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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69화 (69/303)

〈 69화 〉# https://t‍.me/LinkMoa

끄으응~.

힘차고 개운한 아침!

눈을 뜬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너무 좋다.”

우델리아 좌수정.

양옆에 누워있는 미녀들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침대가 워낙 넓어서 세 명이 같이 자도 공간이 남았지만, 델리아와 수정이는 매일 내 몸에 꼬옥 붙어서 잠들었다.

“델리아 잘 잤어?”

“네에, 진현님.”

델리아의 볼을 쓰다듬자 그녀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미소를 짓는다. 아침 키스가 마려운 모습이었지만, 아직 코인이 다 모이지 않았기에 아쉬운 대로 그녀의 손길만 느꼈다.

“우움......?”

내가 몸을 부스럭거리자, 수정이도 눈을 떴는지 신음을 냈다. 델리아의 볼도 만졌으니 수정이의 볼도 만져봐야지.

으음.

둘 다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

“아직 7시도 안 됐어. 더 자.”

“우우우웅~.”

수정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는 귀엽게 기지개를 켜더니, 이내 상체를 일으켰다.

“흐암...... 나도 이제 진현이나 델리아처럼 일찍 일어나야지. 낮 방송으로도 옮겼으니까 빨리 잠들 수도 있고.”

늦게 일어나고, 밤 방송을 하며 밀렸던 수정이의 생활패턴도 어제부로 확 바뀌었다. 그녀는 나와 델리아랑 같이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럼 다 같이 일어나자.”

“응!”

각자 세면을 하고, 나는 천리염기공을 수행한다.

내가 수행하는 동안, 수정이랑 델리아는 스트레칭을 하며 각자 운동을 하였다. 델리아가 수정이에게 여러 가지 자세를 알려주었다.

“이사 갈 집에는 헬스장도 만들어야겠네.”

몸매 능력치를 올려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히로인들의 몫이었다. 헬스장도 구비해서 건강한 하렘을 차리자.

“어. 그럴 수 있어?”

“응. 내 통장에 들어있는 돈 봤잖아. 뭐든지 가능해.”

“히히. 그렇긴 하지. 다시 생각해도 대박이야. 로또 1등이라니.”

40억은 과연 엄청난 숫자였다.

멋드러진 온천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으려나? 일단 이사 갈 집은 무언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컨셉으로 만들 예정이다.

영화관이라든가, 노래방이라든가.

‘델리아가 블랙룸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블랙룸 업그레이드를 하게 된다면, 방의 수가 대폭 늘어나고 몇 가지 시설이 추가된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평소에 잠자는 방으로는 내 히로인들에게 블랙룸 방을 각각 하나씩 배정해주고, 이사 갈 집은 잠 보다는 엔터테이밍 용도로 꾸미면 좋을 것이다.

‘궁금한 건 델리아의 취미인데.’

그녀를 위해서도 뭔가 방을 꾸며주고 싶다.

지금은 폰이나 컴퓨터로 여러 종류의 게임들을 해보고 있는데, 보면 그냥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등급 자체가 높아서 뭐든 잘할 것 같긴 한데.

델리아의 공략을 마치면 그녀를 데리고 데이트라도 다니면서 여러 곳을 들려보자.

으음. 지금은 책이라도 좀 사 줄까?

델리아의 포지션 자체는 내 비서로 놔둘 생각이지만, 비서가 돼도 델리아에게 일 자체를 많이 맡길 생각은 없었다.

업무라고 적고, 데이트라고 읽는 나날을 보내야지.

귀찮은 일들은 전부 밑에 사람한테 맡겨두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이사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어디로 이사 갈지를 정해야, 그 근처에서 할 만한 일을 찾을 것이다.

어디가 좋을까......?

흐음흐음.

띠링-

그렇게 생각할 찰나, 톡이 왔다.

윤다정이었다.

[ 윤다정 : 아저씨 하이욥! ]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하는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는 착각이 들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했다.

[ 나 : 오냐. ]

[ 윤다정 : 와 ㅋㅋ 오냐가 뭐에요. 아저씨 아재 같아요. ]

[ 나 : ㅋㅋ 너도 아지매 되는 거 얼마 안 남았다. ]

[ 윤다정 : 헐. 아니거덩요? ]

[ 나 : 전에는 다 컸다고 하더니 부정하는 거 보소. ]

[ 윤다정 : 다 크긴 컸죠 ㅎㅎ. ]

[ 나 : 몇 학년인데? ]

[ 윤다정 : 고2요. ]

뭐, 뭐라고......?

‘고2......?’

나는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그럼 나는 1년이 넘도록 존버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거 키워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잖아?

[ 나 : 아이고. 뭘 다 커. 졸업하려면 오래 남았네. ]

[ 윤다정 : ㅡㅡ 저 학년은 고2인데, 나이는 고3이에요. ]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 나 : 앵? ]

[ 윤다정 : 아빠가 집 나가고 압류당하고 했을 때, 가족이 다 같이 좀 방황했거든요. 엄마도 상담소에서 치료도 받고 하고 해서...... 저 학교 안 나가고 1년 꿇었어요. ]

[ 나 : 이런, 그랬구나. ]

[ 윤다정 : 그래서 나이로는 고3이에요. 10월에 생일이라서 지나면 운전면허도 획득 가능한걸요? 어엿한 성인이란 말씀. ]

‘허걱!’

만세!

존버해야 하는 기간이 갑자기 대폭 짧아졌다.

고등학생......!

머꼴......!!

가능......!!!

[ 나 : 그렇구나. 다정이 다 컸네, 다 컸어~. ]

[ 윤다정 : 왜인지 애 취급하는 거 같은데...... ]

[ 나 : 설마. 그보다 무슨 일 있어? 갑자기 톡 해서 놀랐다. ]

[ 윤다정 : 아. 아저씨 혹시 꿈꿨는지 물어보려고요. ]

그렇구나. 과연 철저하다.

[ 나 : 오늘은 꿈 안 꿨어. 1등 당첨된 지 얼마 안 돼서 조만간 안 꿀 것 같기도 한데...... ]

금전적으로 보면 이제 다정이가 로또를 그만두는 게 더 좋겠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산다고 해봐야 일주일에 만원 수준.

다정이는 희망을 걸고 로또를 하는 거였다. 혹시 모른다는 그 두근거림을 만원으로 산다고 치면, 딱히 나쁜 거래는 아니리라.

어차피 그녀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거기도 하고.

[ 윤다정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아저씨가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제가 매일 물어볼게요. ]

이건 매일 톡 하겠다는 것인가?

아무튼, 좋은 일이다.

[ 나 : 그래. 학교생활 힘내고. 그런데 1년 꿇었으면 애들하고 어색하지는 않아? 친구들이랑? ]

[ 윤다정 : 그렇긴 해요. 조금 거리감도 느껴지고...... 그래도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애들이 많았는데, 제가 일부러 거리를 뒀어요. ]

하긴 다정이 정도의 외모라면 남자들이 껌뻑 죽을 것이다. 내게는 귀엽게 보이지만, 같은 나이 또래의 학생들에게는 막 색기도 느껴지지 않을까.

성격도 좋으니 여자애들끼리도 친해지려 할 수 있었다.

[ 나 : 왜 거리를 둬? ]

[ 윤다정 : 어차피 친해져도 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제가 잘 성공해야 해요. 로또는 혹시 하며 해보는 거고, 엄마랑 언니가 제 꿈을 응원해주니까...... 열심히 해야죠. ]

장하다 장해.

나는 고등학생 때 뭘 했더라?

진심 매일 피시방에 다녔던 것 밖에 기억에 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다정이와는 몇 분 더 톡을 주고받았다.

가벼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가 말했다.

[ 윤다정 : 아. 저 학교 거의 다와가요. ]

[ 나 : 알았어. ]

[ 윤다정 : 저기, 내일도 톡 해도 되죠? ]

타자를 치면서 부끄러워하는 다정이의 모습이 절로 상상된다.

[ 나 : 당연하지. 학교 잘 다녀와. ]

[ 윤다정 : 넹! ]

그녀는 스스로가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별로 놀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와 이렇게 톡하는 일상도 그녀에게는 일종의 낙일지 모른다. 어제 베스킨로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소짓던 다정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좋아.

문제를 해결해 주면, 그녀와 잔뜩 놀아줘야지.

데이트도 많이 해주면 좋아할 것이다.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직 등록도 안 했네.’

뭐하는 거냣.

나는 히로인 어플을 실행해 곧바로 히로인 메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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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어플 – 히로인 – 일반 히로인 ]

◆ 등록된 히로인 : 02명 / 03명

[ 1. 강수정 ] ( 자세히 보기 )

[ 2. 델리아 ] ( 자세히 보기 )

◆ 히로인을 추가로 설정하시겠습니까?

( 예 /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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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새로 추가해야지.

예, 버튼을 터치하니 메시지가 나온다.

[ 히로인 설정은, 3 이상의 '연분도'가 있는 사람만 가능합니다. ]

[ 3 이상의 '연분도'를 지닌 사람들의 목록을 불러옵니다. ]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목록이 촤르르 펼쳐지고, 사람들의 이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지금은 다른 걸 볼 필요가 없지.

어차피 자리는 한 자리고, 누굴 채울지는 정해져 있으니까.

나는 스크롤을 쭈욱 내려 윤다정의 이름을 찾았다.

윤다정은 프로필 사진에서 헤헤, 하고 순진무구하게 웃고 있었다.

[ 이름 : 윤다정 ]

[ 나이, 성별 : 19세, 여성 ]

[ 성향 : 선행, 책임감, 노력가, 예술가 ]

[ 직업 : 고등학생 ]

[ 호감도 : 41 ] [ 신뢰도 : 43 ] [ 연분도 : 11 ]

“오오......”

호감도가 벌써 41.

이 정도면 엄청나게 높다. 신뢰도는 그보다도 더욱 높은 게 인상적이다.

“성향도 되게 좋아 보이네.”

선행, 책임감, 노력가, 예술가.

예술가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책임감과 노력가 성향은 지금까지의 다정이의 모습을 통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예술가 성향은 장예화한테 있었고, 책임감 성향은 유정이 누나한테 있었지.’

좋아.

너로 정했다!

‘아. 근데 설마 등급이 높아 안 되는 건?’

[ 인물, ‘윤다정’을 히로인으로 설정합니다. ]

[ 인연의 실을 연결합니다. ]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휴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두근

가슴에서 붉은 실이 튀어나와, 어딘가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벽을 뚫고 끊임없이 전진하던 실은, 한 15초 뒤에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또다시 가슴이 두근, 하고 뛰었다.

나와 윤다정.

인연이 연결된 것이다.

[ 인물, ‘윤다정’을 무사히 히로인으로 등록했습니다. ]

[ ‘히로인 공략 모드’로 들어갑니다. ]

[ ‘공략 스타일’을 정해주세요. ]

[ 히로인마다 선택할 수 있는 ‘공략 스타일’이 다르며, 선택한 ‘공략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스킬’이 주어집니다. ]

메시지가 뜸과 동시에, 윤다정의 공략 스타일이 화면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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