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https://t.me/LinkMoa
‘뭐지?’
호감도 80에 신뢰도는 100.
신뢰도는 공략을 마친 수정이보다도 높았다.
히로인 어플 도우미 소환 스킬에서 나온 신비한 존재라서 그런 것인가?
처음부터 수치가 이상하다.
‘음~ 그래도 뭐. 낮은 것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델리아는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내게 굉장히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가 사실은 호감도 0에 신뢰도 0이었으면,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으리라. 나도 내심 상처받지 않았을까?
나는 델리아의 프로필을 터치했다.
얼른 그녀를 히로인으로 만들어 엉큼한 짓을 마구마구 하고 싶다.
‘잠깐만. 그런데 혹시 델리아도 등급이 높아서 안 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 해당 인물은 등급이 높아 현재 천진현님의 등급으로 히로인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
......뭐라고? 실환가?
진심 트루?
[ 하지만 해당 인물이 천진현님 소유 ‘스킬’에 묶인 인물임을 확인. 이례적으로 히로인 설정이 가능합니다. ]
와, 다행이다.
만약 안 됐으면 꽤 슬펐을 것이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터치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인물, ‘델리아’를 히로인으로 설정합니다. ]
[ 인연의 실을 연결합니다. ]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 두근
수정이를 처음 히로인으로 설정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붉은 실 하나가 내 심장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실은 잠시 뱀처럼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델리아의 가슴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 두근
붉은 실에 의해 서로의 심장이 연결된다.
이제 델리아는 내 히로인이다.
“읏! 이, 이건......!?”
옆에 누워있다가 갑작스럽게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낀 델리아는 그녀의 예쁜 두 눈을 마치 송아지처럼 껌뻑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진현님......?”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연의 실이야. 델리아는 히로인 어플에 대해 잘 아니까 이게 뭔지 알지?”
“그, 그런......! 낭비입니다. 저 따위한테 히로인이라니......”
“왜 낭비야.”
“저는 히로인으로 굳이 삼아주지 않으셔도, 항상 진현님을 위해 행동하고 충성했을 겁니다. 이런 인연의 실은 진현님이 원하는 다른 여성에게 연결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기뻐 보였다.
정확히는 기쁜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는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도우미라는 별개의 존재인데, 감정을 숨기는 것이 서툴다. 수정이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맛이 있네.
“나한테 충성하는 건, 네가 ‘스킬’로 인해 묶여있기 때문이야?”
“......그렇습니다. 진현님이 스킬을 얻음과 동시에 저는 태어났습니다. 또 태어남과 동시에 히로인 어플의 주인, 즉 스킬의 소유자이신 진현님을 평생 따르고 보필하라는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그것이 제 존재 이유입니다.”
나를 따르고 보필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 굉장히 듬직하다.
하지만 그녀가 이미 나를 따르도록 되어 있는 것과, 히로인으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럼 더욱 잘했네. 나는 네가 날 ‘스킬’의 소유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따라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인연의 실은 내가 원하는 여성에게 연결해야 한다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네가 그래. 네가 나를 따르게 만들기 위해서 연결한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연결한 거야 알았지?”
델리아의 뺨을 쓰다듬는다. 매끈하면서도 부드럽고 포동포동하다.
새벽에 맺힌 이슬과 같이 맑은 델리아의 눈망울이 어여쁘게 떨린다.
에잇.
“응긋...... 징현닝?”
“쿡쿡. 그냥 너무 귀여워서 잡아당겨 봤어.”
나는 꼬집은 델리아의 볼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델리아는 내 시선을 받다가 부끄러워졌는지 살짝 시선을 돌렸다.
“흐응. 시선 피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앗! 죄, 죄송합니다.”
델리아를 놀리는 것도 꽤 재밌다. 나는 피식 웃다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튼, 이미 넌 히로인이니까, 앞으로 낭비니 뭐니 이야기하지마 알았지?”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수정이랑도 잘 지내고.”
“그건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진현님.”
걱정은 안 된다. 이제 델리아도 히로인이 되었으니, 수정이의 특성이 발동되어 수정이 또한 델리아에게 호감을 느껴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메시지가 있다.
[ 인물, ‘델리아’를 무사히 히로인으로 등록했습니다. ]
[ ‘히로인 공략 모드’로 들어갑니다. ]
[ ‘공략 스타일’을 정해주세요. ]
[ 히로인마다 선택할 수 있는 ‘공략 스타일’이 다르며, 선택한 ‘공략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스킬’이 주어집니다. ]
‘공략 스타일이라.’
아니, 그런데 이미 호감도가 80인데 어쩌지?
공략이고 뭐고 할 거 없이, 농담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섹스 몇 번 하면 100을 찍을지도 몰랐다.
‘B급 이상의 공략 평가를 받아야 히로인 특성 상점이 열리는데......’
이러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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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인, ‘델리아’ 공략 스타일 선택 *
◆ 1. 너는 내 노예
[ 획득 스킬 : 성감대 공략, 가학증, 맞춤 발기 ]
◆ 2. 누나 맘마줘
[ 획득 스킬 : 모유 착즙, 유혹의 향기, 맞춤 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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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뭐야.
공략 스타일 상태 실화인가? 게다가 획득 스킬들도 다 어딘가 이상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진현님?”
내 표정을 보고 델리아가 물었다.
어여쁜 델리아의 얼굴을 보자 여기에 뜬 공략 스타일들이 더 혼란스럽다.
“아니, 공략 스타일이 좀 이상해서.”
“이상합니까?”
나는 공략 스타일을 선택하는 휴대폰 화면을 델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어차피 그녀는 히로인 어플의 도우미이기에 히로인 어플을 보여주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델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히로인 어플 화면을 볼 수 없습니다.”
“어 그래? 도우미인데?”
“네, 사실 저뿐만 아니라 히로인 어플의 화면은 아무도 못 봅니다. 오직 진현님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건 또 처음 아는 정보다.
그럼 앞으로 대놓고 해도 되겠네?
“그건 좋네.”
“이전에 말씀드린 대로 히로인 어플은 일종의 시스템입니다. 처음에 진현님이 등록을 한 순간, 시스템 자체가 진현님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히로인 어플은 진현님 안에 있는 시스템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매개체일 뿐입니다.”
“그렇구나.”
문득 궁금해진 나는 물었다.
“그럼 지금 화면은 어떻게 보여?”
“일단 지금은 평범한 바탕화면으로 보입니다만...... 만약 진현님이 원한다면 다른 것으로 보이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하거나 검색을 하는 화면으로 보이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입니다. 진현님이 보이고 싶다고 생각한 대로 상대에게 보입니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잠시 생각한 나는 델리아가 야한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원피스를 들어 올리고, 스스로 입술을 혀로 훑으며, 다리를 활짝 벌리며 나를 유혹하는 상상.
그리고 그 화면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때?”
“......”
“델리아?”
델리아는 화면을 바라보더니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변해서 시선을 피했다. 사과보다도 더 붉다.
그러다가 눈을 돌리지 말라는 내 말이 생각났는지, 아차 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 말에 대답을 안 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보입니다......”
“뭐가 보이는데?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제, 제 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모습인데?”
나는 굳이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델리아가 수치심을 느끼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깨물고 싶다.
“......옷을 들어 올리고. 다, 다리를 벌리고......”
“또?”
“야한 표정으로 진현님을 유혹하는 모습이...... 진현님 너무 짓궂습니다.”
델리아가 눈을 새초롬하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새로운 표정이다.
나는 그녀의 야한 상상을 지우고, 다시 바탕화면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쿡쿡. 귀여웠어, 델리아. 앞으로도 그런 표정 자주 지어.”
살짝 빵빵해진 그녀의 볼을 꾹 누른다.
“......지금 표정 말입니까?”
“응. 삐지거나 하는 모습도 귀여워.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진현님.”
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번에는 내가 보고 있는 히로인 어플의 화면이 그녀에게 그대로 비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히로인 어플의 화면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비추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선택적으로는 히로인 어플의 화면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면 보이지?”
“아! 네, 보입니다...... 아앗!”
델리아는 화면을 보더니 이번에도 얼굴을 새빨게진다.
공략 스타일 선택 화면을 제대로 본 모양이다.
“수정이 때는 그래도 좀 정상적인 공략 스타일이 있었는데, 너는 성에 관련된 스타일만 2개가 떴어. 왜 그런지 알아?”
“......”
“델리아?”
내가 물어보자 델리아는 입을 뻐끔뻐끔했다. 뭔가 대답하기를 망설이는 모양이었지만, 이내 옅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사실 공략 스타일은, 가장 효율적으로 대상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네, 따라서 히로인의 욕망에도...... 반응해서 나타납니다.”
“호오호오.”
욕망? 매우 흥미롭다.
수정이의 경우에는 꿈의 동반자, 친절의 유혹, 그녀의 노예, 이면의 가해자 이렇게 네 개였는데.
‘그렇다면 수정이는 M과 S성향 모두 가지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내가 이면의 가해자를 골라 그녀를 마구 범하면서 그녀의 M성향과 복종심이 눈을 뜬 것이리라.
꿈의 동반자는 방송이 잘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이.
친절의 유혹은 그녀가 친절함에 약했다는 뜻일 것이다.
뭐, 이제는 철벽 특성 때문에 나 말고 다른 남자들은 뭘 하든 수정이가 호감을 못 느끼겠지만......
그런데 델리아한테 성적인 공략 스타일만 두 개가 떴다는 것은.
“그럼 델리아는 설마......”
“죄, 죄송합니다. 진현님.”
“뭐가 죄송한데?”
“제, 제가 야한 도우미라서......”
델리아는 온몸을 꼼지락거렸다. 마치 못된 장난을 들킨 어린아이 같다.
야한 도우미라니.
그건 전혀 죄송할 게 아닌데.
나는 델리아의 손을 잡아서 휴대폰 쪽으로 가져왔다.
“그럼 야한 델리아가 스스로 골라봐.”
“네에?”
“네 주인님이 어떤 스타일로 너를 공략해주면 좋을지 스스로 골라봐.”
“아......”
내 말에 델리아는 빨갛게 익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하나의 선택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