, 덕분에 강했던 정력이 더욱 강해져서 수정이와 한바탕 하면 그녀의 몸이 온통 정액 범벅이 됐다.

‘흐음. 오늘은 다른 플레이도 좀 해볼까?’

생각해보면 계속 물고 빨고 박고 싸고의 반복이었다.

뭐, 섹스야 원래 다 그렇다고 하지만, 체위를 바꾸는 것 말고도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1000~2000코인 정도는 자판기에서 투자해 괜찮은 아이템을 뽑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리라.

다정이의 공략을 완료한다면 무려 15만 코인이 손에 들어올 예정이니까. 일일 퀘스트도 꾸준히 진행해 코인도 순조롭게 잘 모이고 있으니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수정이는 메이드 복도 있던데, 그건 언제 입어주려나.

“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먹자.”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아. 어제 사 온 그거?”

“응.”

“좋아! 맛있겠다.”

셋이서 수다를 떨며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떠먹는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과연 이런 나날이 계속될 수 있을까.

아마도 히로인 어플의 등급을 계속 올리고, 내가 열심히 하다 보면 가능하겠지.

“진현아. 나 방송하고 올게!”

“그래. 잘 갔다 와. 오늘은 연패하지 말고~.”

쿡쿡, 하고 웃자 수정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거든~. 오늘은 연승할 거거덩.”

“그래그래.”

“아! 그리고 오늘은 레전드 리그 말고 다른 게임도 해보기로 했어.”

수정이의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진짜?”

“응. 사람들이 막 공포게임 하라고 하던데, 그건 좀 무섭고...... 그냥 스토리 게임? 반응 괜찮으면 조금씩 컨텐츠를 늘려가려고.”

“와. 좋은 선택이다.”

“히히. 너무 진현이만 의지하면 안 되잖아. 나도 열심히 해야지.”

이럴 수가.

내가 특별히 수정이의 방송 능력치를 올려주지 않았는데도, 수정이는 스스로 변하려 하고 있었다.

기특하다. 델리아와 다정이의 공략이 끝나 코인이 여유로워지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수정이의 방송 능력치에도 많이 투자해줘야겠네.

수정이는 그럼 갈게? 라는 말과 함께 나와 델리아에게 손을 흔들고는 아침방송을 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할 것들이 많았다.

너무 늘어져 있지 말고 움직이자.

내가 옷을 챙겨입자, 델리아가 물었다.

“어디 가시나요?”

“응. 조금 나갔다 올게. 집 잘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웃으며 배웅하는 델리아의 미소를 음미하며, 나는 그렇게 밖으로 나섰다.

******

“날씨 좋고~.”

햇볕이 미지근하게 나를 비춘다.

옷을 멋드러지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오니 자신감이 넘친다. 어여쁜 여자 두 명이랑 같이 같이 살고, 외모와 몸매 등 여러 능력치가 오른 것이 컸다.

나는 인터넷에서 세계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효자 아이템인 행운추적자를 착용했다. 외모가 오르니까 안경을 써도 제법 어울렸다.

“안경아~ 안경아~. 나와 히로인들이 지낼만한 좋은 집이 있는 곳이 어디더냐.”

지이잉-

그러자, 온 나라들이 환한 황금빛으로 빛났다.

‘개 많네.’

하기야 히로인 어플이 있다면, 언제 어디에 가서 살아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흠흠.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면 외국에 별장을 두고 외국인 여자도 히로인으로 만들어 볼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다정이랑 델리아부터 공략해라 이놈아.’

그래.

지금 있는 히로인을 공략하기도 바빴다.

나는 다시 안경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보여줘.”

세계지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지도를 검색해 폰으로 바라보았다.

역시나, 서울이 가장 환하게 빛났다.

서울 내에서도 각각의 지역들이 각기 다른 밝기로 빛나는데......

‘으음.’

일단 가장 환하게 빛나는 지역들을 표시해 두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들을 돌아보며 주택을 알아보면 될 것이다.

직접 주택들을 보며 황금빛의 밝기나 느낌으로 후보군을 추린 뒤, 수정이와 델리아에게 어디서 살고 싶냐고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면 되리라.

‘인테리어는...... 아마 수정이네 아버님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

수정이네 아버님은 임대사업자기도 하니까, 아마도 인테리어 관련으로는 상당히 잘 아실 가능성이 컸다.

우선 집 자체만 좀 구하면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되도록 큰 집을 구해야지.’

다정이네 집안 사정을 해결해 주고, 다정이도 집에 받아들일 생각이다.

아름다운 꽃들만 모인 하렘 하우스로다가.

좋아좋아.

내가 생각해도 매우 나이스 아이디어이다.

‘그런데 다정이의 꿈은 뭐려나,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쪽이려나?’

잘은 모르겠다. 그건 차차 물어보면 되겠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나는 일단은 근처의 아무 부동산에나 들어갔다.

“주택을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내 자금 상황이나 원하는 주택을 말하며 상담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여러 군데의 부동산들을 돌아보며 정보를 수집했다.

과연 서울 쪽 집의 물가는 굉장해서, 완전 궁궐 같은 집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로또 1등 3개가 당첨된 40억으로도 모자랐다.

제주도에서는 350평의 대지면적을 가진 주택도 20억 중반에 분양 가능하다고 하는데, 서울은 아니었다.

역시 땅값은 땅값인가.

‘뭐, 처음부터 너무 왕궁 같은 집을 할 필요는 없지.’

그래도 좋은 점이 20억 후반대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들을 분양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게는 블랙룸도 있으니, 우선 첫 집부터 너무 힘을 크게 줄 필요는 없었다.

가격을 조금 더 늘리면 30억 초반.

나머지는 인테리어와 새로운 사업을 할 자금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아니면 그동안 바로 주식을 시작해서 돈을 늘려도 되고.’

이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바로 주식통장도 좀 만들어 보자.

“좀 더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네~.”

나는 부동산에서 나왔다.

요 근처에는 마음에 드는 주택이 별로 없었다. 행운추적자는 사진을 보고도 발동했는데, 그 빛 또한 약했다.

‘뭐 대략적인 정보를 수집했으니까.’

이제는 가격대와 지역을 확실히 정해서, 행운추적자로 최적의 주택을 찾으면 될 것이다.

후보들을 정해 직접 구경해보고, 수정이와 델리아도 같이 데려와서 고르면 베스트겠지.

‘원룸이니까 나와 수정이의 방을 빼는 건 쉽고, 우선 주택 쪽 계약을 딴 다음에 원룸 방 뺄 날짜를 정하면 될 거야.’

날짜는 인테리어까지 끝나는 날로 잘 맞추면 될 것이다.

‘벌써 1시가 넘었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점심시간도 조금 지났고, 나는 델리아에게 톡을 남겼다.

[ 나 : 조금 늦어질 것 같으니까, 뭐라도 시켜 먹어~ 미안해. ]

[ 델리아 : 아닙니다. 천천히 오세요. ( 강아지가 충성하는 이모티콘 ) ]

광속으로 답장이 온다. 이모티콘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델리아에게 폰을 사주고 난 뒤 나랑 수정이, 그리고 델리아까지 있는 3인 단톡방을 하나 만들었다.

문득, 수정이가 거기서 델리아한테 이모티콘을 막 추천해주던 장면이 생각났다.

다정이도 공략을 완료하면 단톡에 넣어줘야지.

그럼 하렘 톡인가?

므훗.

‘아. 그러고 보니 다정이네 집은 어딜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 한번 보고 싶어졌다.

다정이네 집안 문제를 해결해 주려면, 어차피 다정이네 가족을 만나보기도 해야 한다.

‘분명 언니와 엄마랑 같이 산다고 했지?’

다정이네 집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지금 시간으로 다정이는 학교에 갔고, 엄마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위치만 살짝 보고 오자.

본래 사람 집 주소를 알아내는 게 아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경아~ 내 어여쁜 히로인 다정이네 집으로 가는 길 좀 비춰줘.‘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황금빛 길이 나타났다.

길은 인도가 아닌 차도로 이어져 있었다.

’버스를 타라는 건가.‘

로또를 사고 집으로 가는 다정이를 배웅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몇 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지는 알았다.

나는 다정이가 탔던 버스를 타고, 황금빛 길을 주시하며 어디에서 내릴지 가늠했다.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자, 황금빛 길이 인도로 이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신기하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랑 가깝네.‘

여기서 3분 정도만 걸어가면,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편의점이 나온다.

나는 황금빛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황금빛 길은 골목까지 이어졌다.

골목 안으로는 허름한 집들이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골목 안을 어느 정도 걷자, 정면으로 한 집이 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기가 다정이네 집이구나.

그렇게 생각할 찰나.

’어......?‘

나는 한 여성이 골목에서 나와 다정이네 집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이 봐왔던 얼굴.

시원한 인상.

그리고 윤다정과 비슷하지만, 그녀보다는 조금 더 긴 단발머리.

산뜻한 인상을 지닌 그녀는, 그렇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집 앞에 섰다.

******

“휴우.”

윤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식당의 뒷문으로 나왔다.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주고, 오후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몸과 마음이 절로 지치는 힘든 일과였다.

주말에는 실컷 쉴 수 있지만, 그 정도의 휴식은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저기 유정씨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몸을 좀 풀 겸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큰 키에 반반한 얼굴을 가진 남자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윤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 바빠요.”

“아...... 알겠습니다.”

인상을 쓰고 거절하자,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순순히 물러났다.

’이걸로 세 번째인가......‘

말을 건 사람은 옆 건물의 휴대폰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점심과 저녁을 계약해 백반을 배달해줄 때 처음 봤는데, 가끔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에휴.”

윤유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부터 너무 바쁘게 살아와서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대학교도 등록만 해두고 휴학하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별의별 이유로 휴학을 늘려왔는데, 이제는 곧 연장할 명분도 없어서 자퇴해야 할 판이었다.

그걸 가지고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어머니를 보면 또 가슴이 아프다.

아빠라고도 부르기 힘든 사람을 만나서......

’아니. 생각하지 말자.‘

언제나 긍정적으로!

’좋아!‘

뭐어......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다 저마다 놀고~ 저마다 연애를 하는데, 자기만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 게 아닌가도 싶었다.

대시하는 사람도 많고, 남자친구를 사귀어 볼까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사귄 적은 없었다.

그야 평일에는 매일같이 일하고, 주말에는 지쳐 쉬기도 바빴으니까.

누구는 연애가 심신을 치유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진현은 특이했지......‘

문득, 한 달 전쯤의 일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주말에 쉬고 싶다는 감정조차 이기는 간질간질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히 그래.

그가 지각을 한 날이었지.

진현은 지각한 대가로 밥을 사주겠다고 했고, 결국 자신은 간질거리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약속 당일.

생전 처음으로 이성에게 엄청난 두근거림과 끌림을 느꼈다.

사랑이 바로 그런 감정이 아닌가 싶었다.

밥을 얻어먹고, 헤어지기가 싫어서 자신 쪽에서 붙잡았다.

그런 마음이 끌린 적은 처음이었다. 영화관 데이트를 하며 무언가에 홀린 듯 키스를 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에게 고백까지 했지만, 그가 거절했다.

’내가 어떻게 됐었나 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와 같은 두근거림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뭐, 그는 다음 날을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를 관두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그가 고백을 거절해준 게, 지금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사귀었더라도, 별로 만나지도 못했을 테니까.

아르바이트를 교대하는 그 몇 분 정도 보는 게 끝이 아닐까?

아니면 주말에 가끔.

그렇게 생각하며, 윤유정은 골목길을 걸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오겠지......‘

허름한 집들의 풍경.

이 풍경이 언젠간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윤유정은 애써 달라질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들어가서 어제 남은 치킨이나 좀 먹고 쉬다가, 편의점에 가야겠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도 됐지만, 거기서 불편하게 먹는 것보다는 그냥 집에서 좀 편하게 쉬고 싶었다.

어제는 다정이가 로또 3등 돈을 받아와서 오랜만에 다 같이 치킨을 시켜 먹었다.

다정이는 로또로 얻은 전액을 엄마에게 주었고, 엄마는 120만 원이 조금 넘는 돈 중 20만 원은 이렇게 가끔 시켜 먹기도 하면서 쓰기로 했다. 남은 100만 원을 빚을 갚는 데 쓰기로 했고.

’로또는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되긴 되는구나.‘

신기하네.

윤유정도 몇 번 로또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다 꽝밖에 나오지 않아 바로 접었었다.

다정이가 운이 좋은 편이긴 한 것 같다.

’다 왔다.‘

윤유정은 허름한 집 앞에 섰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데, 문득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응......?‘

누구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묘한 감각에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뭐, 착각이겠지.‘

어서 쉬면서 점심이나 먹고, 아르바이트하러 가자.

윤유정은 그렇게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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