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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40화 (40/303)

〈 40화 〉# https://t‍.me/L‍inkMoa

집 안에 들어온 수정이는 가장 먼저 내 방에 들어왔다.

“여기가 주인님 방이네요.”

“응. 뭐, 아무것도 없지?”

“흐음. 그렇긴 하네요.”

잠시 방안을 둘러보며 묘한 미소를 짓던 수정이는 갑자기 내 침대로 향하더니 대뜸 이불에 얼굴을 묻고 코를 킁킁거렸다.

“하아...... 킁킁. 주인님 냄새......!”

“뭐야, 왜 그래. 냄새는 왜 맡아.”

나는 살짝 당황했다.

수정이는 내 반응을 보더니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메롱 하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흥. 복수에요. 주인님도 제가 초대했을 때 제 집에 처음 와서 이렇게 냄새 맡으셨잖아요.”

“에이, 그건 네 냄새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고. 그리고 나는 그렇게 대놓고 킁킁거리지는 않았어.”

“헐. 주인님도 대놓고 킁킁거리셨거든요~? 그때 제가 얼마나 부끄러웠는데...... 그리고 저도 주인님 냄새가 정말 너무 좋아요. 헤헤.”

그렇게 말하고, 수정이는 다시 내 이불에 대고 킁킁거렸다.

뭐지. 냄새 페티시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호감도가 100이라서 나의 모든 것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살짝 부끄럽다.

옆을 바라보자 델리아도 궁금한 듯 코를 약간 킁킁거리고 있었다.

나는 델리아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와. 살 부드러운 거 봐. 진짜 천사인 거 아니야?

“아앗......!”

“너까지 왜 냄새를 맡아.”

“아. 죄, 죄송합니다......”

델리아는 당황하면서 곧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이내 아쉬운 듯, 흘끗흘끗 내 눈치를 본다.

얘는 또 왜 이래.

내가 내 자신의 체취를 맡지는 못하지만, 솔직히 전혀 향기로울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체취를 좋게 만들어주는 스킬이나 아이템은 없나, 이따 델리아한테 물어봐야겠다.

델리아는 히로인 어플의 도우미니까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상점의 물품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튼, 여기가 내가 사는 집이야. 수정이 집이랑 구조는 완전히 똑같지?”

“그러네요......”

수정이는 방을 한번 둘러보다가, 문득 천장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내 방 위의 천장.

수정이가 방송을 하는 곳.

수정이의 눈동자에 미안한 감정이 깃들었다.

“저, 전에는 정말 죄송했어요. 그때 저는 주인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매일 시끄럽게 굴었으니 얼마나......”

수정이는 사과했다.

그녀는 정말로 후회와 죄송스럽다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실 수정이와 이런 관계가 된 지금 와서야, 나는 이전에 그녀가 시끄럽게 한 것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다.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이지.’

대뜸 그녀를 히로인으로 지목하고 강간했으니까.

물론, 나는 그녀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그녀를 히로인으로 지목했고, 이런 길을 걷기로 했으니까. 이렇게 변한 우리의 관계를 즐길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쓸었다.

“아......”

“괜찮아. 나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내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솔직히 너를 더 보고 싶어서 많이 항의하러 갔던 건 사실이야.”

“그, 그래요? 그건 좋지만...... 그, 그래도 너무 죄송한데......”

“어허. 내가 괜찮다고 했으니 이제 끝난 거야. 아니면...... 수정이는 나한테 벌을 받고 싶은 거야?”

“버, 벌이요?”

나는 야한 눈빛으로 수정이의 몸을 훑었다.

평소에 변신해서 수정이를 부르고 강간하기 직전의 그런 눈빛.

수정이는 나와 데이트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 놀러 온 것이기 때문에 핫팬츠 하나에 헐렁한 윗옷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솔직히 보기만 해도 흥분된다.

내 눈빛에 수정이는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하지만 딱히 그 시선에 혐오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벌이라니...... 그게 대체 어떠......! 웁! 하움. 츄웁. 쪼옥.”

나는 갑작스럽고 거칠게 수정이의 입술을 덮쳤다.

수정이는 처음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나를 안으며 같이 호응해왔다.

“츄우웁. 쪼옥. 츄읍. 쪽. 후웅. 하아...... 주인니임. 데, 델리아가 보고 있는데에. 웁! 츄읍. 쪽. 쪼옥.”

혀를 넣고 수정이의 입안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키스만 했는데도 수정이의 눈이 쾌감에 살짝 풀렸다. 나는 수정이의 등을 부드럽게 쓸며 계속해서 그녀의 입안을 내 색으로 물들였다.

슬쩍 눈을 돌려 델리아를 바라보자, 델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줍음과 당황이 동시에 깃든 그녀의 얼굴에는 홍조가 어려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델리아는 그녀도 모르게 스스로의 입술을 매만졌다.

‘잘 봐두라고. 너도 곧 이렇게 해야 하니까.’

그렇게 델리아를 보고 있자,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다시 수정을 바라보자, 그녀는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코앞에서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정이는 앙증맞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츄루웁. 쪼옥. 하아. 어딜 보는 거예요. 주인님...... 쪼옥. 츄읍. 저랑 키스할 때는 저만 바라봐 주세요. 쪼옥.”

수정이의 말에 흥분한 나는 더욱 거칠게 그녀의 입을 탐했다.

수정이는 그 모든 걸 받아주었다.

“쪼옥. 츕. 후움. 쪼오옥. 츄릅. 주인님의 침 많이 주세요. 제가 다 먹을게요♥”

타액을 넘기자, 수정이가 기쁘게 받아먹는다.

수정이의 혓바닥 움직임은 정말로 야했다. 그녀를 범하고 나서 미친 듯이 키스를 했으니까.

2주 전 내가 그녀를 범하기 전까지 처녀에 첫키스도 못해본 여자라고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다.

“하아, 하아...... 이, 이게...... 벌이에요?”

키스를 마치고 우리는 떨어졌다. 수정이는 기대와 색욕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 그러엄......”

나는 수정이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응!”

“오늘은 맛보기고. 벌은 내일 줄 거야. 알았어?”

마지막으로 수정이의 혀를 한번 다시 맛보았다. 수정이는 황홀한 표정으로 내 키스를 받아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움. 쪼옥. 네, 네에...... 감사합니다.”

벌을 준다는데 감사하다고 한다.

음. 뭐, 그럴 수 있지.

“아무튼 이제 지나간 일은 끝이야. 더이상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알겠지?”

“네에, 주인님.”

이대로 수정이와 바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델리아도 보고 있고. 오늘은 좀 쉬기로 마음먹었다.

수정이는 내 방에서 나와 전체적으로 집을 둘러보았다.

사실 원룸이라 딱히 둘러볼 것도 없지만.

“어때?”

“으음...... 집이 그렇게 막 지저분하고 하지는 않은데.”

“않은데?”

“좀 허전하긴 하네요.”

맞는 말이다.

부모님에게 받은 아주 허름한 옷장 하나에, 싸구려 컴퓨터가 놓인 책상 하나. 소파나 식탁은 존재하지도 않고, 침대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이다.

“가구를 조금 더 놓으면 좋을 것 같...... 아! 어차피 주인님은 그 공간이 있죠?”

“그 공간? 아, 블랙룸?”

“네. 블랙룸이라고 하나 보네요? 굉장히 좋던데...... 사실 생각해 보면 여기에 가구를 놓을 필요도 딱히 없었네요. 그 공간에서 지내면 되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도 좋기는 한데, 항상 거기서 지낼 수는 없어. 치명적인 단점이 있거든.”

“치명적인 단점이요?”

“응. 전파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안 돼. 뭐라고 해야 하지, 단절된 공간이라서 그런 것 같아.”

“전파랑 인터넷...... 아.”

수정이는 무언가 떠오른 듯 손바닥을 두들겼다.

그녀가 두 번째로 불려왔을 때, 경찰에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전파가 터지지 않아서. 그 일을 떠올린 것 같다.

“확실히 전파랑 인터넷이 안 되면...... 계속 거기서 지낼 수는 없겠네요.”

“그렇지?”

“네.”

수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럼 델리아는 앞으로 계속 여기서 지내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수정이 언니.”

“으음......”

수정이는 살짝 질투가 담긴 눈빛으로 델리아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힘든 이야기다.

사촌인데 갑자기 남자 혼자 자취하는 이런 좁은 원룸에 오다니.

지내더라도 그녀 혼자 자취를 하거나, 아니면 우리 부모님 집에서 얹혀살게 되는 것이 본래의 정상적인 절차겠지.

하지만 수정이는 내가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델리아를 다음 여자로 점찍어두고 있다는 점 또한 안다.

모종의 손을 써서 내가 그녀를 맡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델리아랑 지내면...... 저는 평소에 자주 찾아오면 안 되나요?”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와. 톡 해준 것처럼 매일매일 하루종일 여기 계속 있어도 돼.”

“진짜요? 헤헤. 그럼 좋아요. 사랑해요, 주인님.”

수정이는 내게 딱 붙어서 자신의 몸을 부비부비했다. 나는 수정이의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살을 느꼈다.

그나저나 수정이는 오히려 호감도 40에서 70정도였을 때가 가장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호감도 100을 찍으니 이제는 아주 거리낌이 없다. 물론 그래서 더 좋지만......

‘뭐 호감도에 따라 부끄러워하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겠지.’

히로인 어플의 호감도 수치 등 자세한 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그런데 수정아, 오늘 온건 진짜로 그냥 나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나는 수정이에게 물었다.

수정이는 내 물음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주인님은 못 속이네요. 헤헤.”

“뭔가 그럴 것 같아서.”

호감도 100인 내가 오늘은 쉬자고 했는데, 굳이 특별한 일이 없다면 히로인인 그녀가 내 말을 깰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사실?”

“제가 부모님을 뵌 지 3주가 넘었거든요.”

아하.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부모님을 뵌 지 그 정도는 넘은 것 같다.

조만간 한번 얼굴이라도 비추러 가야겠네.

“그래서 전화가 왔어요. 예끼! 이놈의 딸이라는 뇬이! 왜 이렇게 부모님을 뵈러 안 와! 어!?”

“하하. 그래서?”

“이번 주말에 자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수정이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애초에 이 내용이 끝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내게 말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내용이 더 있는지, 수정이는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불쌍한 강아지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치켜 올려다보았다.

이 표정은 파괴력이 너무 강한데.

“그, 그런데...... 그래서. 그 부모님 뵈러 갈 때...... 그. 주, 주인!”

“나도 같이 갈 수 있냐고?”

내 말에 수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사실 부모님한테 이렇게 멋진 주인님이 있다고 소개하고 싶거든요. 깜짝 놀라게요. 저번에는 저한테 하루종일 방송만 하는데, 그래서 평생 남자친구는 사귈 수 있겠냐고도 하시고...... 칫.”

수정이의 입술이 오리처럼 튀어나왔다.

벌써 부모님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하긴 개인방송을 하니까, 취업은 한 거나 다름없지.’

보통 취업 쪽이 최우선인데, 좀 안정되면 결혼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개인방송이 아주 안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수정이는 나와 동갑으로 방송을 잘하고 있으니 결혼 쪽이 걱정되어 연애를 미리 닦달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딸이 연애 한번 하지 않는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수도 있고.

“알았어. 같이 가자. 나도 장모님이랑 장인어른 뵈러 가야지.”

“자, 장모 장인......!”

“왜. 수정이는 내 아내 안 할 거야?”

내 말에 수정이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해요! 무조건해요! 주인님 아내 할거에요!”

“고마워.”

“헤헤.”

헤실헤실 행복하게 웃는 수정이를 쓰다듬으며 나는 고민했다.

“그런데 그럼 나도 멋지게 하고 가야 하는데...... 흠. 어쩌지.”

“주인님은 항상 멋져요.”

수정이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니다 수정아.

너는 지금 콩깍지가 씌어있어.

나는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22살의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백수일 뿐이다. 얼굴도 평범하다. 키는 크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뿐이었다.

물론, 뭐 수정이가 막 재벌 같은 것도 아니고.

22살의 연애에 막 참견하는 부모는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수정이의 부모님이니 좀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네.”

역시 결론은 그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수요일.

수정이가 주말에 간다고 했으니, 그녀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3일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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