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https://t.me/LinkMoa
내가 돈 이야기를 하자, 수정이가 바로 끼어들었다.
“돈이요? 얼마 필요하세요? 제가 드릴게요.”
나를 바라보는 수정이의 똘망한 눈빛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데이트할 때도 느꼈지만, 수정이는 내가 상대라면 돈을 물 쓰듯 썼다.
호감도가 더 올라 100이 된 지금의 수정이는 내가 전 재산을 달라고 해도 바로 넘겨주지 않을까?
‘히로인들을 많이 만들어서 치맛자락 속에 파묻혀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응당 남자라면 욕심이라는 게 있지 않겠는가. 수정이에게 돈만 받아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 기둥서방보다는 나 또한 뭔가를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괜찮아요? 저 저금해둔 돈 꽤 많은데.”
“명색이 네 주인님인데, 수정이한테 받기만 해서 되겠어?”
“에이, 주인님이니까 제가 최선을 다해서 모셔야죠.”
음. 그런가?
일리가 있어.
모두의 주인님이 되어 히로인들 속에서 코박죽하는 삶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으음. 알겠어요. 힘들면 언제나 저한테 말해요! 제가 주인님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요. 히히.‘
나는 웃는 수정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이의 용건이 끝나자 잠시 말이 끊겼다.
이대로 보내기는 그러니, 나는 입을 열었다.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그러네요. 시간도 저녁이 거의 다 됐고......“
수정이는 내 눈치를 살짝 보다가 말했다.
”제가 저녁 해드릴까요?“
”힘들지 않아?“
”으응~ 괜찮아요.“
그렇게 말했지만, 어제 수정이는 나와 하루종일 데이트를 한 뒤에 모텔에서 잔뜩 섹스까지 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도 남산타워에 갔다 왔으니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점심에서야 도착해서 내가 그녀의 특성상점을 고르는 몇 시간밖에 쉬지 못했을 테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리라.
◆ 현 상태
- [ 호감도 : 100 ]
- [ 신뢰도 : 86 ]
- [ 연분도 : 78 ]
- [ 성욕 : 37 ] [ 식욕 : 71 ] [ 피로 : 65 ]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몰래 히로인 어플을 켜서 수정이의 정보를 본 나는 쓰게 웃었다.
피로가 굉장히 높다.
호감도가 60일 때 수정이가 내게 보였던 반응만 생각해 봐도, 65 정도면 상당히 피곤하다는 뜻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신뢰도가 새로 생겼네.‘
게다가 의외로 높다.
내가 그녀에게 한 행동을 보면 조금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86 정도면 꽤 양호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신뢰도도 100을 만들고 싶지만, 지금은 코인이 없어서 불가능했다. 80과 90대는 능력치 1을 올리는데도 굉장한 코인이 든다.
’신뢰도는 차차 올려서 100을 만들어야겠네.‘
”나도 수정이가 해준 요리 먹고 싶긴 한데, 오늘은 쉬어. 대신 뭐라도 시켜서 같이 먹자.“
”네, 좋아요.“
”델리아도 괜찮지?“
음. 델리아?
나는 말하고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델리아도 무언가를 먹나?
’먹겠지?‘
인간이 아니고 도우미라는 다른 종족인 듯하지만, 그녀의 몸을 훑어보면 인간과 똑같았다. 링과 날개가 달려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숨길 수 있고......
’성행위도 가능한 것 같으니까.‘
있을 구멍이 다 있다.
분명 밥도 먹을 수 있으리라.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 델리아는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진현님.“
”좋아. 그럼 다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저는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진현님이 먹고 싶은 걸로......“
”수정이는?“
”우웅. 저느은~ 치킨?“
이견은 없다.
나는 수정이랑 델리아와 함께 상의하며 맛있어 보이는 치킨집에서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된 화제는 델리아였다.
수정이는 델리아에게 뭐 어디서 자랐고, 사촌인 나랑은 얼마나 친하며, 어느 나라 혼혈이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어투가 딱히 무언가 의심하는 모습은 아니고,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 듯했다.
델리아는 그런 수정이의 물음에 그럭저럭 잘 꾸며내 대답했다. 지구가 속한 128번 세계연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띵동~ 띵동~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배달하는 사람은 내게 치킨을 넘기다가 같이 나와 있는 수정이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로 나가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눈에 떠오른 부러운 기색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델리아도 봤다면 더 놀랐겠지만, 델리아의 복장은 지금 너무 야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얌전히 방에 있도록 했다.
”그런데 어디서 먹죠?“
막상 치킨을 받고 세팅을 하려는데, 먹을만한 장소가 없다. 수정이가 묻는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그럼 블랙룸에 갈까?“
”블랙룸...... 아! 저랑 잔뜩 했던 그 방이었죠? 좋아요!“
잔뜩 했던 방이라니. 어감이 야하다.
뭐, 사실이지만.
”블랙룸.“
스킬을 사용하자 허공에 포탈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블랙룸을 사용하는 10코인이 아까웠는데, 지금은 굉장히 여유롭다.
”우와......“
수정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포탈을 바라보았다. 앵무새를 처음 본 어린아이 같은 눈빛이었다.
”마, 만져봐도 돼요?“
”그럼.“
나는 몇십 초 동안 수정이가 포탈을 만지면서 노는 것을 기다리다가, 이내 델리아와 수정이를 데리고 포탈 안으로 넘어왔다.
”와~ 역시 좋네요.“
”잠시만 기다려.“
나는 치킨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자판기 앞으로 갔다.
“신나는 성생활~! 당신의 파트너, 블랙룸 성생활 도우미 자판기 1호에요~!”
“원하시는 물품을 선택하면, 해당 물품의 가격에 맞는 코인이 자동으로 차감되고 물품이 나옵니다~!”
이름은 성생활 도우미 자판기인데, 물품은 성에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 푹신한 고급 의자 ( 350코인 ) ] : 앉기만 해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튼튼한 의자! 1개에 350코인! 원목의 고급스러움과 최고급 쿠션의 푹신함을 동시에 경험하세요!
[ 튼튼한 고급 탁자 2호 ( 480코인 ) ] :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탁자! 1개에 480코인! 고급 원목의 튼튼함을 경험하세요!
가끔 이런 가구들도 유동 품목으로 판매하길래, 고정 품목으로 전환해놨다.
나는 고급 의자 3개에 마지막으로 2호 탁자까지 구매했다.
[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48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41035 ) ]
’좋네.‘
외관만 보아도 블랙룸의 고급스러움에 맞는 굉장히 좋은 가구들이었다.
“여기서 먹자.”
“와...... 어디서 났어요?”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탁자 하나와 의자 세 개에 수정이가 물었다.
“자판기에서 샀어.”
“자판기에서요?”
“어. 너도 볼래?”
수정이를 데리고 자판기 앞으로 데려갔는데,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끙. 아무것도 없는 데요?”
“너 이거 안 보여?”
“네...... 자판기는 보이는데 내용물은 안보여요.”
“흐음. 그렇구나.”
자판기는 나만 보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희한하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진현님.”
“......잘 먹겠습니다. 주인님.”
수정이는 잘 먹겠다고 했다가, 델리아가 진현님을 붙이는 것을 듣고 굳이 주인님을 붙여서 다시 말했다.
신경전이 장난 아니다.
어서 델리아를 히로인으로 만들어야겠다.
“......맛있게 먹어.”
치킨 두 마리를 우리는 순식간에 해치웠다.
’델리아...... 생각보다 잘 먹네.‘
지식은 알지만, 직접 맛보는 것은 처음인지 음식을 먹을 때 그녀의 표정은 꽤 다양했다. 게다가 많이 먹는다.
나도 천리염기공을 익힌 뒤로 꽤 먹는 게 늘었는데, 치킨 2마리 셋이서 먹고도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다.
“디저트도 시켜야겠네.”
디저트까지 시켜서 먹고, 또 간단한 이야기를 하며 쉬니까 시간은 금방 갔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었다.
“힝...... 조금 더 주인님이랑 있고 싶은데.”
“나도 같이 있고 싶어. 그런데 수정이는 가서 방송해야지.”
“주인님이 같이 있고 싶다면, 저 오늘 방송 쉴래요.”
수정이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흠. 호감도가 100이면 이런 부작용도 생기는구나.
사실은 매력적인 제안이었지만, 오늘은 델리아도 있었다. 아직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데이트한다고 방송 어제도 쉬었잖아.”
“이틀 연속 휴방해도 괜찮아요.”
“에이, 오늘은 미리 공지를 안 했잖아. 너무 갑작스럽지 않을까?”
“주인님은 저랑 같이 있기 싫어요......?”
수정이는 울먹이는 표정을 했다.
“뭐?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그냥......”
“킥킥. 알아요. 살짝 놀려봤어요.”
수정이는 순식간에 표정을 풀더니 찡긋, 윙크를 하고는 내게서 떨어졌다.
뭐야.
나 지금 속은 건가?
“저도 주인님이 저 많이 사랑해주는 거 정말 크게 느껴요.”
수정이는 완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표정을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심장이 뛰었다.
“안 되겠네, 수정이.”
“아잉. 자, 잠깐. 하읍!”
나는 내게서 떨어진 수정이를 강제로 잡아서 입을 맞추었다. 커다란 가슴도 주물렀다.
“츄읍. 쪽. 쪼옥. 츄릅. 하아......”
“날 놀린 벌이야. 내일 더 받을 줄 알아.”
“네, 네에...... 기대하고 있을게요♥”
수정이는 녹는 듯한 표정을 하며 내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핥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방송도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고, 주인님 잘 보필할게요. 내일 또 올게요. 톡 봐요.”
“응.”
“델리아도...... 내일 봐요. 주인님이랑 잘 지내고요.”
“물론입니다. 수정이 언니.”
고개를 끄덕인 수정이는 블랙룸의 포탈을 나가서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
수정이를 데려다준 나는 다시 블랙룸으로 돌아왔다.
블랙룸 안에는 나와 델리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