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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50화 (50/303)

〈 50화 〉# ht‍tps:‍/‍/t‍.m‍e/Lin‍kMoa

우리는 블랙룸 안에서 식사했다.

“델리아 천천히 먹어도 많아.”

“아. 죄송합니다. 그만......”

“아니에요. 맛있게 먹어준다는 증거니까. 자, 델리아씨. 찌개도 더 있으니 많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델리아는 꽤 식탐이 좋았다.

내가 밥 반 공기를 비울 때, 그녀는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치킨을 먹었을 때도 그렇고, 육체 능력 90짜리 몸을 움직이는 데는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것인가?

뭐, 그래도 미녀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보기에는 좋았다.

“잘 먹었습니다.”

“저도 잘 먹었어요. 수정이 언니.”

나는 한 공기를, 델리아는 무려 세 공기를 비웠다. 찌개와 밥을 싹 해치운 나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겼다.

주유소 알바를 할 시절에는 하루에 한 끼만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편의점 알바를 할 시절에는 폐기와 라면만 먹었다.

근 1년간 제대로 된 밥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수정이에게 고백한 뒤로 요 며칠간 제대로 된 끼니를 먹으니, 묘한 감동이 있었다.

“이야~ 역시 수정이 요리는 정말 최고야. 나가서 가게 차려도 되겠어.”

“헤헤. 그 정도까진 아니죠. 그래도 주인님이 좋아해 주니, 저도 요리를 배워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매일 이렇게 해줄게요.”

“고마워, 수정아. 이리 와봐.”

“네. 앗. 데, 델리아씨가 보고 있는데......”

나는 델리아의 앞에서 보란 듯이 수정이와 진한 키스를 나눴다. 수정이는 살짝 눈치를 보다가 이내 내 허리를 붙잡고 강력하게 호응했다.

몰캉말캉.

음 역시 수정이의 가슴이 델리아의 가슴보다 조금 더 크다. 델리아도 감촉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지만...... 문득 수정이의 모유는 어떤 맛이 날지 궁금했다. 다음에 먹어봐야지.

“쪽. 하아...... 주인님.”

“응?”

“혹시 어제 델리아씨랑 했어요?”

헐? 갑작스러운 수정이의 물음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내가 놀란 표정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쓰게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어제 바로 해버린 건 나빠요.”

수정이는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호감도 100을 찍고, 평화로운 하렘 친화력 특성을 끼고 있어도 질투의 감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감정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훨씬 커서 무마되는 것뿐이지.

나는 볼을 긁적였다.

“미안해 수정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주인님한테서 델리아씨의 냄새가 나는걸요. 델리아씨의 냄새는 독특해서 바로 알았어요.”

“아하. 그래?”

킁킁. 하고 내 냄새를 맡아봤는데, 딱히 델리아의 냄새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감각 능력치도 내가 더 높지 않나? 그런데 왜 모르겠지.

수정이는 내 모습을 보고 쿡쿡 웃었다.

“원래 당사자는 잘 못 맡아요.”

“그렇구나.”

밥을 다 먹은 수정이는 뒷정리를 시작했다.

“나도 도와줄게.”

“괜찮아요. 금방 끝나는걸요. 쇼핑 갈 준비도 금방 할 테니까, 주인님은 앉아서 쉬고 계세요.”

“그럼 제가 돕겠습니다. 수정이 언니.”

“아. 델리아씨. 여기에는 고무장갑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럼 일단 이걸로 주방세제 좀 묻혀주고 있어요. 금방 더 가져올게요.”

뭐지.

후다닥 위층에 갔다 온 수정이는 새 고무장갑 3개를 가지고 왔다. 하나는 뜯어서 사용하고 두 개는 여분으로 서랍에 넣어뒀다.

나는 가만히 바라볼 뿐, 수정이와 델리아가 알아서 다 치웠다.

두 미녀가 싱크대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장면은 꽤 흐뭇한 볼거리였다.

“주인님. 앞으로는 여기서 요리하게, 그릇이나 냄비를 주인님 원룸에 둬도 상관없나요?”

“응. 괜찮아. 오히려 환영이지.”

“히히. 고마워요.”

가끔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는 정도.

수정이의 말대로 치우는 건 금방 끝났다. 그녀는 나와 함께 나간다는 사실이 굉장히 즐거운지, 들뜬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

“응. 그러자.”

“알았어요. 그러면 저어~ 준비하고 바로 다시 올게요.”

“얼마나 걸려?”

“으음~. 한 20분 정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정이는 바로 위층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수정이의 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내 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어때? 수정이랑 잘 지낼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진현님. 지금은 좀 어색해도, 좋은 분 같습니다.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잘됐네.”

“아움...... 진현님.”

기특한 대답에 델리아에게 입술을 맞췄다.

조금 전까지 수정이와 키스를 했는데, 그녀를 보내고 곧바로 다른 여자인 델리아와 키스를 하다니. 뭔가 바람을 피는 것만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델리아와 수정이는 혀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랐다. 타액의 맛도 다르다. 두 키스를 비교하면서 하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쪼옥. 하아......”

키스를 마친 나는 델리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가지고 있는 옷을 몇 가지를 선출했다.

어제와 그제 수정이와 데이트할 때 입었던 옷이 내 나름의 베스트 옷이었는데, 아직 빨지 않았다.

대학교 생활을 했다면 남한테 잘 보이려고 옷에 관심을 좀 가졌겠지만, 솔직히 매일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만 했기 때문에, 제대로 입을 만한 옷이 별로 없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그곳의 유니폼이 존재하기 때문에, 옷은 대충 걸쳐 입고 왔다 갔다만 하는 용도였다.

나는 옷을 입고 델리아에게 패션쇼하듯 보여주었다.

“어때? 델리아?”

“잘 어울리십니다. 진현님.”

“이거는?”

“그것도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진현님.”

“......”

어째 내가 고등학교 시절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 회화가 역전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기분이었구나.

“다 잘 어울린다니. 다행이네.”

그렇다고 델리아가 딱히 대충 대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나를 꼼꼼히 살펴보았고, 진심으로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긴 외모가 50이 됐으니까.’

수정이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고작 5 부족한 상황.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이전에 입었을 때는 살짝 부족해 보이던 옷이, 지금은 잘 맞아 보였다.

나는 타지 않도록 썬크림을 발랐다.

“진현님.”

“왜?”

“진현님이 나갔다 오는 동안, 저는 뭘 할까요?”

델리아는 내 지시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냥 그녀를 히로인으로 만들었을 뿐. 그녀는 도우미이며, 내 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존재였다.

“흐음......”

그러고 보니 델리아를 앞으로 어떻게 할까. 그녀를 어디서 일하게 시킨다든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한다든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중에 내가 뭔가를 시작하면, 델리아를 내 비서로 두면 딱 좋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딱히 뭐 생각이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485만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내가 백수라는 것이 문제이다. 월세와 전기세, 인터넷, 휴대폰 요금 등. 뭐, 기타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없다.

“델리아 컴퓨터는 사용할 줄 알아?”

“실제로 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지식은 있습니다.”

“그래?”

나는 델리아를 컴퓨터가 있는 책상 의자에 앉게 하여,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전반적으로는 다 알고 있네.”

“그렇습니다. 사용만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면 뭐......”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일단 컴퓨터에 좀 익숙해지고, 익숙해 지면 내가 돈을 벌 수 방법이 뭐 있을지 찾아봐 줘.”

“돈 말입니까?”

“응. 내 목표가 하렘 아지트를 꾸며서 즐겁게 사는 건데, 그러려면 돈이 많아야 하잖아.”

돈 많은 히로인을 사귀거나 해도 되지만, 뭔가 내가 돈을 벌어 히로인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진현님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원하십니까?”

“으음~. 그거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그렇다고 내가 직접 많은 노동을 하고 싶지는 않네.”

“그렇군요.”

순 날로 먹을 생각이다.

그런데 그야 뭐. 이렇게 이쁜 델리아와 수정이가 있고, 앞으로 히로인도 더 늘어날 텐데. 일은커녕 하루종일 데이트를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일은 안정적으로 돈을 확보할 목적이고, 나머지 시간은 히로인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다.

물론, 수익이 많아야 히로인의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고 선물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원래라면 어려운 생각이겠지만, 내게는 히로인 어플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히로인 어플이나 상점을 이용할 생각도 있어. 코인을 사용하는 일이라도 상관없어.”

“아하.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순전히 맨몸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도, 히로인 어플의 인물 등록이라는 걸 이용해 심성이 착해 보이는 사람들을 등록하면 해결이었다.

호감도와 신뢰도를 쫙쫙 끌어올려 일을 시키면, 배신하지도 않고 열심히 해주겠지.

나는 놀고 말이다.

“찾아보다가 지루하거나, 심심하면 게임을 해도 돼.”

“게임 말입니까?”

“응. 여기 이 폴더를 보면, 내가 받아놓은 게임들이 있거든. 그리고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좀 쉬면서 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알았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델리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흐음.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델리아는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나는 델리아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지, 진현님?”

“그렇게 너무 열심히만 하면, 공략 안해준다?”

“네? 그, 그러언......”

델리아가 침울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했다. 나는 델리아의 목덜미에 대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좋다.

“나는 델리아가 나를 위해 열심히 해주는 것도 좋은데, 델리아가 행복한 것도 좋아. 열심히 할때는 열심히 해주는데, 지금 같은 때는 쉬엄쉬엄해도 돼. 알겠지?”

“네에, 알겠습니다. 진현님.”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나는 델리아에게서 떨어졌다.

띵동~

때마침 벨이 울려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차려입은 수정이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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