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https://t.me/LinkMoa
[ 나 : 저기, 내일도 톡 해도 되죠? ]
‘보, 보내버렸다......!’
윤다정은 입을 오물거리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톡이라고는 엄마와 언니가 있는 가족 단톡방이나, 가끔 선톡을 보내는 친구에게 답장하는 것 이외에는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진현이 오빠와 톡을 하니까 왜인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 진현이 오빠 : 당연하지. 학교 잘 다녀와. ]
[ 나 : 넹! ]
간단하게 답을 하고, 뭐라고 사족을 덧붙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한숨과 함께 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호감이 갔다.
왜 톡을 했냐는 오빠의 물음에, 혹시 꿈을 꿨냐는 질문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꿈은 내가 꿨지......’
윤다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평소에, 일주일에도 며칠씩이나 안 좋은 악몽에 시달렸다.
잠에서 깨면 몸이 땀에 젖어 있고, 악몽을 꾸지 않더라도 개운하게 자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커다란 방 안에서 엄마와 언니 모두가 함께 웃으며 지내는 꿈. 생전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방의 풍경이었지만, 뜻 모를 아늑함이 느껴졌다.
꿈속에서의 윤다정은 입가에 걸린 미소가 하루종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걱정거리 하나 없이 지내는 가벼운 일상.
너무나 개운하고, 오랜만에 너무나도 행복한 꿈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꿈에서는 진현이 오빠도 나왔다.
꿈속에서 자신은 진현이 오빠를 오빠~ 오빠~ 하고 불렀는데, 그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현실에서는 오빠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아서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일단 연락처 저장 자체는 아저씨라고 하기 좀 뭐해서 오빠라고 하기는 했는데, 좀처럼 오빠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윤다정은 베시시 웃었다.
꿈속에서 엄마와 언니는 수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무슨 꿈이었을까?
집안의 빚이 사라지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란 내 희망 사항일 뿐일까?
어쨌든, 간만에 개운한 아침을 맞이해서 윤다정은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미소를 머금고 학교를 향해 가는데, 갑자기 그녀를 향해 붉은 실이 날아왔다.
“어엇!?”
두근.
차마 피할 수도 없었다.
무언가가 날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붉은 실은 윤다정의 심장을 향해 매섭게 돌진하여 꽂혔다.
‘대, 대체 뭐지?’
심장이 크게 뜀과 동시에, 저 멀리까지 연결되어 있던 붉은 실이 사르르 사라졌다.
가슴 주변을 매만져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픔도 찝찝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학교로 향하는 다른 학생들 또한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
윤다정은 다시 자신의 심장을 매만졌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왜인지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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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윤다정’ 공략 스타일 선택 *
◆ 1. 친절의 유혹
[ 획득 스킬 : 강인함, 친절, 선행 ]
◆ 2. 꿈의 동반자
[ 획득 스킬 : 안정화, 응원, 보좌 ]
◆ 3. 그대에게 의존 중
[ 획득 스킬 : 의존의 향기, 가스라이팅, 매혹 ]
◆ 4. 백마 탄 왕자님
[ 획득 스킬 : X ]
[ 그 자체로 왕자님 ( 특수 ) : 해당 공략 스타일로 히로인 공략을 완료하면 ‘특수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략을 진행하는 동안 히로인 ‘윤다정’에게 코인을 후원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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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백마 탄 왕자님?’
공략 스타일을 읽어내려가던 내 동공이 커졌다.
처음 보는, 새로운 형태의 공략 스타일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공략 스타일들은 전부 선택과 동시에 스킬 3개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백마 탄 왕자님의 경우에는 획득이 안 되는지 ‘X’자가 박혀 있었다.
‘게다가......’
공략을 진행하는 동안 코인을 후원할 수 없다. 이 말은 즉, 코인을 통해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순수히 내 능력만으로 호감도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
흐으음......
나는 귀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윤다정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저씨!’
동글동글한 눈매와 산뜻하게 찰랑거리는 단발.
미소지으면 볼록 들어간 앙증맞은 보조개가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
‘가능......!’
솔직히 자신이 없지는 않다.
다정이도 내게 충분한 호감을 품고 있는 것 같고, 이제는 내 능력치도 높으니까. 그녀의 집안 문제만 해결해 주어도 호감도가 떡상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다정이에게 직접 코인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히로인 어플의 상점에는 여러 가지 연애를 보좌해줄 아이템들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문제는 바로 보상.
백마 탄 왕자님 공략 스타일을 선택하여 얻게 될 것은, 화면에 명시된 ‘특수한 보상’ 뿐이다.
그렇다면 그 특수한 보상이 무엇일지가 문제였다.
과연 스킬 3개보다 저 보상이 값질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델리아~~.”
이럴 때는 델리아를 찾아야지.
수정이는 운동을 마치고 블랙룸의 소파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리고 델리아는 내 방에서 컴퓨터로 웹툰을 보고 있다.
두 미녀가 집 안에 있으니 절로 활기가 돈다. 내가 델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컴퓨터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나를 맞아주었다.
“아. 진현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매력적으로 빛나는 푸른색 두 눈동자가 나를 순종적으로 올려다본다.
나는 델리아에게 공략 스타일 선택 화면이 보이도록 하여, 그녀에게 내 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것 좀 봐봐. 히로인 공략 스타일 선택 중인데, 못 보던 공략 스타일이 떠서. 여기 나와 있는 특수한 보상이 뭐야?”
“아......”
델리아가 화면을 바라보더니 탄성을 질렀다.
그녀는 곧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특수한 보상은 말하자면...... 무작위 아이템 상자 같은 겁니다.”
“무작위 아이템 상자?”
“네. 다만 무작위 아이템 상자와는 다르게, 좋은 보상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도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 진현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나올 것이라는 건 확답드릴 수 있습니다.”
델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스킬 3개보다 이 ‘특수한 보상’이 더 좋은 거야?”
내 물음에 델리아가 긍정했다.
“네, 대부분 그렇습니다. 지금 나온 다른 공략 스타일들의 스킬만 봐도, 등급이 높은 스킬은 없습니다.”
“그렇구나.”
“게다가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공략 스타일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 공략 스타일을 선택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하긴, 등급이 낮은 스킬이라면 그냥 코인을 주고 구매하면 된다.
“백마 탄 왕자님이 어떨 때 나오는데 잘 안 나와?”
“진현님이 선택하신 히로인이 무언가 문제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걸 진현님이 해결해 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진현님이 그 히로인의 마음에도 쏙 들어야지만 나옵니다. 아 물론 마음에 든다는 것은 현재의 호감도가 아닌 취향적인 의미입니다.”
그렇구먼.
그럼 내가 다정이의 취향이라는 말인가?
행운추적자 너 이 자식.
대단하구나.
“그리고 또 좋은 점이, 진현님이 백마 탄 왕자님 공략 스타일을 선택하신다면 도전 퀘스트도 깰 수 있습니다.”
“도전 퀘스트?”
“네.”
델리아는 이어서 말했다.
“히로인에게 코인을 후원하지 않고 공략 완료하기라는 도전 퀘스트가 있습니다. 아, 단지 등록 당시 호감도가 50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만...... 혹시 50 이상입니까?”
“아니. 40대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나는 델리아의 말을 듣고 곧바로 도전 퀘스트 메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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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어플 – 퀘스트 – 도전 퀘스트 ]
◆ 도전 퀘스트 분류
- [ 히로인 ]
- [ 기본 육체 ]
- [ 기본 정신 ]
- [ 마력 특화 ]
- [ 섹스 특화 ]
◆ 현재까지 완료한 도전 퀘스트 :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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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퀘스트 같은 경우에는 아직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해서 안 들어가 봤는데, 일일 퀘스트처럼 각 능력치에 따라 분야가 나뉘어 있었다.
나는 히로인 항목에 들어가 델리아가 말한 퀘스트를 찾았다.
[ 히로인 도전 퀘스트 ]
- 히로인에게 코인을 후원하지 않고 1차 공략을 완료하세요( 단, 등록 시 호감도 50미만 ).
- 보상 : 150,000코인
“헐.”
보상이 개쩐다.
십 오만 코인이면, 블랙룸도 단번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정도인데.
내 표정을 본 델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도전 퀘스트를 클리어하신다면 한 번에 많은 코인을 수급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네, 무조건 해야겠다. 고마워 델리아.”
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 ‘백마 탄 왕자님’을 히로인, 윤다정의 ‘공략 스타일’로 지정하겠습니까? ]
[ 한 번 설정하면, 번복할 수 없습니다. ]
[ ( 예 / 아니오 ) ]
나는 ‘예’ 버튼을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