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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55화 (55/303)

〈 55화 〉# h‍t‍tps://t.me/Link‍M‍oa

푹신푹신한 최고급 매트릭스가 온몸을 편안하게 감싼다.

“후움. 하아암~~.”

상쾌한 아침이다.

요즘에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천리염기공의 수행에 능력치까지 올리니까 머릿속이 매우 맑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함 대신, 기분 좋은 상쾌함이 느껴진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밤낮이 바뀌고 몸이 망가졌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블랙룸은 항상 최상의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환경 속에서 항상 쾌적한 수면을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일어나셨습니까. 진현님.”

옆을 돌아보자 델리아가 내 옆에 바짝 누워서 미소짓고 있었다. 밤에 몸을 섞지는 않았지만, 나와 델리아는 같은 침대에 함께 잠들었다.

“응. 좋은 아침 델리아.”

“진현님도 좋은 아침입니다.”

생긋 웃는 델리아의 표정을 보니 봄날의 싱그러움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델리아는 근처에만 있어도 좋은 냄새가 났기 때문에 심신이 안정된다.

뭐, 동시에 내 자지도 성을 내긴 하지만...... 몇 주만 참아야지.

“그런데 델리아 너 안 자?”

“네? 잡니다만......”

“내가 일어날 때면 항상 일어나 있는 거 같아서.”

아, 하고 델리아가 쓰게 웃는다.

“사실 제가 조금 민감합니다. 언제나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잠자는 도중에도 감각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그럼 내가 깨운 거나 마찬가지네? 조금 더 푹 자면 좋을텐데......”

“아닙니다. 애초에 조금만 자더라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나마 다행이고.”

보잉~.

“응?”

그렇게 일어나기 위해서 델리아의 반대편 매트릭스를 손으로 잡는데, 무언가가 손바닥에 걸렸다.

이게 뭐지?

또잉또잉~

손 한가득 부드러운 무언가가 잡힌다. 주무르니까 기분이 참 좋다.

뭔가 탱탱한 푸딩과 감촉이 비슷한데, 마치 수정이의 가슴처럼......

“어......? 수정이?”

왼쪽을 바라보니 수정이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미친.

언제 왔지?

“수정이가 왜 여기에?”

내 물음에는 델리아가 답했다.

“오늘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 왔습니다. 아마도 방송을 마치고 바로 온 듯합니다.”

“알고 있었어?”

“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조금 민감해서......”

“아하.”

내 원룸 안에 포탈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무사히 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집 비밀번호도 아니까.

비밀번호를 알려준 여파가 벌써 나타나네.

‘뭐, 그래도......’

수정이는 이제 내 소중한 여자다. 이러한 기습은 오히려 바라는 바지.

델리아와 섹스를 하고 있을 때 찾아왔다면 조금 민망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일도 없고.

‘설령 그런 일이 있어도 3P를 하면 되는거 아니야?’

두 미녀에게 동시에 봉사 받는다!

상상만 해도 흥분되었다.

애초에 지금도 이렇게 미녀 둘에 쌓여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꿈만 같다.

좌수정, 우델리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우으음......?”

사양 없이 수정이의 가슴을 계속해서 주무르고 있자, 어느덧 수정이가 신음을 흘리며 실눈을 떴다.

“아. 미안 수정아. 깼어?”

“웅...... 주잉닝......?”

“오구. 그래. 조금 더 자. 아직 7시도 안 됐어.”

“네엥......”

쪽.

수정이는 잠자는 모습도 귀여웠다.

가볍게 수정이의 입술에 뽀뽀한 나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델리아 또한 나를 따라 일어났다.

“델리아도 조금 더 자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진현님이 수행하는 것을 구경하는 게 더 재밌습니다.”

“그래?”

명상하는 걸 구경하는 게 뭐가 재밌을까.

궁금했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나는 천리염기공 수행을 하고, 마력 일일 퀘스트까지 완료하여 코인을 벌었다.

2시간이 훌쩍 흘렀다. 수정이는 아직 안 일어난 모양이었다.

“운동 좀 하고 올게.”

다른 말로는 코인 좀 벌고 올게.

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10km 걷기나 줄넘기 밖에 할 만한 게 없었는데, 이제는 턱걸이 50개 하기 같은 일일 퀘스트도 어렵지 않게 클리어가 가능했다.

“네, 다녀오세요. 진현님.”

근처의 공원으로 가서 언제나처럼 코인을 벌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다.

‘코인이 궤도에 오르고, 여유가 생기면 나도 실컷 뒹굴어야지.’

하지만 지금은 코인이 부족하니 할 만한 일일 퀘스트는 모조리 섭렵해야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아주머니들이 말을 걸기도 한다. 제법 몸이 좋아서 그런지 뭐 자세를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는 대로 대답해 주며 코인을 벌고 원룸으로 돌아오자, 바로 앞에 수정이와 델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맞아. 그건 그렇게 썰고...... 와. 진짜 잘하네. 앗. 주인님 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진현님.”

“오. 뭐야. 둘이서 요리하는 거야?”

수정이와 델리아 둘 다 앞치마 차림으로 주방에 서 있었다. 두 미녀가 나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은 굉장히 흐뭇한 광경이었다.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수정이가 후훗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델리아가 부디 자기한테도 요리 알려달라고 하길래 알려주고 있었어요~.”

“아, 언니......”

수정이의 발언에 델리아가 부끄러워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이미 할 것도 다 했으면서.”

쿡쿡 웃는 수정이를 보니 내가 운동하는 동안 뭔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모양이었다.

원래 수정이는 델리아에게 존대를 했는데, 이제는 말을 놓고 있다.

좋은 반응이다.

애초에 델리아는 내 사촌 동생이라는 설정이니까.

“냄새 진짜 좋네.”

“네. 오늘 메뉴는 된장찌개에요~.”

“기대되는데?”

“그쵸? 델리아랑 같이 만들었으니까 더 맛있을 거에요. 자자. 주인님은 어서 씻고 오세요~.”

수정이한테 밀려 샤워실로 직행했다.

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잘 씻 나와 옷을 입는다.

블랙룸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화려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어제 구매했던 굴전도 바로 상에 올라있었다.

“와...... 매일매일 이렇게 해주는 거 안 힘들어?”

“주인님 먹을 건데 왜 힘들어요~. 게다가 이제부터는 델리아도 도와주기로 해서 훨씬 편해질 거예요.”

“그래? 앞으로 매일 도와주기로 했어?”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현님.”

“솔직히 델리아가 요리 처음이라는 게 믿기질 않아요. 분명 희대의 천재가 틀림없어요. 정말로.”

“푸. 잘 먹을게, 고마워 둘 다.”

반찬을 하나씩 다 집어먹었는데, 전부 맛있다. 코인 여유가 되면 수정이나 델리아의 요리 특화 능력치도 오픈해 줄까?

과연 능력치가 몇일지 궁금했다.

재잘재잘.

밥을 먹으며 셋이서 수다를 떤다.

이제는 내가 화제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수정이와 델리아 둘이서도 곧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모습만 봐도 흐뭇했다.

밥을 다 먹고, 치우는 걸 조금 도와준 다음 셋이서 꽁냥거리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이게 바로 천국인가.

“벌써 3시가 넘었네.”

시간을 확인한 나는 옷을 걸쳐 입었다.

“어? 어디 가시게요?”

“아. 그냥 로또 사러 갈 건데, 수정이도 같이 갈래?”

“아하~ 어제 거기요?”

수정이가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힐끗 델리아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히히. 아뇨. 델리아랑 이야기라도 하며 있을게요.”

“그래. 금방 갔다 올게. 뭐, 사 올 건 없어?”

“으응......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수정이와 델리아에게 집을 맡기고 나왔다.

빠르게 걸으니 목표한 장소에 금방 도착했다.

“3시 40분인가......”

어제와 같은 시간대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로또를 사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된다.

과연 대박 지점. 토요일이 아니라 막 바글바글하지는 않지만, 대기하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그 학생은 없네.’

문득 어제 봤던 단발머리 여자 고등학생이 떠올라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딱히 보이지는 않았다.

‘뭐, 중요한 건 나니까.’

나는 미리 인벤토리에서 구현화 해둔 안경, 행운추적자를 썼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안경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신을 집중하고 로또 용지를 보면......!!

‘로또 대박으로 가는 길, 로또 대박으로 가는 길, 로또 대박으로 가는 길......!!!’

떠라~

떠라아앗!!

지이잉!

총 45개의 숫자 중에서 7개의 숫자가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6개는 선명한 금빛으로 일렁거리고, 나머지 하나는 조금 희미한 금빛이 옅게 코팅되어 있다.

아마도 희미한 쪽이 보너스 숫자겠지.

‘진짜 되면 대박인데.’

나는 놓여 있는 팬으로 선명한 금빛 숫자들의 동그라미에 체크했다.

쫄보처럼 2등?

절대 안 되지.

나는 무조건 1등이다!

가즈아아아아아!

“이거랑. 자동 5천원 주세요.”

“네~. 여깄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쇼~!”

주인장의 구수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복권판매점을 나선다.

나는 총 1만원어치 로또를 구매했다.

5천원은 수동으로 1등 1개와 적절하게 꽝 4개.

나머지는 5천원은 자동을 받았다.

‘만약 이게 1등 숫자가 맞다면...... 자동은 4등 하나 당첨이네?’

지금까지 5등 밖에 안됐는데, 바로 4등이 된다고? 역시 지점차이인가......

“저기요, 아저씨.”

그렇게 중얼거릴 찰나, 옆에서 문득 내 옷깃을 잡는 감각이 느껴졌다.

“?”

뭐지? 하고 옆을 돌아보는 내 동공이 커진다.

그곳에는 어제 봤던 그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에는 귀여움이 서려 있다.

윤기를 품은 단발머리는 매끄럽게 찰랑거린다. 델리아나 수정이처럼 순산형의 완벽한 몸매는 아니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 있었다.

빠르게 스캔을 마친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대충 용건은 알 것 같다만......

“나?”

“아, 네! 아저씨요.”

그나저나 뭐......?

아저씨?

내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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