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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59화 (59/303)

〈 59화 〉# http‍s‍:/‍/t.m‍e/L‍inkMoa

순간 안광이 번뜩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 수정이네 어머니를 보았을 때처럼 90도로 인사를 했다.

“네, 맞습니다. 수정이와 사귀고 있는 천진현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이런 정중함을 좋아했다. 특히 미래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될 사람들이면 더더욱 예의를 차려야지.

아르바이트 할 때도 가끔 사장님이 오곤 했는데, 이렇게 인사하고 커피를 타서 드리면 어쩌다가 만 원씩 용돈을 주시기도 하였다. 다 같이 먹으라고 치킨이나 피자를 사줄 때도 있었고.

“으음. 그래.”

내 인사를 받은 수정이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읽기가 힘들다.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나는 강정훈이라고 하네. 만나서 반갑네.”

그렇게 말하며 수정이네 아버지는 소파에서 일어난다.

터벅터벅 걸어 내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내가 손을 잡으려고 할 때.

찰싹.

‘응?’

갑자기 수정이네 어머니가 아버지의 등의 등을 찰싹, 하고 때렸다.

뭐, 뭐지?

“아니, 여보오! 왜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 수정이가 모처럼 남친 데려왔는데, 긴장하게.”

“아니 그건......”

“차암. 맨날 수정이한테 집에만 있어서 연애는 할 수 있겠냐고 했으면서, 막상 남자친구 데려오니 또 마음이 심란한가봐?”

“크, 크흠.”

수정이네 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한다.

“......”

아버님 쪽이 근엄해 보이기는 하는데, 오히려 주도권은 어머니 쪽에 있는 듯했다.

수정이네 어머님은 나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진현이라고 했지? 편안하게 있어도 돼. 우리 그이가 딸에 관련된 일이라면 좀 이상해져서......”

“아닙니다. 정말 멋있으신 분 같습니다.”

“흐응~. 그래? 말도 이쁘게 하네. 마음에 들어.”

수정이네 어머님이 싱긋 웃자, 아버님은 헛기침을 한 번 더 하고는 다시 내게 손을 내밀었다.

“흐흠. 아무튼, 만나서 반갑네. 아내 말대로 편하게 대해주게.”

말투는 똑같지만, 표정도 누그러졌고.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두 손으로 악수를 받았다.

수정이 쪽을 바라보자, 그녀는 시선으로 나를 쫓으며 기쁘게 미소짓고 있었다.

수정이네 어머님은 그런 딸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얘는 그렇게 좋니?”

“어? 응. 데려오길 잘했다 싶어서. 히히.”

어머님이 고개를 설설 젓는다.

“아이고~ 딸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더니. 눈에서 레이저 나가겠다 얘.”

아버님은 나와 수정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네 혹시 아침이나 점심은 먹었나?”

“아뇨. 아직 안 먹었습니다.”

“응. 나도 안 먹었어.”

수정이네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 같이 먹으러 나가지.”

“어? 집에 밥 다 해놓은 거 아니었어? 찌개 냄새 나는데......”

수정이가 말하자 그녀의 어머니가 쯔쯔, 하고 혀를 찼다.

“으이구. 내 딸아 너는 눈치를 좀 길러야겠다.”

“무흥능치......?”

어머님의 손에 의해 수정이의 볼이 쭉 늘어난다.

귀엽네.

“손님 왔는데, 집밥만 먹이기는 그렇잖니. 너만 오는 줄 알고 조금밖에 준비 안 해놨단 말이야.”

“헐. 그럼 나는 조금이면 된다는 뜻?”

“그래. 이 지지배야. 네 남자친구인데 밖에서 맛있는 것 좀 먹여야지.”

그러고 보니 두 분 모두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수정이네 어머니도 처음에는 편안한 복장이었는데, 아까 전 방에서 갈아입은 모양이다.

“빨리 말해줬으면, 미리 좋은 곳 예약해뒀을 텐데. 왜 미리 말 안 해줬어.”

“헤헤,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

수정이가 생글생글 웃자 아버님 또한 미소지었다.

“뭐, 놀라기는 했으니 성공했구나.”

“그건 그렇긴 하네. 솔직히 올해 들어서 제일 놀랐어.”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현관 쪽으로 이동했다.

“음? 이건 뭐지.”

아버님은 현관 앞에 놓인 내 선물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 참, 조촐하지만 방문선물입니다.”

나는 구매한 홍삼액과 과일바구니를 각각 수정이네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건넸다.

“어머, 뭘 이런 걸 다 사 왔데.”

“그러니까. 내가 안 사도 된다고 했는데, 굳이 사가겠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갑작스러운 방문인데, 빈손으로 오기가 그랬습니다. 수정이가 두 분께서 과일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과일과 홍삼액을 구매했습니다.”

“오구. 우리 수정이가 그랬어?”

갑자기 아버님의 얼굴이 무너진다.

그러나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금방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고쳤다.

근엄한 모습은 일할 때나 나오고, 가정에서는 아내나 딸한테 매우 약한 모양이다.

“커흠. 아무튼, 선물을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고맙게 잘 받겠네, 과일은 저녁에 내오면 되겠어.”

두 사람은 내 선물을 식탁에 두고 다시 돌아왔다.

“어디 가서 먹을 건데?”

수정이가 묻자 아버님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혹시 자네, 고집하는 음식이 있나? 뭐 한식, 일식, 중식이라든가.”

“아뇨.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내가 고개를 젓자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군.”

“그래서 여보, 어디 가게?”

“예약 없이 갈만한 곳 중 가장 좋은 데는 한 군데밖에 없지.”

“아하.”

나는 수정이네 가족을 따라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수정이는 내 옆에 딱 붙었다. 부드러운 옆가슴의 감촉에 팔에 그대로 느껴진다.

일부러 과시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주 행동에 거침이 없다.

“......”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내내 수정이가 내게 붙어있자, 아버님의 표정이 점차 놀라움으로 물들어갔다.

사귄다고 말로 듣는 것보다, 역시나 이런 모습을 한번 보는 것이 더 와닿는 법이다.

어머니가 쿡쿡 웃었다.

“놀랐죠? 나도 놀랐어.”

“으음.”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님이 아버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렇다고 질투는 하면 안 돼요~.”

“내가 무슨 질투를 한다고.”

이번에는 아버님이 어머님의 허리를 살짝 껴안았다.

“여, 여보. 애들 있는데 지금......”

하지만 어머님 또한 두른 손을 풀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른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부모님께서 사이가 굉장히 좋으시네.”

“그렇지?”

수정이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주차장의 구석 쪽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여보, 오늘은 뭐 타고 갈 거예요?”

“애들이 원하는 거 타야지.”

아버님이 나를 바라본다.

수정이네 아버님은 차도 여러 대를 가지고 있었다.

미친.

심지어 한눈에 보기에도 다 비싼 차들이었다. 아마도 죄다 억이 넘지 않을까.

그중에서는 인터넷에서 짤로 자주 본 익숙한 스포츠카도 존재했다.

무얼 타고 가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적당히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는 차를 골랐다. 솔직히 비싼 차들을 세세하게 구분할 만한 안목이 내게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스포츠카를 타보고 싶었지만, 2인승이라 고를 수 없었다.

“자네, 보는 눈이 있군 그래.”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버님이 애용하는 차를 고른 모양이었다.

차 안에 타자 시트부터 굉장히 푹신하게 내 몸을 감싸주었다. 내 얼굴을 본 걸까, 수정이가 옆에 앉아서 손을 잡는다.

“쿡쿡. 편하지?”

“응. 그러게. 와...... 잠자도 되겠다.”

“맞아~. 고등학교 끝나고 몇 번 아빠가 이 차로 데리러 올 때가 있는데, 차 안에서 나도 자주 잤어.”

안전벨트를 다 매자 아버님은 차를 운전했다.

대략 15분쯤 지나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 세련된 건물의 주차장에 들어갔다.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아무래도 건물 전체가 음식점인 듯했다.

“아. 여기 오랜만이다.”

“우리는 자주 왔는데, 수정이는 반년만인가?”

“응. 그 정도 됐나.”

“내리지. 친구가 영업하는 중식당인데, 맛이 제법 좋아.”

“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건물 내부가 굉장히 깔끔하고, 중국풍을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식품과 액자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홍각입니다.”

대기 공간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 입구에 다다르자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수정이네 아버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말을 걸었다.

“아. 또 들려주셨군요. 강사장님.”

“반갑네. 혹시 황사장은 나왔나?”

“오늘은 저녁에 출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시면 강사장님께서 들렸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안내해주게.”

우리는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3층의 VIP룸으로 들어갔다.

넓은 룸 안에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한 개, 의자가 네 개 놓여 있었다.

방의 테마가 금빛인지,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금빛으로 장식된 방이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수정이네 아버님의 반대편에, 수정이는 내 옆에 앉았다.

“홍각의 꽃은 코스요리지. 먹고 싶은 코스가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자유롭게 골라보게. 자, 수정이도 어서.”

나는 아버님의 말씀에 따라 메뉴판을 펼쳤다.

‘아하.’

그리고 이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수정이와 남산타워 데이트에 갔을 때, 왜 그녀가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데에 전혀 주저가 없었는지.

그리고 한 끼에 둘이서 30만 원이 넘는 코스를 별 망설임 없이 골랐는지.

‘제일 싼 코스가 8만 9천원이네.’

메뉴판에는 크게 8가지 종류의 다양한 코스들이 존재했다.

비싼 코스는 20만 원이 넘기도 했다. 물론 1인당. 갖가지 추가 요소들을 전부 더한다면 40만 원을 넘길 수도 있었다.

과연 이런 곳에 자주 와봤던 수정이였기 때문에, 내게 무언가를 사주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자기가 먹여 살린다고도 했지.’

당연히 그녀가 무언가를 사주는 이유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지만, 일단 소비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달랐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도 이제는 이런 가격표를 보고 당황할 필요가 없어.’

그래.

내 지갑 안에는 인생역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1등 로또가 3장이나 들어있었다.

거기에 더해 ‘히로인 어플’이라는 사기적인 시스템이 있는 한, 나는 마음껏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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