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https://t.me/LinkMoa
“그러면 다녀올게. 여기 카드 줄 테니까 배고프면 원하는 거 시켜 먹어, 알았지?”
“네.”
“블랙룸도 열어 둘 테니까 편하게 쉬고, 심심하면 컴퓨터 해도 돼.”
“후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델리아가 카드를 받고 싱긋 웃는다.
그래.
우리 델리아를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 우리 이쁜 델리아 믿지~.”
델리아는 키가 거의 170cm에 육박하기 때문에, 내가 머리를 쓰다듬기 쉽도록 고개를 조금 숙여준다.
아 좋다.
델리아의 머리카락은 비단처럼 고와서 쓰다듬을 때마다 느낌이 신비로웠다.
애초에 그녀는 몸 하나하나가 다 사기였다. 모든 곳이 다 기분 좋다.
그때, 문득 휴대폰이 울렸다.
[ 강수정 : 진현아! 준비됐어? ]
[ 나 : 응. 지금 나가려고. ]
[ 강수정 : 오키오키. 나 지금 1층에 있어! ( 강아지가 따봉하는 이모티콘 ) ]
[ 나 : 금방 갈게. ]
로또를 산 다음 날.
오늘은 수정이네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날이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천리염기공을 수행한 뒤, 바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수정이도 오늘은 아침을 차려주지 못하고,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준비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델리아를 혼자 두는 것은 가슴이 아프지만, 수정이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데 델리아를 데려가게 더 이상하지.
“그럼 갈게?”
“네, 다녀오세요.”
델리아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싱긋 웃어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1층에는 수정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려오자마자 수정이가 나를 발견한다. 괜히 눈이 마주치니 웃음이 나왔다.
“와. 진짜 멋있어 진현아.”
수정이가 내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나도 올라간 외모와 몸매 능력치에 더불어 스타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수정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
“너도 엄청 예쁜데?”
“진짜로?”
“응. 우리 수정이 진짜로 연예인 해도 되겠어.”
꾸민 수정이는 걸그룹에 있어도 돋보일 정도의 모습이었다.
내 칭찬에 그녀가 수줍게 미소짓는다.
“헤헤, 고마워.”
“그나저나 부모님 댁이 어디야?”
“아. 여기서 별로 안 멀어. 버스 타고 하안~ 25분쯤?”
과연. 적당한 거리이다.
‘그래도 이런 날 버스라니...... 조금 아쉽네.’
백화점에 쇼핑하러 갔을 때도 느꼈지만, 역시나 차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또에 당첨되면 할 일에 차 뽑기를 추가해야지.’
창업하기, 이사 가기, 그리고 차 뽑기.
솔직히 운전에는 전혀 자신이 없지만, 히로인 어플에는 운전이라는 특화 능력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운전 특화 능력치를 올려주면, 초보라도 금세 운전을 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비싼 차를 구매해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미녀를 데리고 드라이브라니!
남자의 로망이 아닌가.
‘후후. 로또 결과는 오늘 저녁에 발표하니까.’
진짜로 될지도 궁금하다.
“가자.”
“응!”
기분 좋은 햇볕을 느끼며 거리로 나온다.
따끔따끔.
사람들이 많은 대로변을 걸으니 언제나 그렇듯 수정이에게 시선이 쏠린다. 오늘은 주말이라 특히나 더하다.
개이쁘다!
개쩐다!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도 이제는 나도 능력치가 올라서 그런지, 내 외모를 비하하거나 수정이와 외모를 비교하는 듯한 시선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나란히 걸어도 제법 그림이 된다.
“이거 타면 돼.”
우리는 버스를 타고 수정이네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수정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댔다.
“진현이를 집에 초대한다니 설렌다. 히히.”
“나도 살짝 긴장되네.”
“긴장? 에이, 전혀 안 그래도 되는데.”
뭐, 원래라면 엄청나게 긴장됐겠지만, 과연 히로인 어플이 있으니까. 최근에는 자신감도 생겨서 그런지 마음이 비교적 평온하긴 했다.
“아. 여기서 내리자.”
대략 열 정거장쯤 가서 수정이가 말했다.
“여기서?”
“응. 그리고 갈아타서 네 정거장 더 가면 도착~.”
나는 내려서 버스 전광판을 확인했다.
“다음 버스 오려면 15분 걸리네.”
“으으. 막 지나쳤나 봐.”
정류장에 서서 수정이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잠시 시장에 좀 들리자, 뭐라도 좀 사 가야지.”
“어? 안 그래도 되는데.”
“에이, 빈손으로 가면 너무 예의 없어 보여. 부모님 취향 좀 알려주라.”
나는 수정이와 함께 시장에서 재빠르게 과일 세트랑 홍삼액을 구매했다.
너무 무난한 픽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리라.
“너, 너무 비싼 거 산 거 아니야?”
“합쳐서 10만 원밖에 안 해. 게다가 첫 방문인데 이 정도는 가져가야지.”
“그런가......?”
“그런 거야.”
아마도.
나도 들은 거지만......
아르바이트에서 알게 된 자칭 연애 고수 형한테 여자친구 부모님 댁에 들린다고 하니까, 선물이라도 하나 사가라고 조언을 들었다.
푸는 썰들을 보면 확실히 뭔가 경험을 많이 해보긴 한 모양이다.
“다 왔다.”
정류장에서 내려 수정이를 따라 언덕을 조금 올라가자, 커다란 아파트가 단지가 보였다. 높이도 상당히 높다.
내 동공이 커졌다.
“너희 부모님이 여기 사셔?”
“응.”
“헐......”
넓은 대단지 안에 헬스장, 수영장 등 있을 만한 시설은 다 있는 커뮤니티가 자리 잡고 있고, 단지 안도 공원처럼 너무나도 잘 꾸며져 있다.
아무리 봐도 상당히 발달한 고급 아파트처럼 보인다.
수정이가 사실은 금수저였나?
나는 수정이를 따라 단지 안을 걸었다.
수정이는 조금 걷다가 한 동 앞에 서서 1층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까지 올라갔다.
띵동~
현관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른다.
나는 옷차림과 머리를 조금 가다듬고 차분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신발을 신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수정이의 표정이 환해진다.
“엄마!”
현관문 안에서는 수정이와 묘하게 닮은 여성이 나타났다.
‘과연.’
수정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나이가 있을 텐데도 상당히 예쁘다.
역시나 수정이의 어여쁜 외모는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우수한 유전자 덕분이었다.
‘게다가......’
저 풍만한 가슴!
수정이의 커다란 가슴 또한,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수정이를 발견한 수정이의 어머니 또한, 얼굴을 밝히며 환하게 웃는다.
“으이구, 요 지지배 왔어?”
“응!”
수정이는 어머니에게 안기며 웃는다. 사이가 굉장히 좋은 모녀지간이다.
보잉~
둘이 키가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의 가슴이 눌리는 광경이 엄청나다.
“그냥 들어오면 되지 왜 굳이 벨을...... 어라? 너 상당히 예뻐졌는...... 어, 어머나?”
수정이의 어머니는 웃으며 수정이를 맞이하다가, 이내 내 쪽을 바라보고 동공을 키운다.
그녀는 달라진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 한번 놀라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두 눈을 꿈뻑꿈뻑 뜨며 그녀는 수정이에게 묻는다.
“수정아 이 사람은......?”
수정이는 어머니의 놀란 표정이 마음에 드는지 소리죽여 웃다가, 순식간에 내 곁으로 왔다.
내 팔을 휘감으며 찰싹, 하고 붙는다.
“소개할게, 내 남자친구야!”
“안녕하십니까. 수정이와 교제하고 있는 천진현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나는 90도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자 수정이의 어머니는 엄청나게 놀란 듯 입을 떠억, 하니 벌리고 있었다.
“나. 나, 남자친구? 수정이의......?”
“네.”
“응!”
“세상에나......”
뭐라고 해야 하지.
수많은 감정이 얽힌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표정은 아니고, 놀람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적절히 조화된 표정이라고 할까.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저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의 시선은 팔짱을 낀 수정이와 내 팔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일단 어서 들어오렴. 수정이도.”
“넵.”
“들어가자. 헤헤.”
수정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수정이의 어머님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수정이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오......”
고급 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밖에서 본 아파트의 외형 그대로, 수정이네 집은 신발장부터 상당히 화려하고 넓었다. 신발장 2개만 있으면 내 원룸 방보다도 크겠는걸?
신발장에 마련된 전신거울 또한 크고 고급스럽다.
슬쩍 거을을 봐 내 모습을 점검하니 꽤 그럴듯한 모습이다.
“신발 벗고, 이쪽에 있는 슬리퍼 신으면 돼.”
“응.”
“아니. 슬리퍼가 불편하면 굳이 안 신어도 된단다.”
“당연히 신어야죠. 이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한쪽에 놓고는, 슬리퍼를 신었다.
신발장에서 나와 왼쪽으로 꺾자 대리석 바닥이 깔린 넓은 복도에 이어서 커다란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일단은...... 그래. 잠시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렴. 수정이가 잘 안내해주고. 알았지?”
“응!”
그렇게 말한 수정이의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당탕탕 저 복도 안쪽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그녀는 방문 하나를 벌컥 열고는 소리쳤다.
“여, 여보오~! 수정이가 남자친구 데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