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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29화 (29/303)

〈 29화 〉# htt‍ps‍://t.me/Lin‍kMo‍a

메시지를 보낸 강수정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천진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만약에 여기서 거절당하면 정말로 난감했다.

오늘 반드시 진현과 거사를 치러서, 진현의 물건이 더 기분 좋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리고 주인...... 아니. 그 남자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 진현이♥ : 좋지~ 뭐 하고 싶은 건 있어? ]

“휴.”

강수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다행이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데이트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 나 : 으음. 일단은 점심 먹고, 간단하게 영화라든지? 어때? ]

톡을 보내놓고도 너무 뻔한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생각나는 게 영화밖에 없는 걸 어떡해.

그래도 일단 저녁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영화 데이트만큼 시간을 잘 채워주는 게 없기는 했다.

[ 진현이♥ : 그러자. 영화는 어떤 거 보게? ]

[ 나 : 진현이는 무슨 장르 좋아해? SF? 액션? ]

[ 진현이♥ : 나는 다 괜찮아. 잡식이야 잡식. 뭐든지 OK. ]

[ 나 : 으윽. 그게 가장 곤란한 대답인데...... (ㅡ.ㅡ;) ]

그렇게 치면서도 강수정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정말로 아무거나 괜찮다고?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데이트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로맨스 영화가 정석이 아닌가?

[ 나 : 그러면 이거는 어때? ]

[ 나 : ( 사진 ) ]

강수정은 어제 찾은 로맨스 영화의 포스터를 보냈다.

영화의 이름은 ‘그날의 가을.’ 개봉한 지 3주째가 되어 가는데도 활발하게 상영되고 있는 영화였다. 리뷰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왜 답장이 없지?’

바로바로 답신을 보내주는 진현이었는데 10초가 넘도록 답장이 없었다.

역시 로맨스 영화는 별로인가?

역시 그냥 액션 영화를 보자고 해야 했나?

약간의 걱정이 찾아올 찰나 톡이 왔다.

[ 진현이♥ : 그래 재밌겠네~ 그거 보자. ]

아. 다행이다. 검색해 보느라 그랬구나.

[ 나 : 응. 미리 예매해둘게! ]

[ 진현이♥ : 그럼 우리 몇 시에 만날까? ]

강수정은 흘끗 휴대폰의 시간을 바라보았다.

[ 나 : 지금이 9시 50분이니까, 11시 30분쯤에 만나는 거 어때? ]

[ 진현이♥ : 오케이. 그때 보자. ]

진현에게 답장이 왔다. 강수정은 답장을 치다가 멈칫했다.

‘조, 조금 이른가......?’

그녀는 ‘사랑해’라는 단어를 덧붙일까 말까. 몇 초 동안 수천 번의 갈등을 거쳤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젓고는 꾹, 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 나 : 응응. 내가 내려갈게! ......그리고 사랑해♡ ]

‘꺅! 어떡해. 보내버렸어.’

부끄러웠지만 이미 보내버렸다.

게다가 1이라는 숫자 또한 없어졌다.

사귀는 사이인데, 이 정도 표현은 해도 되지? 그치?

강수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답신을 기다렸다.

[ 진현이♥ : 그래. 오면 벨 눌러.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나도 사랑해~ ]

“헐, 대박.”

사랑한다는 답장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안 했는데,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듣지도 않았는데 진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강수정은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지은 채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걸로 데이트의 약속도 잡았고! 톡의 내용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그와 만나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또, 유혹을 해서...... 그렇고 그런......

‘꺅! 난 몰라......!’

상상만 해도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주인...... 아니아니아니. 그 남자에게 소환당해서 그보다 심한 짓을 실컷 당했는데도, 상대가 진현이라고 생각하니까 부끄러웠다.

‘그래. 상상만 해도 이런 감정이 드는데, 분명 진현과 하는 게 훨씬 기분 좋을 게 뻔해!’

강수정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 어느 때보다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머리를 잘 말리고 옷장에서 오늘 입으려고 준비한 원피스와 슬립을 꺼냈다.

승부 속옷? 승부 슬립이라고 해야 하나.

전에 예화랑 같이 쇼핑하면서 구매한 특이한 슬립이다.

그냥 입으면 배까지 전부 가리는 매우 건전한 슬립인데, 2중으로 되어있어서 똑딱이 몇 개를 풀면 겉면이 벗겨지고 안에 있던 망사가 나오는 요망한 슬립이었다.

그때는 내가 이런 걸 입을 일이 뭐 있다고, 무슨 바람으로 이걸 구매했는지 몰랐는데 언젠가 쓰이긴 쓰이는구나.

강수정은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인 뒤 슬립을 입어보았다.

몸에 딱 달라붙었다.

망사가 나오도록 하고 전신거울을 바라보자 첫사랑을 앞둔 수줍은 소녀 같은 표정을 한 자신이 보였다.

그러나 그 표정과는 반대로 슬립을 입은 모습은 정말 자극적이었다.

‘진현도 좋아하겠지......?’

침을 꿀꺽 삼킨 강수정은 작은 화장대 앞에 앉았다. 옷도 다 준비했으니 이제는 화장할 차례였다.

강수정은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피부가 좋아졌어.’

이전보다 얼굴이 예뻐진 게 보였다.

비단 피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미묘하게 달라졌다. 물론 좋은 쪽으로.

그게 언제였지?

맞아.

진현과 처음으로 연락처를 교환하기 전날이었다.

그날 방송을 끝내고 나서 거울을 보니 몸매와 얼굴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이 정도면 예화......보다는 아직 부족하긴 하네.’

강수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충분했다.

강수정은 엄마한테 선물 받은 화장품 세트로 베이스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화장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도록 얇고 가볍게. 떡칠은 금물. 진하게 할 필요도 없었다.

얇게만 해도 강수정의 얼굴은 충분히 빛이 났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아이섀도를 통해 눈에 조금 힘을 준 뒤, 살구색에 가까운 연분홍 립스틱을 발랐다. 마지막으로 립글로스 추가로 발라 광을 내어 화장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화장한 건 오랜만이네......’

15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엄마가 화장을 알려준 후 처음이었다.

강수정은 평소에 나갈 때 썬크림만 바르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으며, 방송할 때도 기초화장에 파운데이션과 아이라인만 그리고 방송을 하였다.

화장이 없어도 예쁘다는 엄마와 친구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매일같이 진현을 만나러 나갔기 때문에 나갈 때도 아이라인을 그리고 나갔지만, 역으로 최근 캠을 켜지 않고 방송해서 방송할 때 전혀 화장하지 않고 방송을 하였다.

“힘내자......!”

마지막으로 머리 만진 강수정은 두 주먹을 앙증맞게 쥐었다. 곧 있으면 데이트의 시간이 다가왔다.

***

수정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나는 서둘러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잘랐다.

평소 자주 가는 커트 8천원짜리 구석 미용실이 아닌, 세련되어 보이는 커트 2만원짜리 미용실.

그래도 명색이 사귄 다음 하는 첫 데이트인데, 멋지게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만족스럽게 완성된 머리를 본 나는 결제를 한 뒤 집에 돌아와 몸을 열심히 씻었다. 그리고 최대한 멀끔하게 차려입었다.

화장실 거울을 이리저리 바라본 나는 마치 남자배우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오오. 나름?

이 정도면 그래도 좀 괜찮지 않나?

자뻑에 취한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잘생겼다 천진......!

- 띵동~

찰나, 마침 벨이 울려 나는 바로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 진현아!”

“어, 수정아 기다렸......어?”

그러나 현관문 앞에 서 있는 수정이의 모습을 보자, 나는 내 얼굴이 잘생겼다는 알량한 생각 따위를 싹 날려버릴 수 있었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강수정.

그녀는 청순한 매력을 풍기면서도, 숨기지 못할 몸매의 볼륨감으로 인해 섹시한 분위기 또한 동시에 자아냈다.

향기는 또 어찌나 좋은지, 절로 코가 반응했다.

생긋 미소 짓는 그녀는 도무지 나와 같은 종족이라고 볼 수 없었다. 원래도 예뻤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예쁜 그녀의 모습은 처음 보는데...... 아니, 그럼 얘는 설마 평소에 화장도 하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인가?

그녀의 얼굴과 좀 전 화장실에서 보았던 내 얼굴을 비교해보자, 나는 역시 한 마리 오징어에 불과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왜에. 나 이상해......?”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멍청한 반응에 수정이가 수줍게 양 뺨을 붉히며 물어봤다.

“아, 아니. 그냥......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네.”

“헤헤, 고마워~. 진현이도 오늘 멋져.”

그런데 그런 한 마리 오징어의 칭찬에도 수정은 몸을 배배 꼰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웃음 지으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수정은 약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른 내 팔을 둘러 팔짱을 끼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좋네. 그럼 바로 갈까?”

“응!”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변신해서 그렇게나 그녀와 야한 행위를 즐겼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참, 남자란 단순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얼른 외모 능력치를 올려야겠어.’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된다면 체력, 정신 같은 것들을 먼저 올리고 외모는 뒷전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외모도 간간이 올려주는 편이 좋아 보였다.

평남선녀 커플보다는 선남선녀 커플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수정아 우리 어디로 갈 거야?”

“에톨백화점. 거기 12시에 TGI 썬데이를 예약해뒀어~. 아...... 혹시 점심 먹었어?”

“아니. 아침도 안 먹었어.”

“히히. 나도. 영화는 1시 50분이니까, 여유롭게 먹어도 돼.“

“좋네.”

우리는 여름의 태양빛을 받으며 길을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그나마 선선한 편인지 빛은 우리를 미지근하게 비추었다.

간간히 바람도 불었다.

나는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그녀와 맞닿은 팔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 특히 묘하게 닿는 그녀의 옆 가슴의 감촉이 장난 아니었다.

아아, 치유된다. 이게 힐링인가.

“야야. 저, 저 사람 뭐냐?”

“와. 존나 예쁘다. 개부럽네.”

“그니까. 남자는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는데...... 야. 솔직히 내가 더 잘 생기지 않았냐?”

외진 곳에서 대로변 근처의 공원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좀 보였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수정이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만큼 빛이 났다. 아마 히로인 어플을 얻지 못했다면 나도 저들 중 한 명이었겠지.

“아 지랄. 그건 아니지. 남자가 평범하긴 한데, 그래도 너보다는 훨씬 잘생긴 듯?”

“뭐? 이 개새......! 아, 야! 어디가~ 야!”

목청도 커라.

감탄하고 있을 그때, 돌연 수정이가 내 팔을 더 강하게 껴안으며 말했다.

“나, 나한테는 진현이 제일 잘생겼어......”

“응?”

아. 쟤네들이 하는 말을 들었구나.

위로한다고 말하는 수정이의 모습은 참 귀여웠다.

아마 호감도 90이 넘는 콩깍지 필터링이 있으니 진담일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히로인 어플이 내게 있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

“와아. 감동적이었어.”

“그러게. 평가가 좋은 이유가 있었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영화까지 본 뒤 영화관에서 나온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정이는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눈가에 살짝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나 또한 가슴이 살짝 뭉클했으니 괜찮은 영화라는 건 진심이었다.

이미 유정이 누나랑 한번 본 영화이긴 했지만...... 그때는 키스 한 번 해보겠다고 정신이 팔려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중간에 나오기까지 했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이제는 뭐 할 거야?”

“으응. 그게에......”

의자에 앉아 물어보자 수정이가 말꼬리를 흐렸다. 막상 일찍부터 만나기는 했는데, 뭘 할지 생각을 안 해둔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남산타워 갈래?”

“어? 남산타워?”

“응. 거기에 사랑의 자물쇠라는 게 있거든.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를 버리면 사랑이 오래오래 간데.”

“와. 좋다. 여기서 얼마나 걸려?”

“한 50분? 그쯤 걸린다고 나오네. 갈까?”

지금은 3시 반이었다.

보통 저녁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 가도 뭐 상관없을 것이다.

11시까지 하니까 시간은 넉넉했다.

“응! 가자.”

“그래.”

수정이는 손뼉을 짝 치며 좋아했다. 우리는 백화점 근처에 있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저기야?”

“응. 다 왔어.”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를 걷자 남산 케이블카의 매표소가 나왔다. 주말에 왔으면 사람이 바글바글했을 텐데, 화요일에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승강장은 3층입니다. 2층 더 올라가셔서 케이블카를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대인 기준 1인당 왕복 8500원. 나는 카드로 17000원을 계산했다.

“피. 내가 낸다니까......”

“너 밥값도, 영화 값도 다 네가 계산했잖아. 양심이 있으면 이건 내가 계산해야지.”

사실 내게는 양심이 없긴 했다. 지금까지 매일 철판을 깔고 그녀를 불러 범했으니까.

그리고 또한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고 말이다.

“칫......”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아니 근데 왜 내가 돈을 냈는데 수정이가 삐지는 것이지?

지금까지 그녀는 밥값 5만원에 영화표 2만원. 심지어 1만5천원 가량의 팝콘 값도 그녀가 계산했다.

더치페이를 하려고 했는데, 수정이는 내가 백수라는 점을 들먹이며 카드 결제 신공을 펼쳤다.

지금까지 내게 계산한 건 케이블카의 비용뿐.

‘참......’

이 정도면 내가 직업을 안 찾아도 여자들 호감도만 계속 올리다 보면 어디 가서 굶어 뒤지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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