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67화 (67/303)

〈 67화 〉# ‍h‍ttps‍://‍t.‍m‍e‍/Link‍Mo‍a

“이야, 잘됐네.”

나는 순수하게 윤다정을 축하해주었다.

내가 의도한 대로 그녀는 3등에 당첨된 모양이다.

“그런데 왜 안 됐다고 했어?”

잘 안 됐다고 했을 때는 순간 내가 번호를 잘못 체크 했나 생각했다. 분명 행운추적자로 본 숫자를 통해 3등짜리 용지를 줬으니까.

“아. 죄송해요...... 그, 그게 제가 당첨됐다고 하면 아저씨가 저한테 주신 로또 뺏어갈까봐......”

윤다정은 몸을 쭈뼛쭈뼛하며 꼬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킥, 하고 웃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100만 원도 큰돈이니까.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고 100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 번에 들어온 많은 돈이 실감이 잘 안 가기도 했다.

“내가 왜 그런 쪼잔한 짓을 해. 걱정 마. 나 돈 많다.”

“어. 아저씨 돈 많아요?”

윤다정의 어여쁜 두 눈동자가 커진다. 나는 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또 1등에 3번 당첨되어 40억이 넘게 있다. 적어도 돈이 적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잔고가 400만 원일 때와 비교해 1000배나 더 많아졌더니, 심적으로도 굉장히 여유로움이 생겼다.

“응.”

“허얼......”

윤다정이 부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녀는 두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그, 그럼 아저씨...... 그, 막 재벌 2세 그런 거예요?”

그건 아니지.

40억이 있다고 해도, 돈 많은 일반인일 뿐이었다.

“그런 건 아니야.”

“어? 그럼요?”

“그냥 최근에 갑자기 돈이 좀 많아졌어.”

“헐. 그럴 수도 있어요? 저 비법좀.”

윤다정이 놀라며 물은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비법이라니. 너도 하고 있잖아. 로또.”

“네?”

나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윤다정은 내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복권판매점...... 어?”

그리고 윤다정은 그제야 복권판매점에 적힌 글자가 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등 당첨을 축하합니다.

기존의 16회에서 횟수가 더 많아져 있었다.

“저거 내 이야기야.”

“저거라니...... 서, 설마 1등이요?”

“응.”

윤다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아, 아저씨가 로, 로또 1등이 됐다구요?”

“야야. 조용히. 다 쳐다본다.”

윤다정이 큰소리로 놀라는 바람에 근처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 죄송해요.”

윤다정은 얼굴이 빨개지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진짜예요? 뻥 아니에요?”

“내가 굳이 왜 뻥을 쳐. 애초에 너한테 3등 당첨복권을 준 것도 나잖아?”

“어, 어? 그러고보니......”

윤다정은 아아, 납득한 표정을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1등 됐다는 거, 저한테 막 알려줘도 되는 거예요?”

윤다정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냐면 지금도 쓰고 있는 안경에서 네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거든.

‘3번째 히로인인가......’

행운추적자에게 부탁해서 나온 황금빛 길은, 이곳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마냥 기다리고 있자, 버스의 문이 열리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오로라를 뿜은 윤다정이 나온 것이다.

나를 올려다보는 윤다정은 꽤 귀여웠다.

성격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

그런데 문제는.

‘하필이면 고등학생이라는 건데......’

교복!

미성년자!

철컹철컹......!

‘근데 생각해 보면 그냥 키워서 잡아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랬다.

행운추적자 안경은 내게 로또 1등에 수정이의 메이드복, 델리아가 미연시를 플레이했다는 것까지 알려준 효자 아이템.

어차피 나이가 문제라면 키우면 그만이었다. 이 아이템을 믿어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내가 당첨됐다고 얄려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별로 상관없어. 그리고 네가 물어봤잖아?”

“그것도 그렇네요. 헤헤.”

윤다정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저씨. 1등 당첨금은 찾았어요?”

“어. 어제 바로 찾았지. 왜?”

“찾는데, 거기서 막 신분증 검사 같은 것도 해요?”

윤다정이 왜 그런 질문은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 3등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등도 하지 않을까? 은행에서 찾아야 하니까.”

“아, 그렇군요.”

“괜히 혼자서 찾으려고 하지 마. 귀찮아 지는 수가 있다.”

“네에......”

살짝 시무룩해 보이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그냥 엄마랑 같이 찾으면 되는 거 아니야?”

“생각해 보니 엄마가 많이 바빠서요. 은행은 4시까지밖에 안 하잖아요. 주말에도 안 하고...... 언니도 바쁘거든요.”

“아. 그러면 여기 온 것도 그런 거야?”

“네, 사실 버스 잘못 탄 게 여기 근처에 농인은행이 있어서 당첨금을 수령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 혼자서는 못 찾겠더라고요.”

윤다정이 멋쩍게 웃었다.

“그렇구나.”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윤다정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찾아줄까?”

“어, 아저씨가요?”

“응.”

윤다정은 살짝 고민하는 표정이 됐다.

나는 손을 저었다.

“못 믿겠으면 말고.”

“아, 아니에요. 아저씨가 준 로또기도 하고...... 찾아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오케이. 그럼 내가 찾아줄게.”

“네.”

웃는 윤다정을 데리고 나는 은행에 들어갔다.

대기하는 사람의 수가 상당했다.

“으아. 사람 많네요.”

“그러게...... 좀 오래 걸리겠다.”

“그, 그냥 갈까요?”

윤다정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니야 기다리자. 나는 시간 많아.”

수정이나 델리아가 저녁을 다 할 때까지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래요?”

“어. 백수거덩.”

“와. 돈 많은 백수. 부럽다.”

나는 윤다정의 말에 웃고는 번호표를 뽑아 남은 자리에 앉았다.

띠링-

그때 톡이 왔다.

[ 강수정 : 진현아 어디 나갔어? ]

수정이였다.

아무래도 델리아와 쇼핑을 마치고 들어온 모양이다.

[ 나 : 응. 잠깐 뭐 좀 하러 나왔어. ]

[ 강수정 : 그럼 언제 돌아와? 저녁은 먹을 거지? 된장찌개 재료 다 샀는데. ]

[ 나 : 당연하지. 금방 들어갈게. ]

[ 강수정 : 웅. 그러면 6시 전까지는 돌아와. 맛있게 해놓을게~♥ ]

[ 나 : 응 고마워~. ]

요 이쁜 것.

수정이와 톡을 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마침 톡도 켰겠다.

나는 출석 체크 하듯 밀린 톡들에 전부 답장을 했다.

그러고 나자, 옆에서 무언가 앓는 소리가 났다.

“흐으으음......”

윤다정이 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다. 내가 폰을 하니까 그녀도 폰을 하며 기다린 모양이다.

‘뭘 보는 거지?’

무언가를 굉장히 집중해서 보는 듯하다.

얼굴을 보니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흘끔 그녀의 폰을 훔쳐보자 그녀는 만화를 보고 있었다.

“무슨 만화야?”

“하앗. 네, 네?”

내가 묻자, 윤다정이 깜짝 놀라며 폰을 껐다.

“아, 아아...... 그, 그냥 일상 만화에요.”

“오 그래. 재밌어?”

“아, 아마도요? 재밌으면 좋겠네요......”

재밌으면 좋겠네요는 또 뭔가.

뭔가 이상했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 이제 저희 차례에요.”

10분을 더 기다리자 마침내 차례가 왔다.

본점에서 1등 당첨금을 받을 때는 무슨 방으로 안내해주던데, 이번에는 그냥 창구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로또 용지 뒷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면 끝났다.

당첨금은 현금으로 챙겨주었다.

나는 영수증과 돈을 받고 나와 수정이에게 전해줬다.

“자. 당첨금. 원래는 158만 원인데, 세금 떼니까 123만 원 됐다 야.”

“우, 우와......”

실제로 돈을 받자 윤다정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저 5만 원짜리 이렇게 많은 거 처음 봐요.”

순진한 미소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정말 감사합니다.”

윤다정은 은행에서 나와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왜 도와주신 거예요?”

키워 먹고 싶어서, 라고는 대답할 수가 없겠지.

“내가 원래 좀 착하거든.”

“킥, 그래요?”

쿡쿡 웃는 윤다정을 향해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간다.”

“어, 네?”

“이제 볼일도 끝났으니 너도 집에 가야지.”

집에는 사랑스러운 수정이와 델리아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수정이와 므훗한 짓을 해야지. 메이드 복은 언제 입어주려고 산 걸까?

“자, 잠깐만요.”

그렇게 그냥 등을 돌려 가려고 하자, 윤다정이 내 소매를 붙잡았다.

“왜?”

“그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니까...... 그 답례라도 좀 하려고요.”

“답례?”

“그으, 밥이라든가?”

밥이라.

문득 처음 생각이 났다. 내가 유정이 누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려고 했던 말도 그랬지. 그런데 윤유정, 윤다정...... 흐음. 둘이 이름이 좀 비슷하네.

“지금이 몇 시인데 밥이야. 너 학교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아...... 그럼 디저트는 어때요?”

“디저트?”

“아이스크림이라든가. 네?”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는 많이 먹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먹은 다음에도 수정이와 델리아가 해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라.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다정이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 바로 옆의 건물에 베스킨로빈스가 있었다.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와. 종류 되게 많네요.”

“너 베스킨로빈스 안 와봤어?”

윤다정이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아뇨. 예전에 오긴 했는데...... 요즘에는 온 적이 없어요. 자제하고 있어서.”

“오늘은 괜찮고?”

“오늘은 그냥. 특별히? 헤헤.”

귀엽다.

키우면 이 귀여움이 사라지고 성숙해지려나?

“아저씨는 뭐 먹고 싶어요?”

“음. 나는 월넛.”

“그거 맛있어요?”

윤다정은 메뉴를 굉장히 고민했다.

1분이 넘도록 고민하길래 내가 거들었다.

“먹고 싶은 거 많으면 다 사면 되잖아. 몇 개 포장해서 가.”

“으응. 그러면 너무 비싸요.”

“로또 3등도 됐는데?”

“아. 그 돈은 최대한 아껴야 해서......”

“흐음.”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다.

“그럼 내가 골라줄게.”

내 말에 윤다정의 안색이 환해졌다.

“아저씨가요? 좋아요.”

“뭐 먹고 싶은데?”

“으음...... 저는.”

윤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두 개를 지목했다.

“엄마는 외계인 아니면 민트 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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