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66화 (66/303)

〈 66화 〉# http‍s://‍t.m‍e‍/Link‍Mo‍a

윤다정은 로또 용지를 바라보았다.

반질반질한 종이에 숫자 6개가 나열되어있다.

딱 천 원짜리인 조합 한 개.

자동 5천 원을 부탁하면서 오빠에게 6천 원을 주니까, 어린애한테 돈을 받을 수는 없다며 수동번호를 찍어서 준 것이다.

‘어린애 아닌데......’

칫.

문득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한번 본 오빠였지만......

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어른들은 자신을 너무 애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로또를 사달라고 부탁한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번은 어린애가 이런 건 하면 안 된다고, 강제로 잔소리를 5분가량 들은 적도 있었다.

나도 이제는 다 큰 성인인데......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지!’

그래.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혹시 다음에 로또를 사러 갔을 때, 그 오빠를 다시 만나면 어떻게 하지......?’

윤다정은 당첨되어 놓고도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오빠도 이번 로또의 결과를 알고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에 다시 만났을 때, 자신에게 준 로또가 3등에 당첨된 로또인 것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번호를 찍은 것은 자신이니 돈을 달라고 한다면?

‘아, 안 돼......!’

윤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비록 오빠가 찍어준 번호지만...... 이 로또는 이제 자신의 것이다.

‘돈을 받으면...... 우선 엄마한테 드려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그렇게 생각한 윤다정은, 로또 용지를 소중하게 쥐며 지갑 안에 고이 모셔두었다.

다 꽝이 나온 자동 5천 원짜리 종이는 당연하게도 쓰레기통 행이다. 물론, 혹시라도 놓쳤을까 2~3번 점검은 필수였다.

‘그래도 그 오빠가 딱히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이분법으로 나눠보자면, 착해 보인다는 편이 맞았다. 그러니까 자신도 로또 대리 구매를 그 오빠한테 부탁한 것이고.

생각해 보면 잘생기기도 했다.

물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으하핰! 이 새끼 허리 놀림 봐.”

“아핳핳핳.”

복도 쪽에서 섹스하는 자세를 잡고 노는 남자애들을 보면, 명백히 다른 생명체 같기는 했다.

“자~ 다들 자리에 앉아라~.”

어느덧 마지막 교시인 6교시가 끝나고 종례 시간이 다가왔다.

“요즈음 날씨가 풀리고 있어. 환절기니까 다들 감기 조심하고~.”

선생님이 끝내기 전에 몇 가지 주의사항이나 공지사항을 말씀하신다.

몇 분간 말씀이 이어져 애들의 반응이 지루해지자, 선생님은 피식 웃으며 종례를 마쳤다.

“인상들 좀 펴라. 아무튼, 그럼 다들 오늘도 수고했고. 반장?”

“넵! 차려엇~!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 계세요!”

“그래. 다른 길로 새지 말고 바로바로 집에 들어가라~.”

선생님이 나가자 교실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한다.

뭐가 그리 급한지 곧바로 가방을 챙겨 후다닥 뛰쳐나가는 애들도 있고, 유령처럼 유유히 당번 일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애들도 있다.

윤다정은 말하자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부류였다.

“야. 오늘 어케할겨?”

“이새낀 당연한걸 물어보네. 피방 고.”

“고? 고?”

“기기! 야 너도 가실~?”

“나 학원이다 새꺄.”

“오올~ 뭐야. 이새끼 혼자서 인생 성공하려하는데? 존나 괘씸하네.”

“낄낄.”

학생들은 저마다의 부류를 만들어 피시방을 가거나 노래방을 가고, 그룹을 지어 하교한다.

하지만 윤다정은 친구들과 크게 어울리지 않고 따로 혼자서 하교했다.

혼자서 걸어도, 이제는 딱히 말을 거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왕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런 괴롭힘도 없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학기 시작부터 워낙 다른 애들의 같이 놀러 가자는 제의를 거절하고 따로 혼자서 지내니, 지금은 그 어떤 그룹에도 끼지 않는 아싸가 되어있었다.

‘힝. 나도 놀고 싶다......’

윤다정 또한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 당연히 본심은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실컷 불러보고 싶고, 맛있는 빙수 가게에서 여유를 즐기며 달콤한 것을 먹고도 싶다.

참. 게임을 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열심히 해야지......’

기껏 엄마와 언니가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둘은 열심히 나가서 일하는데, 혼자서 놀면서 돈과 시간을 둘 다 낭비할 수는 없었다.

가족의 기대를 배반할 수는 없었다.

“후우.”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집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고, 매주 마다 가는 대박 복권판매점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후자를 고르면 복권판매점에서 내렸다가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복권판매점 근처에 농인은행이 있었지......’

검색해보니까 3등부터는 은행에서 돈을 수령 해야 한다고 한다. 하긴, 100만 원이 넘는 돈인데 바로 복권판매점에서 주는 것도 이상했다.

‘히히.’

다시 생각해 봐도 3등에 당첨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언니나 엄마나 다 일하러 나가서 없겠지만...... 돌아왔을 때 돈을 찾아서 보여주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엄마는 식당에서, 언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둘 다 돌아오는 건 좀 늦었다.

윤다정은 복권판매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이 아슬아슬하겠어.’

은행은 오후 4시까지밖에 안 했기 때문에, 빨리 가야 했다.

그렇게 복권판매점 쪽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윤다정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근데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로또 당첨금 내가 수령 못 하지 않나......?’

윤다정은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

‘으으. 바보.’

은행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바로 돈을 찾아서 엄마한테 주자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혼자서는 돈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냥 다음에 엄마나 언니랑 같이 찾으러 가야겠다.’

윤다정은 그렇게 생각하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미 버스를 타버렸기 때문에, 복권판매점 앞 정류장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치익-

마침내 복권판매점 앞의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고, 윤다정은 삑 하고 카드를 대며 문에서 내려왔다.

“어?”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며, 정류장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

눈을 마주친 남자 또한, 윤다정을 보며 놀란 듯 휘둥그레 눈을 뜬다.

“아저씨?”

나이 차이는 명백히 별로 나지 않아 보였지만, 윤다정의 입에서는 오빠라는 단어가 쉽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아저씨라는 호칭이 튀어나왔다.

눈을 마주친 남자.

그는 자신에게 3등 당첨복권을 준 남자였다.

“너는...... 저번에 복권 사달라고 했던 애 맞지?”

남자 또한 윤다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자의 말에 윤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오늘도 복권 사러 왔어?”

남자의 물음에 윤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오늘은 그냥 버스를 잘못 탔어요.”

“흐음. 그렇구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윤다정에게 질문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내가 사다 준 복권은 어땠어? 결과 잘 나왔어?”

‘헉.’

윤다정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남자의 상큼한 미소가, 왜인지 무섭게 다가왔다.

‘어, 어떻게 하지?’

혼란스러운 머리속에서 윤다정은 이내 시선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자, 자, 잘 안 나왔는데욧?”

뭐야!

말을 왜 이렇게 떨어!

아무래도 자신에게는 거짓말의 재능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어? 진짜로?”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질문한다.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다.

‘호, 혹시 알고 있는 건가!?’

그러면서도 물어보는 거라면 거짓말은 소용이 없다.

윤다정은 눈을 깔며 대답했다.

“사, 사실은 당첨 됐어요......”

“오. 그래? 몇 등?”

“......3등이요.”

힐끗.

그렇게 결과를 말하며 윤다정은 남자의 눈을 슬쩍 올려다봤다.

혹시 돈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눈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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