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https://t.me/LinkMoa
“와. 우리 델리아 언제 이런 걸 다 했어? 대단한데?”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해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솔직히 델리아가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해서 그냥 한 번 부탁해본 건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유능하다 델리아!
삐걱이는 의자에 앉아 슬쩍 뒤를 돌아보자, 델리아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니. 너무 잘했어. 고마워 델리아.”
칭찬을 해주니 델리아가 수줍게 미소짓는다.
“......진현님이 기뻐하니 저도 기쁩니다.”
요 이쁜 것.
마음 같아서는 확 뽀뽀라도 해주고 싶지만, 호감도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돼 자제하기로 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무심코 델리아의 얼굴을 너무 빤히 바라보았다.
뭐어. 뽀뽀 정도야, 해도 델리아의 호감도가 격하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내가 걱정이었다.
‘너무 예쁘잖아.’
델리아는 내가 사준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내 팬티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을 때와 비교해 차림에 큰 변화는 없지만, 느낌 자체가 달랐다. 뭐랄까, 깔끔하면서도 무방비한 모습. 그게 오히려 섹시함을 자아냈다.
키스라도 했다가는 내가 그대로 그녀를 덮칠지도 몰랐다. 설령 지금 덮치지 않더라도 습관이 된다면 위험하겠지.
‘체력도 너무 좋아서 탈이야.’
체력을 50까지 찍고 마력도 늘려주었더니 내 몸은 몬스터와 같이 날뛰었다.
조금 전 수정이한테 8번이나 사정했으면서도 체력이 남아돈다. 진심 이대로 델리아와 2차전을 펼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한번 봐 볼게.”
“네. 천천히 봐주세요.”
나는 델리아가 만들어준 파일의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백 개가 넘는 목록들을 차례대로 체크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방송이나 음식점 창업부터, 스포츠 관련 창업까지. 다양한 목록들이 적혀 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들도 있었고, 나 또한 생각해봤던 것들도 존재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수익이 확실히 적혀 있지 않네?”
“네. 가진 자금에 따라 결과가 다르니까요. 수익률 또한 일정하지 않습니다만, 히로인 어플 상점의 아이템을 이용하면, 돈 자체는 확실히 불릴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불릴 수 있다니.
나도 슈퍼 개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오. 그래?”
“다만, 주식 같은 경우에는 오픈인 9시부터 3시 반까지 진현님이 직접 보면서 작업하셔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부동산은 좀 장기적으로 보셔야 하고요.”
흠. 그렇구나.
목록을 더욱 내리자 친숙한 이름들도 보였다.
“PC방이나 카페로 이렇게 벌 수가 있어?”
“네. 히로인 어플을 활용하면 무조건 인기 지점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호오. 어떤 식으로?”
“특별함을 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PC방 같은 경우는 게임을 하러 오는 경우가 대다수니까요. 간단하게 ‘게임이 잘 되는 특별한 PC방’이라는 소문을 만들고, 집중이 잘 되는 향기를 뿜는 아이템을 곳곳에 배치해 두면 됩니다. 그렇게만 해도 손님들이 알아서 꼬일 겁니다.”
과연, 집중이 잘 되는 향기라......
예시니까, 그 밖에 또 잘되게 할 방법들이 많을 게 분명했다.
“그럼 소문은 어떻게 만드는데?”
“소문을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애초에 집중력을 높여주는 향 자체가 또렷한 효과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문이 생기겠지만요.”
“그건 그렇지.”
“뭐든 서비스업에 관련된 창업이라면 비슷합니다. 따라서 돈을 버는 건 진현님의 취향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를 선택해도 잘하실 수 있으실 거니까요.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하셔도 됩니다. 저는 진현님이 선택만 하시면 뭐든지 전력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델리아를 보는데 마치 그녀의 숨겨둔 날개가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역시나 델리아는 진정 천사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뭘 하려고 해도 지금 내 돈으로는 어림이 없네......”
델리아가 만들어준 파일에 적혀 있는 필요자금은, 대부분 억 단위부터 시작했다. 3~4억을 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기초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뭐가 없을까?”
“투자자를 찾으셔야겠죠. 호감도와 신뢰도를 올리면, 투자자는 적극적인 아군이 되어줄 겁니다. 아니면 로또 같은 걸 이용하셔도 됩니다.”
“로또?”
문득 어제 수정이와 봤던 복권 판매점이 생각난다.
1등만 16번 당첨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보면서 로또에 당첨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가능한 건가?
“네. 로또를 이용하면 한 번에 부담 없이 큰 자금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당첨되는 게 아니잖아. 1등이 8백만 분의 1이라던데......”
누구나 로또를 꿈꾸기는 한다.
당첨이 안 돼서 문제지.
돈을 내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질 수 있는 부적이라는 소리도 있다.
“상점의 아이템을 이용하면 무조건 당첨되실 수 있습니다.”
“헐.”
진짜로?
정말로 내 마음대로 로또 당첨이 가하다고?
“완전 사기네 히로인 어플.”
“후후. 신격을 뽑은 시스템이니까요.”
왜인지 델리아의 콧대가 높아진다.
‘아니 그러면 무조건 로또지.’
애초에 지금껏 아싸로 살아온 나는, 투자자를 어디서 찾을지도 몰랐다.
아는 사람들이라고는 가끔 연락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 몇 명과 아르바이트에서 알게 된 형들뿐이니까.
아르바이트 형들한테는 무슨 며칠에 한 번씩 출석체크하듯 톡이 오는데, 나도 출석체크하듯 답장을 한다. 신기한 건 이게 몇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로또를 너무 남용하면 세상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5번을 넘지 않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에이. 그 정도는 나도 알지.”
애초에 5번이나 할 필요가 있을까?
한 번만 해도 몇십억인데......
그 자금을 이용해 창업을 하면 충분했다.
가만보자...... 지난 회 당첨금이 얼마였지?
나는 얼른 인터넷에 검색하여 당첨금을 찾아보았다.
“헉.”
43억 2천 5백만원......!
실화인가? 편의점 폐기를 보물 마냥 먹던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할 까마득한 금액이다.
“이거다......!”
로또가 인생이다!!
로또 만세!!
“로또로 하시겠습니까?”
“응.”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럼 상점에서 행운추적자라는 아이템을 검색해 구매하시면 됩니다.”
“행운추적자. 오케이.”
나는 델리아의 말대로 곧바로 히로인 어플의 상점에 들어가 아이템을 검색했다.
【 행운추적자 】: 16,200코인
- 등급 및 분류 : 09등급 / 장신구
- 설명 : 행운의 기운을 추적해 길을 보여주는 안경. 안경을 쓰고 원하는 것을 제시하면, 당신을 그곳으로 이끌어줄 길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짙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길을 따라가면, 당신의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 금빛 길을 보고 싶은 당신에게 강력추천하는 아이템!
“이거구나.”
“네, 맞습니다.”
델리아에게 아이템이 보이도록 하여 화면을 보여주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가격이 1만 6천 코인......”
뜨악.
거의 내가 가지고 있는 코인의 전부잖아?
“이걸 사면 델리아 공략이 늦어질 텐데......”
안 그래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한데, 조금 더 시기가 늦춰지게 생겼다.
미안한 표정으로 델리아를 바라보자, 델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진현님의 히로인이 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공략의 시기는 상관없습니다. 단지...... 잊지만 말아 주세요.”
델리아의 눈동자가 애처롭게 빛난다.
그녀는 진정으로 내 생각만 해주고 있었다.
델리아......!
“그런데...... 애초에 1만 6천 코인이면, 진현님만 열심히 해주신다면 1주일 안에도 버실 수 있는 양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번에 눈빛이 게슴츠레하게 변해 나를 쳐다본다.
“뭐, 그렇긴 하지.”
오늘 수정이와 관계를 맺기 직전, 마력에 이어 나는 특화 능력치를 하나 더 개방했다.
바로 섹스!
마력, 노래, 방송 등등 여러 특화 능력치가 존재하니까 혹시 섹스 특화 능력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진짜로 있었다.
심지어 나는 능력치가 높은 편이었다. 재능도 3으로 엄청난 수준이고.
특화 능력치를 개방했으니, 섹스 일일 퀘스트 또한 열렸다. 수정이와 야한 짓을 마구마구 하면, 히로인 일일 퀘스트와 섹스 일일 퀘스트가 동시에 깨져 상당한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마력 일일 퀘스트까지 깬다면 하루에 대략 3000코인이 넘도록 수급이 가능했다.
2주 정도만 노력해도 충분히 델리아의 특성을 맞춰줄 수 있을 정도의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얼른 델리아를 공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수정이랑 잔뜩 야한 짓 하면서.”
“굳이 마지막 말을 하신 건 짓궂습니다......”
델리아가 미소지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진현님.”
[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16,20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1,017 ) ]
[ 아이템, ‘행운추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나는 바로 아이템을 구매했다.
인벤토리에 무사히 아이템이 자리한 것을 확인한 나는, 델리아가 만들어 준 파일 화면을 폰으로 사진 찍은 뒤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끄응.
일단 로또부터 당첨되고~, 뭘 할지는 리스트를 보며 생각해 보자.
“그럼 오늘은 델리아가 힘써줬으니까, 저녁은 델리아가 먹고 싶은 것으로 시켜 먹을까?”
델리아의 표정이 환해진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간식을 사다 줬을 때의 내 표정 같네.
“아. 정말입니까?”
“응. 뭐든지 말해.”
“으응. 그럼...... 어제는 치킨을 먹었으니 오늘은 피자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피자라.
좋지.
“무슨 피자 먹을래?”
나는 어플을 보여주며 델리아와 함께 메뉴를 골랐다.
델리아는 매장을 신중하게 결정하며, 메뉴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흐음......”
흡사 학문이라도 연구하는 것 같다.
“천천히 골라.”
“이 셋 중에 하나가 좋겠습니다. 진현님은 뭐가 드시고 싶습니까?”
나는 델리아가 선정한 메뉴를 보았다.
고기를 선호하나? 델리아는 고기가 메인인 피자만 골랐다.
일단 하와이안을 고르지 않는 것만 봐도 개념이 충분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델리아. 저번에 수정이랑 치킨 먹었을 때, 솔직히 양 부족했지?”
“네? 아아...... 조금......? 아, 아주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큭큭. 그럼 그냥 이거 세 판 다 시키자.”
“그래도 괜찮습니까?”
“당연하지.”
델리아나 수정이라면, 피자보다 30배 비싼 것도 웃으며 사줄 수 있다.
진짜로.
“맛있게 드세요~.”
피자는 1시간 뒤에 배달왔다.
우리는 수정이의 방송을 틀어놓은 채로 피자를 쩝쩝 먹었다.
“아...... 또 죽으셨네요.”
“그러게.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수정이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채팅창에는 조롱이 뒤따랐다.
델리아는 내가 5조각을 먹을 동안 혼자서 피자 2판을 다 해치웠다.
대단해.
솔직히 남기면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된다는 마음에 시켰는데, 진짜 다 먹게 생겼다.
“하움...... 오물오물. 지혀니흔. 꿀꺽, 진현님은 안 드십니까?”
“많이 먹었어.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다 야.”
“아...... 죄송합니다.”
델리아가 갑자기 낭패한 표정으로 사과한다.
“뭐가 죄송해.”
“눈치도 없이 계속 저만 먹어서......”
“아니야. 많이 먹어. 그리고 그런 거 사과하지 마. 나는 너 잘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야.”
“그렇습니까......?”
응.
미녀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은 보기에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저 많은 게 작은 배 안 어디로 다 들어가나 신기한 정도?
내가 성장기일 때도 저렇게는 못 먹었는데...... 미스테리긴 하네.
평범한 사람이면 위장이 조금 걱정이긴 하겠지만, 뭐 델리아니까.
위장에 특별한 무언가가 달려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진짜 신기하긴 해.’
문득 델리아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먹었는데도 먹기 전과 똑같이 배가 홀쭉하니 전혀 나오지 않았다.
“......?”
내가 그녀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델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하는 표정.
“조금 신기해서.”
“우움. 뭐가 말입니까?”
피자를 집어 물며 델리아가 묻는다.
“많이 먹는데 배가 전혀 나오지 않잖아. 몸매가 90이면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가?”
“아......”
꿀꺽.
피자를 한 번에 삼키고 말을 잇는다. 내가 뭘 본거지.
“아닙니다. 몸매가 90이라도 관리하지 않고 계속 먹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살이 찌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그래?”
“네. 다만 저는 먹고 남은 에너지들을 링에 흡수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배가 나오지 않고, 또 식탐이 조금 좋습니다.”
말하면서도 살짝 얼굴을 붉힌다.
조금 정도가 아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말자.
“능력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 열심히 관리해야겠네.”
“진현님이나, 진현님이 코인을 통해 능력치를 올려준 사람들의 경우 딱히 신경을 써서 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능력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해당 능력치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가만히 놔뒀을 때 능력치가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오. 그건 꽤 편한데?”
그래도 너무 능력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떨어진다고 하니까, 나도 너무 폭식은 하지 않아야겠다.
기껏 올린 이 몸매 능력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지.
“아. 수정이 언니 졌네요.”
마지막 남은 피자 조각을 집으며 델리아가 담백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따라 방송을 보니 수정이 팀의 넥서스가 터지고 있었다.
5연패 축하한다는 채팅이 마구 올라온다.
우리 수정이...... 5연패 했구나.
[ 미션 성공! ‘5연패 위로금’ ]
[ 42세동정마법사님의 ‘50,000원’ 후원! ]
[ 식준엄마망님의 ‘30,000원’ 후원! ]
[ 정실비아짱짱걸님의 ‘10,000원’ 후원! ]
뭐, 그래도 가끔은 연패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