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https://t.me/LinkMoa
“으응...... 으움.”
수정의 부드러운 얼굴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입술을 살짝 벌렸다.
나는 일부러 혀를 넣지 않고 그녀의 입술만 쪼았다. 단순하게 입술만 포개는 부드러운 키스.
마침내 10초 정도가 지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아......”
그녀의 입에서 아쉬움이 섞인 탄식이 나왔다. 뜨거운 숨결이 살짝 야하다.
하긴, 지금까지 나는 변신한 상태로 그녀랑 혀가 미친 듯이 섞이는 딥키스만 해왔으니까, 이런 키스는 감칠맛이 날 수도 있었다.
내 입술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수줍은 얼굴을 하고 내게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 사귀는 거 맞지?”
“당연하지.”
“......히히.”
우리는 다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일상적인 수다를 떨며 그녀가 해준 밥을 먹자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남은 반찬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나는 빈 그릇들을 싱크대로 가져가 고무장갑을 꼈다.
“수정아 나 고무장갑 좀 쓸게.”
“응? 뭐 하려고?”
“설거지하려고.”
“설거지? 아냐! 아니야. 내가 할게.”
“에이, 요리는 수정이가 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나는 착한 척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을 씻기 시작했다. 중, 고등학교 때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용돈을 벌었던 나는 요리 후 설거지가 얼마나 귀찮은 작업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음. 나중에 큰 집을 마련해 하렘 하우스를 차린다면 어여쁘고 젊은 가정부도 한 명 놔야겠어.
“넌 손님이잖아. 안 그래도 되는데......”
“얻어먹었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음...... 그래, 그러면 같이하자!”
둘이서 설거지까지 마치니 어느덧 시간은 3시 가까이 되어있었다.
나는 그녀가 타준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제 슬슬 가 볼게.”
“벌써......? 아.”
그녀는 조금 더 나와 있고 싶어 했지만,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1시간만 더 있으면 소환시간인 4시였다. 그녀 또한 4시 전에는 나를 내보내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그녀의 ‘주인님’인 걸 모르는 상태니.
“저기...... 진현아.”
“응?”
“내, 내일도 요리...... 맛있게 해줄게. 올 거지?”
“그러엄. 이제 연인 사이인데 언제나 편하게 불러.”
“응! 헤헤, 톡 할게.”
쪽.
마지막으로 수정의 입술에 간단한 입맞춤을 해준 나는 그녀의 수줍은 표정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바로 한층 밑으로 내려간 나는, 집으로 돌아가 간단하게 세안만 한 채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아...... 별로다.’
침대는 전혀 푹신하지 않았다.
요즘 블랙룸의 최고급 침대에서 잠을 자다 보니까, 내 싸구려 침대는 침대 같지도 않았다.
나는 히로인 어플을 실행했다.
[ 축하합니다! 히로인, ‘강수정’의 호감도가 90을 달성했습니다. ]
[ 달성 기념으로, ‘9000코인’을 지급합니다. ]
“오오......”
실행하자마자 축하 메시지와 함께 코인 지급 메시지가 떴다.
9천 코인이라니. 생각보다 화끈한데?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 TIP : 히로인의 호감도가 100을 달성하게 되면 해당 히로인의 공략이 종료되며, 그 히로인을 얼마나 선택한 공략 스타일에 맞게 공략을 진행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 단, 아이템을 통해 일시적으로 호감도 100을 달성할 경우 제외 ) ]
[ TIP : 평가에 따라 다양한 보상 혹은 패널티가 주어지니 참고하세요. ]
“보상과 패널티라.”
과연. 스킬만 얻기 위해서 임의의 공략 스타일을 고르고,
그와 다른 방식으로 공략을 진행하면 아무래도 패널티가 있는 모양이다.
‘음...... 나는 걱정 없겠지?’
나는 이면의 가해자라는 공략 스타일을 고르고, 스킬을 얻자마자 바로 강수정을 강제로 범했다.
그 이후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변신한 모습으로 그녀를 범해 왔으니, 나는 그동안 충분히 잘 선택한 공략 스타일에 따라 그녀를 공략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호감도 100을 찍기 직전까지 어떤 식으로 그녀를 공략할지 이미 생각해둔 상태였다.
그 방식은 ‘이면의 가해자’라는 공략 스타일에 사뭇 어울렸다.
그녀를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게 되면, 더이상 변신 스킬을 사용해 그녀를 범할 필요가 없었지만, 아직은 그 필요성이 조금 남아 있었다.
앞으로 나는 그녀 이외에 다른 여자들도 내 여자로 만들 생각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녀가 내게 몸도 마음도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야 했다.
설령 다른 여자와 그런 관계가 되더라도 끝까지 나만을 바라볼 수 있게 끔.
◆ 현 상태
- [ 호감도 : 93 ]
- [ 연분도 : 61 ]
- [ 성욕 : 59 ] [ 식욕 : 18 ] [ 피로 : 31 ]
“와우, 호감도 93......”
호감도가 가장 낮았던 때가 8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180도 달라진 호감도의 발전이었다.
오늘의 고백으로만 호감도가 11, 연분도가 12나 올랐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온몸을 빡빡 씻었다.
그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블랙룸.”
[ 스킬, ‘블랙룸’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1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25418 ) ]
그동안 강수정을 많이 범하면서 코인도 꽤 많이 모였다.
‘이만 오천이라...... 흠, 사실은 잘하면 3만코인 정도 모을 수도 있었는데.’
일주일 전부터 히로인 일일 퀘스트 중 ‘히로인을 강간하세요’가 안 깨지기 시작했다.
무려 550코인짜리 퀘스트인데...... 무얼, 이제는 그녀도 자신과의 행위를 강간이 아닌, 상호 간의 관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즐기고 있다는 뜻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히로인을 강간하세요’를 제외하더라도, 그녀를 통해 벌 수 있는 일일 퀘스트는 많았다.
실제로 그녀로만 하루에 1000코인을 넘게 벌고 있으니 코인이 쌓이는 속도는 남달랐다.
블랙룸을 한 번 더 외쳐 포탈을 닫고, 나는 자리에 앉아 남은 시간 동안 천리염기공의 기를 움직이는 수련을 하였다.
수련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았다. 미녀들을 많이 얻으려면 나 자신의 능력도 좋아야 하니까.
적어도 나는 그녀들을 지킬 힘이 있어야 했다.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갑자기 금발 태닝 양아치들이 나타나서 NTR을 노린다면, 그들을 불구로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은 금방 가서 눈을 떠보니 4시 가까이 되었다.
나는 서랍 안에서 미리 여유분까지 구매해뒀던 ‘저항할 수 없는 쾌감’과 ‘내게는 고통이 포상이야’를 꺼내서 탁자 위에 두고, ‘아이는 나중에 갖자, 남성용’을 한 알 꺼내 먹었다.
이제는 매번 하는 습관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뒤에 나는 자판기 앞에 서서 아이템 하나를 구매했다.
[ 아흣, 민감해져버려엇 ( 10코인 ) ] : 마시기 좋은 캔음료! 150ml 1캔에 10코인!
100ml이상 마시면 앞으로 3시간 동안 민감도가 2배 상승! 달콤고소한 메론맛이라 마시기도 좋다!
이건 일주일 전에 자판기의 유동 아이템 줄에서 발견하여, 고정 아이템으로 지정해 놓은 녀석이었다.
자판기의 40개 아이템들 중 20개는 고정이고 20개는 매일 바뀌는 유동 아이템인데, 고정 아이템 중 하나를 해제하면 유동 아이템 중 하나를 고정 아이템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제는 욕망의 물이 다 떨어져서 알약을 넘길 물을 대신 이걸 주고 있었다.
물 대신이라고 치기에는 그 효과가 너무 좋지만......
솔직히 욕망의 물은 저항이 심하고 관계가 익숙하지 않았던 초기에나 필요했지, 이제는 알아서 몇 번 문질러주기만 해도 애액을 흘리는 그녀였기에 딱히 필요가 없었다.
4시가 되자 나는 ‘아흣, 민감해져버려엇’도 탁자 위에 두고, ‘위협모드’로 변신한 뒤에 강수정을 소환했다.
그리고 일부러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여, 왔냐.”
******
“아......”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지고, 서 있는 공간이 비틀린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광경에 강수정은 두 눈을 찌푸렸다.
기묘한 감각.
평범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익숙해져 버린 감각이었다.
“여, 왔냐.”
공간이 재조립되고, 화려한 방의 풍경이 나타났다. 언제 봐도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그 공간 안에는 방의 고급진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험악하다면 험악한 인상을 지닌 한 남성이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몸을 마치 품평하듯 진득하게 훑고 있었다.
‘으읏......’
처음에는 그 얼굴만 봐도 열이 오르고 그의 시선에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감각 대신 오히려 음부와 유두가 찌릿찌릿해질 뿐이었다.
그래. 마음이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몸이 반응했다.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간으로 시작된 최악의 관계였지만, 그와 관계할 때마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쾌감이 있으니까.
“네에...... 아, 안녕하세요...... 주인님......”
강수정의 작은 입에서 자동으로 공손한 인사가 튀어나왔다.
주인님.
주인님......
매일매일 미칠 듯이 박히면서 반복된 교육 덕분에, 그녀는 그를 주인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주인님이라고 불린 남성은 썩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비릿한 표정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그래. 너의 단 하나뿐인 주인님이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지?”
“......”
남자..... 아니, 주인님의 시선이 탁자 위로 옮겨졌다.
탁자 위에는 알약 하나와 새하얀 배경에 빨간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는 음료수 캔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아.’
이제 저걸 먹고 마시게 되면 이제 그에게 미친 듯 범해진다.
제대로 된 사고를 못 하게 되고, 분명 제정신이 아니게 되겠지.
그러나. 그녀는 극복해야만 했다.
그에게 몸은 내줬지만, 마음은 내주지 않았다.
그동안은 고분고분 그를 따라왔지만, 이제 자신에게는 천진현이라는 멋진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와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주인님...... 아니. 눈앞의 저 남자와 이러한 관계를 계속 지속할 수 없었다.
“뭐야. 왜 가만히 있지? 어서 평소처럼 이걸 먹고 침대에 암캐처럼 누우라고.”
그가 턱 끝으로 커다란 침대를 가리켰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저항하는 게 소용없다고 생각해, 소환되자마자 알약과 음료를 마시고 침대 위에 암캐처럼 누웠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얼른 이 늠름한 자지를 맛보고 싶지 않은 거냐?”
그는 스판덱스 재질의 팬티 한 장만 입고 있었다.
팬티 가운데에 볼록 튀어나온 그의 물건은 아직 발기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우람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몇 번이고 입으로 머금고, 아래쪽 입으로도 머금었던 물건.
꿀꺽, 하고 침이 넘어갔으나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작은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시...... 싫어요......!”
“뭐라고?”
그의 표정이 마치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의 복근과 거대한 몸에 붙어있는 근육들도 덩달아 꿈틀거렸다.
굵은 핏줄이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돌연 엄청난 두려움이 그녀에게 몰려들었으나, 강수정은 이를 악물었다.
2주 전, 처음으로 강간당한 뒤에 같이 짐을 들어주며 함께 장을 보러 갔을 때의 기억.
며칠 전 처음으로 자신의 연락처를 물어봐 줬던 기억.
그리고 오늘의 달콤했던 고백.
모두 천진현과 그녀가 함께 쌓은 짧이만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녀는 천진현의 자상한 얼굴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그 두려움을 참았다.
“어, 언제까지나 이런 관계를 가질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저를 풀어주세요!”
강수정은 감히 눈앞의 남자를 쳐다볼 용기가 없어서 질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주먹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철벽과 같은 음성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안 된다.”
짧지만 단호함이 담긴 말이었다.
“그럴수가...... 대체 왜죠......? 그러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관계가 계속되는 거죠!?”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고인다. 진현에게 고백을 들었을 때와 같이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단지, 슬픔과 절망이 섞여 액체를 이뤘다.
왜,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 하지 않는가?
혹시 눈앞의 남자도 그럴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영원히지. 너는 영원히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받들어야 한다.”
전혀 소용이 없었다.
“여, 영원히라니...... 왜, 왜 하필 저죠?”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는 물음이었다.
왜 하필 자신인가?
그녀는 왜 자신에게 이러한 짓을 하느냐는 물음을 던진 적은 많았어도, 왜 하필 자신인가에 대한 물음은 처음이었다.
매번 자신에게 왜 이러한 짓을 하느냐는 물음에는, 야한 몸뚱이를 가졌다는 말을 했다.
뭐...... 솔직히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녀는 당하면서 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변태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다.
치잇. 이번에도 가슴을 희롱하며 조롱이나 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운명이기 때문이지.”
“......운명이라고요?”
“그래. 너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의 상대이다.”
남자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진지하게 자신과 그가 무언가의 운명으로 연결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강수정은 얼굴을 찌푸렸다.
운명.
그녀가 좋아하는 말이었다. 남자를 싫어하는 주제에 어렸을 때부터 운명적인 사랑을 꿈꿔왔으니까.
그런데, 저 남자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아니......!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보다는 이제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된 천진현이 훨씬 자신의 운명의 상대에 어울렸다!!