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64화 (64/303)

〈 64화 〉# https‍://t‍.‍me/Li‍n‍kM‍oa

“진현님. 기분 좋으십니까?”

“응. 너무 좋아...... 최고야.”

흐물흐물.

편안하게 감긴 두 눈꺼풀을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녹아내릴 것만 같은 느슨함을 즐긴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주는 최고급 침대의 매트리스.

말랑한 감촉이 전해지는 꿀 같은 허벅지.

나는 블랙룸의 침대에 누워 델리아의 무릎베개를 받고 있었다.

“으응......”

이 기분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마치 천국에서 느긋하게 쉬는 느낌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들어맞을까.

“후후.”

기분 좋은 표정을 하자, 델리아가 내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손길이 기분 좋다.

아아. 늘어진다.

휴대폰을 집어 별 이유도 없이 은행 어플을 실행했다. 꾹, 하고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한다.

농인은행.

잠시의 로딩과 함께 화면이 갱신되고, 폰의 액정에 내 통장에 남은 금액이 표시됐다.

[ 4,210,048,261원 ]

“대~박.”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정말로 실화인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숫자다.

행운추적자 안경의 성능은 그야말로 확실했다.

과연 1만 코인이 넘는 아이템.

‘그리고 금액도 이 정도면 선방했지.’

이번 로또에서는 나를 제외하고 총 7명의 당첨자가 나왔다. 나를 포함한다면 1등 용지는 총 10장.

한 명당 대략 21억 5천만 원의 당첨금이 배정됐다. 평균 당첨금인 19억보다 조금 많은 수준.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인당 14억 7천만 원.

지금 내 통장에는 딱 그 세배의 금액이 들어가 있었다.

뭐, 부모님에게 각 1억씩 증여하였기 때문에, 본래의 44억이 아닌 42억이 남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숫자이다.

수정이네 집에 다녀온 나는 어제 델리아의 폰을 구매한 뒤 바로 복권판매소 앞에서 당첨 확인을 했다.

1등이 누굴까 하는 수정이에게 내 용지와 당첨 번호를 보여주자, 그녀는 입을 떠억 벌리며 연신 대박을 외쳤다.

특히, 1등 세 장이 전부 나라는 것을 보여줬을 때 그녀의 충격적인 표정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줬다.

[ 너도 해볼래? ]

[ 응응! ]

내게는 1등 용지 3장뿐 아니라 4등인 5만 원짜리 당첨용지도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수정이의 복권을 사줬다.

스스로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이번에는 행운추적자 안경을 사용하지 않고 전적으로 수정이에게 맡겼다.

수정이는 자신의 생일과 내 생일을 조합하거나, 하여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숫자를 적어 로또를 구매했다.

뭐...... 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나는 농인은행 본점에 찾아가서 당첨금을 수령했다.

4등과 5등의 소액 당첨은 복권판매점에서 수령이 가능하지만, 3등 이상부터는 은행에 가야 했다.

특히 1등의 경우에는 농인은행 본점에서밖에 수령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말이 아닌 평일에 가야 수령이 가능했다.

나 혼자 1등 세 개가 되어 뭐 특별한 인터뷰라도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3층 대기실에 올라가 수령금을 기다리는 와중에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비법이 뭔가요? 등 형식적인 질문만 오갔다.

하긴 따지고 보면 매주 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도 1등 당첨자가 나온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리라.

그렇게 1등 당첨금을 수령받고 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와 블랙룸에서 델리아의 허벅지 감촉을 느끼며 쉬고 있는 것이었다.

흘끗 고개를 돌려 델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녀가 나와 눈을 맞추며 싱긋 웃어준다.

‘이게 인생인가?’

빛나는 델리아의 미소를 보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이러고 있고 싶다.

너무나도 편안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후~. 잘 쉬었다. 고마워 델리아.”

“아. 일어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델리아의 살결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 마약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해야 했다. 평생 누워있고 싶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인간이 되어버릴 테니까.

수정이와 델리아 눈나......에게 모든 걸 맡기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기둥서방으로 퇴하하는 수가 있었다.

실제로 어제 하루종일 지내면서 느낀 것이다.

나는 늘어진다면 끝까지 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섹스하고.

먹고, 쉬고, 자고, 싸고.

어제는 그저 다섯 패턴을 반복했다.

지낼 장소로는 너무나도 편안한 블랙룸이 있고, 수정이와는 사랑이 담긴 섹스를 하며 성욕을 푼다.

로또에 당첨되어 당장 돈에 대한 걱정도 없고, 식사 또한 수정이와 델리아가 진수성찬으로 차려준다.

쉴 때는 델리아가 항상 내 곁을 지켜주며 나를 편안하게 해줬다.

만사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식사에 이어 빨래와 청소까지. 집안일들은 전부 다 수정이와 델리아가 해줬다.

그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섹스와 먹고 자고 싸기만을 반복하는 일상.

이를 반복하다가는 정말로 정액만 뿜는 기계가 되리라.

자기를 발전시켜야 했다.

“대충 이 정도인가.”

컴퓨터 책상에 앉아 나는 메모장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항목은 총 네 개.

1. 열심히 일일 퀘스트들을 완수하고 코인 모으기.

2. 이사할 집과 인테리어 알아보기.

3. 사업 관련 계획 작성 및 실행하기.

4. 새 히로인 탐색하기.

1번은 매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어제도 수정이의 쫄깃한 보지 안에 몇 번이고 질내사정 했다. 수정이도 갈수록 테크닉이 늘어나고 있어 매일이 즐거웠다.

아침에는 천리염기공을 수행하며 마력 퀘스트를 완료하고, 저녁에는 수정이와 섹스를 즐긴다.

수정이는 방송 시간대를 낮으로 옮겼다.

일찍 일어나서 내게 아침을 차려주고, 방송한 뒤에 다시 돌아와 내게 저녁을 차려주는 것이 그녀의 일과가 되었다.

나와 저녁 시간을 함께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사실은 섹스를 하고 즐거운 해후를 보내고 싶다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얼른 코인을 모아서 델리아를 공략해야지......!!’

지금도 델리아의 가슴을 빨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델리아까지 공략을 완료하면 수정이와 함께 3P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정이와 델리아가 동시에 내 자지를 빠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절로 발기가 되었다.

수정이에게는 평화로운 합동 봉사라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3P를 해도 전혀 불쾌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2번.’

이 또한 중요하다.

얼른 이 낡아빠진 원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평소에 블랙룸에서 생활하고, 수정이 또한 방송할 때를 제외하면 자기 원룸이 아니라 대부분 블랙룸에서 생활한다.

블랙룸에 2000코인 정도를 투자하여 소파나 커다란 식탁, 편한 의자 같은 것들도 들여놓았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지장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히로인이 늘어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또한, 여기는 고급스러운 안방 느낌일 뿐 무언가 즐길 거리가 부족했다.

하렘 맴버들과 동거하며 즐겁게 꽁냥꽁냥 할 수 있는 집을 사는 건 중요하겠지. 42억이라는 거금이 있으니 웬만한 좋은 주택은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뭐 반대로 말하면 좋은 주택을 사고 인테리어까지 하면, 그 금액이 순식간에 줄어들겠지만......

‘그래서 3번이 필요해.’

정기적인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 직함 자체를 획득한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코인에도 좋다.’

어제 델리아와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직업’을 가지고 상점에서 직업 퀘스트 해금 아이템을 구매하면 직업 관련 퀘스트를 해금할 수 있다고 한다.

왜 직업란이 있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무슨 PC방의 사장이 된다면 PC방 매출액 ~달성하기 등의 퀘스트를 통해 코인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

돈도 벌고, 코인도 벌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모르는 부분은 수정이네 아버님이 도움을 주실 수도 있겠지.’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마지막인 4번인데......’

새 히로인.

이건 좀 어렵다.

9등급인 현재의 내가 공략 가능한 히로인은 총 3명.

8등급으로 승급을 하기 위해서는, 3명의 모두 호감도를 모두 100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화는 등급이 높아서 아직 안 되고.’

그럼 대체 누구를 공략하지......?

솔직히 델리아도 공략을 다 안 했는데, 새로운 히로인을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공략을 하지 않더라도, 탐색은 하는 편이 좋아 보였다.

솔직히 눈이 너무 높아져서 아무나 공략하기는 싫었다.

히로인의 외모 능력치야 내가 올려주면 된다고 치더라도, 히로인의 성격은 마음대로 고를 수 없었다. 따라서 신중해야 결정해야 했다.

한번 히로인으로 만들면 연결된 인연의 실은 끊을 수 없으니까.

‘그 때문에 성향이 나온 거겠지.’

그러나 성향에 적힌 몇 가지 단어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하기는 힘들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만나봐야 알겠지.

수정이나 델리아와도 잘 지내고, 성격이 좋은 히로인을 원하는데 그런 게 누가 있을까......

“음?”

그렇게 생각할 찰나, 문득 안경이 떠올랐다.

행운추적자.

내가 로또에 당첨되게 해준 어여쁜 아이템.

원하는 것을 말하면 행운의 기운을 추적해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비단 로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될 수가 있었다.

어쩌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 히로인도 알려주지 않을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안경을 구현화해 바로 착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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