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52화 (52/303)

〈 52화 〉# https://t.m‍e‍/L‍inkMo‍a

“아이고, 총각~. 애인분이 너무 예쁘다.”

지하 1층의 식품코너에서 굴전을 시식하는 도중 아주머니가 수정이와 나를 번갈아 보고는 말 하셨다. 나는 익숙한 듯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쵸? 오히려 너무 예뻐서 탈이라니까요. 사람들이 어찌나 쳐다보는지.”

“아따. 그게 행복이야. 불편해하지 말고, 그 시선을 즐겨야 돼~.”

웃는 아주머니의 말에 수정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현이도 멋있어.”

“어머머, 둘이 사이 좋은 것 좀 봐. 그치. 총각도 잘생겼지. 이거 하나 더 먹어봐! 나도 옛날에는 참 좋고 그랬는데......”

아주머니는 그리운 표정을 지으며 잠시 왕년의 이야기를 푼다. 수정이는 맞장구를 쳐주며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맛 괜찮네.’

오늘만 수정이가 예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듣는 걸까?

딱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5번은 넘은 것 같았다. 델리아의 옷과 속옷을 구매할 때도, 내 옷을 살 때도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참 많이 들었지.

그래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게 외모 칭찬이라 그런지, 수정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저 얼굴을 보면 그럴 생각이 없어도 저절로 칭찬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그러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이 말이야. 가까이서 꿈쩍도 못 하게 화악! 하고 사로잡아야 돼. 알았지?”

“네......”

수정이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진현아. 맛있어?”

“응. 괜찮네.”

“살까?”

“그러자.”

“좋은 선택이야 총각. 굴이 정력에도 차암 좋아요~. 아가씨 피부 미용에도 딱이고.”

아주머니는 웃으며 상품을 포장해 주었다.

“야구르트는 서비스야. 원래는 한 개만 붙여주는데, 내가 특별히 두 개 넣었어.”

“감사합니다.”

“뭘, 잘 먹고 든든~하니 힘내야지.”

우리는 카트를 끌고 이동했다. 수정이는 카트 안의 내용물을 보다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너무 많이 샀나?”

“그렇긴 하네.”

내 옷과 신발. 델리아의 옷과 속옷, 신발이 담긴 쇼핑백만 합쳐도 10개였다. 거기에 치약이나 칫솔 등의 생활용품과 지금 산 음식들을 합치면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힝. 다 들고 갈 수 있겠지?”

“물론이지. 그리고 택시 타면 되니까 편하게 사. 나 좋은 거 많이 먹여주고 싶다며?”

“웅웅.”

수정이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카트에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뭔가 아내같네.’

나는 수정이를 보며 미소지었다.

******

“안 무거워? 내가 좀 더 들어줄까?”

“괜찮아. 이거 무게보다는 부피가 문제야.”

백화점의 식품코너까지 한바탕 싹 돌아본 우리는 쇼핑을 마치고 백화점에서 나왔다.

식재료는 수정이가 다 계산했는데도 불구하고, 100만원이 넘도록 돈이 깨졌다. 한 번에 이토록 많이 지출한 건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이걸로 내 통장 잔고는 300만원대로 내려왔다.

“진현아 택시 타자.”

“그래야겠다.”

내 양손은 물건들로 꽉 차 있었다. 근력도 올려서 딱히 무게가 부담되지는 않지만, 걷는 게 많이 불편했다.

‘생각해 보면 차도 있어야겠네.’

남자라면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싶은 로망이 있다. 근데 비단 로망뿐만 아니라, 이렇게 쇼핑하거나 짐을 들고 어디를 갈 때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히로인들을 데리고 국내 여행이라도 다니게 될지 모르는데, 차가 있으면 편할 것이다.

‘운전면허는 있으니까.’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 곧 운전면허가 어렵게 바뀐다고 해서 친구랑 같이 부랴부랴 따놨던 기억이 있다.

돈을 많이 벌면 히로인들한테도 차 한 대씩 뽑아주기로 마음먹었다.

“백화점인데 택시가 잘 안 오네.”

“아. 저쪽에 가면 택시 정류장이 있을 거야. 거기서 타자.”

“아하.”

우리는 택시를 타러 이동했다. 그렇게 걷는 도중에, 갑자기 수정이가 내 팔을 붙잡고 살살 흔들었다.

“진현아진현아.”

“왜?”

“저기, 저기 좀 봐봐. 대박.”

“으응?”

의아한 표정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신기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정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의 끝에는...... 음.

‘로또, 복권’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다.

평범한 복권 판매점인데 왜...... 어어?

“와. 1등 16번 당첨? 대단하네. 저게 한 지점에서 가능한가?”

“진짜 신기하지? 2등은 47번이래. 그것도 최근에 또 당첨됐나 봐.”

“신기하네.”

로또를 몇 번인가 사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4등 이상으로는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고 한 2달 정도 꾸준히 로또 구매했었나? 총 10만원 정도를 쓴 것 같은데, 그중 5등만 3번 걸렸었다. 10만원으로 1만 5천원을 만드는 기적이었다.

아무튼, 너무 잃기만 하니 그 뒤로는 가끔 생각날 때 사는 거 아니면 자연스럽게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그때가 딱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지.’

주유소 아르바이트에서 알게 된 형한테 배운 건데, 그 형은 아주 일주일에 3만원 이상씩 꾸준히 로또를 구매했다.

뭐, 대박을 노린다나 뭐라나. 그 형한테 물어보니, 지점을 잘 골라야 한다고 막 열변을 토했었는데, 그게 이런 곳을 말하는 거구나 하고 지금 깨달았다.

나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수정이 하나 사볼래?”

“으음......”

수정이는 살짝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히로인 어플 상점에......’

혹시 로또도 당첨되게 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 뭐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대박인데.

어차피 무언가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기초자금이 전혀 없는 상태다.

기초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해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로또로 자금을 충당하면 딱 좋긴 했다.

“나도 사보고는 싶은데...... 지금은 짐이 너무 많으니까.”

“하긴. 길도 건너야 하고, 그럼 다음에 또 데이트하러 와서 한번 살까?”

“웅웅! 그러자.”

델리아한테 로또에 관해서도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뒤를 돌려는 찰나.

‘응?’

문득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교복...... 고등학생인가......?’

귀여운 단발머리를 한 여자 고등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마치 볼 일이 있는 것처럼 복권 집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약간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청소년은 복권 구매가 안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할 찰나, 한 여성이 복권 집에서 나와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복권 집 앞을 서성이던 여학생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영수증 같은 종이 2장이었다.

‘로또?’

여학생은 무언가를 건네준 여자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감사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여성은 손만 살짝 흔들고는 그냥 가버렸다.

여학생은 무언가 소중한 거라도 받은 듯, 가슴에 받은 종이를 꼬옥 쥐다가 이내 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여학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진현아 그냥 지금 사게? 응......?”

움직이지 않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한 수정이가 다시 복권 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내가 한 여학생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깨달았다.

“주.인.님?”

“어?”

수정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왜 저 여자애를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봐요...... 설마 이제 델리아까지 먹었겠다, 바로 여자를 늘릴 생각은 아니겠죠?”

“에이 설마~.”

라고는 말했지만, 살짝 뜨끔했다.

솔직히 반은 맞는 말이었다. 지금 당장 늘릴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도, 언젠가는 더 늘릴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억울하다. 적어도 저 여학생은 아니다.

“애초에 저 애는 고등학생이잖아.”

“흐응. 오히려 젊은 여자 고등학생이라 더 좋은 거 아니고요?”

“아니지. 고등학생은 안 돼. 미성년자인걸.”

“그럼 고등학생이 아니었다면, 그럴 생각이었다는 거네요?”

수정이가 꽤 집요하다.

“허어. 너 지금 주인님이 손발 못쓴다고 반항하는 거야?”

수정이는 혓바닥을 메롱, 하고 내밀었다.

“맞아요. 어제도 델리아랑만 즐기고......”

“그때 방송하고 있었잖아.”

“그래도요......”

그녀의 반응에 나는 피식 웃고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여학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로 옆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봐서 잘 판단할 수는 없어도, 상당히 어여쁜 여학생이다.

가슴은 수정이나 델리아보다 더 작아 보였지만, 골반의 라인이 잘 잡혀 있고 무엇보다 얼굴이 굉장히 귀여웠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가만 보면 누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아는 사람을 닮은 것 같긴 한데, 흐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수정이가 훨씬 더 이뻐서, 고등학생 아니었어도 그런 생각 안 했어.”

“진짜로요?”

“그럼. 그냥 저 애가 로또를 대리 구매한 것 같아서 쳐다본 것뿐이야.”

“대리 구매......?”

나는 방금 본 것을 수정이에게 이야기했다.

“아하. 어지간히도 사고 싶었나 보네요.”

“그렇지. 나도 학생 때 아빠한테 졸라서 같이 사러 간 적도 있으니까.”

“미안해요.”

수정이의 사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미안해도 돼. 방금은 주인님한테 반항한 죄로 벌을 줄 거니까.”

“버, 벌이요......?”

“응. 어제도 받아야 할 벌이 쌓였으니까. 오늘은 각오해.”

“네에......”

수정이는 벌이라는 단어와는 다르게, 뭔가를 굉장히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

“자, 델리아 이게 네 신발이고, 이건 속옷. 집에서 입을 옷이랑, 외출용 옷은 두 벌만 샀어.”

수정이와 같이 집으로 돌아온 나는 델리아에게 쇼핑백을 건넸다. 수정이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와서 구매한 음식과 식재료들을 정리한다고 했다.

아예 우리 집에서 살 생각인지 그녀의 냉장고 안에 있는 물건들도 몇 개 더 가지고 온다고 한다.

“이렇게나 많이...... 감사합니다 진현님.”

델리아는 내가 건넨 쇼핑백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휴대폰도 사올 생각이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그건 내일 사줄게. 일단은 사이즈도 맞는지 볼 겸 이걸로 갈아입어 볼래?”

나는 속옷과 핫팬츠, 티셔츠를 한 장 꺼내서 델리아에게 넘겨줬다.

“지금 바로 말입니까?”

“응.”

“아......”

델리아는 어째서인지 지금 입고 있는 내 셔츠를 바라보며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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