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https://t.me/LinkMoa
“그럼 갔다 올게, 리아야. 포탈도 열어놨으니까 피곤하면 침대에서 쉬어도 돼.”
현관문 앞에서 델리아에게 인사한다.
델리아니까 짧게 해서 리아. 음. 괜찮은 발음이다.
“네, 다녀오세요. 진현님. 수정 언니도요.”
델리아 또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런 미녀가 집에서 기다리며 다녀오라고 해주다니. 감동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갔다 올게요. 델리아씨~.”
같이 데이트를 한다는 생각에 들뜬 수정이도 즐겁게 인사를 한다.
우리 둘은 집을 나섰다.
“히히. 진현이랑 둘이 데이트라니, 좋다.”
“어제도 하지 않았어?”
“데이트는 하면 할수록 좋은 거거덩~.”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 주인님 모드가 아니라 진현이 모드가 발동된 듯하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수정이는 마치 자석처럼 내 팔에 찰싹, 하고 달라붙었다. 팔에 눌려 찌부러지는 가슴의 감촉은 참으로 황홀했다.
“그런데~ 어디로 갈 거야?”
“그러게. 딱 옷만 살 것도 아니니 백화점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에톨백화점?”
“응. 그래, 그러자. 거기가 제일 가까우니까.”
에톨백화점은 그제 수정이와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한 백화점이다. 걸어서 15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에 있었고, 크기도 나름 컸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으우. 바람.”
“기온도 조금 떨어졌고, 슬슬 날씨가 풀리나 보네.”
“곧 있으면 가을이니까. 아! 가을에는 같이 축제에 가는 거 어때?”
“그거 좋다.”
“헤헤.”
미지근한 햇살을 실은 바람이 불어왔다.
골목에서 공원 쪽으로 나가 대로변을 거닐자, 하나둘씩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 11시인데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되었다.
역시나 남자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힐끗힐끗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수정아. 사람들이 다 너 쳐다보는데?”
“으응?”
내 말에 수정이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수정이를 훔쳐보던 사람들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얼른 시선을 피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정이는 살짝 웃더니 내 옆구리를 장난치듯 건드렸다.
“쿡쿡. 진현이도 나 처음 볼 때 저런 눈빛이었잖아.”
“아앗. 그건, 그랬었지......”
하긴 맞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라. 항의하러 올라갔는데, 윗집 여자가 너무 예뻐서 당황했었던 그림이 눈에 훤했다.
“에잇. 그러게 누가 그렇게 이쁘래?”
“아앗. 지, 진현아......”
수정이의 엉덩이를 살짝 쓰다듬자, 그녀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수정이는 엉덩이를 비틀면서 저항했는데, 몇초 정도 더 탱탱한 엉덩이의 감촉을 손으로 맛보았다.
수정이는 항의하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치. 정말...... 왕변태야.”
“그 변태한테 주인님 거리는 애가 누군데.”
“히히. 그건 그러네.”
내가 수정이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자 그녀는 내 손에 깍지를 꼈다.
우리 둘은 연인처럼 걸어 백화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떤 것들 살 거야?”
로비에서 플로어 게시판을 바라보며 수정이가 물었다.
“흐음. 내가 입을 옷이랑, 델리아가 입을 옷. 그리고 델리아가 쓸 생활용품 정도? 뭐, 수정이도 필요한 거 있으면 그것도 사고.”
“아하. 그런데 델리아가 옷이 없어?”
“응.”
“흐응~ 그래서 진현이 옷 입고 있었구나.”
왜인지 살짝 부러워보이는 말투이다. 수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옷 사려면 사이즈를 알아야 하는데, 델리아 사이즈 알아?”
“아...... 사이즈. 잠시만,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알았어.”
나는 후다닥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화장실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무 칸 안에나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휴대폰이 있다면 그냥 물어보면 되는데, 그녀는 아직 휴대폰이 없었다.
스킬 옵션명을 외치자, 델리아가 칸 안에 뿅 하고 소환되었다.
“흐앗? 어! 지, 진현님?”
매번 수정이를 소환할 때도 느끼지만, 허공에서 미소녀가 나오는 모습은 몇 번을 보아도 신기했다.
“소환 잘되네. 그런데 리아 너,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음. 그래? 수상한데......”
내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바라보자 그녀는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델리아는 마치 야한 장난을 치다 걸린 학생처럼 얼굴이 빨갰다.
뭐, 도우미인 델리아의 일이니까. 별건 아니리라. 나는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본론을 꺼냈다.
“그나저나 너 옷 사이즈 뭐 입어? 네 옷을 좀 사주려고 하는데, 사이즈를 몰라서 말이야. 그거 물어보려고 불렀어.”
“아. 사이즈 말씀이십니까.”
델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티셔츠를 슬쩍 들어 올리기까지.
군살 하나 없이 너무나도 매끈해 보이는 배와 그 위의 탐스러운 가슴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핑크빛 유두를 보자 당장 얼굴을 들이박고 빨아먹고 싶다는 음심이 잔뜩 끌어 올랐다.
‘참자......’
하지만,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일단 가슴은...... C컵이고 옷은 55에서 66 입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보기만 해서 알 수 있는 수치인가 싶었지만, 델리아니까 그러려니 했다.
“오케이 알았어. 그런데 어때. 컴퓨터는 좀 쓸 만해?”
“아. 네, 네엣. 쓸 만합니다.”
뭔가 조금 걸리는 말투다. 또 얼굴이 조금 빨개졌는데, 컴퓨터에 뭐 있을 만한게...... 아 설마?
살짝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지만, 나는 모르는 척 고개를 주억였다.
델리아를 믿자.
“그래. 이제 역소환 하면 되는 거지?”
“네. 저는 역소환 장소인 블랙룸으로 역소환 되고, 거기서 포탈로 진현님 원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알았어. 그럼 집 잘 지키고 있어.”
“네, 수정이 언니와 재밌게 즐기고 오세요. 진현님.”
델리아의 말에 역소환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모습이 팟 하고 말끔하게 사라졌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수정이의 모습이 보였다. 수정이는 화장실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부터 둘러볼 거야?”
“흐음. 우선 내 옷부터 살까?”
“응. 그러자. 내가 잘 봐줄게!”
남성 의류는 5층과 6층에 있었다. 우리는 가게를 몇 군데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옷이 많은 매장에 들어갔다.
이른 시간에 유일한 손님이라 그런지 직원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제가 입을 옷을 보러 왔습니다.”
“혹시 찾으시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직원의 말에 나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너희 부모님 어떤 스타일 좋아해?”
“으응. 그러게...... 남자 옷 스타일을 뭘 선호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깔끔한 거?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회화를 나누고 있자, 직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머! 여자친구분 부모님 뵈러 가시나요?”
“아, 네.”
“이렇게 멋진 남자친구분도 계시고. 여자친구분도 참 복 받으셨네요.”
“가, 감사합니다......”
뻔한 칭찬임에도 수정이의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았다.
“부모님 뵈러 가신다면, 멋지게 차려입고 가셔야겠네요.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면 좀 그럴 수 있으니. 으음~ 이런 스타일을 어떠신가요?”
직원은 여러 가지 코디를 추천하며 열심히 영업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옷들의 배합을 알려주고, 자신의 경험담까지 꺼내며 무언가 팁(?)을 주었다.
나는 직원이 추천하는 옷들을 싹 다 입어봤다.
‘흐음. 나 좀 괜찮은데?’
중고등학교 시절 엄마에게 백화점에 끌려왔을 때는 가만히 돌아다니기만 해도 뭔가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옷들을 골라 입어보는 것도 좀 재미있다.
외모를 올려서 그런가, 아니면 수정이가 함께 봐주고 있어서 그런가.
아마 둘 다겠지?
“오. 그거 느낌 좋다.”
“어머. 너무 멋있으세요! 긴 팔에 넥이라 조금 더우실 수는 있어도, 이만큼 세련되기 힘들어요. 게다가 키도 크셔서 바지 핏도 딱 좋네요!”
손뼉을 치며 과장되게 말하는 직원이었지만, 결국에 나는 영업을 당해버렸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친구분 부모님이 좋아하실 거에요!”
직원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매장을 나서는 내 손에는 상의 네 벌에 하의 세 벌이 들려있었다. 가격도 할인을 많이 해줬다고는 하는데, 결코 싼 값은 아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굉장히 성공적인 영업이었겠지.
“한 군데에서만 너무 많이 샀나?”
“아냐. 다 너무 멋있더라. 잘 어울렸어.”
“그래? 수정이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잘 샀네.”
“히히. 주말이 기대된다.”
우리는 몇 군데 매장을 더 돌아다니며 상의 2벌과 하의 1벌을 추가로 구매했다. 신발도 하나 새로 사니까, 금세 지출이 70만원을 돌파했다.
내가 돈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수정이가 살짝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였다.
“힝. 신발은 내가 사준다니까......”
“이걸 왜 네가 사줘.”
“음~ 우리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거니까?”
수정이가 베시시 웃었다.
웃는 수정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예뻤다. 여신인가? 당장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다.
“너 매일 밥도 해준다며.”
“웅. 주인님이 건강하고 맛있는 거 매일 먹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런데 이것까지 받으면 안 되지. 내가 해주는 게 없잖아.”
“에이, 해주는 게 왜 없어.”
수정이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하반신을 흘겨봤다.
“매일매일 잔뜩 사랑해 줄 거잖아요......?”
“어......?”
화악!
수정이는 자기가 말하고도 쑥스러운지 스스로 얼굴을 붉혔다.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변한 수정이는 팔짱을 풀고 내게서 도망치듯 앞서갔다.
“수정아 어디가아~.”
“빠, 빨리와! 이제 델리아 옷 사러 가야지. 어서 내려가자!”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앞서가는 수정이의 모습은 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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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음......”
델리아는 진현의 컴퓨터로 여러 가지 단어들을 검색했다.
PC방, 카페, 노래방, 음식점, 주식, 부동산, 편의점, 어플리케이션, 미튜브 등등......
애초에 히로인 어플이 있는 이상, 진현님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히로인 어플을 가진 이상, 어차피 돈은 수단에 불과한 것이니까.
설령 사람도 별로 오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대충 포장마차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진현님이 하신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뭘 해도 된다.
히로인 어플의 상점 아이템과 인물 등록이 있다면, 그건 잘 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수익은 진현님의 취향 문제야.”
그렇게 결론지은 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돈을 벌 어떠한 수단들이 있는지 정리하고, 그 자료를 진현님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진현님이 몇 가지로 선택지를 좁히면, 그때 가서 고른 항목들을 자세하게 조사하고, 진현님의 취향대로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면 될 것이다.
“좋아.”
끄으응~.
델리아는 기지개를 켰다.
시원하게 몸을 펴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데, 문득 진현님의 냄새가 났다.
킁킁.
티셔츠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델리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진현님의 티셔츠 윗부분을 자신의 코에 가져다 대 냄새를 맡았다.
“킁킁. 하아...... 진현니임.”
진현님의 냄새가 코를 통해 들어가, 델리아의 온몸을 감쌌다.
마치 진현님에게 안겨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다.
델리아는 고작 도우미에 불과한 자신을 히로인으로 만들어 준 진현님이 너무 좋았다.
애초에 히로인 어플의 의지로 태어날 때부터, 그녀는 히로인 어플의 주인인 진현을 따르고, 신뢰하고, 호감을 품도록 유전자 단위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 그 호감이 정식으로 히로인이 되면서 더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너무 빠지면 안 되지.”
델리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호감도 100이 되지 않도록, 델리아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며 컨트롤하고 있었다.
자신도 호감도 100이 되어 진현님을 더욱 사랑하고 싶지만, 아직 호감도 100이 안되었으면 하는 게 오히려 진현님의 바램이었다.
아마도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순식간에 호감도 100을 찍어버리겠지.
‘아까는 정말 미쳤어......’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
왜 굳이 셔츠를 올려 진현님에게 자신의 가슴을 보여줬을까. 무의식적으로 나온 유혹이었다. 진현님이 자신의 가슴을 만져주고, 빨아주기를 바랬다. 사이즈 같은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진현님이 나를 위해 특성을 주고 싶어 하시니까......’
자신은 그 특성을 받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호감도가 100이 되기 전에, 진현님이 얼른 코인을 모아야 했다. 앞으로는 그런 유혹적인 행동은 자제하자.
‘수정이 언니랑 진현님이 섹스를 많이 해야 해.’
진현님이 다른 히로인과 섹스를 한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진현님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다.
진현님이 코인을 빠르게 모으기 위해서는 히로인 일일 퀘스트를 깨는 것이 베스트였다.
진현님의 바람도 있고, 수정이 언니와 적극적으로 친해져서 진현님과 야한 짓을 많이 하도록 장려하자.
‘그럼 그동안 나는 참아야지......’
시무룩.
이미 진현님의 자지로 행복을 알아버린 델리아는 살짝 슬펐지만, 이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건 그래...... 진현님이 쉬어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정당한 거야.
그렇게 생각한 델리아는 한 파일을 열었다.
진현님의 컴퓨터를 보며 발견한 파일.
그 안에는 진현님이 그동안 즐겼을 거라고 추정되는 수많은 야한 동영상과 야한 게임들이 존재했다.
델리아는 그중 금발 여자 캐릭터들만 나오는 19금 게임을 클릭해서 실행했다.
아까 전 진현님이 자신을 소환했을 때도, 이 게임을 막 발견해 궁금함에 실행했을 때였다.
[ 금색 러브씰~! ]
메인 화면에 금발의 미소녀 5명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델리아는 회상씬으로 가서 자신과 쏙 닮은 금발 여자 캐릭터 한 명을 클릭했다.
캐릭터를 클릭하자 여러 CG와 함께, H씬 회상하기 버튼이 활성화되었다.
진현님에게 직접 박히면 이 정신무장이 순식간에 해제되겠지만, 혼자서 하면 그래도 욕구를 해소하면서도 자신의 호감도를 지킬 자신이 있었다.
“하움. 진현님......”
델리아는 가장 적나라해 보이는 H씬을 틀고, 손가락을 키스하듯 자신의 입에 넣은 채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